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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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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1
WWII 배경 영화(IV)-'콰이 강의 다리'와 '죽음의 철도'(2)

 

(지난 호에 이어)

 사흘이 흘렀다. 군의관 클립턴 대위의 끈질긴 면담요청에 드디어 사이토 대령은 5분의 시간을 주며 니콜슨 중령과의 면회를 허용한다. 군의관은 '장교가 사역에 응하지 않으면 환자들을 사역에 동원하겠다'는 수용소장의 말을 언급하며 중령을 설득한다. 하지만 '원칙의 문제'라며 고집을 꺾지 않는 중령을 뒤로 하고 물러서는 클립턴 대위.

 

 이때 찜통 감옥에 갇혀있는 장교들에게 실패 싸인을 보내는 클립턴은 혼잣말로 "둘다 미친 건가, 내가 미친 건가? 아니면 작열하는 태양 때문인가?"하고 되뇐다.

 

 초조해진 소장은 한밤중에 니콜슨 중령을 찜통감옥에서 자기 집무실로 데려와 설득반 협박반으로 협조를 요청한다. 술과 식사를 권하지만 이마저도 거절하는 니콜슨에게 "패배했지만 수치를 모르고, 고집은 있되 자존심이 없으며, 인내를 하지만 용기가 없다."며 "영국 놈들을 증오한다."고 강변하는 사이토! 다시 찜통방에 수감되는 니콜슨.

 

 한편 탈출에 성공한 쉬어즈 소령은 길을 잃고 정글 속 황무지를 헤매다가 어느 마을 어귀에서 쓰러진다. 마을 사람들의 보살핌으로 건강을 회복하여 다시 보트로 정처없이 노를 저어 가다가 물이 떨어져 실신한 상태로 표류하는데….

 

 다시 포로수용소. 정장을 한 사이토 대령이 러일전쟁 승전기념일을 기해 강경책을 거두고 니콜슨 중령을 비롯한 장교들을 사면하고 장교들은 노역에 참여하지 않도록 조치한다. 결국 니콜슨 중령에게 굴복한 것이다. 그러나 영국에 유학하여 공부를 했다는 사이토 소장은 일본군인으로서의 체면을 구긴 일에 분노하여 방에서 홀로 통곡한다. [註: 러일 전쟁은 청일전쟁(淸日戰爭) 이후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해 1903년 8월에 진행된 러시아 제국과 일본 제국 간 협상이 결렬되자 1904년 2월8일 일본의 선제공격으로 발발하여 1905년 5월에 일본이 승리했다. 이 무력 충돌은 1905년 9월5일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중재로 포츠머스 강화조약(Treaty of Potsmouth)이 체결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루스벨트는 그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법 없이는 문명도 없다"는 소신을 가진 니콜슨 중령은 그 날부터 스스로 진두지휘하여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돼 간다. 엔지니어인 리브즈 대위(피터 윌리엄스)와 휴즈 소령(존 박서)이 도면을 펼쳐들고 다리 건설을 위한 전문 설계와 기술적 문제점들을 브리핑한다. 참석한 사이토 소장에게 차와 식사를 부탁하면서 밤늦게까지 진행된다. 영국인으로서의 자존심을 한껏 내세운 결과에 만족하는 니콜슨 중령은 후대에 남을 교량 건설의 꿈에 부푸는데….

 

 장면은 실론(Ceylon, 지금의 스리랑카)에 있는 마운트 라비니아 야전병원. 영국군 워든 소령(잭 호킨스)이 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쉬어즈 소령을 방문한다. 애인 간호사(앤 시어즈)와 해변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던 쉬어즈는 워든 소령과 내일 아침 동남아 작전사령부를 방문하기로 약속하는데….

 

 다음날 본부에 도착한 쉬어즈는 캠브리지 대학 동양언어학 교수를 지냈다는 워든 소령과 작전사령관 그린 대령(안드레 모렐)을 만난다. 워든은 미해군에 연락하여 쉬어즈 소령을 영국군 제4316부대에 임시 소속되는 것으로 조치를 취해 놓았고, 따라서 폭파를 위해 쉬어즈가 탈출했던 콰이강의 다리까지 안내를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드디어 쉬어즈 소령과 워든 소령, 그리고 조이스 중위(조프리 혼) 등이 특공대로 참여하여 낙하산으로 적지로 투입된다. 일본군에게 가족을 잃은 타일랜드인 야이(M.R.B. 차크라반두)가 이들을 돕는다. 짐꾼은 여자들이 담당하는데 모두 맨발이다. 그런데 무전기로 '열차와 다리를 동시에 파괴하라'는 새 지령을 받는 일행.

 

 이 무렵 '포로이지만 작업에 긍지를 갖는 건 군인의 필수'라며 다리 공사에 열성을 쏟고있는 니콜슨 중령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적군의 군사시설이라는 의식보다는 '서구의 효율성과 기술의 우위성'을 증명할 교량건설을 통해 자아만족의 희열을 느끼는 인간적 모순에 빠져든다.

 

 한편 특공대는 잠깐 휴식을 취하는 동안 뜻하지 않은 일본군의 출현으로 교전이 벌어져 워든 소령이 발목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목적지에 다다른다. 망원경으로 콰이 강의 다리를 살피는데 니콜슨 중령과 휴즈 소령이 현판을 걸고 있다. "이 다리는 영국군이 설계하고 완성한 것이다. 1943년 2월-5월"이라고 쓰여 있다.

 

 워든 소령이 임무를 부여한다. 여자들이 만든 뗏목에 어둠을 틈타 폭발물 등을 실어 쉬어즈, 조인스, 야이가 떠밀고 내려가 다리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전선은 조이스가 담당하되 하류쪽으로 물속 1m 깊이에 묻기로 하고, 이때 쉬어즈가 조이스를 엄호하도록 한다. 워든은 반대쪽에서 총괄 지휘를 하는 것으로 정한다.

 

 한편 완성된 다리 위를 걸으며 감회에 젖는 니콜슨 중령. 이때 사이토 소장이 걸어온다. 니콜슨은 "내일이 내가 군복무를 한지 28년이 되는 날이오. 평화와 전쟁의 28년!… 후회는 절대 없소. 그런데 때로는 시작보다 끝에 가깝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요. 그때 자신에게 질문하죠. 내 인생의 총 합이 뭔지, 내가 변화시킨 게 있는지 다른 이들의 경력과 비교하게 되지요. 이런 생각이 건전한 것인지는 모르겠소.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때때로 있소. 특히 오늘은…"

 

 이때 애지중지 하던 지휘봉을 강물에 빠뜨리는 니콜슨! 뭔가 전조(前兆)가 좋지 않아 "제기럴!"하고 나직이 내뱉고는 사이토에게 "저녁에 부하들의 오락이 있어 가봐야겠다."고 말하고 떠난다.

 

 장면은 요란하게 오락이 진행되는 무대. 마침 그 틈을 이용해 특공대가 잠입하여 계획대로 다리 밑 부분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도화선을 강가에 있는 작은 바위 안쪽까지 성공적으로 매설한다.

 

 오락이 끝나자 니콜슨이 치하의 연설을 한다. "나와 클립턴 군의관은 며칠 더 있다 가고 나머지는 내일 준공식을 못보고 떠나지만 이 황무지에서 패배를 승리로 이끈 여러분을 치하합니다." 그리고 영국 국가 'God Save the King'을 모두 합창한다.

 

 다음날 아침. 워든 소령 일행은 강물이 빠져 전선과 폭탄이 육안으로 다 보이는 광경에 경악하는데… 이때 사이토 소장이 다리 준공 테이프를 일본도로 커팅하고, 영국군이 '콰이 강의 행진곡'을 휘파람으로 불며 다리 위를 행진한다. (다음 호에 계속)

▲ 드디어 찜통감옥에서 풀려나오는 니콜슨 중령(알렉 기네스). 그의 투쟁이 결국 일본군 수용소장 사이토 대령을 이긴 것이다.


▲ 그린 대령(안드레 모렐·가운데)이 쉬어즈 소령(윌리엄 홀든·왼쪽)과 워든 소령(잭 호킨스)에게 콰이강 다리 폭파 특공대로 참여토록 지시한다.


▲ 일본군과의 교전으로 워든 소령이 발목에 부상을 입는다. 왼쪽부터 쉬어즈 소령(윌리엄 홀든), 야이(M.R.B. 차크라반두), 조이스 중위(조프리 혼), 워든 소령(잭 호킨스).


▲ 사이토 대령이 니콜슨 중령 지휘하의 영국군 포로들의 콰이강 다리 공사 현장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 망원경으로 콰이강의 다리를 살피는 워든 소령(잭 호킨스).


▲ 니콜슨 중령과 휴즈 소령이 현판을 걸고 있다. "이 다리는 영국군이 설계하고 완성한 것이다. 1943년 2월-5월".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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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5
WWII 배경 영화(IV)-'콰이 강의 다리'와 '죽음의 철도'(1)

 

 영화 '콰이 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는 아마 연세가 좀 드신 분들은 모르시는 분들이 없으리라. 특히 영국군 포로들이 휘파람으로 부른 '콰이강 행진곡'은 지금도 우리 귀에 그 여운이 남아 있다.

 

 '콰이 강의 다리'는 '혹성 탈출'(Planet of the Apes, 1963)의 원작자 피에르 불레(Pierre Boulle, 1912~1994)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원작 소설을 거장 데이비드 린(David Lean, 1908~1991) 감독이 연출한 전쟁 영화이다. [註: 각본은 마이클 윌슨(Michael Wilson, 1914~1978)이 썼지만 정작 오픈 크레디트에 그의 이름이 없다. 당시 매카시즘에 의한 헐리우드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었는데 '우정 어린 설복(1956)'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등의 오리지널 필름에서도 이름이 빠졌으나 1995년에 복원되었다. 그는 또 샌드파이퍼(1965), 혹성탈출(1968), Che!(1969)의 각본가로도 유명하다.]

 

 1957년 컬럼비아사 배급. 감독 데이비드 린. 출연 알렉 기네스, 윌리엄 홀든, 잭 호킨스, 하야카와 셋슈(早川雪洲, 1886~1973), 제임스 도널드. 러닝타임 161분.

 

 시기는 제2차 대전과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43년, 무대는 버마(지금의 미얀마) 국경 근처 태국 내에 설치된 영국군 포로수용소. 영국군이 '콰이강의 행진곡'을 부르며 질서정연하게 행군한다.

