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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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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30
'나바론 요새'(The Guns of Navarone) (5·끝)

WWII 배경 영화 (IX)

전쟁 드라마의 차원을 한층 더 높인 고전 명화

 

 

작전 개시 22시. (계속)

   이즈음 독일군은 산소용접기로 철문을 녹이고 드릴로 뚫는다. 시간은 초조하게 흐르고…. 대포에 뇌관을 설치하고 있는 밀러가 30초 내로 끝내겠다고 말로리에게 말한다. 한편 연합군의 구축함 6척이 예정대로 나바론으로 진격한다. 클라이맥스의 긴장감을 자아내는 숨가쁜 상황!

   말로리가 동굴 출입문 쪽 동향을 살피고 오니 밀러가 보이지 않는다. 이때 승강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 밀러는 대포에 있는 폭발물은 금방 발각될 것이므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폭탄전문가답게 제2의 작전 수행을 한다.

   승강기 굴림대가 내려오면서 두 전선을 건드리면 물 속에 감춰둔 플라스틱 폭탄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폭발하게끔 설치한다. 발각되지 않게 전선에 기름을 칠하면서, 보장은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하는 밀러. 그리고 만일 안 된다면 영국 구축함은 전멸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부연 설명하는 밀러.

 

 

말로리가 위로 올라가서 다시 출입문을 확인한다. 철문의 문잠금장치 부분이 산소 용접기에 의해 원 테두리의 1/3정도가 녹았다. 이제 독일군 동굴 진입은 시간 문제다.

   마지막으로 밀러는 대포 밑에 장난감 쥐 한 마리를 놓아두는 위트까지 부린다. 속에다 장난끼의 불꽃놀이 장치를 해놓은 쥐다.

   드디어 절벽에 미리 매어둔 밧줄을 타고 내려가서 다이빙하는 말로리.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을 말로리에게 상기시키던 밀러도 뒤를 따라 밧줄을 타고 내려오다 바다로 뛰어 내린다. 말로리가 구출하는데 대기하고 있던 마리아의 보트가 접근한다.

 

 

   드디어 문을 뚫고 독일군이 동굴로 진입한다. 그러나 독일군은 아무리 샅샅이 점검해도 대포 근처에는 시시해 보이는 폭탄과 장난 삼아 두고 간 쥐새끼 한 마리뿐이었다.

   이윽고 레이더로 구축함의 접근을 탐지한 독일군은 2대의 거포를 작동시키는데….

   한편 어깨에 부상을 당한 안드레아가 독일군이 조명등을 켜고 사격하는 모습을 보고 조명등을 조준해 깨뜨리자 이를 본 마리아가 그를 구출한다. 어깨 부상으로 헤엄을 제대로 못 치는 안드레아에게 말로리가 작살을 내민다.

 

 

처음 절벽 등반 때와 같이 그 작살을 선뜻 잡지 못하는 안드레아. 아직도 원한이 남아 있다….

   구출된 안드레아에게 먼저 파파디모스의 생사여부를 묻는 마리아. "여기 온 이유(본분)를 잊어서 죽었다"고 대답하는 안드레아. 드디어 구축함에 신호를 보내는 살아남은 대원들.

   한편 독일군 포병요원들이 공격 명령을 받고 포탄을 실어 나르기 시작한다. 기계화된 시스템으로 포탄이 자동으로 장전된다. 두어 번 포격을 했으나 명중되지는 않는다. 연합군의 배는 점점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고, 승강기는 간발의 차이로 두 전선 스위치 바로 위에서 정지하며 폭탄은 터지지 않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

   세 번째 포격을 시작하려는데 드디어 승강기의 굴림대가 두 선을 건드리면서 엄청난 위력으로 폭발하는 나바론. 이윽고 2대의 거포가 바닷속으로 떨어지고 나바론 요새는 산산조각이 난다. 60여 년 전의 특수효과가 지금 봐도 너무 웅장하고 훌륭하다.

   한편 독일병원 병상에서 엄청난 폭음소리를 들은 프랭클린이 미소를 짓는다. 구축함에서는 승전 축하의 뱃고동이 일제히 울리고….

   마리아가 "크레타로 돌아갈 거냐?"고 묻자 "우리와 함께 갑시다"라고 대답하는 안드레아. 그러나 나바론 마을이 엄청 보복을 당할 거라며 다시 독일군에 대항하여 싸우러 가겠다는 억척 여인 마리아!

 

  

 

말로리가 배에서 내려 안드레아를 부축하려고 하자 그는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말로리가 "임무는 끝났다"고 하자 "자네 임무만 끝났다"며 "난 명줄이 길거든!"하고 웃음짓는 안드레아. 그리고 돌아서는 말로리를 불러 악수를 청하며 화해한다. 멋진 사나이들이다.

   구축함에 오른 키이스 말로리 대위와 존 앤서니 밀러 상병. 밀러는 "대위님께 사과도 하고 축하 드리고 싶다"며 "성공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라고 말한다. 말로리는 그가 피고 있는 담배를 빌려 한 모금 빨고는 "솔직히 나도 그랬다"고 화답한다.

   영화는 특공대원 한 명씩을 화면에 띠운 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맺는글

   '나바론 요새'는 디테일하게 묘사되는 배에서 벌어지는 전투신과 폭풍우를 만나는 장면과 암벽등반 장면, 마지막 요새 폭파장면 등은 지금 봐도 숨통을 죄일 만큼 실감나게 촬영됐다. 여기에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인물 간의 갈등구도 및 서스펜스, 스쳐 지나가듯 아쉬운 로맨스 등 영화적 재미를 위한 장치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두시간 반이 넘는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J. 리 톰슨(J. Lee Thompson, 1914~2002) 감독은 '타이거 베이(1959)' '나바론(1961)' '대장 부리바(1962)' '케이프 피어(1962)' '맥켄나의 황금(1969)' '혹성탈출' 시리즈 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 감독이며 그의 마지막 작품은 찰스 브론슨 주연의 '킨지테(1989)'였다.
   이레네 파파스(Irene Papas, 1929~2022)는 멜리나 메르쿠리와 함께 그리스를 대표하는 배우로 작년에 93세로 타계했다. 그녀는 50여 년 동안 7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요르고스 자벨라스 감독의 '안티고네(Antigone, 1961)'에 이어, 미칼리스 카코야니스 감독의 그리스 고전 비극 3부작인 '엘렉트라(1962)' '트로이의 여인들(1971)' '이피게네이아(1977)'에서 선 굵은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앤서니 퀸과는 '그리스인 조르바(1964)' '사막의 라이온(1981)'에서도 호흡을 같이 했다.

 

이레네 파파스는 가수로도 활동했다. 그리스 출신 유명 뉴에이지 음악가 반젤리스가 창단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명반 '666'(1972)에서 그녀가 읊조린 노래 '무한대(infinity)'는 유명하여, 나중에 독일 뉴에이지 그룹 '에니그마'의 앨범 'MCMXC a.D."에 큰 영향을 끼쳤다.

    독일 장교 뮈젤 중령 역으로 나온 발터 고텔(Walter Jack Gotell, 1924~1997)은 '아프리카의 여왕(1951)' '북경의 55일(1963)' '로드 짐(1965)' 등으로 안면을 튼 배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007시리즈로 일약 유명세를 탄 독일배우. 제2탄 '위기일발(1963)'에서 악당 몰체니 역으로 나왔다가 제10탄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부터 15탄 '리빙 데이라이트(1987)'까지 KGB의 수장인 아나톨 고골 장군 역으로 고정 출연했다.

   지아 스칼라(Gia Scala, 1934~1972)는 이탈리아계 영국 배우로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1955)에 엑스트라로 처음 데뷔하여 단역으로 출연하다가, 이 '나바론'이 그나마 출세작이었다. 그녀는 실수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여 헐리우드 힐 자택에서 38세에 사망했다.

   참고로 '나바론 요새'는 007 '골드핑거(1964)' 등으로 잘 알려진 가이 해밀턴 감독이 1978년 '나바론 2(Forces 10 from Navarone)'로 제작했는데, 원작자인 알리스테어 맥클린의 또 다른 1968년 동명의 소설에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1편과는 무관한 영화다. (끝)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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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6
'나바론 요새'(The Guns of Navarone) (4)

WWII 배경 영화 (IX)

전쟁 드라마의 차원을 한층 더 높인 고전 명화

 

 

  

 

 

마지막 날 06시 30분.

   계획대로 군트럭을 탈취하여 나바론 요새로 향하는 특공대원들. 가는 길에 독일군의 보복으로 초토화된 만드라코스 마을이 보인다. 요새로 가는 다리 위의 2명의 보초병을 사살하여 다리 밑으로 내던지고 진입하는 특공대원들. 요새 안의 마을을 지나는데 텅 비어 있다. 대포 소리와 집 흔들림 때문에 거주민들이 모두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 21시.

   어느 텅 빈 마을에서 작전 시간을 재고 있는 중, 드디어 독일군이 해안작전에 투입되기 위해 이동을 개시한다. 그때 밀러가 시한폭탄 장치의 스위치가 망가졌으며, 도화선도 남김 없이 전부 사라졌다고 보고한다. 또 폭약이 꽉 채워져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터질 위험이 있는 시한폭탄 캡슐 속이 비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계획을 망쳐 놓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중대사다. 이건 분명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밀러가 예리하게 추론한다 ― 모두 정찰을 나갔을 때 트럭에 남은 유일한 사람은 안나였다. 생각해 보면 여기에 온 이후 계속 위험한 고비를 맞았다. 우리가 마을 뒷산 숲속에 숨어 있을 때 안나만 나무 위에 올라갔는데 거기서는 거울로 비행기에 신호 보내기가 쉽다. 그래서 우리 위치가 발각된 거다. 또 터널에서는 뒤처져 오면서 아프지도 않은 다리를 절뚝거렸는데 뭔가 표식을 남기려고 그랬을 거예요.

