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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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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카사블랑카(Casablanca)(6?끝)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
 

등장인물의 캐릭터, 인상적인 대사, 주제음악 등이 어우러져 
코미디, 로맨스, 서스펜스가 완전 균형을 이룬 전설적인 명화 
 

 

(지난 호에 이어)
   마이클 커티즈가 만든 작품 중에 특기할 만한 것을 언급해 보면, 'Santa Fe Trail(1940)'에서 에롤 플린과 함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1911~2004, 미국 제40대 대통령 역임)이 주연했고, 'Life with Father(1947)'에서는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아역배우로 출연했으며, 'Romance on the High Seas(1948)'에서 도리스 데이를 데뷔시키기도 했다. 또 '열정의 무대(King Creole•1958)'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와 월터 매타우(Walter Matthau, 1920~2000)가 공연하기도 했다.
   마이클 커티즈 감독은 평생토록 영어에 익숙하지 못해서 그와 관련된 일화가 많다. 1944년 3월2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카사블랑카'로 작품상, 각본상을 비롯하여 감독상을 수상하게 되었을 때 연설문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그는 어눌한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So many times I have a speech ready but no dice. Always a bridesmaid, never a mother." 

 

   또 한번은 '카사블랑카' 촬영현장에서 '푸들(poodle)'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지만 사실 그의 의도가 '조그만 물웅덩이(a puddle of water)'였다는 것을 알고 세트디자이너가 당혹해 했다고 한다. 또 영국 배우 데이비드 니븐은 자신의 비망록 두 번째 책의 제목을 'Empty Horses'라고 붙였는데, 그것은 커티즈 감독의 말실수 중에서 사실은 '기수 없이 말만 가져와라(horses without riders)'는 의도였는데 '속이 비어 있는 말을 가져와라'라고 말한 데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스웨덴 스톡홀름 태생의 금발 벽안(碧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갖춘 큰 키의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 1915~1982)은 17세 때인 1932년 장학금을 받고 스웨덴 왕립연극예술아카데미에 입학해 연기를 배웠고, 스웨덴과 독일 영화계에서 활동하다, 1936년 '간주곡(Intermezzo)'에 출연한 것이 헐리우드 영화제작자 데이비드 O. 셀즈닉의 눈에 띄어 1939년 미국으로 오게 된다. 그해 '간주곡'의 리메이크작 '이별(Intermezzo: A Love Story)'에 출연하며 헐리우드에 데뷔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당시 영어도 못했고 키가 너무 크고 높다란 코와 짙은 눈썹을 가진 외모에 독일식 이름을 가진 그녀였지만 결코 이를 고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화장끼 없는 자연미 그대로의 순수하고 신선한 미모와 개성 때문에 헐리우드의 성형미녀들을 제치고 성공하는 비결이 되었다. 

 

 

   그런데 버그만 자신은 '카사블랑카'를 그렇게 썩 좋은 작품으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해인 1943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아카데미 주연상 후보에 오르고 그 다음해 '가스등(Gaslight)'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1945년 '세인트 메리의 종(The Bells of St. Mary's)'에서 최우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3년 연속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되는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캐서린 헵번이 세운 4번 연속 기록이 최고이다. 그밖에 2개의 에미상, 4개의 골든글로브상과 토니상을 수상했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과도 인연을 맺어 '백색의 공포(Spellbound•1945)', '오명(Notorious•1946)' 그리고 컬러 작품인 '염소자리(Under Capricorn•1949)' 등 3편에 출연했다.
 

 

 이런 일화가 있다. 영화 '이수(離愁•Goodbye Again, 1961)'에 출연 당시 그녀는 45세였다. 하지만 실제 나이보다 너무 젊어 보여 분장사가 오히려 이 배역에 맞도록 눈에 섀도우를 바르고 목에 주름살을 그려 넣을 정도였다고 한다. 
   미모 뿐만 아니라 5개 국어에 능통한 재원인 그녀가 30대 초반에 이탈리아 유명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Roberto Rossellini, 1906~1977)에게 보낸 한 통의 편지로 인해 벌어진 스캔들은 너무나 유명하다. 
   버그만은 로셀리니의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아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로셀리니 씨, 당신의 영화 '무방비 도시(Open City)'와 '전화의 저편(Paisan)'을 봤습니다.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만약 스웨덴 여배우가 필요하다면, 그녀는 영어는 아주 잘하고, 독일어는 아직 잊지 않았고, 프랑스어는 썩 잘하지는 않고, 이탈리아어는 오직 ‘당신을 사랑해(ti amo)’만 알고 있는 배우인데요, 저는 당신과 함께 일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잉그리드 버그만.”