 

 포로수용소장은 일본군 사이토 대령(하야카와 셋슈). 그는 영어에 능통한 인텔리 장교로 포로들을 가혹하게 다루진 않는다. 한편 포로들의 대표인 영국군 니콜슨 중령(알렉 기네스)도 사이토 소장에게 깍듯이 경례를 붙이며 적절히 예의를 지킨다. [註: 대화에선 단순히 'Colonel'이라 불러서 우리말 자막도 '대령'이라 번역하지만 엄밀히는 'Lieutenant Colonel' 즉 '중령'이다. 또 해군 출신인 쉬어즈 소령도 단순히 'Commander'라고 부르고 있으나 실은 그 앞에 'Lieutenant'를 빼고 부르기 때문에 중령이 아니다. 이와 같이 한글자막이 모두 한 계급씩 올려 번역하고 있어 고칠 일이다.]

 

 어느 날, 수용소 부근에 있는 콰이강에 수송열차가 통과할 수 있는 다리를 단시일 내에 건설하라는 명령을 받은 사이토 소장은 장교를 포함한 모든 포로들을 공사에 동원하려고 한다. 소장이 포로들에게 연설한다.

 

 "항복한 순간부터 너희들은 더 이상 군인이 아니다. 장교들은 항복함으로써 너희들을 배신했으며 너희들의 수치는 장교들의 불명예"라며 "노역자로 사는 것이 영웅으로 죽는 것보다 낫다. 장교들이 너희들을 데리고 왔다. 그러므로 장교들도 노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이토.

 

 그러나 니콜슨 중령이 '장교는 노역에서 제외된다'는 제네바 협약 27조를 상기시키며 장교 포로들에겐 육체노동을 강요할 수 없다고 강변하자 그의 뺨을 때리는 사이토. 니콜슨은 "문명 세계의 법을 무시하겠다면 우리도 복종할 의무가 없다."며 일본군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영국군의 명령에 의해 장교를 제외한 병사들만 사역장으로 보낸다. 이래야 '노예'가 아닌 '군인'으로서의 사기를 높여주게 되기 때문이란다.

 

 트럭이 한 대 연병장으로 들어온다. 차 속에는 기관총이 장치돼 있다. 사이토가 셋을 셀 동안 결정하지 않으면 발포한다고 선언한다.

 

 병상 막사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던 포로 환자들 중 '포로는 군인이 아니라 살아있는 노예'라고 생각하는 미국 해군 소속 쉬어즈 소령(윌리엄 홀든)이 "저들은 한다면 진짜 한다"며 우려를 나타내자, 영국군 군의관 클립턴 대위(제임스 도널드)가 절체절명의 순간 뛰쳐나와 "무장 안 된 사람을 쏘는 것이 일본의 군사규약이냐?"고 따지니까 사이토는 겸연쩍은 듯 사무실로 돌아간다.

 

 이 처사에 항의하여 작열하는 뙤약볕에 정렬한 채 부동자세로 서 있는 장교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자 한 장교가 일사병으로 졸도한다. 이윽고 명령불복종죄로 장교들을 감옥에 처넣고, 니콜슨 중령만을 끌고 몽둥이를 들고 사이토 사무실로 데려가는 일본군들.

 

 해가 질 무렵 일을 끝내고 돌아온 포로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항의하자 니콜슨을 부축해 나온 일본군은 그를 양철지붕의 찜통 속에 가둔다. 이때 영국군들이 일제히 노래를 불러 그를 격려하는데 '유쾌하고 좋은 친구(For He's a Jolly Good Fellow)'라는 노래다. [註: 이 노래는 오늘날 결혼식, 생일 파티, 스포츠에서 승리했을 때 많이 부르는 익숙한 노래다. 원래 이 곡은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시기인 1709년 9월11일 벨기에와의 국경 근처인 프랑스 말플라케(Malplaquet)에서 일어난 영국-프러시아-오스트리아-네덜란드 연합군과 프랑스군과의 전투에서 불리한 전황을 만회하기 위해 영국군 지휘관인 말버러 공작이 죽었다는 헛소문에 유래한 프랑스 민요 "전장의 왕자 말버러(Malbrough s'en va-t-en guerr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후 마리 앙트와네트(1755~1793)가 하녀가 부르는 이 노래를 들은 후 유명하게 된 곡이라고 한다. 이 민요는 그 후 1813년 6월21일 스페인에서 일어났던 프랑스와 영국 간의 빅토리아 전투(Battle of Victoria)에서 나폴레옹의 형인 조셉 보나파르테(Joseph Banaparte, 1768~1844)를 물리친 웰링턴 공작인 아더 웰즐리(Arthur Wellesley, 1769~1852)의 승전을 축하하기 위해 베토벤이 작곡한 "Wellington's Victory, 작품91"의 바탕이 된 곡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에 삽입된 세계적인 곡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밤을 틈타 탈출을 시도하는 포로들. 그러나 영국군 제닝스 중위와 위버 하사는 사살되고 미국군 쉬어스 소령은 절벽 밑의 콰이강으로 떨어져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다.

 

 이 무렵 다리 건설에 동원된 포로들은 일본인 엔지니어인 미우라 중위(K. 가츠모토)의 감독하에서 일을 하지만 사보타지로 맞선다. (다음 호에 계속)

 


▲ '콰이 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1957)' 영화포스터


▲ 니콜슨 중령(알렉 기네스·맨앞)의 지휘하에 영국군 포로들이 '콰이강의 행진곡'을 부르며 질서정연하게 행군하고 있다.


▲ 콰이강의 다리 건설을 위해 장교를 포함한 모든 포로들을 공사에 동원하려고 연설하는 사이토 대령(하야카와 셋슈).


▲ 환자인 미 해군 쉬어즈 소령(윌리엄 홀든)이 "저들은 한다면 한다"며 기관총 발사를 준비하는 일본군 앞에 버티고 선 니콜슨 중령의 위기를 감지하는데…


▲ 일본군이 아닌 영국군의 명령에 의해 장교를 제외한 병사들을 사역장으로 보내는 니콜슨 중령(알렉 기네스). '노예'가 아닌 '군인'으로서의 사기를 심어주기 위해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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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8
WWII 배경 영화 (III)-조용하고 깊게 출항하라(4·끝)

 

(지난 호에 이어)

 이 영화의 원작은 실제 30년간 잠수함 사령관을 지냈던 에드워드 비치(Edward L. Beach Jr., 1918~2002)의 1955년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인데, 정작 비치는 "제작사는 단지 제목만 샀을 뿐이지 주제와 구성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사는 이 영화를 '백경(白鯨, Moby Dick·1956)'에 나오는 에이허브 선장(그레고리 펙)의 강박관념과 '바운티 호의 반란(Mutiny on the Bounty·1962)'에서 나타나는 라이벌 의식 및 갈등 등을 결합한 작품으로 프로모션을 했다고 해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실제 잠수함에 복무했던 퇴역자들에 의하면, 이 영화는 장면 하나하나가 정확하며 현대의 관객들에게 잠수함의 운용과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예컨대 어뢰 공격을 위해 함교에서 쌍안경으로 관찰하고, 사정 거리 및 방위 측정, 데이터 컴퓨터 활용 등이 사실 그대로 정확하다고 한다. 잠수할 때 '다이브! 다이브!'를 외치는 것, 부상(浮上) 시 함장이 선교에 부착된 목표측정기를 사용하여 지휘탑에서 공격수에게 방위와 거리를 지시하는 것, 비록 전투기 또는 함상 포격 등의 위험이 있지만, 잠수함의 속도와 디젤 엔진을 사용한 기동성의 이점을 이용하여 야간 선상 공격을 감행하고, SJ 레이더에 의한 정확한 거리와 방위를 계산하는 것 등이 그렇다. [註: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때 개발한 'SJ 레이더'는 잠수함이 부상했을 때 저공 비행하는 항공기를 비롯하여 방위 및 거리에 관한 아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S밴드(10cm) 광역 레이더로 당시 일본 해군의 극저역대 레이더에 비해 작전수행의 신축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로버트 와이즈(Robert Wise, 1914~2005) 감독은 이러한 잠수함 운영 및 어뢰 공격 등의 복잡한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캐스트들과 실제 잠수함에서 리허설을 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의 영화평론가 보슬리 크로더는 "제작사 HHL이 그 전에 만든 '베라 크루즈(1954)' '트래피즈(1956)' 등은 쓰레기"라며 "'조용하고 깊게…'는 바다와 '조용한 복무(silent service)'를 하는 사나이들을 깔끔하게 그린 전쟁 수작"이라고 평했다.

 

 '잠수함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분고해협에서 불명예스러운 격침 이후 복수를 다짐하는 노년의 함장과 함장이 되기만을 기다렸지만 갑작스런 새치기로 좌절감과 모멸감을 느끼게 된 아직은 젊은 부함장이 중심을 잡고 있는 '조용하고 깊게…'는 서로의 갈등이 증폭되는 와중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결국 아키카제에 승리하고 일본 잠수함을 격침시키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능력에 대한 인정을 하게 된다는 진짜 군인다운, 사나이다운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잠수함을 소재로 한 영화 중 얼핏 생각나는 대표적인 작품은 로버트 미첨, 쿠르트 위르겐스 주연의 '상과 하(The Enemy Below·1957)', 그리고 케리 그란트, 토니 커티스 주연의 '페티코트 대작전(Operation Petticoat·1959)'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조용하고 깊게…'는 정말 놓치기 아까운 역대급 작품이지 싶다.

 

 클라크 게이블(Clark Gable, 1901~1960)은 경제 대공황기인 1934년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로드 무비인 '어느 날 밤에 생긴 일(It Happened One Night)'에서 해고 당한 신문기자 역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3세기 동안 영화 주역을 도맡은 '헐리우드의 왕'으로 군림했다.

 

 그의 대표작을 꼽으면 '바운티호의 반란(1935)', '샌프란시스코(1936)', 그레이스 켈리와 공연한 '모감보(1953)' 등이 있다. 무엇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1939)'에서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의 상대역인 레트 버틀러 역으로 우리에게 깊이 각인된 미국 배우이다. 마릴린 먼로와 공연한 존 휴스턴 감독의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The Misfits·1961)'이 두 주연배우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이 영화에서 비중은 크지 않지만 루쏘 역으로 분장한 닉 크라바트(Nick Cravat, 1912~1994)는 버트 랭카스터보다 한 살 위로 20살 때 플로리다 케이 브라더즈 서커스단에서 만나 같이 곡예사로 활동했던 인연으로 평생을 친구로 지낸 사이이다. 1939년에 랭카스터는 손목에 부상을 당해 그만 두었지만 헐리우드에서 배우로 성공하자 그가 출연하는 영화에 닉을 기용해 9편 가량을 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작품이 '불꽃과 화살(The Flame and the Arrow·1950)' '진홍의 도적(The Crimson Pirate·1952)' 등이다.

