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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화단 전쟁 배경 영화-'북경의 55일'(55 Days at Peking)(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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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앞에서 설명한 사실(史實)을 바탕으로 영화 내용을 간략히 서술한다. 배경은 1900년 여름, 청나라를 놓고 제국주의 열강의 다툼이 한창인 가운데 가뭄으로 1억의 인구가 굶주리고 민심은 흉흉하고 불안해졌던 때였다.

 

 베이징에 막 도착한 미국 공사관 해병대 무관 매트 루이스 소령(찰턴 헤스턴)은 호텔에서 묘한 매력을 풍기는 나타샤(나탈리) 이바노프 남작부인(에바 가드너)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주위의 시선이 따가움을 느낀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는 러시아 사령관의 부인이었는데 중국인 영록 장군과 염문을 뿌려 남편을 자살하게 만든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면은 영국 공사 아서 로버트슨 경(데이비드 니븐)의 공관. 그는 중국이 열강의 강경책을 시인하게 되면 중국은 각국의 전장(戰場)이 되어버릴 거라며 일시적으로 의화단의 폭력에 굴복하고 그 다음에 불을 끄는 게 현명할 것 같다며 고심하자, 부인 사라(엘리자베스 셀러스)가 "나폴레옹이 중국에 대해 '중국은 재워야 한다. 깨우면 세계가 떨게 된다'"고 한 말을 상기시키며 조언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그날 저녁 영국 공관에서 엘리자베스 여왕 탄생일 무도회가 개최된다. 루이스 소령이 나타샤를 대동하고 나타나자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된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단왕(로버트 헬프만 경)의 제의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의화단의 이른바 '도창불입(刀槍不入)'의 묘기를 선보인다. [註: 이때 웃통을 벗고 시범을 보이는 배우가 위엔슈톈(袁小田, 1912~1979)이다. 그는 '취권(醉拳, Drunken Master·1978)' 3부작 및 그의 아들인 위엔우핑(袁和平·77) 감독의 '사형도수(蛇形刀手, Snake in the Eagle's Wing·1978)'에서 성룡(成龍, Jackie Chan)과 공연한 홍콩배우로 당시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다.]

 

 다음날 톈진으로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는 동안 루이스 소령이 망원경으로 창밖을 살피는데 단왕의 지휘 하에 의화단원들이 노상에서 독일공사 메디슨을 살해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이에 아서 경이 루이스 소령을 대동하고 서태후를 알현하여 항의한다. 서태후는 "중국 18개 성 중 13개 성이 외국인의 지배에 놓였다"며 "우리의 심장을 다 가져갔다"고 말한다. 그리고 "외국 군대는 요새를, 외국 상사는 은행을 장악하고 외국 신들이 우리 조상의 영을 위협한다"며 "중국은 유순한 암소인데 열강들은 젖만 짜지 않고 고기까지 구하려 든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아서 경은 "중국이 소라면 경이적인 소죠. 젖과 고기뿐만이 아니라 힘까지 강해집니다. 서양에선 평화를 배우지만 중국의 미덕은 인내입니다. 그걸 실행하면 모든 게 성취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희태후가 "인내하지 않는다면?"이라고 반박하자 아서 경은 "폭력과 조급함이 횡행한다면 수백만의 피와 고통이 있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예의를 갖춘 격조 높은 외교적 대화 속에 뼈가 있는 상이(相異)한 세계관의 대립을 엿볼 수 있다.

 

 루이스 소령이 명령자가 단왕이라고 말하자 측근 고문인 단왕을 싸고 도는 서태후는 오히려 모든 열강은 24시간 이내에 톈진으로 철수하라고 명하는 게 아닌가.

 

 한편 열강 8개국 대표자들은 연합군이 400여 명뿐인 것을 우려하여 철수를 의결하지만 영국 공사 아서 경은 톈진에 있는 시드니 장군이 도착할 때까지 북경에 남을 것을 고집한다. 결국 이들은 베이징 사수를 결정, 임전 태세를 갖춘다.

 

 전쟁이 시작되자 베이징의 외국 거류민단은 인산인해(人山人海)의 의화단의 공격에 맞서 아비규환이 되지만 특히 루이스 소령이 이끄는 미군들의 맹활약으로 성벽을 장악하게 된다. 그러나 미군인 앤디 마샬 대위(제러미 토어)가 죽는다. 그에게는 딸 테레사(린 슈 문)가 있다.

 

 베어른 신부(해리 앤드류스)가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된 혼혈아 테레사에 대해 루이스 소령에게 권면하는 말이 감동적이다. "애들은 엄마가 죽으면 남겨진(deserted) 거고, 아빠가 죽으면 버려진(abandoned) 거라 생각합니다. … 아이들이 잘 아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청나라의 조정에서는 정부군을 지휘하는 영록 장군(레오 겐)과 의화단을 비호하는 단왕 사이에 묘한 갈등이 대두되는데, 의화단의 활동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서태후는 이를 공식화 하면서 영록장군에게 시드니의 상륙을 막을 것을 명한다. 사실상 전쟁선포를 한 것에 다름 아니다.