   그리고 의사한테 갔을 때도 독일군이 있었고, 저 여자 집에서도 그랬죠. 옷 갈아입으러 침실로 가서 놈들에게 쪽지를 써 놓고 총격이 불가능한 결혼 피로연에 우리를 데려가서 잡힌 거라고요. 총을 쐈다가는 시민들 절반이 죽었겠죠. 확인할 방법은 있어요. 고문 때문에 생긴 등의 흉터를 보면 되죠….

 

 

   이에 안드레아가 그녀의 옷을 벗긴다. 한데 등짝이 말짱한 게 아닌가. 그녀는 아무도 구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음굴로 보내겠다며 고문하려고 하자 그게 두려워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말로리가 처음 만났을 때 왜 밝히지 않았느냐며 "우리와 함께 가면 됐을 텐데… 그게 유일한 기회였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 작전이 아예 성공할 가망성이 없기 때문이었으며 절대 이 곳을 빠져 나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어젯밤에 말로리에게 그 얘기를 해주려고 했다고 밝힌다.

   무슨 방법이 없겠냐고 묻는 말로리. 차마 자기 손으로 죽일 수는 없어 에둘러 묻는 것 같다. 밀러가 예의 세 가지 방법을 또 말한다. "첫째 여기 두고 가면 독일군한테 전부 털어놓을 테고, 둘째로 데려간다 해도 일만 더 복잡해지겠죠. 셋째는 안드레아 대령님이 권했던 방법이죠."

  

이에 "죽이는 걸 요구하는군"이라고 대꾸하는 말로리. 흥분한 밀러는 "바로 보셨어요!"라고 대답한다. 이 둘의 대화는 이 작품이 전하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그대로 옮겨본다.

 

 

   밀러: 전 타고난 군인이 아니에요. 어쩌다 휩쓸려 들었지요. 실없이 농담이나 했던 건 농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그랬어요. 대위님이 직접 처리하시죠. 장교에다 신사고 영웅이시니까요.

   말로리: 나라고 이런 걸 즐기는 줄 아나? 나도 마찬가지야. 끌려왔을 뿐이지.

   밀러: 대위님은 원해서 장교가 됐잖아요. 난 그 책임이 싫어서 거부했어요.

 

   말로리: 그래서 늘 그 모양이었군.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니야. 이게 쉬운 일인 줄 알아?

   밀러: 알 게 뭐요? 도대체 이게 다 누구 책임인지 정말 궁금하군요. 명령하는 자와 따르는 자, 누구의 잘못이죠?

   말로리: 이럴 시간 없어! (버럭 화를 낸다)

   밀러: 잠깐만요. 임무를 수행하려면 저 여자를 죽여야 해요. 얼마나 중요한 임무인지 잘 아실 텐데요. 반역자든 아니든 여자를 죽여본 적이 없으니 전 못해요. 직접 하시는 게 어때요? 한 번 해보시라고요. 어서요, 부하들 앞에서 모범을 보여요. 눈 감고 조국을 생각하며 방아쇠를 당겨요. 어쩌실 겁니까, 대위님?

   존 밀러 상병은 전쟁 자체를 혐오하고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다. 전쟁에 대한 책임이나 승리보다는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휴머니스트다. 그의 관점은 이들이 부여 받은 임무를 성공시키기 위해 아웅다웅하는 것이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임무를 성공시켜봤자 전쟁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소름끼칠만한 통찰력이고 지극히 맞는 말이다.

 

 

   드디어 안나에게로 간 말로리 대위가 총을 빼 든다. 그러나 고뇌 어린 표정에서 그는 결코 냉혹한 인물이 아니라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사람임을 느낀다. 이때 여러 대원들의 긴장된 얼굴을 보여주는데 밀러가 이를 말리려는 찰나, 마리아가 쏜 무음총을 맞고 쓰러지는 안나!

   밀러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 하는데… 한편으로는 여자를 처단하는 것을 막지 못한 죄책감 때문이고, 또 한편으로는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지휘자의 입장을 이제야 이해했기 때문이다.

   한편 작전을 위해 떠나면서 안드레아는 친동생 같았던 동료 안나를 사살하고 허탈해 하는 마리아를 무언으로 보듬고 위로한다.

 

   작전 개시 22시.

   해안 작전에서 철수하는 독일군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요새 진입로. 그 틈을 이용해 지프차로 대포 동굴 입구까지 올라간 말로리와 밀러. 이때 초소에서 노래 두 곡이 흘러 나온다. [註: 독일 배우이자 가수인 엘가 안데르젠(Elga Andersen, 1935~1994)이 부른 'Treu Sein (Be Faithful)'과 'Das Suendenlied (Sin Song)' 두 곡이 연속해서 흐른다.]

   대포요원들이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달콤한 노래를 들으며 전투용 제복으로 갈아입는 동안, 두 사람은 다행히 그들의 눈을 피해 폭발물을 동굴 안으로 옮겨놓고 철문을 닫는데 성공하지만 경보기가 울린다.

   전투 포병들과 보병들이 철문 앞에 집결하는데, 비상 연락을 받은 포대장의 지시로 망치로 철문을 때려부수지만 어림도 없다.

   한편 탈출용 배를 탈취하기 위해 간 브라운과 마리아. 브라운이 단검으로 독일병을 찌르지만 목숨이 붙어있던 독일병이 그의 복부에 찔린 칼을 뽑아 브라운의 가슴을 찌르는 바람에 둘 다 죽는다. 마리아가 단독으로 보트를 몰아 나바론 요새 밑에서 대기한다.

   또 한편 파파디모스와 안드레아가 각각 무더기로 덤비는 독일군을 분산시키기 위해 기관총으로 사격을 가한다. 그러나 독일군을 유인하는 작전의 원래 목적을 잊고 젊은 혈기에 전투에만 열중해서 안드레아가 일깨워주지만 결국 파파디모스는 죽는다. 이때 안드레아가 그를 찾다가 전차의 공격으로 파편에 맞아 왼쪽 어깨에 상처를 입고 가까스로 도망치는데….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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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9
'나바론 요새'(The Guns of Navarone) (3)

WWII 배경 영화 (IX)

전쟁 드라마의 차원을 한층 더 높인 고전 명화

 

(지난 호에 이어)   

 

셋째 날 20시. 세인트 알렉시스 유적지.

   밤늦게 일행이 세인트 알렉시스(St. Alexis)에 도착하여 경계를 하며 손전등을 켜고 유적지에 접근한다. 그런데 안드레아가 독일군의 세력을 분산시키는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먼저 도착해 있지 않은가. 그리스인이라 지리에 밝기 때문이리라.

 

   안드레아가 보초를 서고 모두 잠들었는데 프랭클린이 잠꼬대를 하며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다들 깬다. 말로리가 파파디모스에게 보초 교대를 하라고 지시한다. 이에 브라운이 자기가 근무하겠다고 하나 말로리가 말린다. 그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파파디모스가 근무 교대하러 나가려는데 안드레아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둘이 합세하여 바깥 동정을 살핀다. 그때 누군가 뛰어 들어오는 것을 파파디모스가 총대로 후려쳐서 쓰러뜨린다. 그리고 둘이서 동굴 안으로 끌고 들어온다.

   밀러가 음식물이 있을지 모른다며 그의 포켓을 뒤지니 소시지 등이 나온다. 한데 기절한 사람을 돌려 눕히니 여자가 아닌가. 모두들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총을 들고 나타나는 또 다른 여자.

 

 

   자기를(만드라코스에서 온 레지스탕스) 마리아 파파디모스(이레네 파파스)라 소개하고, 접선 예정이던 파파디모스는 바로 자기 아버지인데 이틀 전에 체포됐단다. 그리고 남동생은 미국으로 갔다고 말하는데 바로 옆에 있는 스피로스를 본 그녀는 다짜고짜 그의 뺨을 철썩 때린다. 왜냐하면 편지를 자주 안 썼기 때문에 주는 벌이란다. 일동은 모두 오랜만에 크게 웃는다.

   이때 기절한 여자가 깨어난다. 놀라며 도망치려고 하자 마리아가 진정시키고 대신 설명한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지아 스칼라)이며 학교 교사였는데 독일군에 붙잡혀 뼈가 보일 정도의 모진 고문을 당해 비명소리가 바깥에까지 들렸단다. 6개월 간 요새에 갇혔다가 풀려났을 땐 말을 잃었고, 그 후 한 마디도 안 하고 등에 난 흉터도 보여주지 않는단다. 하지만 용감한 투사라고 치켜세우는 마리아.

   얼마 후 독일군이 이 장소에 들이닥쳐 수색을 하는데… 특공대는 이미 자리를 뜨고 없다.

 

 

 

   넷째 날 08시 만드라코스 마을.

   만드라코스(Mandrakos) 마을에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독일군이 쫙 깔려 마을을 샅샅이 수색한다. 한편 프랭클린의 다리가 약을 쓰지 못해 괴저병으로 썩어가고 있다. 또 한편 브라운은 자기에게도 일을 달라고 말로리에게 애원하는데….

   마을 뒷산에 숨어있던 특공대원들을 발견한 전투기들이 공습을 퍼붓고, 지상에서는 박격포탄을 발사하는 독일군들. 이들은 마리아의 안내에 따라 마을 뒷산 반대편으로 통하는 터널을 이용하여 탈출을 시도한다. 그 사이에 안드레아는 마리아와, 말로리는 안나와 화학반응이 일어나는데… 자꾸만 뒤처지는 안나를 보살피는 말로리.

 

   넷째 날 15시 만드라코스 마을.

   마을 광장에 결혼식 피로연이 한창이다. 무사히 탈출하여 마을에 잠입한 후 안드레아와 파파디모스와 마리아는 프랭클린을 데리고 병원에 가고, 나머지는 레지스탕스와 접선을 하러 간다.