 

 닉 크라바트는 서커스의 기예로 랭카스터와 함께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지만 항상 말이 없어 '벙어리'인 줄로 알았는데 '조용하고 깊게…'에서 비로소 그게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그는 뉴욕 맨해튼 출신으로 투박한 브루클린 엑센트 때문에 대사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버트 랭카스터와 닉 크라바트는 1994년 같은 해에 사망했다.

 

 음악감독은 프란츠 웩스만(Franz Waxman, 1906~1967)이 맡았다. 그는 빌리 와일더 감독, 윌리엄 홀든 주연의 '선셋 불러바드(Sunset Boulevard·1950)', 조지 스티븐스 감독, 몽고메리 클리프트,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젊은이의 양지(A Place in the Sun·1951)'를 통해 2년 연속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경력의 유대계 미국인.

 

 그 외에도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로렌스 올리비에 주연의 '레베카(Rebecca·1940)'와 제임스 스튜어트, 그레이스 켈리 주연의 '이창(裏窓, Rear Window·1954)', 마크 롭슨 감독의 '페이튼 플레이스(Peyton Place·1957)'와 '로스트 코맨드(1966)', 프레드 진네만 감독, 오드리 헵번 주연의 '파계(The Nun's Story·1959)' 그리고 율 브리너, 토니 커티스, 크리스티네 카우프만이 출연한 '대장 부리바(Taras Bulba·1962)' 등 150여 편의 영화 음악을 작곡하여 영화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작곡가이다. (끝)

 


▲ 격침 당한 화물선 우측으로 아키카제가 움직인다. 거리 1500m에서 어뢰 두 발을 쏴 격침에 성공하는 널카 잠수함.
 


▲ 일본 잠수함이 널카 잠수함 위로 지나간다. 일본 잠수함이 엔진을 멈추자 널카도 엔진을 끔으로써 음파탐지기에 잡히지 않는다.
 


▲ 일본 잠수함의 음파충돌 전술 때문에 엔진까지 끄자 잠수함은 점점 아래로 가라앉는다. 영화 제목 그대로 조용하고 깊게 운항하는데…
 


▲ 낮게 가라앉은 유인선 아래로 두 발의 어뢰를 발사하여 잠수함과 유인선을 동시에 격파하는 장면.
 


▲ 널카 잠수함 선상에서 리차드슨 함장의 장례식이 거행된다. 짐 블레드소 소령이 "… 이 바다가 그의 영혼에 새 생명을 줄 그 때를 기다립니다"고 추도사를 낭독하며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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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1
WWII 배경 영화(III)-'조용하고 깊게 출항하라'(3)

 

(지난 호에 이어)

 일본 전투기 편대가 위에서 선회한다. 이에 우측으로 전속력으로 출발하는 널카 잠수함. 아키카제가 방위 250으로 온다. 아군은 거리 4천 미터에서 어뢰 3, 4호를 준비한다. 드디어 전투기의 폭격이 시작되는데 잠수하지 않고 수면에서 어뢰를 발사한다. 그리고는 90m까지 최대한 빨리 잠수시키며 충돌경보를 작동한다.

 

 일본함에서 쏜 어뢰를 교묘하게 비켜간 아군은 구축함의 접근에 모두 긴장한다. 공격주파수를 바꾸고, 뭔가 물에 떨어져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자마자 여러 폭뢰가 잠수함 후미와 배 밑 등에서 폭발한다. 전방 어뢰실 해치가 터졌다는 보고 후 본부와의 교신이 안 된다. 전화선이 끊긴 모양이다.

 

 전방 어뢰실로 간 뮬러가 망가진 해치를 수리하려는데 또 폭뢰가 터지는 바람에 어뢰 고정장치가 풀려 제시를 비롯한 수병 3명이 깔려 죽는다. 뒤쫓아간 리치 함장이 충격에 넘어져 고정대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힌다.

 

 "이제 살아 남을 방법은 우리가 죽었다고 믿게 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기름, 담요, 장비 다 밖으로 올려보내라고 명령하는 짐. 게다가 전사한 대원들을 어뢰관으로 내보내라는 리치.

 

 이를 본 일본 구축함에서는 일본어로 웃고 떠들며 죽었다고 믿는 것 같다. 이윽고 켈렌이 프로펠러의 소리가 작아졌다고 보고한다. 해상으로 올라온 잠수함. 해치실을 점검하던 함장은 모두를 나가게 한 다음 쓰러진다.

 

 이를 본 뮬러가 그를 구출한다. 헨드릭스 군의관(H.M. 와이넌트)이 머리를 심하게 부딪힌 때문이라며 안정을 취하고 쉬지 않으면 영원히 기억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충고한다. 이에 "자네들만 이 사실을 알고 있게. 이건 명령이야!"라고 말하는 리치 함장. 그리고 뮬러에게 부함장을 불러오라고 지시한다.

 

 어뢰 발사 회로 수리에 24시간이 걸릴 것이고, 임시 무선 장비를 설치하고 레이더를 수리하는 데 또 24시간이 걸릴 거라고 말하는 리치. "그럼 이틀 뒤에 출발하죠"라고 짐이 말하자 "그럼 시간이 딱 좋지. 그 호위함들은 48시간마다 나오니까."라며 다시 분고 해협으로 돌아가겠다고 단호히 말하는 리치!

 

 이에 짐은 반대하지만… 카트라이트를 불러 진주만으로 돌아가기 전에 정비를 위해 이틀간 쉰다고 말하고 내가 지휘를 맡을 테니 당장 선원들을 작업시키라고 명령하는 짐. 이에 리치가 "처음 함장으로 지휘를 맡아 내린 명령이 후퇴군!"하고 저윽이 실망하는데….

 

 한편 식사를 하던 중에 라디오에서 앞에서 나온 '토쿄 장미'라며 널타 잠수함이 침몰됐다며 함장 및 부함장 그리고 다른 장교 및 병사들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조의를 표한다고 발표하는 게 아닌가. 이를 수상히 여긴 짐이 결국 루쏘가 버린 쓰레기 때문이었음을 발견한다.

 

 이에 처음으로 우위에 섰다고 판단한 짐은 실제로 분고 해협으로 돌아가기 위해 먼저 리치의 병상을 방문한다. 그런데 리치 함장은 이럴 줄 예견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는 짐. 훌륭하고 멋진 두 사나이!

 

 대리 함장으로서 새로운 항로 050 유지, 리치 함장이 했던 방식대로 어뢰 1, 2호를 발사하여 마지막 화물선을 공격, 폭파하고 좌측 10도, 항로 041 유지한다. 격침 당한 화물선 우측 089로 아키카제가 움직인다. 1,500m 지점에서 부분적으로만 잠수하라고 지시하는 짐.

 

 주 블래스트 탱크 화구 개방, 8m로 하강. 아키카제까지의 거리 2,400m, 어뢰 3호, 4호 준비. 거리 1,500m에서 발사. 그리고 15도 각도로 잠수 시작. 아키카제 격침 성공!

 

 그런데 아까도 들렸던 이상한 모르스 신호 같은 음파가 들린다. 병상에 누워있던 리치 함장이 무언가 깨달은 듯 벌떡 일어나 짐을 찾는다. 사실 1년 전 격침된 3대의 잠수함은 아키카제가 아닌 일본 잠수함의 '음파충돌 전술'에 의한 것이었음을 간파한 것이다. 그는 짐에게 긴급 잠수를 지시한다. 전속력으로 잠수하는 널카!

 

 일본 잠수함이 2발의 어뢰를 발사하지만 이를 비켜가는 널카. 이제 모든 기기들을 멈추고 수동 조종으로 전환하고 환기 장치 폐쇄한 후 필요없는 행동이나 말을 삼가고 조용히 운항한다. 드디어 일본 잠수함이 널카 잠수함 위로 지나간다. 일본 잠수함이 엔진을 멈추자 널카도 엔진을 끈다. 음파탐지기에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배는 점점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 영화의 제목 그대로 "조용하고 깊게 운항한다"!

 

 리치가 묻는다. 마지막 방위가 어디였냐고. 짐이 135라며 "깊이를 모르면 방위는 소용없습니다"라고 대답하자 "깊이를 알 수 없으니 저들을 부상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리치. "아직도 저 위엔 호위함이 있다"며 "아키카제가 침몰됐으니 잠수함은 저 배들을 지키러 떠올라야만 할 겁니다"라고 말하는 짐. "몇 대는 격침시켰지 않나?"라고 되묻는 리치.

 

 이에 "허락해 주시겠습니까?"하고 짐이 묻자 "자네가 함장이잖나?"고 되묻는 리치. 즉각 '부상 준비! 무성(無聲) 운전과 충돌 해제! 전속력으로!'라고 외치며 "부상 시 전방 어뢰 재장전"이라고 명령하는 짐….

 

 이제 짐과 리치 둘 다 콘트롤 타워에 나타나 "우측 70에 각도를 맞추고 방위를 낮춰라. 준비되면 발사 시작하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어뢰 2발이 적함을 격침시킨다.

 

 그때 방위 303경 레이더에 물체 출현했다는 보고가 들어온다. 일본 잠수함이다. 유인선 뒤에 숨어 방어하려고 한다. 우측으로 움직이자 항로 069로 전진하는 널카. 유인선이 낮게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그 아래로 쏘면 잠수함이 맞을 거라고 조언하는 리치. 이에 어뢰 5, 6호를 준비시키고 어뢰 깊이 5m에 맞추라고 명령하는 짐. 그러나 이제부터는 리치가 명령하라고 양보하는 짐.

 

 드디어 유인선과 잠수함을 격침시킨 후 콘트롤 타워에 있던 리치가 쓰러진다. 이때 일본전투기가 출현하자 급히 잠수하여 대피하는 널카.