 

 한편 비전문 간호원으로 봉사하고 있는 나탈리와 혼자서 부상자를 돌보느라 여념이 없는 닥터 스타인펠트(폴 루카스)의 야전병원에 거만하고 부르주아의 상징인 러시아 공사 세르게이 이바노프 남작(쿠르트 카스나르)이 찾아온다. 그는 나탈리의 시숙(媤叔)이다.

 

 대뜸 닥터에게 "이 환자는 티트노프 백작이니 병졸 취급하지 마라."고 명령하자 스타인펠트는 "탄환은 백작과 병졸을 구별 않고, 상처의 세균은 귀족을 무서워하지 않죠. 입원자는 모두 같은 환자요."라고 당당히 대꾸한다.

 

 이즈음 해롤드 시드니 장군의 전갈이 인편으로 전해진다. 암호를 해독하니 정부군의 공격으로 톈진으로 후퇴해야 하기 때문에 베이징 출격이 불가능하다는 내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서 경은 8개국 공사를 설득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정하는데….

 

 청나라 조정에서 전승 축하연을 여는 날 밤, 아서 경과 루이스 소령은 지하 하수구를 통해 천단 근처에 있는 탄약고 폭파 작전을 수행한다. [註: 이 폭파 시퀀스는 1961년 J. 리 톰슨 감독, 데이비드 니븐, 그레고리 펙 주연의 '나바론의 요새'를 연상시킨다.]

 

 이 폭파 사건으로 드디어 전쟁을 선포하는 서태후!

 예상보다 전쟁이 길어져 의약품도 떨어지고 성 안에서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나탈리는 성 밖으로 빠져나가 애지중지하던 값비싼 목걸이를 팔아 의약품과 음식물 재료와 채소, 과일 등을 구입하여 마차에 가득 싣고 돌아오던 중, 도움을 준 중국인 챵(마이클 차우)과 함께 의화단의 총격을 받고 야전병원으로 실려왔으나 끝내 숨을 거둔다.

 

 한편 급조한 대포로 청 정부군의 가공할 만한 대포를 가까스로 폭파하고 밤을 지새운 연합군 진영에 새벽이 찾아온다. 루이스 소령이 아서 경에게 몇 시냐고 묻는다. 새벽 5시37분. 1900년 8월14일, 버틴 지 55일째 되는 날이다!

 

 한편 황실에 홀로 있는 서태후는 "청조는 끝이 났다!"고 세 번이나 되뇌이는데….

 8개국 2,200여 연합군이 베이징에 입성하여 열병식을 거행하며 각기 승리를 자축한다. 이때 아서 로버트슨 경이 "들어보게. 각기 틀린 곡이군." 이에 매트 루이스 소령은 "55일 간은 같은 곡이었소. 55일간 당신은 우릴 단결시켜 이겨냈소."라고 치하한다. 이제 '공공의 적'이 없어졌으니 다시 서로가 '경쟁의 적'이 되었음을 꼬집은 것이다. 두 사람이 헤어질 때 '올드 랭 사인'이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마지막에 루이스 소령이 약속대로 고아 테레사를 자기 말에 태우고 떠나면서 영화는 끝난다. (다음 호에 계속)

 

▲ 일전불사의 위기 상황 속에 나타샤 남작부인이 톈진으로 가기 위해 마차(가운데 앞쪽)를 타고 베이징 성밖으로 나오고 있다.

 

▲ 의화단의 공격에 맞서 아비규환이 되지만 루이스 소령이 이끄는 미군들의 맹활약으로 성벽을 장악하게 되는데…


▲ 해리 상사(존 아일랜드)가 루이스 소령에게 아버지를 잃고 이제 고아가 된 테레사에게 친딸처럼 대하라고 충고한다.
 

▲ 베어른 신부(해리 앤드류스)가 아버지를 잃고 혼혈 고아가 된 테레사(린 슈 문)에 대해 매트 루이스 소령에게 권면하는 말. "애들은 엄마가 죽으면 남겨진 거고, 아빠가 죽으면 버려진 거라 생각합니다. … 아이들이 잘 아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 영록 장군에게 시드니의 상륙을 막을 것을 명하는 서태후(플로라 롭슨). 사실상 전쟁선포를 한 것이다.

 

▲ 하수구를 통해 탄약고에 잠입한 아서 경(데이비드 니븐)과 루이스 소령(찰턴 헤스턴)이 폭파 도화선을 연결하고 있다. 이 폭파 시퀀스는 '나바론의 요새(1961)'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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