 

  

 

하지만 병원 안에 들어서자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기다리고 있던 독일군에게 체포되는 일행. 또 안나의 안내로 결혼식 야외 피로연 파티에 참석한 나머지 대원들도 체포 당한다. 독일병들이 피로연 파티에 꽃을 든 어린 소녀를 앞세우고 나타나는 바람에 총을 쏠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춤추며 낯선 특공대원 일행들을 유심히 살피는 신부(클레오 스쿨루디)의 모습을 카메라가 계속 클로즈업 하는데, 그녀는 마치 그들에게 다가올 운명을 알고 있는 듯 안쓰러워 하는 표정 같고, 한편으로는 그저 모든 게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같이 묘하다.

 

   넷째 날 21시.

   독일 장교 뮈젤 중령(발터 고텔)이 폭발물이 있는 곳을 대라고 취조한다. 이때 안드레아가 나서며 중령에게 자기는 키프로스의 어부인데 강제로 붙잡혀 왔을 뿐이라며 선처를 바란다고 손발이 닳도록 빈다. 그때 SS정보장교 세슬러(조지 미켈)가 들어와서 권총자루로 프랭클린의 썩어가는 다리를 내리치려는 순간, 토사곽란이 일어난 듯 배를 움켜쥐고 토할 것 같다는 시늉을 하는 안드레아! [註: 앤서니 퀸의 원맨쇼라고 할 수 있는 이 기똥찬 연기는 '산타 비토리아의 비밀(1969)'에서도 볼 수 있다.]

   무장 병졸들이 그를 체포하려 하자 재빨리 그들의 총을 뺏어 독일군을 제압해버린 뒤 모두 독일군복으로 갈아입고 달아나는 특공대원들. 다만 부상당한 프랭클린은 그냥 두고 갈 수밖에 없다. 말로리는 거짓 정보를 흘려주고 떠난다.

 

 

   마리아가 일행을 태운 트럭을 몰고 수도원으로 간다. 차 속에서 안드레아에게 이것저것 물어본 마리아는 대뜸 "좋아한다"고 말하고 이에 '자기도 좋아한다'고 맞장구 치는 안드레아. 여장부의 화끈하고 솔직한 사랑 고백!

   수도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원들에게 내일 작전을 말하는 말로리. "내일 날이 밝으면 트럭을 버리고 다른 차를 탈취한 다음 폭발물을 싣고 나바론으로 간다. 내일 밤 10시까지는 요새에 들어가야 한다." 밀러가 어떻게 들어가냐고 묻는다. 이에 프랭클린에게는 작전이 변경됐다고 말했다고 실토하는 말로리. 그런데 이 대화를 옆방에서 다 엿듣고 있는 여인 안나.

   작전 지시가 계속된다. "독일군이 (프랭클린이 실토한 거짓 정보를 믿고) 해안가 방어를 위해 가면 요새 경계가 뜸해지는 틈을 타서 안드레아, 파파디모스와 브라운은 적병의 분산작전을 펼치고, 밀러와 나는 요새 안으로 들어간다. 그 사이에 여대원들은 되도록 빠른 배를 탈취해서 임무를 완수한 후에 빠져 나가는 거야!"

  

밀러가 못마땅해 따지며 살아도 성하지 못할 사람을 절벽에서 논의했던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로 이용하다니 비인간적이고 매정하다고 몰아붙이자 "임무를 위해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말하는 말로리. 이때 안드레아가 거든다. "소령은 다쳤을 때 이미 끝났어." "팔자 좋게 커피나 홀짝이며 말하긴 쉽죠."라고 볼멘소리로 대꾸하는 밀러. 더 이상의 언쟁을 삼가고 첫 보초를 서겠다며 밖으로 나가는 말로리.

   밤중에 안나가 슬며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안드레아와 밀러가 자다가 이를 목격한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이지만 보초를 서고 있는 말로리의 품에 살포시 안겨 키스를 하는 안나.

 

   한편 프랭클린은 고문 중에 스코폴라민 자백제를 먹고 연합군의 해안 작전을 독일군에게 털어놓는데….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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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2
'나바론 요새'(The Guns of Navarone) (2)

WWII 배경 영화 (IX)

전쟁 드라마의 차원을 한층 더 높인 고전 명화

 

 

(지난 호에 이어)

첫날 02시 중동지역의 연합군 비행장. (계속)

특공대원 모두가 약탈자와 킬러들이다. 또 호텔에 묵고 있는 그리스 제19기갑 연대 대령이었던 안드레아 스타브로스(앤서니 퀸)를 만나는 말로리 대위. 말로리와 절친이었던 크레타섬 출신인 안드레아는 전쟁이 끝나면 그를 죽이겠다고 벼르던 친구다. 전에 말로리가 인도적 입장에서 독일병 부상자 후송을 위한 통행증을 독일군에게 끊어준 게 화근이 되어 안드레아는 그의 부인과 세 아이들을 독일군에 몽땅 잃는 참사를 겪었기 때문이었다.

 

젠슨 장군이 작전 계획을 말한다. "화요일 자정 케로스 섬으로 구축함 6척을 보낼 계획이네. 그 전에 대포를 저지하지 못하면 또 6척의 구축함이 침몰 당하는 거지." 이래서 키이스 말로리, 로이 프랭클린, 안드레아 스타브로스를 포함한 6명의 특공대가 구성된다.

 

한데 장군은 무고한 6명을 또 죽이게 됐다며 작전 성공 가능성에 대해 지극히 회의적인 태도와 고뇌에 찬 모습을 보인다. 입이 마른 듯 부관 시드니(존 태썸)에게 커피를 더 달라고 부탁하는 장군. 어쩌면 이 6명은 그저 상부의 명령에 의한 소모품일 뿐이며, 실제로 임무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전쟁의 큰 흐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예상을 하기 때문이다.

 

 

첫째 날 18시 카스텔로소.

각각 비행기와 보트로 카스텔로소(Castelrosso)에 도착한 대원들은 베이커 소령(앨런 커쓰버트슨)의 안내를 받아 숙소로 간다.

 

프랭클린이 수송책임자는 말로리와 안드레아라고 지시하고 작전 설명을 한다.

"해안도로를 피해 산을 넘어 약 19km를 가면 세인트 알렉시스에서 만드라코스에서 온 레지스탕스 요원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이때 안드레아가 큰 소리로 다른 경로를 알고 있다며 연필을 달라고 요구한다. 한데 "계속 말하시오(Keep talking)"라고 써놓은 게 아닌가. 그리고 문쪽으로 가서 문 뒤에서 엿듣고 있는 한 남자를 붙잡는 안드레아.

 

프랭클린 소령이 책임자인 베이커 소령을 호출한다. 베이커는 되레 그는 영어도 못하는(?) 세탁부 니콜라이인데 무슨 스파이 놀음이냐며 당장 풀어주라고 명령한다. 프랭클린의 지시로 파파디모스가 소음총으로 세탁부를 쏘아 죽인다. 그리고 소령이 방해하면 같이 쏘라고 명령하는 프랭클린. 이에 꼬리를 내리는 베이커 소령. 그는 이중첩자인 듯하다.

 

 

둘째 날 07시 30분.

낡은 어선 한 척을 구해 나바론 섬으로 떠나는 특공대원들. 밀러가 자기는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 줄 것을 말로리에게 부탁하는데….

배에 무선이 날아든다. 브라운이 담당이다. "인디언들이 그 지역을 통과한다는 보고가 있다. 오늘 밤 그 지역에 폭풍우도 예상된다."

 

독일 정찰기가 배 위를 선회하자 손을 흔들어 보이는 특공대. 곧바로 독일 함정이 접근하여 불심검문을 당하지만 어부로 변장한 특공대는 한방에 끝장내고 전진한다. 한데 이 과정에서 단검의 명수인 브라운이 칼로 독일군을 죽일 수 있었음에도 망설이는 바람에 파파디모스가 뒤에서 기관총을 발사하여 위기를 모면했다.

 

이때 미심쩍은 행동을 보인 브라운은 말로리의 신뢰를 잃고 끝까지 작전에서 배제된다. 왜냐하면 그는 칼로 상대방을 찔러서 죽이는 것인 만큼 냄새가 나고 소리가 들린다며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심하게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독일군 함장이 독일어가 아닌 영어로 검문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프랭클린과 말로리는 베이커 소령을 의심하는데….

 

 

무선 예보대로 엄청난 폭풍우가 몰아친다. 키를 조종하던 프랭클린이 이마와 눈에 부상을 당해 결국 낡은 배는 좌초된다. 폭발물, 총기 그리고 대부분의 탄약은 건졌지만 식량과 의약품은 다 잃는다. 그러나 레지스탕스 요원들과 만나면 보급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는 대원들….

전원이 헤엄쳐 마침내 나바론의 수직절벽 밑에 도착한다. 베테랑 등반가인 말로리의 선도로 암벽에 볼트를 박고 로프를 설치한다. 바위 틈에서 갑자기 갈매기가 튀어나와 혼비백산하기도 하면서….

 

안드레아가 로프를 타고 먼저 올라가는데, 말로리가 맨손으로 뒤따라 가다가 미끄러지는 순간 안드레아가 그의 손을 붙잡는다. 천길 낭떠러지에서 이제 손만 놓으면 복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련만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안드레아! 그 사이에 몇 번의 시도 끝에 다른 손으로 가까스로 로프를 붙잡는 말로리. 수직 암벽등반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명장면이다.

 

이윽고 절벽 위에 당도한 둘이 독일 보초병을 처치한 후 모두 무사히 정상에 도착하지만, 폭풍우 때 부상을 입었던 프랭클린이 그만 추락사고를 당해 다리가 부러진다.