 

 장면은 선상 위 장례식. "진주만을 떠난 지 38일째다. 그때와 또 지금 자네들의 심정이 어떤지 나는 안다. 하지만 여기 아무도, 이 배의 그 누구도 함장님이 없었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성경책을 펼쳐들고 읽는 짐 블레드소 소령.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가 아끼는 함장님이 오늘 여기를 떠나 그 시신을 이 바다로 보내오니 영생을 얻어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나게 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이 바다가 그의 영혼에 새 생명을 줄 그 때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영화는 끝난다.    (다음 호에 계속)
 

▲ 짐이 항로 280을 확인하니 그곳은 바로 '바다의 무덤'인 분고 해협이다. 거긴 가지 않겠다고 했던 함장에게 따지고 묻는 짐 블레드소(버트 랭카스터).


▲ 대원들이 짐에게 함장이 되어 명령하기를 바라지만 그는 이 배든 어느 배든 함장은 한 명이라며 모두 함장의 명령을 따르라고 냉정하게 지시한다.


▲ 일본 구축함에서 떨어뜨린 폭뢰가 널카 잠수함 후미와 배 밑 등에서 폭발한다. 이 바람에 전방 어뢰실 해치가 크게 손상된다.


▲ 바다 위에 떠오른 기름, 담요, 장비 등과 시신들을 보고 널카 잠수함이 격침됐다고 믿고 미소짓는 일본 구축함장.


▲ 식사 중 진주만으로 귀향한다는 소식에 설왕설래 하는 대원들. 이때 라디오에서 '도쿄 장미'가 널타 잠수함이 침몰됐다며 함장 및 부함장, 병사들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조의를 표한다고 발표한다. 이를 수상히 여긴 짐이 결국 루쏘가 버린 쓰레기 때문이었음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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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4
WWII 배경 영화(III)-'조용하고 깊게 출항하라'(Run Silent, Run Deep)(2)

 

(지난 호에 이어)

 레이더에 방위 330도, 거리 24km 전방에 이상 물체 하나 발견. 이제 2대가 나타났다. 330도 우측으로 돌리는 널카. 선두는 모모 구축함이고 그 뒤에는 대형 탱커선이 보인다. 구축함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탱커선을 공격한다고 명령하고 항로를 030 우측으로 돌리라고 명령하는 리치.

 

 어뢰 1호와 2호 발사구 개방. 배의 전방을 조준한다. 우현 70. 좌우측 어뢰 발사 준비. 이때 짐이 보고한다. "구축함이 사라졌습니다. 함장님. 탱커 거리 3,200m. 발사 준비 완료. 1호 발사 준비. 어뢰 발사 거리 2,500m" 드디어 좌우측 어뢰 전부 발사! 정확하게 명중한다.

 

 일본 구축함이 선수를 전방 각도 0지점, 방위 045지점으로 돌려 아군 잠수함 쪽으로 돌진해 온다. 컬렌 중사에게 음파탐지기로 계속 감시하고 잠시 후 잠수하도록 명령하는 리치. 그리고 "이제껏 훈련들에 의문을 가졌다면 지금 이게 바로 그 답이다. 이제 우리는 모모 구축함을 공격한다. 우측으로 15도, 항로 045 우측으로!"라고 지시하는 리치.

 

 "어뢰 3호, 4호 발사구 개방!" 짐이 "구축함까지 거리 2,000m, 방위 정지. 빠른 속도로 전면에 다가옵니다."고 보고한다. 리치가 명령한다. "거리 1,500m에서 바로 잠수. 15m에서 어뢰 2개 발사!"

 

 드디어 "선교 철수" 명령 후 잠수한다. 3, 4호 어뢰 발사. 명중! 32초만에 격침시킨 것이다.

 

그러나 "내일도 훈련은 변함없다."고 말하는 리치. 그 사이 벌써 부관 뮬러가 계기판 밑에 쪽지를 붙여놓았다. "일본 함대 사령관에게 - 1943년 7월31일 미 잠수함 널카 함장 리차드슨이 일본 구축함을 침몰시켰다. 그러고도 어뢰가 20개 남았다. - 크라우트 뮬러 씀"

 

 그때 라디오에서 "지금 여러분이 듣고 계시는 목소리는 '토쿄의 장미'. 저는 영어로 위대한 일본제국의 중심에서 여러분에게 당신들은 전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이번 달만 일본 제국이 적함을 16대 격침시킨 게 확인됐습니다."라는 방송이 나온다. [註: '토쿄 로즈(Tokyo Rose)'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주둔한 태평양 일대에서 영어로 선전 방송을 하던 일본쪽 여성 어나운서들을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군이 붙여준 이 애칭은 '토쿄의 장미'라는 달콤한 뜻과 달리 전쟁과 배신·누명 등의 추악한 음모들로 얼룩져 있다. 당시 20명이던 토쿄 로즈들은 유혹적인 목소리로 미군 병사의 탈영을 책동하고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한 선전 공작에 나섰다. 그러나 미군들은 이를 오락 프로그램쯤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토쿄 로즈들은 종전 후 전범(戰犯)으로 몰려 험난한 삶을 살아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이바 도구리(Iva Toguri D'Aquino, 1916~2006)였다. 그녀는 LA에서 태어나 UCLA 재학 중 부모가 졸업 선물로 준 일본여행 티켓이 그녀의 운명을 바꿔 놓고 말았다. 1941년 일본을 방문한 그녀는 당시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미·일 감정이 최악으로 치닫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생활이 어려워진 그녀는 생계 수단으로 '라디오 토쿄'의 여성 어나운서로 활동했다. 종전 후 4년이 지난 1949년 전범을 단죄하라는 미국 여론에 밀려 그녀는 '일본의 앞잡이'라는 죄명으로 미국 법정에서 7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복역 후 그녀는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20여 년을 싸웠다. 마침내 1977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특별 사면을 받고 미국 시민권을 회복한 그녀는 그 후 시카고에서 살다 2006년 90세로 타계했다.]

 

 부사관 콜러(조 머로스)가 짐에게 말한다. "구축함을 보도 듣도 못한 방법으로 공격하는 사람은 처음 봐요. 아까 그 거리는 우연이 아니라 미리 계산하고 그런 거리에서 공격한 것이지요. 이 모든 게 전부 다 그래요. 이건 무슨 실험 같다고요." 짐이 동의하면서 "내일 오전 7시면 분고 제7지역에 간다"고 말한다.

 

 방위 320 지점에 일본 호위함이 포착된다. 리치가 컬렌을 불러 호위함보다 먼저 가서 후방 어뢰실에 인원 배치하고 준비를 완료한 뒤 30m에서 격침시키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일단 멈추면 전투 배치를 해제한다고 말하고 항로 280 우측으로 카트라이트에게 조종을 맡기는 리치 함장.

 

 그러나 짐이 항로 280을 확인하니 그곳은 바로 '바다의 무덤'인 분고 해협이다. 거긴 가지 않겠다고 했던 함장에게 따지고 묻는 짐. "아키카제를 격침할 수 있는 곳은 거기 뿐"이라며 "내가 무슨 갑자기 이런 결정을 한 듯 말하지만 아냐!"라고 대답하는 리치.

 

 "어뢰를 아끼려고 일본 잠수함을 피해가고 배를 위험에 처하면서 발포를 했고 일본 호위함을 피하느라 우리 위치도 무선 연락을 취하지 못했다"며 "다 계획했던 거죠?"하고 따지는 짐. "자네는 함장이 군이익을 위해 명령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잖나? 이젠 진주만 본부도 우리 위치를 몰라!" 그러곤 분고 해협에 도착했음을 방송으로 알리는 함장.

 

 한편 이 소식을 들은 카트라이트, 콜러 등 병사들은 짐에게 함장이 되어 명령하기를 바라지만 그는 이 배든 어느 배든 함장은 한 명이라며 모두 함장의 명령을 따르라고 냉정하고 침착하게 지시하는데….

 

 드디어 방위 313, 거리 7천 미터에 일본 호위함이 출현한다. 물에 배가 얕게 잠겨 공격해도 소용없다며 어뢰 10발을 쏴도 아래로 그냥 가버릴 것이라고 말하는 리치 함장. 이윽고 호위함쪽으로 30노트로 이동하는 아키카제 구축함을 발견하는 함장. 목표물로 삼기에는 너무 빨리 움직인다. 짐에게 콘트롤 타워에 올라가서 좌현의 배들을 모두 추적하면 방위가 나올 거라고 말하는 리치.

 

 그리고 명령을 하달하는 리치. "첫째 화물선을 우선 공격한다. 아키카제가 다가오지 않으면 가장 근접한 화물선을 공격해서 아카카제가 우리쪽으로 오면 잠수한 다음 1,500m에서 모모 때처럼 어뢰 두 발을 쏜다. 기본 속도로 간다."

 

 모두 준비를 하는데 그때 24km 거리에서 비행기가 빠르게 다가온다. 그러나 리치 함장은 개의치 않고 계획대로 밀고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칼 벡맨(존 브라이언트)에게 화물선 오른쪽을 감시하도록 지시한다. '화물선 거리 2천 미터, 진로 70, 전륜 나침 우측 20, 추천 발사 경로 297'.

 

 이에 "항로 297로 간다"고 명하는 리치. 비행기가 10km 이내로 다가온다. 이에 어뢰 1, 2호 발사구 개방 대기 모드 중이다. 거리 1,800m에서 드디어 어뢰를 발사한다. 선미 어뢰를 준비하는 사이에 비행기가 1.6km까지 접근했다. 이에 항로 089로 이동한다. 두 개의 어뢰가 명중한다. (다음 호에 계속)

 

▲ 어뢰 포문을 여는데 42초가 걸린다는 보고에 느리다며 다시 부상, 잠수를 반복하는 널카 잠수함의 가상 훈련은 계속되는데…
 


▲ 어뢰 포문을 여는 시간이 37초까지 낮아지자 리치 함장(클라크 게이블)은 만족하지만 분고 해협에 도착할 때까지 33초까지 낮추라고 짐에게 명령한다.
 


▲ 루쏘(닉 크라바트)가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다가 전투 연습 명령이 떨어져 잠수를 시작하는 통에 죽을 뻔 하는 위기를 당한다. 리치 함장은 이 훈련에서 시간을 줄이기보다 대원 1명을 잃을 뻔했다고 부함장 짐에게 주의를 준다.
 


▲ 방위 330도, 거리 24km 전방에 일본 모모 구축함과 대형 탱커선이 보인다.
 


