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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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워킹맘
ywlee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 해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건 쉽지 않아. 워킹맘은 늘 죄인이지. 회사에서도, 어른들께도, 아이들에게도. 남편이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야…" 


 지난해 한국에서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방영됐던 인기 드라마 미생(未生). 그 중 여성 직장인이 겪는 현실을 실감나게 묘사한 장면이 있었다. 뛰어난 업무능력을 발휘하며 동료들보다 앞서 승진하는 등 잘 나가는 직장인 ‘선 차장’. 신입사원들의 롤모델 역할을 하는 그녀이지만 워킹맘으로서 겪는 현실은 결코 녹록지가 않았다. 아이 문제로 남편과 실랑이를 했고, 딸아이가 그린 그림에는 엄마의 얼굴이 없었다. 늘 바쁜 엄마의 뒷모습만 본 아이는 엄마 얼굴을 그릴 수가 없었다. 직장에선 유능한 그녀이지만 워킹맘의 비애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어느날 어린이집에 딸을 떨구고 돌아서던 그녀는 문득 다시 딸을 향해 돌아서서 다가가 눈물을 글썽이며 인사한다. "잘 다녀오겠습니다."(사진) 


 지금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어린이집 폭행사건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민 떠나올 당시만 해도 한국에선 어린이 보육시설로 유치원 정도만 있었지 서구식 개념의 탁아시설(Daycare)은 별로 보편화되지 않았었다. 최근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은 일하는 엄마들이 낮시간동안 취학 전 어린이를 맡기는 시설이다.          


 나의 경우, 한국에서 우리 부부가 맞벌이를 하다 보니 첫딸을 낳은 후 낮에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마땅찮았다. 장모님이 시내에 살고 계시긴 했지만 하루종일 아기만 봐줄만큼 한가하지가 않으셨다. 그런데 마침 가깝게 지내는 이웃집 아주머니가 낮에 특별히 할일이 없으니 우리 딸을 맡아서 봐주겠다고 하셨다. 이리하여 우리 딸은 생후 10개월 여부터 이웃집 아주머니의 품에서 자라게 됐다. 


 아내는 학교로 출근하기 전 아기를 안고 바로 옆 아파트에 들러 딸을 맡겼다. 별로 많지도 않은 수고비를 드릴 때마다 미안했지만, 그 아주머니는 친자식처럼 우리딸을 귀여워하며 돌보셨다. 그 집에도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이 있었는데, 그 아이 역시 우리딸을 친동생처럼 예뻐했고, 사람 좋은 충청도 출신의 주인아저씨(당시 인천 해군부대 근무)도 얼마나 우리딸을 애지중지 하는지 저러다 딸자식 빼앗기는 것 아닌가 하는 객쩍은 걱정까지 들 정도였다. 


 우리와 그 분들은 이를 계기로 더욱 가까워져 친형제처럼 지냈다. 여행도 같이 가곤 했는데 외지에 가서도 그 분들은 우리딸을 자기자식처럼 챙겨주셨고 우리딸은 아주머니를 친엄마처럼 따랐다. 그 후 우리가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딸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중에도 우리 두 집의 우정과 친교는 이어졌다. 그러다 우리가 이민을 떠난다니 그 분들은 너무도 섭섭해하며 “효진이 보고 싶어 어쩌니…” 하시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셨다.(우리 때문에 눈물 흘린 분들이 어찌 한둘일까만…)


 우리 같은 경우는 참 다행스런 케이스였지만,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일과 가정을 함께 꾸려나가는 것은 주로 엄마의 몫이다. 화려한 ‘골드미스’의 삶을 살던 여성도 결혼해 아이를 두면 일상이 무척 힘들어진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참으로 난감하다. 그럴 때 친정이나 시댁 부모라도 계시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맞벌이를 하면서 회사에서 남편과 똑같은 강도의 업무를 수행하지만, 가사의 대부분은 여성의 몫이다. 일상생활은 ‘수퍼우먼’을 요구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특히 매일 아침 일찍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고, 저녁 늦게 데리고 오자니 안쓰럽다. 이럴 때 남편이 조금이라도 거들어주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육아는 돈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더 필요한 일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직장생활과 가사의 균형적인 양립은 이 사회가 반드시 구현해야 할 덕목이 되었다. 한국에서 최근 들어 무상 보육과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 대한 지원이 강조되는 것도 이러한 흐름 중 하나다. 그러나 정부가 워킹맘에 대한 지원 혜택을 대폭 늘인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워킹맘이나 예비 워킹맘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있는 육아시설만 있어도 큰 다행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질 못하다. 최근 인천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 가혹행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유사 사례에 대한 신고와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2~3살짜리 아이가 울고 칭얼댄다고 떠다밀어 넘어트리질 않나, 우는 아이 입속에 밥을 억지로 밀어 넣는가 하면, 불 꺼진 어두운 방 안에 오랜 시간 홀로 아이를 방치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말을 듣지 않는다며 아이의 손을 들게 하고 벌을 세우는가 하면, ‘도깨비방’이라는 어두운 곳으로 데려가 장시간 벽을 보고 서 있게 하고, 보육교사가 아동을 마구 때렸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떼를 쓴다는 이유로 아이를 화장실에 가두었다는 주장,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어린이를 때리거나 얼굴에 이불을 뒤집어씌운 채 장시간 방치했다는 제보 등, 얼핏 들으면 무슨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반체제 인사 고문을 연상시킬 정도다.  


 젊은 세대에게 맞벌이가 당연시되고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워킹맘들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도무지 일을 포기하지 못할 것 같은 이 시대의 여성들은 현실이 피곤하다. 워킹맘들은 그렇게 회사, 가정 모두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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