이때 독일 보초병의 무전기 신호가 울린다. 망설이다 한참 뒤에 말로리가 독일어로 응답하지만 이를 수상히 여기는 독일병.

한편 프랭클린 소령의 처치 문제를 놓고 생과 사의 세 가지 방법이 제시되지만 결국 파파디모스와 밀러가 들것을 만들어 데려가기로 결정하는 말로리.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휘권은 말로리에게 넘어가지만, 프랭클린과 절친한 밀러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데…. 

코스토스(Kostos) 산. 눈이 내린다. 동굴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대원들.

 

 

셋째 날 09시 30분.

소령이 정신이 든 모양이다. 방해만 되니 두고 가라고 말하는 프랭클린. 밀러가 담배에 불을 붙여 그의 입에 물려준다. 본부와 무선연락을 한다. "긴급상황. 독일군이 하루 앞당겨 케로스 섬을 공격한다." 따라서 하루를 잃어버려 모레 자정까지 임무를 끝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뀐다.

호루라기를 불며 산등성이로 올라오고 있는 독일군을 발견한 대원들이 급히 동굴로 돌아오니 프랭클린이 없다. 그는 동료들에게 짐이 될까 봐 포복하여 밖으로 나와 권총으로 자살하려는 찰나였다.

 

말로리가 대원들을 물리친 후 프랭클린에게 말한다. "본부에서 작전 취소 명령이 떨어졌으며 그 대신 이틀 후에 동쪽의 터키쪽 해안으로 대대적인 상륙작전을 펼 거요. 이제 우린 짐을 덜었소. 우린 방해 공작만 펴면 되오. 오늘밤 레지스탕스 요원들을 만나면 치료를 부탁하겠소"라며 위로한다. 이는 만일 프랭클린이 생포될 경우 독일군의 고문에 못 이겨 정보를 발설할 경우를 대비해 거짓 정보를 입력한 것이다. 용의주도하다.

저녁에 세인트 알렉시스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안드레아가 일당백으로 홀로 맞서 스나이퍼 총으로 독일군 지휘관만 골라 저격하는 사이에 일행은 프랭클린을 들것에 싣고 레지스탕스와 접선하러 떠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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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9
'나바론 요새'(The Guns of Navarone) (1)

 

WWII 배경 영화 (IX)

전쟁 드라마의 차원을 한층 더 높인 고전 명화

 

 

 

   영화 '나바론(The Guns of Navarone)'은 원작의 탄탄한 구성과 캐릭터 간의 인간적 갈등 및 내면적 긴장감을 담아 휴머니즘의 감동까지 자아냄으로서 전쟁 드라마의 차원을 한층 더 높인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무려 13년이 지난 1974년에서야 "나바론"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는데 그 후 수입 재개봉되면서 "나바론 요새' '나바론의 요새' 등의 타이틀로 소개되었다. 여기서는 밋밋한 '나바론'보다는 '나바론 요새'를 따르기로 한다.

 

   원작은 알리스테어 맥클린(Alistair MacLean, 1922~1987)의 1957년 동명의 소설 '나바론의 대포들(The Guns of Navarone)'. 이 소설은 도데카니사 전투를 바탕으로 쓴 픽션이다. [註: 도데카니사 전투(Dodecanese campaign)는 1943년 9월 8일부터 11월 22일까지 일어난 전역(戰域)으로, 영국군이 추축군(樞軸軍)을 전진 기지에서 몰아내고 중립국 터키의 참전을 요구하기 위해 도데카니사 제도 및 크레타 섬의 탈환을 목적으로 일으킨 전투였다. 결과는 영국 해군 함정들이 큰 손실을 입고 이탈리아군은 독일군에게 항복했으며, 독일군의 인명 피해는 1,100여 명 수준이었지만 영국군은 거의 5배인 5천여 명의 사상자가 났다. 이것은 2차 대전에서 영국군이 당한 마지막 대 패배를 기록했고, 반면 독일군은 마지막으로 거둔 몇 안 되는 승리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작전의 대 실패로 당시 이 작전을 계획한 윈스턴 처칠은 영국 매스컴으로부터 '갈리폴리 대재앙의 재림'이라며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전후 굳이 패전을 들춰내고 싶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전쟁의 중요 포인트에서 벗어나서인지 오늘날 이 작전은 거의 잊혀진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도데카니사 제도는 독일군과 독일 괴뢰 정부인 이탈리아 사회공화국이 1945년 패망 직전까지 지배했다.]

 

   '나바론 요새'는 1962년 아카데미상 7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특수효과상 하나만 수상했다. 다소 푸대접을 받은 느낌이지만 당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뉘른베르크의 재판' '두 여인' '초원의 빛'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 쟁쟁한 경쟁작이 많았기 때문이다. 운대가 맞지 않았다고 할 수밖에….

 

 

   그러나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음악상을 수상하는 등 제작비 600만 달러의 약 5배에 달하는 2,9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려 작품성으로나 상업적으로 성공한 고전 명화다.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보자.

 오프닝 첫 장면에 파르테논 신전이 등장한다. 배경이 그리스와 연관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내레이션이 나온다. [註: 이 내레이션은 영국 배우로 이 영화 첫 장면에서 젠슨 준장 역으로 나온 제임스 로버트슨 저스티스(James Robertson Justice, 1907~1975)의 목소리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 그리스의 케로스 섬에 영국군 2천여 명이 고립된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주일뿐이었다. 왜냐하면 독일은 중립적 위치에 있던 터키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터키에 인접한 이 섬에 일주일 후 기계화 장비를 비롯한 첨단장비를 갖춘 무기로 영국군에 대해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첩보를 입수한 영국은 독일군의 공격 전에 섬에 고립된 영국군의 구조를 위해 구축함을 파견하려 하나 케로스로 가는 유일한 길목인 나바론 섬에는 천혜의 요새에 전파로 통제되는 막강한 화력의 대포 2문이 설치되어 있어 그 어떤 함대도 당할 수가 없었다. 영국군은 공습으로 대포를 파괴시켜 보려 하지만 희생자만 속출할뿐 섬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그 6일 간의 작전은 나바론의 전설이 되었다.

  

 

내레이션이 끝나고 파르테논 신전을 배경으로 오프닝 크레디트가 나온다. 1961년 컬럼비아사 배급. 출연 그레고리 펙, 앤서니 퀸, 데이비드 니븐, 앤서니 퀘일, 스탠리 베이커, 이레네 파파스, 지아 스칼라, 제임스 대런, 리처드 해리스 등. 각색·제작 칼 포어맨. 작곡·지휘 디미트리 티옴킨. 연주 런던 신포니아 오케스트라. 작사 폴 프란시스 웹스터. 감독 J. 리 톰슨. 러닝타임 158분.

 

   첫날 02시 중동지역의 연합군 비행장.

   키이스 말로리 대위(그레고리 펙)가 크레타 섬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던 중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직속상관 젠슨 준장(제임스 로버트슨 저스티스)의 호출을 받아 찾아온다.

  

 

젠슨 장군은 "자넨 지난 18개월 간 나를 위해 일해왔네."라고 말하면서 말로리의 동료였던 로이 프랭클린 소령(앤서니 퀘일)을 소개한다. 프랭클린은 그가 입안한 나바론 작전과 거기에 참여할 대원들에 대한 브리핑을 준비했다.

 

  회의장에서 방금 돌아온 폭격기 편대장인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반스비 소령(리처드 해리스)이 "이 작전을 세운 책임자 좀 알려주십시오. 3km 상공에서 낙하산 없이 밀어버리게요." 그 이유는 나바론 요새는 공중 폭격으론 파괴가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란다.

 

   말로리 대위가 선택된 이유는 그가 독일어와 그리스어에 능통하고 크레타 섬에 오래 복무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탁월한 암벽등반 능력 때문이었다.

 

   나바론의 한쪽면은 120미터나 되는 깎아지른 수직 암벽으로 되어있어 유일하게 독일군이 경계를 느슨하게 하는 곳이므로 이곳으로 잠입을 해서 대포 있는 곳까지 접근한다는 것이 프랭클린 소령의 생각이다.

 

 

   그러나 암벽 지도를 살핀 말로리는 이건 미친 짓이라며 등반 안 한지 5년이나 됐고 더욱이 수직 등반은 대낮에도 힘든 판에 밤에 감행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고사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의 젠슨 장군이 말한다. "독일군은 꿈에도 생각 못 할 작전이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네. 내주 수요일 아침에 아군 2천 명이 전멸하네. 누군가 그 절벽에 오르지 않는다면 말이야. 다른 사람을 구해올 시간도 없어. 방법이 있었다면 자넬 찾지도 않았어."라며 "성공하면 휴가와 진급이 기다리고 있다"는 설득에 결국 수락하는 말로리.
   그리고 특공대 요원의 개인 파일을 검토한다.

 

  • 존 앤서니 밀러 상병(데이비드 니븐): 화학 교수에 고성능 폭탄전문가로 롬멜 사령부 폭파 땐 옆 건물 창문 하나 안 깨뜨릴 정도로 솜씨가 대단한 인물인데 장교로 승진시키려 했으나 거부했다.

   • 부사관 출신인 '부쳐(도살자)' 브라운(스탠리 베이커): 기계전문가로 엔진, 무전기 등을 잘 다루며 단검 쓰는 솜씨는 최고이다. 스페인 내전 때 훈련 받았으며 별명이 '바르셀로나의 도살자'.

   • 스피로스 파파디모스(제임스 대런): 타고난 킬러로 이런 일에 적격자. 부친은 나바론 레지스탕스 대장으로 10년 전 아들 스피로스를 공부하라고 미국으로 보냈는데 그는 엉뚱한 길로 빠졌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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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핵소 고지'(Hacksaw Ridge) (6·끝)

WWII 배경 영화 (VIII)

'오키나와 전투'에 의무병으로 참전한

데스몬드 T. 도스의 실화를 다룬 전기·전쟁영화

 

(지난 호에 이어)

 

   이제 글로버 대위가 로프를 타고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모두(?) 퇴각한다.