 

 

   버그만은 이윽고 정말로 로셀리니의 곁으로 달려가 로셀리니의 영화에 출연하며 그와 사랑에 빠졌다. 문제는 로셀리니가 유부남이었고 버그만 역시 남편과 딸이 있는 유부녀였다는 것. 이 불륜 사건은 1940년대 미국에 파란을 일으켰고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으며 버그만은 결국 헐리우드에서 실질적으로 추방당해 배우 경력 최고의 위기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후 그녀는 남편과 이혼하고 로셀리니와 결혼해서 아들 하나와 쌍둥이 딸을 두었다.    
   그러나 로셀리니와 헤어진 버그만은 다시 미국 영화계로 복귀한다. 6년의 시간이 흐르며 여론도 누그러져 1956년 '추상(아나스타샤)'에 출연하면서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 절친한 친구 캐리 그랜트가 대신 받아줬다. 
   분장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의 자연미와 웃을 때나 울 때 드러나는 가지런한 치열의 하얀 이로 우리들의 영원한 우상이었던 잉그리드 버그만은 1972년 유방암 선고를 받았으나 연기에 매진, 1974년 추리소설의 대가인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 단역으로 출연하여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1978년 마지막 출연작인 잉마르 베리만의 '가을 소나타'에서 명연을 펼쳐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고 4년 뒤인 1982년 영국 런던에서 67세로 세상을 떠났다. 시신은 런던에서 화장되어 스웨덴 서안에 뿌려졌고 나머지는 스톡홀름에 있는 부모님 납골당에 같이 안치되었다.
   '카사블랑카'에 출연한 배우 중 2008년에 조이 페이지를 끝으로 생존하는 배우는 없다. 하지만 코미디, 로맨스, 서스펜스가 완전 균형을 이룬 전설적인 명화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끝)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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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카사블랑카(Casablanca)(5)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

등장인물의 캐릭터, 인상적인 대사, 주제음악 등이 어우러져

코미디, 로맨스, 서스펜스가 완전 균형을 이룬 전설적인 명화

 

 

   릭 블레인 역의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 1899~1957)는 겉으로는 말수가 적고 냉소적인 터프 가이로 보이지만 르노 서장의 표현대로 "냉소적인 껍질 속에 타고난 감상주의자"의 면모를 훌륭히 표출한 연기로 아카데미 최우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다. 그러나 그는 9년 후 캐서린 헵번과 공연한 컬러 작품인 존 휴스턴 감독의 '아프리카의 여왕(The African Queen·1951)'으로 드디어 오스카상을 수상하게 된다.

   보가트는 존 휴스턴 감독의 '말타의 매(The Maltese Falcon·1941)'에서 우가티 역의 헝가리 출신 배우 피터 로레와 페라레 역의 영국배우 시드니 그린스트리트와 공연했다. 그리고 역시 존 휴스턴 감독의 '시에라 마드레의 보물(The Treasure of the Sierra Madre·1948)', 오드리 헵번과 공연한 빌리 와일더 감독의 '사브리나(1954)', 프레데릭 마치와 공연한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필사의 도망자(The Desperate Hours·1955)' 등 3세기에 걸쳐 75편의 주로 느와르 스릴러 영화에 출연한 미국 명배우로, 로맨틱 드라마 출연은 '카사블랑카'가 처음이었다.

 

 

   험프리 보가트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원작에 기초한 하워드 호크스 감독의 '소유와 무소유(To Have and Have Not·1944)'를 촬영할 때 공연한 로렌 버콜(Lauren Bacall, 1924~2014)과 사랑에 빠져 다음해 1945년에 재혼한다. 그녀 나이 20세, 그의 나이 45세 때였다. 그 후 보가트가 식도암으로 57세로 죽기까지 함께 했으며 슬하에 남매를 두었다. 

   르노 서장 역의 클로드 레인즈는 영국 런던 출신 배우로 마이클 커티즈 감독의 '로빈 후드의 모험(The Adventures of Robin Hood·1938)'에 출연했으며, 베티 데이비스, 라즐로 역의 오스트리아 배우 폴 핸레이드와 'Now, Voyager(1942)'에서 공연했다. 특히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오명(Notorious·1946)'에서 나치 악당 역으로 잉그리드 버그만과 공연했는데, 그의 키가 178㎝의 잉그리드 버그만에 비해 너무 작아 촬영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도 5㎝ 정도 작아 버그만과 함께 있는 장면은 블록 위에 서거나 쿠션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찍었다는 후문이다.

 

 

   카지노 딜러 에밀 역의 마르셀 달리오(Marcel Dalio, 1899~1983)는 프랑스 배우로 1930년대에 장 르누아르 감독의 '시적 리얼리즘'의 대표작인 '위대한 환상(La Grande Illusion·1937)'과 '게임의 규칙(The Rules of the Game·1939)'에 출연하였으며, '소유와 무소유'에서 호텔소유자로 레지스탕스를 돕는 비중 높은 역을 맡았고 이때 도어맨 압둘 역의 댄 시무어(Dan Seymour, 1915~1993)도 공연했다.

