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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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촌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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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휴가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그동안 못했던 일을 했다. 무스코카에 묵으며 맑은 공기도 마시고 그림같은 호수 주변을 따라 트래킹도 즐기고… 나는 역시 번잡한 도시보다 시원한 매미소리 들리고 파란 하늘이 보이는 전원이 좋다. 지끈거리던 머리가 맑아지고 육신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이런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꿀맛같은 시간을 보내고 귀갓길에 아울렛 쇼핑몰에 들렀는데, 이때부터 머리가 다시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오손도손 정답던 가족들과 은근히 신경전도 벌어진다. 나는 애당초 쇼핑몰에 가는 자체가 스트레스이지만 온가족이 들러 가자니 하는 수 없이 따라갈 밖에… 그런데 무심코 따라간 나를 위해 아내와 두 딸은 셔츠, 구두, 바지 등을 들이대며 입어보고 신어보라고 권한다. 지금 입고 신고 있는 것이 너무 낡았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멀쩡한데 왜들 이러나, 나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싫다고 뿌리치니 주위사람들이 흘깃거리며 바라본다.


 민망한 처지에서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그래, 가족들 성의를 생각해 이번만 못 이기는체 하고 따라주자. 새 셔츠와 바지, 구두를 신고 보니 거울 속 내 모습이 완전히 달라 보이는 것이 싫진 않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는 한마디 했다. ‘이젠 절대로 이런 짓 하지 마요’.      

      
0…의복(衣服)에 관한 나의 지론은, 모자는 햇볕만 가려주면 되고, 옷은 찬바람과 햇볕을 막아주면 그만이며, 신발은 발에 흙 안 묻게 감싸주면 제 기능을 다하는 것이다. 내게  아무리 비싼 명품을 갖다 들이대도 난 그 가치를 알지 못한다. 아니 알고 싶지가 않다. 의복의 기능이란 위처럼 단순 명료하거늘 그것에 뭐 그리 비싼 돈이 필요한가 말이다. 청년시절 대기업에 출근할 때도 아줌마가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파는 1천원 짜리 넥타이를 매도 잘 어울리기만 했다. 그때 하던 말이 생각난다. “옷걸이가 좋으면 아무거나 걸쳐도 잘 어울린다…”    


 이러다 보니 내 주변엔 대체로 싸구려 물건이 많다. 그래서 쇼핑몰에 가면 가족들과 티격대기 일쑤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해 봉급을 타기 시작한 딸들은 아빠에게 어떻게든 좋은 옷과 구두를 사주고 싶어하는데 나는 딸들에게 부담 주기도 싫거니와 애당초 비싼 옷과 구두는 체질에 맞질 않아 꼭 싼 상품만 찾아 다닌다. 그러면 아내의 언성이 높아지고 대개는 몰을 나서는 순간 서로의 기분이 좋질 않다. 언제가는 내가 허름한 세일 셔츠를 집어드니 아내가 휙 나꿔채더니 진열대에 던져버린다. 그래서 나는 버럭 화를 내며 내가 좋아서 입는거야. 왜 당신이 상관이야? 라며 한바탕 언쟁이 벌어졌다.    


 나는 의복의 품질보다 우선 가격표부터 들여다본다. 비싸다 생각되면 더 이상 만져보지도 안고 돌아선다. 한번은 구두가 낡기도 해서 어느 잘 알려진 대중 매장에 들어갔더니 작은딸이 이곳은 품질이 떨어지고 발도 불편하다며 다른 곳으로 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아빠는 이곳이 편한데’  했더니 굳이 비싼 곳으로 가서 나에겐 거금인 값에 구두를 신어보라 한다. 이에 나는 언성을 높이며  왜 아빠에게는 선택권이 없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더니 주변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이었다. 외출할 때의 기분 좋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깨지고 썰렁해졌다. 


0…그래, 나는 평생을 그리 살아왔다. 옷이나 신발 등 외형적인 것에 돈을 많이 쓰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나의 지론이다. 현대 정주영 창업주가 그랬다던가. 구두 한켤레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신고 다녔다고. 내가 이 말을 하면 가족은 ‘지금 그러면 궁상이라고 하지 검소하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글쎄, 검소와 궁상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어쨌든 외형적인 일에 돈을 쓰는 것이 싫다. 남자 대장부가 쫀쫀하게 군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다. 천성이 그런 것을 어쩌랴.        


 다만 ‘싸구려 원칙’은 나 자신에 국한된 것이고 아내나 딸들은 여자라는 점을 감안해 고가품을 인정해준다. 나 자신은 허름하게 다녀도 처자식은 빛나게 해주고 싶은 부정(父情)이 작용한 것이다. 내 눈에 보기엔 우리 처자식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물들이다. 그러기에 조금만 치장을 해도 금방 달라져 효과 만점이다. (어떤 사람은 비싼 명품을 감고 다녀도 표가 나지 않는데 이를 애써 드러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측은하다. 자연스런 모습이 오히려 진실돼 보여 좋을텐데…) 


0…시골 출신인 나는 고상하고 우아하게 살긴 글렀나 보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고급 스테이크와 와인을 드는 것보다 허름한 주점에서 막걸리잔을 기울이는 것이 편하다. 다만 이렇게 살면서 나보다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돕고 사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아직은 팍팍 쓸 형편이 못 되지만 이제 아이들도 제 앞가림을 할 위치가 되었으니 좋은 일 좀 하면서 살고 싶다.   


 “그래, 나는 시골 촌놈이다. 그게 뭐 잘못되었느냐. 출신성분을 골라서 태어나더냐. 촌에서 자랐지만 공부도 꽤 잘했고 사회생활도 당당하게 해왔다. 과거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상위계층 중 시골출신이 더 많은 것은 왜 그런가. 대자연의 품속에서 자라 인간성이 넉넉하고 포근한 탓이다. 나는 언제나 떳떳하고 자신있게 말한다. 나는 촌놈이다. 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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