   스미티의 죽음에 도스는 하느님에게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져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울음을 터뜨리고,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외치며 절망하지만 그 순간 살려달라고 부르짖는 부상병들의 비명소리를 듣는다. [註: 마치 하나님이 도스에게 '그들을 구하라'고 말하는 것 같은 절묘한 연출이다. 이 대목에서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태 25:40)는 성경 말씀이 떠오른다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도스는 전장을 누비며 아직 살아있는 부상자들을 열심히 벼랑으로 옮긴다….

   한편 글로버 대위는 본부의 호출을 받는다. 글로버는 쿠니 중령(매트 네이블)에게 아직 100명 정도가 전선에 남아있으므로 포사격 중지를 요청한다.

  

다른 한편 도스는 포격이 중지되자 더 민첩하게 부상자들을 후송한다. 이때 몸이 흙에 묻혀 얼굴만 겨우 내밀고 있는 밥을 구조하려 하는데, 저만치 확인사살을 위해 일본군들이 오는 것을 보고, 얼른 얼굴을 흙으로 덮어주고 자기는 시체를 끌어 몸 위에 올려놓는 도스.

 

   지나가는 일본군이 총검으로 그 시체를 찌른다. 그러나 가까스로 철모를 비껴가는 총검. 긴장되는 순간에 마치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는 듯 로우앵글로 빼꼼히 쳐다보는 밥의 눈동자와 버리지 않는다는 듯 시선을 맞추는 도스의 모습은 명장면.

 

 

   계속해서 부상자를 찾다가 일본군에게 발각된 도스는 급기야 일본군의 지하동굴로 숨어든다. 거기서 중상을 입은 일본군을 치료해주고 몰핀 주사까지 놓아주는 도스!

   밤이 되었다. 일본군의 공세 때 눈 주위로 파편과 흙먼지가 묻어 앞을 보지 못해 후퇴하지 못한 채 고지 위에 고립된 제임스 피닉(제이콥 워너)을 발견하는 데스몬드. 눈이 먼 줄 알았으나 도스가 흙먼지를 닦고 수통의 물을 뿌리자 눈을 뜨고 크게 웃는 피닉. 엔딩에서 도스는 "그 웃음이야말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최고의 보답이었다"고 술회한다.

 

   도스는 "한 명만 더(save one more)!"라고 기도하며 밤새 부상자를 절벽 아래로 후송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로프 마찰 때문에 손이 다 까지고 헤어져 엉망이다. 안쓰럽다!

   한편 야전병원은 계속 내려오는 환자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때 해병대 전령이 미국제 붕대를 감은 일본군 두 명도 죽었다고 말하는데….

 

 

   다음 날, 도스는 적진에 남아있는 하웰 상사와 헐리우드 제인을 구출한다. 야전교범(FM)대로 비교적 경상인 헐리우드를 먼저 절벽 아래로 내려보낸다. 헐리우드 이병이 후송되는 것을 본 제임스 피닉 이병이 글로버 대위에게 보고한다. 핵소 고지에 많은 중대원들을 남겨두고 불과 32명만 퇴각하여 절망하던 글로버 대위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들 상당수를 '겁쟁이' '비실이' 도스가 혼자서 구조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한편 다리를 부상당한 하웰 상사는 자신을 구하러 온 도스를 노리는 일본군 스나이퍼(저격수)의 머리를 역저격으로 날려버리고 극적으로 구출된다. 이때 집총을 거부하던 주인공 도스가 총을 잡는데, 이것은 총막대로 사용해 들것을 끌고 가기 위한 것이었다. 들것에 실려가면서 추격해오는 일본군들을 M3 기관단총(Grease Gun)으로 사살하는 맹활약을 펼치는 하웰 상사.

 

   드디어 하웰을 로프에 매달아 내려보내는 순간, 추격해온 일본군의 사격이 시작되자 언덕 뒤로 급히 몸을 숨긴 도스는, 어제 내려 보내지 못하고 로프에 묶여있던 스미티의 시신을 이용해 함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다. 이때 글로버 대위의 지휘아래 절벽 위 일본군을 향해 일제히 사격을 퍼붓는 중대원들.

 

 

   야전병원에 도착한 도스는 담당의사에게 가장 먼저 의무병 어브 셱크의 생사여부를 묻는다. 그리스 놀란 이병에 의해 간신히 후송되었지만 혈장 수혈을 양보한 탓에 쇼크로 사망했단다. 어브의 실용적이고 유익한 조언에 많은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었으리라.

   글로버 대위는 최후의 전투를 앞두고 도스를 처음에 겁쟁이 취급한 것을 후회하며 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내일이 비록 안식일인 토요일이지만 그가 없이는 올라가지 않겠다며 중대원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한다. [註: 엔딩에 실제 노년의 글로버 대위가 등장해서 도스를 처음에 겁쟁이 취급한 것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는 찡한 장면이 나온다.]


   도스가 동의했지만 기도가 길어져 작전개시가 10분이나 지연된다. 드디어 기도가 끝나자 곧바로 전투가 개시된다.

 

 

   지하동굴에 장약을 퍼붓고 화염방사기로 하나하나씩 제거해 나가자 일본군들이 백기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그러나 그 중 한 명이 글로버 대위를 향해 수류탄 두 발을 던지는 게 아닌가. 순간 도스가 한 발은 발로 차버리고, 땅에 떨어진 다른 한 발을 차는 순간 폭발하는 바람에 파편에 맞아 허벅지에 부상을 당한다. 하지만 전투는 미군의 승리로 끝난다.

  

럭키 포드, 그리스 놀란, 랜덜 '티치' 풀러, 제임스 피닉 등이 도스를 들것에 실어 후송하는데, 도스가 갑자기 성경책을 찾는다. 도로시가 준 바로 그 성경이다. 결국 피닉이 가까스로 성경책을 찾아다준다. 손에 성경을 들고 누워 들것 채로 로프에 매달려 절벽 밑으로 천천히 내려오는 데스몬드 도스.

 

   한편 마에다(핵소) 고지가 최종적으로 점령 당하자 일본 장군(타츠다 요지)이 어두컴컴한 지하벙커에서 일본도로 할복 자살하고 다른 참모가 그의 목을 참수하여 머리가 땅으로 굴러 떨어진다. [註: 실제로 오키나와(沖繩) 마부니(摩文仁) 동굴에서 일본 육군 제32군 사령관이었던 우시지마 미쓰루(牛島滿, 1887~1945) 중장이 아랫배에 단검을 힘껏 찔러넣자 검술의 달인인 우시지마 장군의 부관 사카구치 대좌가 기합과 함께 단번에 장군의 목을 날렸다. 이어서 죠 이사무(長勇, 1895~1945) 참모장도 같은 방식으로 자결했다. 1945년 6월22일 새벽 3시40분이었다.]

 

   마치 지옥으로 추락하는 악마를 보는 듯 일본 제국의 몰락과 바로 다음 엔딩 장면에 들것에 실려 내려오는 주인공 데스몬드 도스가 마치 밝은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모습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연출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여기서 영화는 끝을 맺고 쿠키 영상을 보여준 다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쿠키영상에 첫 번째 양심적 병역거부자로서 75명의 부상자를 구출한 데스몬드 T. 도스에게 해리 S. 트루만 대통령이 군인으로서의 최고영예인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자료영상, 늙은 글로버 대위와 형 해롤드 도스의 증언 및 결혼사진 등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는 멜 깁슨(Mel Gibson·67)이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묘사인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이 많다. 시체를 구더기와 쥐가 파먹고, 총탄과 포탄에 의해 병사들의 몸이 찢기는 모습, 일본군 장군의 목이 잘리는 장면 등이 매우 적나라하게 나온다. 그가 감독 했던 '브레이브 하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도 깜짝 놀랄 정도의 잔인한 장면이 많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감동과 감흥을 자아내는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임에 틀림없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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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5
'핵소 고지'(Hacksaw Ridge) (5)


WWII 배경 영화 (VIII)
'오키나와 전투'에 의무병으로 참전한 
데스몬드 T. 도스의 실화를 다룬 전기•전쟁영화 

 

 

(지난 호에 이어)
어느 허술한 빈 초가집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96사단의 소대장인 맨빌 중위(라이언 코어)가 그의 부하들을 데리고 클로버 대위를 찾아온다. 핵소 고지를 점령하려다 엄청난 피해를 입고, 살아남은 병력들을 인솔해 글로버 대위 휘하로 합류하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도스를 찾은 96사단의 의무병인 어브 셱터(오리 페퍼)가 핵소 고지를 6번 오르내리다가 마지막에 거의 궤멸됐다고 말한다. 96사단 잔존병인 페이지(제임스 오코넬)와 밥(샘 파선슨)은 완전히 넋이 나가서 일본군을 "냄새나는 역겨운 짐승"이라며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죽기를 원한다. 죽이고 죽여도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절대로…."라며 몸을 부들부들 떤다.

 

 스미티가 페이지에게 담배를 권하고 불을 붙여준다. 어브가 도스에게 말한다. "놈들은 일부러 부상자만 골라서 쏜다. 눈에 띌만한 건 전부 제거해야 해. 일본군은 특히 적십자 마크가 그려진 철모를 쓰고 위생병 견장을 단 의무병들을 더 노린다"며 새 방탄모를 쓰라고 건네주는 등 실전에 유익한 도움을 준다. 

 다음 날, 핵소 고지에 미 해군의 집중 함포 사격이 개시된다. 글로버 대위가 맨빌 중위에게 지도에 있는 벙커의 위치를 확인시키는데, 맨빌 중위는 심한 구토를 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닌가…. 

