인도에서 온 편지
인도에서 온 편지
별고 없으시죠?
인도온지 오늘로 23일째입니다. 제가 받았던 문화적인 혜택(전화, tv, 인터넷 등)을 차단하고
오늘에야 바라나시에서 인터넷 shop에 잠시 들러 안부를 전합니다.
건강하신지요? 사랑하는 대륜화보살님도....건강하시죠?
뭄바이를 거쳐 아우랑가바드로, 잘가온, 만두, 인도르를 거쳐 보팔, 산치, 카주라호, 아그라의 타지마할을 보고 다시 뉴델리를 거쳐 어제 이곳 갠지스가 흐르는 도시 바라나시에 도착했습니다.
5년전 인도왔을때의 느낌과 다시 인도를 찾은 느낌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이곳 바라나시의 바바 게스트 하우스에서 그동안 그토록 그리웠던 한국 음식들을 먹으며 혹독시키던 위장을 달래봅니다. 얼마나 행복한지...
좀전 바라나시 골목의 온갖 사람과 짐승의 배설물들을 피해가며 갠지스강의 화장터를 다녀왔습니다.
이미 화장을 시작한 시신과 갠지스 강물에 시신을 담권채 화장을 기다리는 시체들이 즐비하게 자신의 차례를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지켜보는 살아있는 수많은 사람....
노을이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한동안 삶과 죽음에 대한 명상을 하였습니다.
인도는 머물면 머물수록 진절머리를 치게도 되고 깊은 사랑에 빠지게도 되는 오묘한 나라인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자꾸만 아늑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그런 신비함으로 다가오네요.
해맑은 큰 눈을 하고 다가오는 인도 아이들과 단백질과 지방이 쫙 빠진 새다리로 사이클 릭샤를 몰고가는 노인들의 너무 서럽도록 큰 맑은 눈들이 왜 이렇게 제 가슴에 푹 담겨있을까요?
수많은 여행자들을 만나고 또 그들과 헤어지고 또 사기도 당하고, 도움도 받고....
인도는 제게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어떤 가슴으로 삶을 대면해야 하는지 적쟎은 수업료를 받으며 찬찬히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물질의 행복이 최상이 아닌....
비우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를.....
지고 다니는 배낭의 무게가 내 삶의 무게이듯이....
오늘도 자꾸만 비우면서 또 갠지스 강으로 나가렵니다....
인도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도하고 놀면서 그렇게 갠지스강에 물드는 노을을 지켜보렵니다.
한국 돌아가는 날까지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바라나시에서 일광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