▲ 거리 1,500m에서 바로 잠수하면서 수심 15m에서 두 개의 어뢰 발사, 명중! 32초만에 모모 구축함을 격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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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7
WWII 배경 영화(III)-'조용하고 깊게 출항하라'(Run Silent, Run Deep)(1)

 

 제2차 세계대전 중 태평양에서 수행한 '잠수함 전쟁'으로 복수와 인내, 용기, 충성심과 명예 등의 주제가 전쟁 시기에 어떻게 시험되는 지를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1958년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사 배급 흑백영화. 감독은 '나는 살고 싶다(1958)'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 '사운드 오브 뮤직(1965)' 등으로 유명한 로버트 와이즈. 음악감독 프란츠 왁스만, 출연 클라크 게이블, 버트 랭카스터. 러닝타임 93분.

 

 오픈 크레디트가 나오기 전 설명이 나온다.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근해의 악명 높은 제7지역 분고 해협(Bungo Straits)에서 일본 구축함(destroyer)에 의해 3대의 미 해군 잠수함이 격침된다. 이 사실에 대해 당시 사령관이었던 P.J. '리치' 리차드슨은 복수를 결심하고 있다. [註: 분고 해협(豊後水道)은 일본 규슈(九州) 섬과 시코쿠(四國) 섬 사이의 해협으로 세토 내해(???海)와 필리핀 해를 잇는다. 가장 좁은 곳은 호요 해협(豊予海峽)으로 폭이 14 km이다.]

 

 '진주만 공습' 후 약 일 년이 지난 1942년. [註: 1941년 12월7일 일요일 아침, 항공모함 중심의 일본 해군 연합함대가 미국 태평양 함대 기지인 하와이 오아후 섬 진주만(Pearl Harbor)에 공습을 가한 사건. 이를 계기로 바로 그 다음날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다. 진주만 공습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에는 '지상에서 영혼으로(1953)' '도라! 도라! 도라!(1970)' '진주만(2001)' '미드웨이(2019)' 등이 있다.]

 

 P.J. '리치' 리차드슨 중령(클라크 게이블)의 행정부관인 '크라우트' 뮬러 중사(잭 워든)가 리치에게 3일 전에 잠수함이 또 침몰돼 모두 4대라며 2주 후에 널카(Nerka) 잠수함이 제7지역으로 출발하는데 함장이 부상을 당해 부함장이 지휘한다고 보고한다. 리치가 "그럴 능력이 있는 자인가?"고 묻자 "그렇습니다"고 대답하는 뮬러.

 

 1년간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 패전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해온 리치는 해군본부를 설득하여 참모총장이 해상 정찰 임무에서 돌아오면 자기를 새 잠수함 사령관으로 임명해 주기를 희망한다.

 

 장면은 잠수함 안. 널카 부함장 짐 블레드소 소령(버트 랭카스터)에게 대원들이 마련한 함장용 재킷을 루쏘(닉 크라바트)와 수측원(水測員) 중사인 컬렌(루디 본드)이 입혀주고 함장 승진 축하를 해주는데….

 

 그때 부상 당했던 함장이 와서 이번 정찰 임무는 제7지역을 잘 아는 리차드슨 중령에게 맡기기로 했다며 지금까지 아키카제 한 대한테 우리 잠수함 4대가 모두 분고 해협에서 당했는데 리차드슨은 아주 '설득력있는' 제안을 했다고 말한다. [註: 아키카제(秋風)는 미네카제(峯風) 이후 아홉 번째 구축함으로 미쓰비시(三菱) 나가사키(長崎) 조선소에서 1920년 6월7일 기공하여 1921년 4월1일 준공되었다. 제4구축대 함선이었으나 진주만 공습 이후 제34구축대에 편입, 1942년 5월부터 호위임무를 수행했고, 1943년 3월14일 미 잠수함 USS Triton을 공동격침하는 성과를 올렸다. 1944년 11월1일에는 무츠키급 유즈키와 함께 항모 준요, 경순양함 키소를 호위하다 11월3일 미국 가토급 잠수함 USS Pintado에게 어뢰를 맞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결국 자침(自沈)했다.]

 

 장면은 바뀌어 리차드슨의 집에 부함장 짐이 찾아와 '다른 부함장을 구해보라'고 청하며 "그건 제 특권이고 해군의 규칙이죠. 제 대원들은 모두 저를 함장으로 생각해 옷까지 만들어줬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자존심을 살리려는 건가, 대원들 보기 부끄러워 그러나? … 자네는 아무데도 못가!"라고 일축하는 리치.

 

 부인 로라(메리 라로슈)가 마실 것을 갖고 와서 권하지만 사절하고 가려는 짐에게 그녀는 "제 남편 좀 잘 돌봐 주세요"라고 부탁한다. [註: 이 영화에서 여성이 유일하게 등장하는 장면이다.]

 

 장면은 널카 잠수함 선상. 대원들은 모두 근무지에 관심이 쏠려 내기를 거는데 유독 신병 제시 워너(지미 베이츠)만이 자기 생일이 7일이라서 '7지역'에 모든 돈을 건다. 이때 새로 부임한 리차드슨 사령관이 방송을 통해 지시 사항을 전달한다.

 

 "첫째 적함을 침몰시킨다. 둘째 제7지역은 특정 항로로 간다. 셋째 제7지역의 분고해협 구역은 피하도록 한다. 넷째 어디서든 가능한 한 해안정보에 관한 사진을 찍는다. 대원들 중 3분의 1은 신병이라 궁금한 게 많을 줄 안다. 언제든 담당 장교에게 물어보도록. 집중해줘서 고맙다." 이 결과 제시가 내기돈을 몽땅 딴다.

 

 드디어 가상 훈련이 시작된다. 리치는 수심 15m로 잠수하자마자 어뢰를 쏴야하기 때문에 잠망경이 필요하다고 지시하는데, 항상 300m에서 쏘는 연습을 해왔던 짐을 비롯한 대원들은 의아해 한다. 어뢰 포문을 여는데 42초가 걸린다는 보고에 느리다며 다시 부상시키고 37초까지 낮추자 리치는 만족하지만 분고 해협에 도착할 때까지 33초까지 낮추라고 짐에게 명령하는데….

 

 레이더에 일본 전함으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하고 비상대응에 들어간다. 그러나 망원경으로 관찰하던 리치는 전투배치를 철수하고 혼자 관망한다. 그러자 짐이 "이 배는 일본 잠수함에게 등 돌리는 것을 싫어합니다."라고 불만스럽게 말한다.

 

 루쏘가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다가 전투 연습 명령이 떨어져 잠수를 시작하는 통에 죽을 뻔 하는 위기를 당한다. 루쏘가 해치를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다시 부상하는 잠수함. 짐이 밖으로 나가서 가까스로 루쏘를 구한다.

 

 쓰레기 퇴거 명령은 함장만이 할 수 있는데, 항상 말썽을 피는 제랄드 카트라이트 소위(브래드 덱스터)가 했던 것이다. "이 훈련에서 시간을 줄이기보다 대원 1명을 잃을 뻔했다"고 말하고 짐에게 주의를 주는 리치.

 

 짐은 "대원은 싸우려고 훈련을 받는데 함장님은 소심하게 일본 잠수함을 피하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고 항명한다. 이에 대원들에게 내일부터 훈련을 2배로 한다고 전하라는 리치. (다음 호에 계속)

 


▲ '조용하고 깊게 출항하라(Run Silent, Run Deep·1958)' 영화포스터

 


▲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근해의 악명 높은 제7지역 분고 해협(Bungo Straits)에서 일본 구축함에 의해 3대의 미 해군 잠수함이 격침된다. 이 사실에 대해 당시 사령관이었던 P.J. '리치' 리차드슨(클라크 게이블)은 복수를 결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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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0
WWII 배경 영화(II)-'대열차 작전'(The Train)(5·끝)

 

(지난 호에 이어)

 다음날 강제노역에 동원된 철도원들이 열차의 지붕 위 페인트를 지우고 있는 사이에 공습경보가 울린다. 그런데 'Douglas A-26 Invaders' 전투기들이 공습을 하지 않고 기차 위를 그냥 지나가는 것을 본 폰 발트하임 대령은 열차 지붕의 흰 페인트 때문임을 알아챈다. 그는 즉각 '독일로 가는 보증기차표'이므로 페인트를 지우지 말라고 다시 지시하는데….

 

 이제 수송열차를 홀로 막아서야 하는 바리쉬! 그는 철로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여 열차를 날려버리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을 저지할 목적으로 기관차 맨 앞에 인질들을 세워놓았기 때문에 열차를 폭파하지 못하고 대신 철로를 폭파하는 바리쉬. 어쩌면 귀중한 미술품을 위해서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었다고 보겠다.

 

 철로 복구 때문에 약 한 시간 정도 지연되는 사이에 4, 5마일 전방을 독일군들이 경계에 나선다. 다리를 절면서 언덕을 넘어 사력을 다해 그들보다 먼저 도착한 바리쉬는 철도보수 창고를 부숴 공구를 이용해 철로 고정나사를 다 풀어놓는다. 이 철로 해체 장면도 너무 디테일 하고 사실적이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초조 긴장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즈음 저만치 3명의 독일 정찰병이 다가오는 위기일발의 순간! 그러나 그들은 기차가 출발하는 경적소리를 듣고 탑승하는 바람에 위기를 모면하는 바리쉬.

 

 이제 혹시나 하여 시속 10마일로 서행하던 기차는 그만 고정장치가 풀린 지점에서 또 탈선을 하고만다.

 

 발트하임 대령은 헤렌 소령에게 모든 탑승인원을 동원하여 열차를 후진시켜 궤도 위에 올리라고 명령하지만 크레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헤렌 소령. "불가능이란 없어! 하란 말이야!"라고 호통치지만 통하지 않는다. 명령만으로 복구가 될 수 없는 난처한 상황. 대령과 소령의 얼굴에 긴장의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때 마침 도로에 트럭 행렬이 지나가자 행렬을 정지시키고는 그림화물을 열차에서 내리라고 명령하는 대령. '꿩 잡는 게 매'라고 트럭으로 운송하려는 속셈. 그러나 인솔 책임자인 소령이 나타나 "이제 전쟁은 끝났다."며 모두 트럭에 도로 타라고 명령하는 게 아닌가.

 

 명령 불복종이라며 총을 빼려는 발트하임 대령을 저지하는 헤렌 소령. "우리는 전쟁에 졌어요. 희망이 없어요. 저 사람들 보세요. 패퇴한 군대!"라고 말하자 "졌다, 졌다고?"라며 믿기지 않는 듯 넋이 나가는 대령.