 

 

 하웰 상사가 드디어 이동을 명령한다. 그물을 타고 고지에 올라간 병사들은 곧바로 일본군의 기습공격에 치열하고 비정한 첫 전투를 치른다. [註: 핵소 고지를 오를 때 사용한 그물은 본래 병사들이 수송선에서 상륙정으로 내려갈 때 쓰던 것이었는데, 절벽을 올라가서 그것을 치는 임무는 자원자 3명이 해냈다. 그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데스몬드 T. 도스였다. 마에다 절벽 위에서 그물을 타고 오르는 전우들을 내려다보는 데스몬드의 실제 모습의 사진이 있는데, 이때 일본 병사가 정확히 조준했으나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총이 격발 불량을 일으켰다는 후문이다.]
 

 

전투 중 분노한 BAR(M1918 브라우닝 자동 소총) 사수인 스미티 라이커가 상반신만 남은 시체를 한 손에 들고 벌떡 일어나 다른 한 손으로 무한탄창을 시전하며 람보마냥 전진하면서 일본군들을 주루룩 쏴 죽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헐리우드 제인은 영화배우처럼 떠벌리던 것과는 다르게 실제 전투에 들어서자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여린 모습을 보인다. 

 

 키가 아주 작지만 다부진 체구의 비토 리넬리 이병(피라스 디나리)과 그리스 놀란 이병(벤 밍게이)이 시야가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엉겁결에 나뭇가지에 걸쳐 죽은 일본군을 사격한 후 돌진하다가 비토가 총상을 입는다. 

 

 

 부상당한 친구 비토를 도와주려다 여러 명의 일본군에게 포위당하는 그리스. 죽을 뻔한 순간, 때맞춰 온 '추장' 키르진스키가 화염방사기로 모조리 태워 죽여 목숨을 건진다. 
 

도스가 비토를 구출하러 오다가 일본군의 습격을 받아 격투를 벌이는데 이를 본 스미티가 저격하여 위기를 모면한다. 비토는 결국 사망하고 랄프 모건 이병(데미언 톰린슨)이 박격포 공격에 맞아 두 다리를 잃는다. 도스가 그를 응급 처치하는데 어브 의무병이 와서 도스에게 랄프는 가망이 없으니 몰핀 한 대만 놔주고 다른 병사들을 도와주라고 말한다. 
 그러나 도스는 자녀가 있다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랄프를 집에 보내주겠다고 약속하며 끝까지 보살피고 그를 절벽 아래로 내려 보낸다. 이후 그는 살아남는다.

 

 

 드디어 벙커를 발견하고 공격을 퍼붓지만 만만치 않다. 일본군 벙커 앞 참호까지 다가간 '구울' 워커. 그러나 참호 앞 바로 오른쪽에 박격포탄이 떨어져 터지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기절한다. 이를 본 스미티가 참호로 달려가 장약통을 코앞의 일본군 벙커 속으로 던져 박살낸다. 
 

총공격을 지휘하던 잭 글로버 대위가 참호 속에서 벌어진 백병전 중에 수류탄을 빼든 일본군을 때려눕히고 붙잡아서 그 일본군이 떨어뜨린 수류탄에 그의 몸을 덮어 폭발의 위기를 모면한다. 이는 잭 글로버 대위가 실제로 했던 행동이라고 한다.

 

 첫 전투가 끝나고 밤이 온다. 하웰 상사가 내일 고지 점령을 위해 주변에 안전한 참호를 찾고 보초는 2시간씩 교대 근무하는데, 영어를 안 쓰면 아군이라도 무조건 쏘라고 지시한다. 이때 럭키 포드가 그럼 영어 안 쓰고 라틴어를 하는 그리스 놀란도 쏴 죽여도 되냐고 되물어 웃음을 자아낸다.

 

 다들 참호를 찾는 중 도스가 부상병들을 찾기 위해 전선으로 가려고 하자 스미티가 그를 엄호하겠다고 자원한다. 첫 전투에서 헨리 브라운(해리 그린우드)은 15분만에, 포파이(숀 린치), 피터슨, 스탠포드, 머피 등 많은 동료들이 전사했다.

 

 

 돌아온 스미티와 도스가 참호 속에서 대화를 나눈다. 도스는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총으로 위협하는 아버지의 총을 빼앗아 쏴 죽일 뻔했던 일 탓에 총을 잡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가슴으로 죽였다"고 고백한다.

 

 한편 스미티는 다섯 살 때 어머니에게 버려져 고아원에서 자라는 등 대공황의 암울한 미국의 풍파를 겪으며 자란 인물이다. 데스몬드의 행동이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지 '겁쟁이'여서 그런 것이 아님을 알게 되자 둘은 가까워진다. 

 

 다음 날 아침, 지하동굴에서 나온 일본군의 대규모 공격, 이른바 '반자이 돌격(萬歲突擊, Banzai Attack)'이 시작된다. 인명 피해가 너무 많아 후퇴를 결정하는 글로버 대위. M2 화염방사기로 일본군들을 태워 죽이는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던 키르진스키가 일본군의 기관총탄에 자신의 가스 탱크가 맞아 폭사한다.

 

 핵소 고지 전투에서 중대원들을 잘 인솔하며 분전하던 하웰 상사가 일본군의 기관총에 맞아 허벅지에 부상을 입는다. 헐리우드 제인이 용기를 내어 도와주러 달려가나 그 역시 기관총에 당하고 만다. 

 

 한편 맨빌 중위는 콜트 권총으로 후퇴하는 부하들을 엄호하다가 부상당한 일본군의 수류탄 자폭으로 같이 폭사한다. 이때 자폭하는 일본군 병사와 마지막 순간까지도 서로 죽일 듯이 노려보며 괴성을 지르는 모습은 전쟁으로 인한 양측의 맹목적 증오와 인간성 상실을 나타내는 섬뜩한 장면이다.  

 

 어브 셱터가 다리에 부상을 입는다. 도스가 혈장(血漿, plasma)을 수혈하려고 하지만 자신 말고 다른 심각한 부상자에게 먼저 수혈하라고 부탁하는 어브. 도스는 그리스 놀란에게 그의 후송을 부탁하고 다른 부상병에게 혈장을 수혈하려고 하는 순간 유탄에 그만 주사병이 깨진다. 
 스미티가 일본군 기관총 사격에 치명상을 입는다. 이때 무전으로 요청한 함포 지원사격이 개시된다. 도스에게 구조되어 절벽 벼랑에 다다랐지만 스미티는 후송 중 이미 도스의 등 위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의 마지막 말은 "(죽는 것이) 무섭다"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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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1
'핵소 고지'(Hacksaw Ridge) (4)

WWII 배경 영화 (VIII)

'오키나와 전투'에 의무병으로 참전한

데스몬드 T. 도스의 실화를 다룬 전기·전쟁영화

 

 

 도스가 일어나 최후의 진술을 한다. "일본이 진주만을 습격했을 때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바로 신체검사를 하러 갔는데 고향친구 두 명이 부적격 판정을 받자 자살했습니다. 전 무기공장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징병 유예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목숨을 잃는 가운데 저 혼자 집에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전 위생병으로서 소임을 다하며 전우들과 생사를 넘나들며 생명을 구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세계가 분열되는 와중에 전 그저 이 상황을 조금이나마 평화롭게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한편 제1차 세계대전 때 서부전선에 상병으로 참전했던 도스의 아버지가 그때 모셨던 상관이며, 현재 워싱턴 DC 사령관인 머스그로브 장군(빌 영)을 찾아가서 어렵사리 그의 서신을 받아내고 재판정에 나타나는데….

 그러나 재판정 입구에서 헌병들이 제지하는 바람에 큰소리로 실랑이가 벌어진다.

 

 재판관(필립 콰스트)이 명령불복종으로 군법회의 송치 감옥행 판결을 내리려는 찰나에 출입문이 열리며 1차대전 당시의 낡은 군복에 훈장을 달고 나타난 토머스 도스! 재판관이 현역군인만 참석할 수 있다며 나가라고 하자 톰 도스가 일갈(一喝)한다.

 

 

 "정의로운 조국을 만들기 위해 전쟁에 참여했는데 소중한 걸 다 잃게 하더니 이젠 나 몰라라 하고 퇴역군인은 아무 말도 못한다는 겁니까?"라며 '벨로 숲 전투'에 참전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제 아들이 헌법의 기초 아래 적법한 절차를 밟고 보호받아야 함을 알고 있으며 아들도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건네받은 봉투를 개봉하는 재판관. 편지에는 "피고의 양심적 거부권은 헌법에 의거, 포기해야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비무장의 권리를 보장받는다. - 워싱턴 DC 사령관 머스그로브 장군"이라고 쓰여 있다.

 

 이에 대해 상스턴 대령이 소를 기각함으로서 드디어 도스는 무기 없이 의무병으로 전투에 참여하게 되고, 휴가를 받아 도로시와 결혼식을 올리고 첫날밤을 지낸다. [註: 데스몬드 T. 도스(Desmond Thomas Doss, 1919~2006)는 1942년 8월17일 도로시 슈트(Dorothy Pauline Schutte, 1920~1991)와 결혼했지만 1991년 11월17일에 교통사고로 사별하게 되고, 1993년 7월1일 당시 71세의 프란시스 듀만(Frances May Duman, 1922~2009)과 재혼한다. 도로시와의 사이에 외아들 데스몬드 토미 도스 주니어(Desmond 'Tommy' Doss Jr, 77세)를 두었다. 도스는 2006년 3월23일 앨라배마 피드몬트 자택에서 87세로 타계하여 그의 장례식은 4월3일 명예훈장 수상자답게 최고의 예우를 받으며 진행되었고, 시신은 테네시주 채터누가 국립묘지(Chattanooga National Cemetery)에 안장되었다. 프란시스는 3년 뒤인 2009년 2월3일에 사망하여 도로시와 마찬가지로 채터누가 국립묘지에 묻혔다.]

