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lee
경제 및 시사문예 종합지 <한인뉴스 부동산캐나다>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품격 있는 언론사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7 전체: 657,312 )
My soft spot- 자녀 앞에서 약해지는 나
ywlee

 

-그 모든 과정이 인생의 행복

 

 사람은 누구나 그 앞에만 서면 유독 약해지는 대상이 있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그저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 그런 인물. 거기엔 아무런 조건도 수식어도 없다. 그냥 껌뻑 죽는다. 영어로는 soft spot이라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어린)자녀가 그럴 것이다. 게다가 자식사랑은 내리사랑인지라 밑으로 내려갈수록 더욱 그렇다.

 

 나의 경우 자녀래야  딸 둘밖에 없지만 둘째이자 막내인 작은아이에게 꼼짝을 못한다. 이를테면 ‘I have a soft spot for my younger daughter’가 되겠다.

 

 작년에 외손자가 태어나 새 soft spot이 생겼지만 나는 여전히 막내딸에게 약하다. 얘가 뭐라고 하면 나는 그냥 움츠러 든다. 왜 그럴까. 자식이 아무리 성장을 해도 그들에게 이기는 부모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0…요즘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가 안통해 남남처럼 살고 있는 집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 것에 비하면 우리는 참 행복한 편이다.

 

 결혼한 큰딸도 그렇지만, 아직 함께 살고 있는 막내딸과도 웬만한 일은 모두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를 한다.

 

 또한 자녀들 간에도 서로 우애가 있어야 오손도손 사는 법. 우리 두 딸은 너무도 친하게 지내니 참 보기가 좋다. 작은딸은 무슨 의논할 일이 있으면 언니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한다.

 

 자매가 친하게 지내니 새로 생긴 손자도 이를 알아보는지 이모(작은딸)가 다가가면 두 손을 번쩍 들고 함성을 지르며 난리가 난다.

 

0…한 뱃속에서 나온 자매이지만 성격은 좀 다르다. 큰딸이 이과(理科)형인데 비해 둘째는 인문계 쪽이다.

 

 둘째는 특히 어학에 소질이 있다. 내가 영어 관련 글을 쓸 때는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둘째에게 자문을 구하는데, 얘는 내가 원하는 정확한 답을 내려준다. 이래서 얘가 결혼을 해서 나가면 어쩌나 걱정이 들기도 한다.

 

0…언제나 어린 아이로만 보아온 둘째딸이 곧 결혼식을 올린다. 딸과 남자친구는 10여년 가까이 사귀어 오다 마침내 결혼에 이르게 됐다.

 

 사윗감은 그동안 워낙 자주 우리집에 드나들어 한가족처럼 친근하다. 사회적으로 특출난 인물은 아니어도 성실하고 착하고 핸섬하고 신체 건강하니 그것으로 족하다.

 

 과년(過年)한 자식이 아직 결혼을 안해서 애가 타는 부모가 얼마나 많은가. 그것에 비하면 우리는 딸들에게 고맙다고 해야겠다. 

 

0…둘째가 요즘 결혼식 준비로 분주하다. 1년 전부터 결혼식 날짜를 정하는 것부터 예식장, 드레스, 리셉션 초청자, 메뉴, 사진촬영 등 세세한 일이 무척 많다.

 

 그나마 둘째는 제 언니가 4년 전에 치렀던 경험들을 조언받아 하니 도움이 되는가 보다. 이럴 때 부모들은 그저 할당된 숫자의 초청자만 모시면 된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 다소 난감한 측면도 있다. 초청자를 모시는데 누구를 정할지 선뜻 결정이 쉽지 않은 것이다.

 

0…그중 현실적인 문제는, 결혼식 리셉션 참석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분은 말씀드리기가 쉽지 않다.

 

 나는 그럭저럭 가깝게 지내는 분들이 꽤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선뜻 모시기가 마땅한 분이 많지 않음을 깨닫고 놀랐다. 친한 사이라도 부부 합쳐서 몇백불짜리 자리에 초대하는게 쉽지 않은 것이다.

 

 평소 친하다고 생각했던 분들도 정작 이럴 때 마음 편히 말씀드리기가 어려우니, 나는 진정 누구와 터놓고 지내온 사람이 없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0…한국에서는 자녀가 결혼을 하면 동네방네 청첩장을 돌려 가능한 많은 하객이 오시게 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 자녀 결혼식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행사로 변질된 것이다.

 

 이래서 정작 신랑신부보다 부모가 더 행사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선 정반대가 아닌가. 연회장에 꼭 예약을 해야 하니 부모가 모시고 싶은 사람을 한정할 수밖에 없다.

 

0…이제 부모로서 바라는 것은 앞으로 딸과 사위가 2세들 잘 낳고 행복하게 살아주는 것이다.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둘째딸마저 출가하고 나면 우리 부부만 남을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의 제2의 신혼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인생의 행복 아니겠는가.

 

0…한편, 결혼 적령기(適齡期)를 넘긴 자녀를 둔 부모들을 볼 때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분들께는 괜히 미안하고 송구스런 마음이 든다.

 

 자식들이 나이가 차면 제 짝을 찾아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아주는 것이 효도일 터인데, 요즘 세대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어도 도무지 결혼할 생각을 안한다.

 

 학력이 모자라거나 직장이 없어서, 또는 인물이 못나서도 아니다. 번듯한 외모에, 직장에, 스펙에, 모자랄 게 없는데도 짝 맺는 일은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0…자녀의 결혼은 타국생활이라는 긴 고행에서 부모의 의무를 마감하는 중요한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해서라도 자녀들이 제때 배필을 찾아가주면 얼마나 고마울까. 모든 일이 다 잘 풀린들 행복한 가정 만들기만큼 소중한 것이 무엇이겠나.

 

 이민살이 23년째, 크게 이룬 것은 없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곱게 자라 제때 짝을 찾아간 두 딸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사장)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