 

 트럭 인솔 소령이 트럭에 타겠냐고 제안하자 헤렌 소령은 50명의 열차 병사들에게 상자를 두고 모두 트럭에 타라고 명령한다. 그런데 "발사!"라는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기관총으로 프랑스 인질들을 모두 사살하는 게 아닌가!

 

 헤렌 소령이 탄 지프차를 세워 폰 발트하임 대령에게 탈 것을 권유하지만 "자넨 훌륭한 장교야. 잠시 후에 따라가겠어. 다른 차가 있을거야."라고 말하고 홀로 남는 대령. [註: 여기서 열차 엔지니어 헤렌 소령 역의 볼프강 프라이스(Wolfgang Preiss, 1910~2002)의 연기가 훌륭하고 용감하다. 그는 독일 뉘른베르크 출신으로 92세에 타계했다.]

 

 이 무렵 라비쉬가 열차에 접근하여 아직도 켜져있는 기관차의 엔진을 끈다. 반대쪽 언덕에 죽어있는 동료들의 시체를 발견하는 라비쉬. 이때 나타난 폰 발트하임 대령이 라비쉬에게 일장연설을 한다. "미술품은 나 같이 아름다움이란 가치를 아는 사람의 것이지, 자네같이 무식한 놈에게는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며 "자넨 무슨 일을 왜 했는지 이유를 말 할 수도 없을 거야."라고 비꼰다. [註: 여기서 폰 발트하임 대령이 미술품을 자기 소유로 만들기 위해서였는지 정말 국가에 바치기 위해서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대령의 말이 끝나자 처참하게 학살된 동료들의 시체를 본 라비쉬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발트하임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한다.

 

 다리에 피가 나 옷에 엉겨붙은 장면이 클로스업 되고, 열차 옆에 나뒹구는 그림 상자들 그리고 죽은 동료들의 시체를 넘어 절뚝거리며 길을 따라 걸어가는 라비쉬를 카메라가 트랙백 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사람 목숨의 가치를 예술·문화의 가치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사람들은 때론 개인에게 중요하지도 않은 이유나 목적을 위해 목숨을 거는 아이러니가 얼마나 많은가? 이는 애국심과 전쟁에 대한 알레고리가 숨어있는 대목으로 볼 수 있겠다. 하여 '열차의 전쟁(battle of the rails)'을 통해 프랑스인들은 세기의 유산이며 프랑스의 자랑이자 영광인 미술품을 지켜냈던 것이다.

 

 폭 넓은 연기와 장르를 소화해내는 명배우 버트 랭카스터(Burt Lancaster, 1913~1994)와 '사계절의 사나이(1966)'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국 명배우 폴 스코필드(Paul Scofield, 1922~2008)의 연기 대결이 팽팽한 긴장과 스릴을 고조시킨다.

 

 여기에 짧지만 잔느 모로(Jeanne Moreau, 1928~2017)의 출연이 멜로드라마적 요소를 가미시켜 더 할 수 없는 수작으로 만들었지 싶다. 모로는 '현금에 손대지 마라(1954)'에서 리톤(르네 다리)과 안젤로(리노 벤추라) 사이를 오가는 조이 역으로 기억되는 프랑스 배우이다. 특히 '연인들(Les Amants·1958)'의 주인공으로 스타덤에 올랐으며 2017년 99세로 타계했다.

 

 이 작품은 원래 아서 펜 감독이 맡았으나 액션에 치중해야 한다는 제작자 버트 랭카스터의 요청으로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으로 교체됨으로서 제작비가 당초보다 배로 들었다. 하지만 흑백영화의 장점인 사실적 묘사와 트릭이나 스턴트맨 없이 랭카스터의 리얼하고 세세한 직접 연기에 힘입어 대히트를 쳤고, 그 전 해인 1963년 '들고양이(The Leopard)'의 실패를 만회했다.

 

 원래 프랑스 영화의 불문율로 프랑스 감독의 이름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럴 경우 세법상 문제가 있어 타이틀을 아예 '프랑켄하이머의 대열차작전(John Frankenheimer's The Train'으로 붙이고, 대신 페라리 자동차를 선물하는 것으로 타협했다는 후문이다. (끝)

 

▲ 전투기들이 공습을 하지 않고 기차 위를 그냥 지나가는 것을 본 폰 발트하임 대령(폴 스코필드)은 열차 지붕의 흰 페인트 때문임을 알아채고 즉각 페인트를 지우지 말라고 지시한다.
 


▲ 기관차 맨 앞에 인질들을 세워놓았기 때문에 열차를 폭파하지 못하고 대신 철로를 폭파하는 폴 바리쉬(버트 랭카스터). 이게 전화위복이 되었다.
 


▲ 인질들 때문에 열차 폭파가 어렵자 철도보수 창고를 부숴 공구를 이용해 철로 고정장치를 모두 풀어놓는 라비쉬.
 


▲ 저만치 3명의 독일 정찰병이 철로고정장치를 풀어놓은 곳으로 접근하는 위기일발의 순간! 그 뒤로 출발한 열차가 경적을 울리며 오는데…
 


▲ 도로에 퇴각하는 독일군 트럭 행렬이 지나가자 행렬을 정지시키고 열차의 그림화물을 싣고 가려고 하지만.
 


▲ 헤렌 소령(볼프강 프라이스)이 탄 지프차를 세워 폰 발트하임 대령에게 탈 것을 권유하지만 대령은 "자넨 훌륭한 장교"라고 치하하고 홀로 남는다.
 


▲ 미술품 상자들이 널려있고 기관총을 든 바리쉬의 뒷편 언덕에 집단 총살 당한 동료들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는데, 폰 발트하임 대령의 일장연설이 이어진다.
 


▲ 대령의 말이 끝나자 학살된 동료들 시체를 본 후 말없이 발트하임을 향해 드디어 기관총을 난사하는 바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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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3
WWII 배경 영화(II)-'대열차 작전'(The Train)(4)

 

(지난 호에 이어)

 리브레인 역장 자크(자크 마랭)의 도움으로 미술품 수송열차는 독일군 모르게 선로를 바꾸거나 열차역의 간판을 바꾸어 가며 마치 동쪽 독일로 향하는 것처럼 독일군을 속이는 작전이 기발하다. 몽미라일, 샬롱, 메네훌트, 베르됭, 메츠를 거쳐 드디어 세인트아폴트 역에 다다르는데….

 

 슈미트 대위가 전화 보고를 하러 간 사이에 두 명의 독일 감시병 중 한 명이 움직이려는 바리쉬를 가로막으면서 말한다. "자크에게 치즈는 기차에 있다고 전해. 피에르와 라울 것도 준비하라." 그것은 바로 리브레인 역장 자크가 독일 감시병의 눈을 속여 친구에게 전화하는 체 하며 쓰던 레지스탕스의 암호였다. 독일 감시병은 바로 레지스탕스 요원들이었다.

 

 슈바르츠 상사가 두 독일 감시병에게 독일어로 "여기는 무엇이 좋냐?"고 묻지만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레지스탕스는 고개를 가로젓기만 하는데, 이때 슈미트 대위가 출발을 알리는 바람에 별탈없이 통과한다.

 

 카메라가 역장이 들고있는 랜턴을 클로스업 하는데 꼬메시(Commercy) 역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그러니까 열차는 돌고 돌아 결국 파리로 되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다음 역은 츠바이브뤼켄(Zweibrucken, 실제는 Vitry 역이다). 슈바르츠 상사는 총을 세워놓고 담배 한모금 빨고, 슈미트 대위는 고향 독일에 왔다며 안심한 듯 군복 상의 단추까지 풀어놓는다.

 

 한편 리브레인 역장 자크는 이즈음 기관사에게 연락하여 고의적으로 열차 탈선 사고를 내게 한다. 독일병들이 사이드카로 달려오자 둘은 서로 잘잘못을 따지며 싸움을 벌이는 쇼를 연출한다. 이때 페스케가 이중 사고 지점으로 기관차를 몰아 삼중 추돌 사고를 만들고는 도망치다 총을 맞고 죽는다.

 

 이제 수송열차는 리브레인 역으로 들어선다. 5분 뒤면 베어 역에 도착할 터이다. 마지막 작전에 들어갈 시점이다. 디동과 라비쉬는 서로 행운을 빌며 살아 남는다면 강 건너 농가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운전대를 디동에게 맡기고 화로에 석탄을 퍼붓던 라비쉬는 부삽으로 슈바르츠 상사를 강타한 후 열차 밖으로 던져버린다.

 

 드디어 디동이 기관차와 화물칸을 분리시키고 이제 기관차만 달랑 달리는데…. 기관차에서 디동이 먼저 뛰어내려 도망치고, 기관차를 최대 속력으로 세팅한 다음에 탈출한 라비쉬는 다리를 건너다 화물칸 지붕 위에 있던 독일병의 사격을 받고 허벅지에 총상을 입는다. [註: 이 장면은 실제 버트 랭카스터가 촬영 중 입은 무릎 부상으로 잘 걸을 수 없었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다시 고쳐 쓴 결과라고 하는데, 오히려 더 재미있게 연출되었다.]

 

 한편 삼중 추돌 사고가 난 리브레인 역에 기관차 없이 관성으로 달려온 미술품 열차가 충돌한다. 잠옷바람으로 현장에 도착한 폰 발트하임 대령은 이제 기차보다는 "라비쉬를 잡으라!"고 고래고래 고함치는데…. 이윽고 리브레인 역장 자크와 추돌 사고를 낸 기관사가 총살 당한다.

 

 이 지연 작전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숨보다 조국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것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 프랑스 철도원(레지스탕스)들은 실제로 이렇게 많은 희생을 치렀던 것이다.

 

 부상을 당한 라비쉬는 담장을 넘어 크리스틴(잔느 모로)의 집으로 도망쳐 들어가는데, 그녀는 그를 지하실 포도주 저장고에 숨긴다. 이때 독일병들이 들이닥쳐 어제 묵고간 라비쉬를 봤느냐고 심문하지만, "라비쉬도, 샤를 드 골 장군도 매일 들른다."며 천연덕스럽게 따돌리는 크리스틴.