 

 

 영화 전반부에서 이 재판 과정이 압권이다.

 여기서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Seventh-day Adventist Church, SDA)에 대해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부르는 안식일교, 재림교는 19세기 미국에서 일어난 재림주의 운동의 계보를 이으며 성서주의 및 복음주의를 표명하는 개신교 교단이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라는 명칭은 1860년에 정해졌고, 교단 조직은 1863년에 공식 출범하였다. 

 

다른 교파 교인들과의 가장 표면적인 차이는 일요일 예배를 부정하고 예수의 실제적이고 급박한 재림과 제칠일안식일(토요일) 준수를 강조하는 점이다. 그리고 기본교리가 28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통' 견해가 다수임에도 '이단' 시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호와의 증인이나 몰몬교 등 동시대 신흥 교파들이 거의 모든 기독교단에게 '이단'으로 취급되고 종교학적으로도 '유사기독교'임에 이론(異論)이 제기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에는 2009년 기준으로 전국에 900여 교회와 21만 명의 안식일교 신자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216개국 약 14만8천여 개 교회에 약 2천만 명의 신자들이 있다.

안식일교회를 한국에서는 '삼육재단'이라고도 하는데 이유는 안식일교에서 '삼육(三育)', 즉 신체적(체육), 정신적(지육), 영적(덕육) 성숙을 통한 하나님의 형상 회복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재단에서 식품회사와 교육기관을 경영하기 때문이다. 성경에 명시된 부정한 식품들과 술, 담배 및 마약과 마취제의 무책임한 사용은 삼간다.

 

 

또 안식일교에서 채식 식품회사를 설립해 판매하는 일이 많다. 한국의 삼육식품, 일본의 산이쿠푸즈(三育フ?ズ), 호주와 뉴질랜드의 새니테리엄 헬스 웰빙 컴퍼니(Sanitarium Health and Wellbeing Company) 등이 있다.

 그 밖에 안식일교회는 • 교단과 목회자는 정치적 중립이 원칙이다 • 교단의 모든 목회자의 임금은 월급제이며 근로소득세를 내고 있다 • 타 교단의 주일학교에 해당하는 안식일학교가 있으며, 어린이와 중·고교 학생을 위한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 개발 도상국 약자·빈자들을 위해 아드라(ADRA, Adventist Development and Relief Agency) 라는 사회·의료 선교 및 봉사활동을 전개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 종교 때문에 총을 안 만진다는 식으로 견강부회(牽强附會) 하지만 실제로 2019년 현재 양심적 병역 거부와 집총 거부로 시끄러운 곳은 '여호와의 증인' 쪽이다.

 

 

 

이쯤에서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 후반부 장면은 주인공 데스몬드 도스가 총을 들지 않은 의무병으로 1945년 5월 오키나와 전투에 참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제77보병사단은 보충병력으로 참전했던 제96보병사단의 오키나와 전선을 인계해 미 제1해병사단과 함께 일본 육군의 방어선을 돌파하는 주공을 맡는다. [註: 제96보병사단은 오키나와 전투가 시작되자 선봉대로 투입되어 전진하던 중 우라소에 근처의 카카즈 고지, 타나바루와 니시바루, 마에다 고지에 포진한 일본군과 조우하여 1945년 4월 내내 격전을 벌이다 사단 와해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제77사단과 교체된다. 5월10일까지 휴식과 부대 재편을 한 뒤 다시 공세에 투입되어 슈리성 공략의 우익을 담당했다. 96사단이 실전에 투입된 기간은 총 200일 남짓으로 짧았으나 사상자는 8천 명에 달했고, 그 대부분은 오키나와 전투에서 발생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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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4
'핵소 고지'(Hacksaw Ridge) (3)

WWII 배경 영화 (VIII)

'오키나와 전투'에 의무병으로 참전한

데스몬드 T. 도스의 실화를 다룬 전기·전쟁영화

 

 

중대 선임하사인 하웰 상사(빈스 본)가 내무사열(사병들의 내무 생활을 검열하는 일)을 한다. 앤디 워커(고란 D. 클로이트)가 상급자에게 붙이는 존칭으로 'Sir'라고 하자 하웰은 군대계급인 '상사(Sergeant)'로 부르라며, 앤디가 시체처럼 삐쩍 말라서 '송장'이라는 의미의 '구울(Ghoul)'이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다음은 스미티 라이커(루크 브레이시). 그의 신발에 단검이 꽂혀 있다. 하웰 상사가 ‘누가 던졌느냐’고 묻자 월 키르진스키(니코 콜테즈)가 얼른 자기가 했다고 신고한다. 키르진스키는 폴란드계이지만 생김새가 인디언을 닮았다 하여 '추장(chief)'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이를 보고 웃는 데스몬드 도스에게 다가간 하웰 상사는 그를 '비실이'라며 바람에 안 날아가게 해주라고 내무반장에게 지시한다.

 

 또 훈련소에 등장할 때부터 근육질을 자랑하려고 알몸으로 운동을 하던 밀트 제인(루크 페글러)은 영화배우라도 되는 듯한 행동 덕에 '헐리우드'란 별명이 붙는다.

 

 

 내무사열 때 하웰 상사에게 딱 걸려 옷 입을 시간도 주지 않고, “그렇게도 자랑하고 싶으면 밖에 나가서 보여줘”라며 내몰리는 '헐리우드'. '노출증 환자새끼'라고 욕을 하며, 스미티 라이커 신발에 꽂힌 단검을 빼준 후 전원 바깥에 집합시키는 하웰 상사.

 유격 기본훈련 등에서 도스는 동료들보다 월등하게 잘 한다. 그런데 "이건 조국이 너희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미국 라이플의 교과서 30구경 M1 소총을 지급하고 하웰 상사가 말한다. "클립형 탄창에 반자동 견착형으로 적을 죽이고 파괴할 수 있다. 이제 총은 너희의 부인이고 너희의 애인이자, 첩이다. 다시 말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야 할 존재'란 뜻이다."

 

 그러나 도스는 신체적 훈련에서는 동료들보다 뛰어나게 잘했지만 안식일교의 종교적 신념 때문에 "집총과 토요일 훈련"을 거부한다.

 스미티 라이커가 도스를 괴롭힌다. 유격훈련에서 도스에게 졌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일까. 집총을 거부하는 도스가 종교 때문이 아니라 겁쟁이라 총을 안 잡고 빠지려는 것으로 오해하고, 도스의 성경책을 빼앗고 뺨을 때리면서 성경대로 다른 뺨도 대라며 조롱한다.

 

 

 도스가 성경책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카드놀이와 야한 잡지를 좋아하는 럭키 포드(마일로 깁슨, 멜 깁슨 감독의 아들)를 비교하며 "정중하게 돌려주십시오"라고 요청하라는 스미티. 도스가 꾹 참고 그대로 말하자 그때서야 성경책을 돌려준다.

 이를 본 랜덜 '티치' 풀러(리처드 파이로스)가 도스 편을 들어준다. 예일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해 저학력자가 태반인 중대에서 몇 안 되는 지식인이라 별명이 '선생 양반(Teach)'이다.

 

한편 하웰 상사로부터 도스가 의무병으로 지원하니 총을 잡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을 보고받은 중대장 잭 글로버 대위(샘 위싱턴)는 그를 정신병자로 몰아 제대시키려 한다. 그러나 도스는 '양심적 병역거부자(conscientious objector)'가 아니라 '양심적 병역조력자(conscientious cooperator)'라고 강변하는데….

 

이에 도스와 면담 테스트를 한 군의관 스텔저 대령(리처드 록스버그)은 글로버 대위에게 그의 종교적 신념이 정신질환을 구성하지 않으므로 면피사유가 정당하며, 사격훈련을 제외한 모든 훈련은 잘 받고 있고 위생병이 될 자격은 충분하다며 '섹션 8'을 이유로 제대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註: '섹션 8'은 미군에서 정신질환에 의한 의병전역을 부르는 은어. 1942년에 제정된 미 육군 규정 US AR 615-360의 제8절(Section 8)에서 유래되었으며, 이 규정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의병전역 사유를 정하고 있다. 현재는 미 육군 규정 AR 635-200-Enlisted Separations이 적용되고 있다.]

 

 

 글로버 중대장은 도스를 고깝게 보며 어떻게든 쫓아내라고 하웰 상사에게 지시한다. 하웰은 중대원들에게 도스에 대한 기수열외를 조장하거나 혼자서 화장실 청소 및 취사반 설거지를 시키고, 트집을 잡아 그의 침상을 뒤짚어 엎고 갈구는 등 혈안이 된다.

 소대 담당 하웰 상사는 도스에게 불이익을 줄 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소대를 주말 외출휴가 대신 완전군장 20km 행군을 시키는 등 가혹한 훈련과 압력을 행사한다.

 

어느 날 밤 소대원들이 집단 구타를 하여 도스를 초죽음으로 만든다. 이를 지켜본 스미티 라이커는 정작 린치에는 가담하지 않고 오히려 잠 좀 자자는 식으로 말리기도 한다. '선생 양반'인 랜덜 풀러가 유일하게 도스를 챙겨준다.

 같은 소대원들에게 구타를 당한 도스를 본 하웰 상사는 그의 제대를 종용하지만 도스는 끝까지 버틴다. 누가 구타했느냐고 묻지만 모른다며 잠버릇이 나빠서 그랬다고 말하는 도스! 이에 모두가 감동 먹고, 점점 도스를 인정해가는데….

