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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숲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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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 와서 친형제 이상으로 정을 나누며 지내던 어르신이 엊그제 돌아가셨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무척 건강하셨는데, 인생무상이란 말이 절로 나왔다. 평소 와인을 즐기시어 나와 마주 앉아 권커니 잣거니 했는데, 고인의 차디찬 얼굴을 쓰다듬어 드리자니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금슬 좋은 부부로 유명하셨는데, 미망인은 앞으로 얼마나 외로우실까. 

 

 

 


 장례식에 다녀올 때마다 하는 다짐이 있다. 살 때는 열심히 살되 현실에 너무 집착하지는 말자… 욕심 버리고 마음 편히 살자… 그런데 그런 다짐은 이내 며칠을 못 가고 다시 눈앞의 현실에 아둥바둥하게 된다.

            
0…“‘작가가 되고 싶어’라고 말하는 사람과 ‘글을 쓰고 싶어’라고 말하는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칵테일파티’에서 주목 받고 싶은 사람이다. 반면, 후자는 책상에서 고독의 시간을 가지며 오랫동안 준비하는 사람이다. 전자는 작가의 지위를 원하고 후자는 과정을 중시한다. 전자는 원하는 것이고, 후자는 실행하는 사람이다. 결국 후자가 뭐든지 이루어낸다.” 


 <새 인문학 사전> <존재의 이유> 등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 영국의 철학자이자 유럽을 대표하는 지성인 A.C. 그레일링(Grayling)이 지적한 이 말은 일의 결과나 목표보다 과정을 중시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명작가가 되겠다는 목표 아래 쓰는 글과,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와 쓰는 글 중 어느 것이 더 진솔하고 따스한 인간미가 배어있을 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성공 가능성도 후자가 더 클 것이다. 


 인생에서 결과와 목표만 중시하다 보면 성공 순간에 잠시 성취감에 잠길 뿐, 오랜 시간 스트레스와 초조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반면, 일의 과정을 즐기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여유롭게,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목표만 보고 달리면 더 큰 가치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짧은 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룩한 것은 목표 지향적 가치가 큰 몫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어떻게든지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사회병리현상을 나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세대에게 익숙한 암기위주의 학습방법도 결과만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나았다.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보다 결과적 정답만이 우선시 된 것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할 때도 삼라만상의 본질을 관찰하는 수련이 중요하다. 이것이 결여되면 혼(魂)이 없는 기계적 작품이 되고 만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과정을 즐기면서 하는 공부가 참된 공부다.  


0…나는 골프를 잘 치지 못하지만 누가 초청하면 기꺼이 응한다. 필드에 나가기까지의 여정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다. 골프백을 챙기고 클럽을 손질하면서 만사 잊고 기대감에 가슴이 설렌다. 특히 쾌청한 날의 새벽 골프를 즐긴다. 신선한 새벽 공기 속에 드라이브를 하며 즐기는 커피 한잔과 클래식 음악은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골프장 가는 길이 멀어도 좋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또 그것대로, 다 아름다움이 있다. 그 과정을 즐기면 된다. 이렇게 마음의 여유를 만끽하며 치는 날은 거리도 멀리 나가고 점수도 잘 나온다. 목표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골프장의 홀과 홀 사이를 걸을 때도 주변 풍경을 최대한 즐긴다. 점수가 좀 높으면 어떤가. 이런 재미로 필드에 나오는 것이지 그까짓 점수가 무슨 대수인가. 이런 시간을 갖는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가. 파란 하늘과 싱그런 숲을 즐길 여유도 없이 온통 점수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인생여정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가야할 길이 멀다고 짜증낼 것도 없고 길이 막힌다고 불평할 것도 없다. 하이웨이를 씽씽 달리면 주변경치를 즐길 여유가 없다. 호젓한 교외(郊外) 길을 따라 드라이브 하면서 시간을 따진다면 소모적인 고행이다. 차는 그냥 교통흐름에 맡긴 채 감미로운 음악도 듣고 휴게소에 들러 커피도 한잔 하면서 느긋하게 운전하면 얼마나 여유로운가. 


 우리네 이민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목표를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때론 주위 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현실에 집착하면 아름다운 캐나다의 자연도 나와는 무관한 것이 되고 만다. 물론 먹고 사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다만 지나치게 집착할 것이 아니란 뜻이다.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죽어라 일만 하다보니 그런대로 먹고살만해지긴 했지만 잃어버린 청춘은 어디서 보상받느냐며 한숨 쉬는 사람도 많다. 


0…일상에서 지나치게 결과와 목표만 추구하면 스트레스도 심하고 일도 되레 잘 안 풀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너무 현실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가끔은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한숨 고르는 여유도 가질 일이다. 나무만 보지 말고 가끔은 숲도 보자.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으리라/이 봄도 산허리엔 초록빛 물들었네/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 살으리라/길고 긴 세월 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김연준 작사•작곡 ‘청산에 살리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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