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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푸른 생명과 축복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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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하늘의 무지개를 보자

 

                                                                 *빈센트 고흐 ‘별이 빛나는 밤’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Thou art more lovely and more temperate/Rough winds do shake the darling buds of May/And summer's lease hath all too short a date/Sometime too hot the eye of heaven shines… ‘

 

 (내 그대를 여름날에 비유할까?/그대는 더 사랑스럽고 더 온화해/거친 바람이 오월의 어여쁜 꽃망울을 뒤흔들어놓기도 하고/또한 빌려온 듯한 여름날은 너무 짧기만 해/때로는 하늘의 눈이 너무 뜨겁게 빛나고…)(셰익스피어 Sonnet 18번)

 

 학창시절, 학교 앞 주점에서 막걸리 한잔을 마시면 자리에서 일어나 꼭 이 시 한수를 읊던 친구가 있었다. 그러면 우리는 ‘얼쑤’라고 장단 맞추며 흥겨워했고 그러다 친구가 똑같은 구절을 반복하면 “뭐 다른 것 좀 없니?”라고 놀리곤 했다.

 지금도 가끔 차안에서 혼자 이 시 구절을 흥얼거리며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려보곤 한다. 이젠 모두 지나가버린 아련한 추억이다.           

 

 0…‘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A rainbow in the sky/So was it when my life began/So is it now I am a man/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Or let me die!/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내 가슴이 뛰노라/어렸을 때도 그러했고/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며/앞으로 늙어서도 그러할 것이네/그렇지 않다면 난 차라리 죽으리라!/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원컨대 내 생의 하루하루가/소박한 경건으로 이어지길… (윌리엄 워즈워드 The Rainbow)

 

 한여름 무더위 속에 한줄기 소나기가 대지를 촉촉히 적셔준 후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그림같은 무지개가 걸려 있다.

 잠시 차를 갓길에 세우고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 보니 문득 학창시절 때 좋아했던 시가 떠오른다. 캠퍼스 잔디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하늘의 흰구름을 보며 싯구절을 흥얼대던 추억이 감미롭다.

  이는 영문과생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의 애송시로 사랑받고 있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란 구절은 언제 들어도 새롭다.

 

 0…여름은 푸르른 생명과 축복의 계절이다. 특히 캐나다같이 겨울이 길고 추운 나라 사람들에게 이 계절은 한순간도 헛되이 보내기 아까운 시간들이다.

 싱그런 초목과 작렬하는 태양 아래 사람들의 꿈과 일상도 건강하게 영글어간다. 순백(純白)의 수녀 시인도 이 여름을 이렇게 찬미했다.

 

 ‘움직이지 않아도/태양이 우리를 못 견디게 만드는/여름이 오면, 친구야/우리도 서로 더욱 뜨겁게 사랑하며/기쁨으로 타오르는/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 /여름을 좋아해서 여름을 닮아가는/나의 초록빛 친구야/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삶을 즐기는 법을/너는 알고 있구나. ’ (이해인 ‘여름이 오면’)

 

 0…술과 달의 시선(詩仙) 이백(701~762)의 풍류 넘치는 시 한 수도 요즘같은 계절에 잘 어울린다.

‘花間一壺酒/獨酌無相親/擧杯邀明月/對影成三人/月旣不解飮/影徒隨我身’

(꽃나무 사이에서 한 병의 술을/홀로 따르네 아무도 없이/잔 들고 밝은 달을 맞으니/그림자와 나와 달이 셋이 되었네/달은 술 마실 줄을 모르고/그림자만이 나를 따르네) -月下獨酌(‘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

 

 0…타국살이와 이민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수필? 소설가가 된다. 그만큼 일상에서 접하고 느끼는 회한(悔恨)이 많다는 얘기다.

 

더욱이 타국생활에선 즐거운 일보다는 힘들고 괴로운 일이 더 많을 터. 많은 독자들께서 진솔되고 풋풋한 사연들을 글로 써서 신문사로 보내오시는 것을 봐도 알 수가 있다.

 

 이민자들 대부분이 무언가 지적(知的)? 문학적 욕구에 목말라 있음이다. 신문에 한인동포들의 문예작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지원하는 것은 그런 사정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0…요즘같은 한여름날, 특히 별들이 쏟아지는 밤은 문학과 예술을 벗하기에 좋은 소재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삶의 일상에서 잠시 비켜나 사색과 정취에 잠겨보는 것도 정신건강상 좋을 터이다.

 

 생계 유지를 위해 일상에 얽매어 살아가는 사람도 잠시나마 시간을 내어 머리를 식혀보자. 세상은 한시도 바람 잘날 없이 어수선하지만 때로는 그래도 영롱한 별들을 음미할 수 있는 여유는 있지 않은가.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과 굶주림으로 신음하는 나라들에 비하면 캐나다는 그야말로 천국이다. 고고한 문학취향을 가진 이들이라면 토론토 서쪽 스트랫포드(Stratford)에서 한여름 내내 상연되는 주옥같은 셰익스피어 연극도 가볼만하다.

 

 ‘Love looks not with the eyes but with the mind. And therefore winged Cupid is painted blind’(사랑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것. 그래서 날개 달린 큐피드를 장님으로 그려놓았지) (A Midsummer Night's Dream, 한여름 밤의 꿈)   

 

 0…단조로운 이민생활을 하다보면 생각이 단순해지고 사고의 영역도 좁아지기 쉽다. 부단히 책을 읽고 사색을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지기 마련이다.

  이민의 성공 기준이 돈과 자식농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무리 일상이 고달프고 힘겨워도 인간다운 품격만은 잃지 말자.

 가끔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며 상념에 잠길 줄도 아는 여유를 갖자. 삶은 비록 낮으나 생각만은 높게(low living but high thinking)…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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