 휴가날이다. 모두 들떠서 여자랑 잘 거면 피임하라는 농담이 오가는 중에 갑자기 상스턴 대령(로버트 모건)이 들어와서 도스에게 딴지를 건다. 도스는 이번 휴가에 도로시와의 결혼식을 예정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러나 휴가는 모든 필수 훈련을 이수한 병사에게만 허용되는 것이라고 못 박고, 비록 위생병이라 할지라도 집총훈련을 받았다면 총의 조작법은 알 것이라며 캐논 상병(존 캐논)에게 총을 가져다 주라고 명령하는 상스턴 대령.

 

 

 백약이 무효다. 드디어 상관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도스는 유치장에 수감된다. 글로버 중대장의 회유도 거절하는 도스. 게다가 유치장을 찾은 도로시가 총을 드는 시늉이라도 하면 되니 당장이라도 마음을 바꾸라고 설득하지만 결국 도스의 신념을 인정하게 된다.

 도로시가 도스의 부모님께 전화로 상황을 알린다. 어머니는 우리가 사랑하고 기도해줄 거라고 전해달라고 말하고… 아버지는 뭔가를 결심하는데….

 그의 신념을 시험 받으며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는 도스는 어머니를 구타하는 아버지를 총으로 쏠 뻔 했던 사건을 악몽으로 꾼다. 이것이 집총을 거부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윽고 군사재판에 회부된 도스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여 벌을 감형해주는 양형거래마저 거부한다. [註: '양형거래(量刑去來, Plea Bargain)'는 피의자가 완전한 승소(무죄) 확신이 없을 경우, 기소내용 중 일부 또는 전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대가로 검찰이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의 혐의로 소장(訴狀)을 변경하거나 구형량을 조정 또는 특정 혐의에 대해 기소를 하지 않는 등의 감형거래를 말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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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소 고지'(Hacksaw Ridge) (2)

WWII 배경 영화 (VIII)
'오키나와 전투'에 의무병으로 참전한 
데스몬드 T. 도스의 실화를 다룬 전기•전쟁영화 

 

(지난 호에 이어)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보자.
   화염방사기와 기관총 사격으로 죽어가는 군인들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오버랩되면서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들어본 적 있는가? 하나님은 신 중에 신이시며 세상 모든 것의 창조자시다. 그분은 절대 지치지 않으시며 누구도 감히 그분의 뜻을 짐작할 수 없다. 약한 자에게 강함을 주시며 일으켜 세우신다. 우리가 지쳐 쓰러지고 나락으로 떨어져도 하나님의 자녀는 다시 강해질 수 있다. 독수리같이 힘차게 날아 오르고 달릴 것이며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 없이 길을 걸을 것이다."

 

   주인공이 부상 당해 들것에 실려 간다. 이때 음성이 들린다. "데스몬드, 정신차려! 우리가 나가게 해줄게!" 이 첫 장면은 영화 마지막 장면의 도치(倒置)다.
   그리고 영화는 주인공 데스몬드 도스의 16년 전 어렸을 적 고향 버지니아 블루리지 산(Blue Ridge Mountains) 자락을 보여준다. 어린 데스몬드(다시 브라이스)가 형 할(로만 구에리에로)과 산 정상까지 달리기 시합을 한다. 

 

 

   한편 아버지 톰 도스(휴고 위빙)는 1차대전 때 '벨로 숲 전투'에 함께 참전했던 친구들이 묻혀 있는 마을 공동묘지를 찾는다. 전쟁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알코올 중독으로 폐인이 되다시피 한 톰은 이제 기억 속에서 전부 잊혀진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 듯 술병을 비석에 부딪혀 깨뜨리고는 피가 나는 손을 손수건으로 싸맨다. [註: '벨로 숲 전투(Battle of Belleau Wood)'는 1918년 6월1일부터 26일까지 미 해병 5연대 및 6연대가 마른 강(Marne) 인근의 벨로 숲에서 26일간의 혈투 끝에 파리로 진격하던 독일군을 격퇴한 유명한 전투다. 당시 미군은 1분에 600발 정도를 발사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완전자동식 맥심 기관총으로 무장한 독일군 진지를 단발 소총으로 공격해 142고지를 점령했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미군은 1,800여 명이 전사하고 9,000여 명이 부상을 입어 미국 해병대 역사상 최악의 피해로 알려져 있다.오늘날 미 해병의 별명이 데빌독(Devil Dog), 즉 '악마견'인데, 벨로 숲 전투에서 독일군이 '토이펠스훈데(Teufelshunde)'라고 붙인 별명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니 형제 간에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톰은 이들을 말릴 생각은 않고 이긴 놈만 벌주겠다며 지켜보는데 데스몬드가 벽돌로 형 해롤드 '할'의 이마를 때려 기절하는 바람에 어머니 버사 도스(레이첼 그리피스)가 놀라서 뛰쳐나온다. 

   거의 죽일 뻔한 이 벽돌 사건은 데스몬드가 안식일교 신앙심을 가지게 되는 시발점을 보여준다. 벽에 붙은 주기도문과 십계명을 새긴 포스터에 눈길이 가는 데스몬드. 특히 십계명 6조 "살인하지 말라(Thou shalt not kill)"에 눈이 꽂히는 순간, 엄마가 안심시키며 말한다. 
"살인은 제일 나쁜 죄야. 다른 이의 생명을 뺏는 건 하나님께서 가장 노여워 하시는 일이야. 전부 하나님의 자녀들이니까."

   밤에 자다가 언제나처럼 아버지가 어머니를 구타하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에 깬 데스몬드가 어머니를 위로하며 "아빤 우리를 왜 그렇게 미워해요?"라고 묻자 어머니가 말한다. "우릴 미워하지 않아. 자신이 미운 거야, 가끔씩. 아빤 진짜 좋은 분이셨어. 전쟁이 나기 전까진."
   장면은 그로부터 15년 후를 보여준다. 데스몬드 도스(앤드류 가필드)가 사다리에 올라가 교회의 창문을 닦던 중 차에 친 정비공을 발견하고 허벅지 동맥절단임을 알고 자기 허리띠를 풀어 지혈한 다음 응급환자라 구급차를 기다릴 새도 없이 동료의 차로 린치버그 병원(Lynchburg Hospital)으로 데려가 그의 목숨을 구한다. 

 

 

   담당의사(타일러 코핀)가 데스몬드의 지혈 처리가 목숨을 구했다며 칭찬한다. 도스가 자신의 벨트를 찾기 위해 병원 수혈 간호사 도로시 쉬트(테리사 파머)에게 부탁하다 오히려 그녀를 통해 헌혈을 하게 된다. 
   다음날 병원을 다시 찾은 도스는 도로시에게 헌혈을 부탁하나 이틀 연속으로 피를 뽑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바늘을 꽂은 뒤로 심장박동이 빨라졌어요. 당신을 생각하면 심장이 더 빨리 뛰어요"라고 말한다. "그런 고백은 처음 받아보네요"라고 말하는 도로시. 
   어느새 둘 사이에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등으로 발전하는데….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던 중 형 해롤드 도스(나다니엘 부졸리치)가 육군 군복을 입은 채 나타나 식탁에 앉는다. 부모님과 사전 상의도 않고 자원입대한 것이다. 아버지는 큰아들을 보면서 군복이 멋있었던, 그러나 비참하게 전사한 친구를 떠올리고 얘기를 하면서 감정에 북받쳐 울먹거리다 해롤드를 내쫓는다.

 

   도로시를 기다리는 동안 열심히 커닝햄의 저서인 '실용 해부학 지침서'를 탐독하는 도스. [註: 다니엘 존 커닝햄(Daniel John Cunningham, 1850~1909)은 스코틀랜드의 의사, 동물학자, 해부학자로 그의 저서 중 '실용 해부학 매뉴얼(Manual of Practical Anatomy)'과 '해부학 교과서(Text-book of Anatomy)'가 유명하다.]
   어느 날 도로시를 병원에 태워준 도스는, 다른 사람들이 군에 입대하는 상황에서 자신만 남을 수 없다며 도로시에게 군에 입대하여 의무병이 되겠다는 자신의 소신을 말한다. 도로시는 도스의 입대를 만류하며 자신에게 부탁할 것이 뭐냐고 묻는다. 도스는 그녀에게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고백하고 도로시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한편 아버지도 전쟁터는 놀이터가 아니라며 기적적으로 살아남아서도 다시 하나님을 찾을진 모르겠다며 만류하는데….

   도스가 입대하는 날, 도로시는 그에게 자기가 쓰던 작은 성경책을 선물한다. 그 속에는 도로시의 사진이 들어있고 사진 뒷면에는 "꼭 나에게 돌아와요, 데스몬드 도스. 사랑해요"라고 적혀있다. 첫 휴가 때 결혼식을 치르기로 약속하고….
   도스는 군에 입대하여 잭슨 요새(Fort Jackson) 기지에 있는, 별명이 '자유의 여신상 부대'인 미 육군 제77보병사단에 배치된다. 정확히는 77사단 307연대 1대대 B중대 소속. [註: 제77사단은 제1차 세계대전 때 찰스 위틀시(Charles White Whittlesey (1884~1921) 소령이 이끄는 이른바 '로스트 바탈리언(Lost Battalion)'으로 유명하다. 307보병연대의 K중대 및 308보병연대 554명이 1918년 10월2일부터 구조된 8일까지 닷새 동안 서부전선 아르곤 숲(Argonne)의 작은 골짜기에서 막강한 화력의 독일군(제5군)에 포위되어 전투식량과 식수도 없이 통신 두절로 오로지 비둘기 전령에 의존하여 독일군의 투항 권유도 거절함으로서 107명 전사, 63명 실종, 190명 부상으로 불과 194명만 생존했던 치열하고 처참한 전투였다. 그나마 그 공로로 명예훈장(Medal of Honour)을 받았던 위틀시 소령은 1921년 11월26일 뉴욕 출발 아바나(Havnana) 행 배에서 물에 빠져 자살했다. 37세 때였다. 2001년에 러셀 멀케이 감독에 의해 동명의 TV 영화로 제작, 방영되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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