 

 라비쉬에게서 그 동안의 전말을 전해 들은 크리스틴은 "자크와 그의 부인 헬렌은 잘 아는 사이"라며 "남자들은 영웅이 되려 하지만 여자들은 울고…"라고 말하다, 이제 밖으로 나가려는 그를 말린다. "빵을 안 먹고 버리는 것도 죄"라며 그동안 식사를 하면서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크리스틴. 그녀를 살포시 포옹하는 라비쉬. 여기서 멜로드라마적 요소를 가미시켜 재미를 더한 수작으로 만든다.

 

 약속한 대로 어느 농가에서 디동과 극적으로 만난 라비쉬. 거기서 다시 한 번 레지스탕스의 총리더인 스피네와 죽은 역장 자크의 조카 로버트(크리스티앙 푸인)도 함께 만난다. 스피네는 내일 낮에 연합군의 공습이 있다며 미술품 화물 3칸의 지붕 위에 흰 페인트를 칠해 놓으면 그것을 피해 공격한다는 정보를 알리고, 덧붙여 '런던'은 그림이 절대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기차를 막으려고 온갖 짓을 다해 왔는데 연합군이 저쪽에서 오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죽어가는 사람들은?… 엿먹으라고 해요! 이젠 기차에 페인트 표시를 하라고요? 처음 얘기했던 것처럼 날려버리겠어요." 뚜껑이 열린 라비쉬에게 디동이 조용히 말한다. "날려버리면 더 안 되지. 구할 수만 있다면 구해야지. 빠빠 불, 페스케 그리고 다른 사람들… 그들은 구하려고 했어." "그래서 다 죽어버렸잖아. 그리고 그들은 모르잖아!"

 

 디동은 전쟁나기 전부터 기차에 페인트 칠을 해보려 했다며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는데, 이를 쭉 듣던 로버트가 자기도 돕겠다며 몽미라유에 있는 자크 삼촌의 친구이며 철도원인 분이 도울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이에 로버트에게 페인트와 사람을 구해 해뜨기 1시간 전까지 꼭 돌아오라고 지시하는 라비쉬. 디동이 "아무도 다치지 않을 거야."라고 격려하자 "그렇겠지. 죽겠지!"라고 대꾸하는 라비쉬.

 

 동 트기 전 독일병에게 급식을 마친 로버트가 지붕 위로 올라가 전기선을 연결해 경보 사이렌이 울리도록 만든다. 그 사이에 사다리와 페인트 통과 붓을 들고 라비쉬, 디동, 로버트 등 일행이 열차 위에 올라가 흰 페인트를 칠한다.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자 로버트가 경보 사이렌을 끄려고 다시 지붕 위로 올라가는데 급한 나머지 잘못 밟아 기왓장 한 장이 하필이면 폰 발트하임 대령 발 옆에 떨어진다.

 

 이를 수상히 여긴 대령이 지붕 위에 사람을 발견하고 필처(아서 브라우스) 등에게 사격을 명령하여 결국 로버트는 사살된다.

 

 한편 총소리를 들은 바리쉬는 독인군들에게 총을 쏘며 다들 철수를 명령하는데… 이때 사닥다리로 내려가려던 디동이 열차 위에 버려둔 페인트 통을 보고 다시 올라가서 미완성 부분에 마저 페인트칠을 하고 내려오려는 찰나 총을 맞고 절명한다. (다음 호에 계속)

 

▲ 세인트아폴트(St. Avold)를 지나 독일 츠바이브뤼켄(Zweibrucken, 실제는 Vitry역)으로 들어오자 고향에 왔다며 긴장을 푸는 슈미트 대위(장 부쇼).
 


▲ 라비쉬는 부삽으로 슈바르츠 상사를 강타한 후 열차 밖으로 던져버린다. 디동이 기관차와 화물칸을 분리시킨 후 기관차는 혼자 달리는데….
 


▲ 삼중 추돌 사고가 난 리브레인 역에 기관차 없이 관성으로 달려온 미술품 열차가 또 충돌하여 아수라장이 되는데….
 


▲ 잠옷바람으로 현장에 도착한 폰 발트하임 대령은 이제 기차보다는 "라비쉬를 잡으라!"고 고래고래 고함치는데…. 이윽고 리브레인 역장 자크와 충돌 사고를 낸 기관사가 총살 당한다.
 


▲ "빵을 안 먹고 버리는 것도 죄"라며 그동안 식사를 하면서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크리스틴(잔느 모로). 그녀를 살포시 포옹하는 라비쉬(버트 랭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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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6
WWII 배경 영화(II)-'대열차 작전'(The Train)(3)

 

(지난 호에 이어)

 이 영화가 재미있는 것은 기존의 전쟁 영화가 독일군에 대한 습격이나 폭파 작전 같은 것으로 전개되는 것과는 달리,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귀중한 문화재가 적군이 탑승한 열차 안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열차를 파손시키지 않고 어떻게든 파리 해방을 위한 연합군의 입성 때까지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는 점에 있다.

 

 '설국열차'는 아니지만 수동으로 작동하는 열차 운행 시스템과 향수 어린 증기기관차를 보는 재미가 솔솔할 뿐만 아니라 흥미진진 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력과 스릴이 있다.

 

 한편 무장 기관차가 대공포를 실은 열차와 연결하기 위해 들어오는데, 한 무리의 독일병이 기차 옆을 통과할 때 증기를 내뿜는 바람에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는 일이 벌어지면서 기차는 멈춘다. 독일병이 철도원이 고의적으로 그랬다며 시비가 벌어지자 엔지니어인 헤렌 소령(볼프강 프라이스)이 나타난다. [註: 여기 등장하는 무장기관차는 '닥터 지바고(1965)'에서 스트렐니코프(톰 코티네이)의 중무장 열차를 연상시킨다. 제1, 2차 세계대전 때 실제 사용했던 열차의 완벽한 복사품으로, 주 목적은 트럭이나 탱크가 진입할 수 없는 폭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멀리 통제 타워에서 이 광경을 본 디트리히 대위(하워드 보논)가 황급히 물고있던 담배 파이프를 의자 위에 던져 놓고 바리쉬의 망원경을 빼앗아 보는 사이에 바리쉬는 잽싸게 레일교체 철도원에게 눈으로 지시하는데….

 

 다행히 아무 일 없이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다시 무장 기관차가 움직인다. 바리쉬는 철로 연결선 번호를 선로담당원에게 지시한다. "5번 당겨, … 8번 당겨." 그런데 "10번 당겨!"라고 지시하는데 수동 레버가 말을 듣지 않는다. 그 사이에 무장 기관차는 엉뚱한 철로로 들어가고 이를 본 독일병들이 세우라고 고함을 지른다.

 

 라비쉬가 직접 레버를 당겨보지만 말을 듣지 않기는 마찬가지. 디트리히 대위는 고의로 장난친다며 다그치는데, 드디어 레버 밑에 끼어있는 그의 부서진 파이프를 발견하고 이를 보여주는 라비쉬. 속으로 '이건 아닌데!'라고 중얼거리지만 할 말이 없는 디트리히 대위.

 

 이때 헤렌 소령이 디트리히 대위에게 전화를 걸어 '바보 멍청이'라고 호되게 족치는데… 이렇게 기차를 지연시키는 동안 10시 정각이 되는 순간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린다. 연합군의 예정된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모두들 방공호로 대피하는데 라비쉬는 빠빠 불의 기차가 돌진해 오는 것을 보고 흰 깃발을 흔들며 정지 신호를 보내지만 이를 무시하고 전진하는 빠빠 불. 사다리를 (곡예단 출신답게) 단숨에 내려온 라비쉬가 달리는 열차에 올라타 길이 막혔으니 멈추라고 명령하지만 오히려 길을 열어달라며 그를 발로 차 떨어뜨리는 빠빠 불. 라비쉬는 수동 레버를 당겨 그의 길을 열어주는데, 공습으로 무장기관차, 대공포 열차는 물론 타워통제실도 산산조각이 난다.

 

 포화를 뚫고 전속력으로 달린 빠빠 불의 기관차가 리브레인(Rive-Reine) 역에 멈춘다. 슈미트 대위가 달려와 무슨 일이냐고 하자 오일관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는 빠빠 불. 대위가 전화를 걸려고 역사로 간 사이 펄펄 끓는 오일관의 뚜껑을 열어 그 속에 든 프랑스 동전을 끄집어내 만지작거리며 혼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빠빠 불!

 

 수리를 하기 위해 베어 역에 도착한 기관차는 폰 발트하임 대령의 명령으로 베어 역 담당인 헤렌 소령에 의해 조차장에서 최우선적으로 정비를 받는다. 눈치 빠르게 라비쉬가 빠빠 불에게 크레인 기관차를 가져오라고 보내고는 공구를 챙겨 직접 손을 보겠다고 나서지만 이를 제지하는 헤렌 소령.

 

 그리고 불을 불러 세운 후 그에게 직접 오일관을 열어보라고 명령한다. 이때 폰 발트하임이 못 기다리겠다는 듯 "나중에 책임을 따져도 되잖아, 당장…"하고 말하려는데 잠시면 된다고 대꾸하는 헤렌.

 

 불이 당황한 표정으로 뚜껑을 열어 건네주자 "주머니에 든 것을 다 끄집어 내!"라고 명령하는 헤렌. 오일이 묻어있는 동전을 발견한 헤렌 소령은 이 동전으로 오일 공급을 막아 사보타지를 했다고 결론 짓는데, 순간 얼굴에 기름범벅이 된 바리쉬와 땀범벅이 된 늙은 베테랑 기관사 불의 시선이 서로 마주친다.

 

 바리쉬가 헤렌 소령에게 "별것 아닙니다. 제가 밤새 엔진을 고쳐 놓을게요."하고 말하지만 그는 불을 체포한다. 바리쉬가 폰 발트하임 대령에게 달려가 호소한다. "기차를 잠시 지연시켰지만 목숨 걸고 폭격 속을 벗어나 구해냈잖아요. 늙은이라 무슨 일을 했는지도 잘 몰라요. 단지 미련한 노인일 뿐입니다. 내가 당신 기차를 몰겠어요."라고 말하는데 빠빠 불이 나서 "그의 기차라고? 이건 내 기차야! 내가 한 일은 내가 알아, 알겠어? 그를 돕겠다고? 정말 좋게 보았는데 저들보다 나을 게 없군!"이라며 독일군을 향해 "개새끼!"라며 침을 퉤 뱉는 불. 차라리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자격지심(自激之心)에 화를 자초하는데….

