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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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탕하며 살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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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가족들 성화에 못 이겨 거의 1년 반만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사실 많은 한국남자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어디가 아프지 않은데 굳이 건강검진 따위를 받으라면 귀찮아 하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대개는 가족들이 떠밀듯 하면 마지못해 받곤 한다. 그런데 어느새 나이 환갑이 넘고 보니 주변에 몸이 편찮은 분들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보이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못 이기는 체하고 주말 아침 공복(空腹)으로 검진센터에 들러 피를 뽑고 소변검사도 받았다. 

 

 

 


 그런데 보통 별 이상이 없으면 그냥 지나가는데 무슨 이상이 있으면 가정의로부터 면담요청이 온다. 나의 경우 검사 후 나흘이 지난 수요일, 가정의 사무실로부터 “잠깐 면담 좀 하자”는 전화가 왔고, 이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엇이 잘못 됐을까. 혹시 간에 문제가? 아니면 전립선에? 당뇨?. 온갖 불길한 상상이 다 들었다. 나는 사실 검사날 아침 일찍 집의 화장실에 다녀온 직후였기에 검진실에서는 더이상 나올 소변이 없었다. 그래서 검사용 소변을 짜내느라 거의 5분 이상이 걸렸는데, 나는 아무래도 그때 억지로 짜낸듯한 그 소변에 무슨 이상이 있을 것만  같았다.  


 어쨌든, 다음날 가정의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아내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걱정을 할까 싶어서였다. 가정의 면담 전날, 잠을 설치며 뒤척이는 밤이 무척이나 길고 캄캄했다.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우연히 검진을 받아보니 몹쓸 병에 걸렸더라는 이야기가 흔치 않던가. 만약 내 몸에 문제가 있다면? 나 스스로야 상관 없지만 아직도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 두 딸은 어찌 되는 건가…  


 다음날 가정의 사무실에 들렀고, 자그마한 1인용 진료실에서 대기하는 5분여 동안이 마치 몇시간은 되는 것처럼 불안하고 초조했다. 이윽고 문을 열고 들어온 의사의 눈치를 살피며 “무슨 심각한 증세라도…?” 라고 묻는데 내가 들어도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이에 가정의가 하는 말이 “아. 네. 다른 것은 이상 없고 소변에 요산(尿酸) 기가 좀 있네요. 그리고 고지혈 증세도 약간…” 하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하는 것이었다. 이 말에 나는 일단 후유~ 했다. 잘은 모르지만 치명적인 병은 아닌 것으로 들렸다. 


 요산(uric acid)은 암모니아성 질소화합물로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이것이 체내에 쌓이면 (엄지)발가락이 몹시 아픈 ‘통풍(痛風)’을 유발한다. 이는 고기를 좋아하고 비만인 남성들이 잘 걸리는 질환이라 ‘황제병’으로도 불린다. 이날 가정의는 나보고 고등어와 연어 같은 등 푸른 생선과 소의 간이나 내장 등을 주의하라고 일렀다. 그러면서 통풍이 왔을 때를 대비해 응급 처방전을 써주었다. 


 가정의는 또 고지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방이 많은 육류를 너무 많이 먹지 말고 무엇보다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라고 권했다. 쉽게 말해 음식을 잘 조절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의 건강관리는 누구나 하는 것 아닌가. 


 나는 그래도 미심쩍어, 혹시 간이나 전립선에는 문제가 없냐고 물었더니 “이상이 없다”는 명확한 답이 돌아왔다. 가정의 면담 10여분 후 진료실을 나서는 나의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웠다. 저녁에 집에 와서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깜짝 놀라며 “어쩐지 어젯밤에 무언가 걱정이 있어 보이더군요” 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늘 느끼는 기분이 있다. 몸에 별 이상이 없는 것만 확인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세상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살리라. 남을 위해 봉사도 열심히 하고 평소 하고 싶었던 것도 좀 즐기면서. 그런데 막상 별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조금 전의 철석같던 결심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다시 나태한 습관으로 복귀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다.


0…“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 살지 말라. 죽음에 도달하는 순간 모두 제로가 된다.// 삶의 끝에서 아무도 당신에게 당신이 얼마나 많은 학위를 가졌으며, 얼마나 큰 집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좋은 고급차를 굴리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죽어가는 사람들이 당신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위의 말은 20세기 최고의 정신의학자이자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그녀의 제자 데이빗 케슬러가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인터뷰해, 삶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정리한 책 <인생수업> (Life Lessons)에 나오는 말이다. 책에 따르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삶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내가 받은 영감은 매사를 끌탕하며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 우연이란 없으며, 모든 일은 신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일어난다.”는 것이다. 세상 살면서 우리가 마음먹은대로 되는 경우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최선을 다하며 순간을 살다보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영육간의 건강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매사에 끌탕하지 말고 그저 담담하게 살아가면 건강도 자연스럽게 따라줄 것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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