 

 말없이 데려가라는 제스처를 보내는 발트하임 대령. 벽에 빠빠 불을 세우고 기관총을 든 병사들이 둘러싼다. 바리쉬가 대령에게 달려와 또 호소한다. "대령님, 늙은이 한 명 죽여서 뭘 얻겠다는 겁니까? 그가 한 것은 아무 관계가 없어요. 기차는 달릴 겁니다. 권한이 있잖아요. 말려 (주세요)."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발사!'라는 명령과 동시에 기관총 소리가 나고 빠빠 불이 쓰러진다.

 

 발트하임 대령이 바리쉬에게 "당신이 직접 내 기차를 맡도록 해. 책임을 져."라며 (독일국경 근처의 역인) 세인트 아폴트(St. Avold) 역까지 운행할 것을 명령하고 사라진다. 철도직원들이 모두 흐느낀다. 그때까지도 이 작전에 회의적이던 바리쉬는 빠빠 불의 죽음으로 비로소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다.

 

 밤을 새워 직접 쇳물을 부어 열차의 차축을 연결하는 크랭크 샤프트를 주조하면서 철도원들을 독려하여 빠빠 불의 기관차를 정비하는 라비쉬.

 

 이튿날 낮에 드디어 기차는 독일로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이 시점부터 열차를 지연시키는 작전과 저항이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긴박감있게 진행된다.

 

 그러나 연합군 '스핏파이어(Spitfire)' 전투기의 공격을 받는 열차. 라비쉬는 전속력으로 달려 터널 안에 겨우 열차를 숨겨 위기를 모면하는데…. 이를 의심한 폰 발트하임 대령은 독일병 슈바르츠 상사(도널드 오브라이언)를 기관차에 탑승시켜 라비쉬와 디동을 감시토록 하고 이젠 밤을 이용해 달린다. (다음 호에 계속)

 

▲ 통제실에서 망원경으로 무장 기관차가 이동하는 것을 보던 라비쉬는 감시관 디트리히 대위의 담배파이프를 이용해 교묘하게 열차 운행을 지연시킨다.
 


▲ 선로변경 레버 밑에 끼여 깨어진 담배파이프를 디트리히 대위에게 보여주는 라비쉬와 조수 철도원.
 


▲ 10시 정각 연합군의 공격이 시작된다. 모두들 방공호로 대피하는데 라비쉬는 빠빠 불의 기차가 돌진해 오는 것을 보고 흰 깃발을 흔들며 정지 신호를 보내지만 이를 무시하고 전진한다.
 

▲ 연합군의 공습에 무장기관차, 대공포열차 등이 산산조각이 난다.
 


▲ 연합군 공습으로 베어 역의 통제타워가 휴지조각처럼 날아간다.
 


▲ 라비쉬가 빠빠 불을 따돌리고 자기가 손을 보겠다고 나서지만 헤렌 소령(볼프강 프라이스)은 불을 불러 직접 오일관을 열어보라고 명령한다.
 


▲ 라비쉬(버트 랭카스터)가 폰 발트하임 대령(폴 스코필드)을 설득하지만 빠빠 불(미셸 시몽)은 끝내 총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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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0
WWII 배경 영화(II)-'대열차 작전'(The Train)(2)

 

(지난 호에 이어)

 대령은 오늘 오후 3시 반까지 자기 기차를 준비하라고 라비쉬에게 명령한다. 그러나 파리에서의 퇴각 목적 외의 모든 열차 운행 계획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안 폰 발트하임 대령은 야전군 총사령부로 가서 폰 루비츠 장군(리하르트 뮌히)에게 자기 열차의 배정을 강력히 요청하는데….

 

 장군은 중요한 전쟁 물자 수송에도 모자라는 판에 그림 같은 쓰레기를 운반할 열차는 줄 수 없다고 말한다. 대화 중간 중간에 상황보고가 수시로 들어오는데 한결같이 연합군에게 패배하여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는 급박한 소식이었다.

 

 폰 발트하임 대령이 설득한다. "돈은 무기입니다. 그 기차의 목록은 금과 교환되는 것들이죠. 그보다 더한 가치도 있지요. 저는 베를린이 제3국과 손잡기를 원한다고 봅니다. 10개 연대를 만들기에 돈은 충분한가요?" 이윽고 장군은 "만일 전선의 상황이 더 나빠지면 취소할 것을 경고한다."는 조건으로 열차 배정을 허락한다.

 

 폴 라비쉬가 퇴각 준비를 하는 독일군을 비집고 걸어서 기차역을 지나 동료 철도원이자 레지스탕스 요원인 디동(알베르 레미)과 페스케(샤를 밀로)가 있는 운하 보트로 간다. 거기에는 죄드폼 박물관의 큐레이터인 빌라르 양과 레지스탕스 리더인 스피네(폴 보니파스)가 와 있다.

 

 그녀는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라며 호소한다. "그림들은 프랑스의 것입니다. 단지 돈으로서가 아닙니다. …여기 그림 목록이 있습니다. 최고의 작품들만 엄선한 것이지요. 그것은 국가의 유산입니다. 그 그림들은 절대 손상을 입어선 안 돼요. 다시 만들 수 있는 게 아녜요. 기차를 막을 수는 없을까요?"

 

 스피네가 말한다. "최근 정보에 의하면 연합군이 1주일 내에, 어쩌면 3, 4일 내에 파리로 들어올 걸세. 폰 발트하임이 기차로 떠나려 해. 기차를 지연시키거나 연기할 수 있겠나?" 바리쉬는 "폭탄을 장치해서 날려버릴 순 있어요. 몇 명이 죽을 겁니다. 그러나 당신에겐 가치가 있겠죠. 그림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옆에 있던 디동이 "날려버리면 안 된다고 하잖아?"하고 거든다. 스피네가 "'런던'도 그 그림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우린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해. 그들은 두고 가지 않아." [註: 여기서 '런던'은 1944~1946년 사이에 영국 런던에 있던 프랑스 임시 정부(Free French government)를 가리킨다.]

 

 바리쉬가 되묻는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해? …오늘 아침에 4명이었는데 지금은 3명이 남았소. 처음에는 18명이었소. 아가씨, 우리는 그림처럼 만들어지지 않아요. 어떤 일을 위해선 위험을 감수하지만 그림을 위해서 헛되이 목숨을 버릴 순 없소."

 

 빌라 양이 "헛된 것이 아녜요. 미안해요. 부탁하기 힘든 것 알아요. 그러나 그 그림들은 프랑스 것입니다. 독일은 가져가려고 합니다. 우리 땅을 짓밟았고, 음식을 빼앗고 우리들 집에서 살았죠. 그리고 이젠 우리 예술품을 빼앗아 가려고 합니다. 이 보물, 프랑스에서 태어난 인류의 아름다운 그림… 우리의 자랑스러운 아름다움, 우리의 믿음, 믿음을 지켜야 합니다. 안 그래요? 모두를 위해 창조하고 지키는 것이 우리의 자랑이죠. 그것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어요."

 

 긴 설명을 듣던 바리쉬는 그러나 "미안합니다. 도울 수 없어요."라고 잘라 말한다. 스피네가 그녀에게 "기차는 독일 관할로 넘어갔어요. 그들 것입니다."라고 부연 설명을 해준다.

 

 빌라 양은 할 수 없어 "시간을 빼앗아 미안합니다. 저는 당신들이 하는 일들을 존경합니다. 당신네 누구도 비난 받을 일 없어요."라며 정중히 인사하고 떠나는데…. 디동이 "훌륭한 여자"라고 칭찬한다. 아마도 예술품들이 예술인들만의 것이 아닌 자국민 모두의 소중한 자산임을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리라.

 

 보트의 창을 통해 기차역에 정차해 있는 무장 기관차가 보인다. 바리쉬가 스피네에게 설명한다. 내일 아침 9시50분 정각에 출발이므로 베어(Vaires) 조차장에 9시45분 도착, 거기서 5분 동안 무장 기관차로 바꾸고 대공포를 실을 예정인데 모두 10분도 채 걸리지 않을 거라고. 이에 내일 영국 공군이 정각 10시에 베어 역을 집중 폭격할 예정이기 때문에 10분만 지체시키라는 지시를 하고 총총히 떠나는 스피네.

 

 디동이 "독일놈들이 그렇게 원한다니 우리도 그래야만 할 것 같아."하고 말하는데 "그건 잊어! 내일 할 일이 많아."하고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바리쉬는 불현듯 미술품 열차 기관사를 빠빠 불(미셸 시몽)로 바꿔야겠다고 말한다. 늙었지만 밤에 떠나서 아침에 독일에 도착하는 쉬운 운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빠빠 불은 예술품에는 깡통이지만 카페에서 들은 '프랑스의 영광'이라는 말에 미술품 운반 기관사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고, 무슨 생각이 난 듯 지폐를 프랑스 동전 4개로 바꾸는데….

 

 장면은 기차역. 폰 발트하임 대령이 역에 도착하자마자 폰 루비츠 장군의 전화가 기다리고 있다. 대령은 장군의 비서 소령과 통화하는데 상대방의 목소리는 들려주지 않지만 내용으로 봐서 전황이 좋지 않아 미술품 열차를 취소하라는 장군의 명령이었지만 대령은 한 시간 전에 열차는 이미 떠났다고 거짓 보고를 하고는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는다. 그리고는 부관 슈미트 대위에게 "자네는 이미 한 시간 전에 떠났고 지금 기차 속에 있다"고 과거완료형으로 말한다.

 

 드디어 기관사 빠빠 불에게 출발 신호를 알리자 경적을 울리고 하얀 연기를 품으며 기차는 출발하는데…. (다음 호에 계속)

 

▲ 야전군 총사령부로 가서 폰 루비츠 장군(리하르트 뮌히)에게 자기 열차의 배정을 요청하는 폰 발트하임 대령.
 


▲ 퇴각 준비를 하는 독일군을 비집고 걸어서 기차역을 지나 동료 철도원이 있는 운하보트로 가는 폴 라비쉬(버트 랭카스터).
 


▲ 예술품에는 깡통이지만 미술품 기관사로서의 자부심에 흥분한 빠빠 불(미셸 시몽)은 카페에서 무슨 생각이 난 듯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는데….
 


▲ 오전 10시 10여 분 전 베어 역. 연합군 공습에 대비하여 열차 지연 작전을 수행하는 SNCF검사관 폴 라비쉬(버트 랭카스터).
 


▲ 대공포를 실은 열차가 무장기관차를 기다리고 있다. 왼쪽 위 멀리에 통제타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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