   이본느 역의 마델리느 르보(Madeleine LeBeau, 1923~2016)와 1939년 결혼하여 '카사블랑카' 제작 당시인 1942년 이혼했다. 르보는 '카사블랑카'에 출연한 배우 중 유일하게 생존하는 프랑스 배우였으나 2016년 93세로 타계했다.

 

 

   피아니스트 샘 역의 둘리 윌슨(Arthur 'Dooley' Wilson, 1886~1953)은 원래 북쟁이(drummer)인데 피아노 연주는 연기에 불과했고 실제는 엘리어트 카펜터라는 스튜디오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것이라고 한다. 노래도 촬영이 끝난 다음 윌슨 목소리를 더빙했다고 전해진다.

   음악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맥스 스타이너(Max Steiner, 1888~1971)가 맡았다. 그는 "영화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데 300여 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했으며 24차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3번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바람과…'로 후보에 올랐지만 "오즈의 마법사'의 허버트 스토다트에게 돌아갔다. 우리에겐 '킹콩(1933)'과 '피서지에서 생긴 일(A Summer Place·1959)'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이다.

   '카사블랑카'에 삽입된 "As Time Goes By"는 허만 허펠트(Herman Hupfeld, 1894~1951)가 1931년 'Everybody's Welcome'이란 브로드웨이 쇼를 위해 작곡한 노래였기 때문에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 맥스 스타이너가 새로 만든 곡으로 대체하기 위해 재촬영을 하려 했지만 잉그리드 버그만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마리아 역을 위해 이미 머리를 숏커트한 상태여서 촬영이 불가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대신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와 독일군의 노래의 대결 구도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출연진 대부분이 유럽 출신일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또는 피난민으로서 실제 절망적이고 눈물겨운 체험을 했던 배우들이라 나치 역을 맡은 배우들은 물론 이 '카사블랑카'의 '국가(國歌) 대결' 장면에서 감정에 북받쳐 많이들 울었다고 한다. 또 이 영화를 하버드대에서 처음 상영했을 때 이 장면에서 '라 마르세예즈'를 모두가 따라서 불렀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1998년에 마이클 월쉬(Michael Walsh)가 위의 노래와 같은 제목으로 쓴 소설 'As Time Goes By'는 110만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그 성공의 요인은 책의 엔딩이 영화의 마지막 귀결의 정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은 제작된 지 반 세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카사블랑카'의 열혈 팬이 아직도 많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마이클 커티즈(Michael Curtiz, 1886~1962) 감독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으로 유럽에서 50여 편, 미국에서 100여 편을 감독했는데 1930~1940년대 워너브라더스 영화사의 전성기에 활약하였다.     

   가장 잘 알려진 영화로는 '소돔과 고모라(1922)', '노아의 방주(1928)'를 비롯하여, 에롤 플린 주연의 '로빈 후드의 모험(1938)', 제임스 개그니와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더러운 얼굴의 천사(1938), 제임스 개그니 주연의 '양키 두들 댄디(1942)' 등이 있다. 특히 빙 크로스비와 로즈마리 클루니 주연의 '화이트 크리스마스(1954)'로 우리 기억에 깊이 각인된 명감독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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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1
카사블랑카(Casablanca) (4)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
등장인물의 캐릭터, 인상적인 대사, 주제음악 등이 어우러져 
코미디, 로맨스, 서스펜스가 완전 균형을 이룬 전설적인 명화 
 

 

(지난 호에 이어)
   그래서 병든 남편을 간호하기 위해 구차한 설명을 하지 않고 릭을 떠났던 것이라고…. "지금은 어때?"라는 릭의 질문에 "다시는 당신 곁을 떠나지 않겠다"며 혼란스러워 "당신이 우리들을 위해 대신 생각해 달라"고 말하는 일사….
   드디어 릭의 쓰라린 상처는 치유되어 그들을 돕기로 결심하는데… 이때 카를과 함께 라즐로가 예기치 않게 카페에 나타난다. 레지스탕스 회의가 경찰에게 적발돼 간신히 도망쳐 나왔던 것이다. 릭은 조용히 카를을 불러 라즐로 모르게 일사를 호텔로 배웅하도록 지시한다. 
   릭이 라즐로의 상처를 치료해 주며 그에게 투쟁하는 이유를 묻는다. 그는 "그건 숨 쉬는 것과 같아서 숨을 멈추면 죽는 것처럼 투쟁을 포기하면 죽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라즐로는 릭의 일사에 대한 사랑을 카페에 오던 첫날부터 낌새를 알아차리고 있었다며 "우리가 같은 여자를 사랑하는 것 같으니까 부탁인데 나는 통행증이 필요 없으니 아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릭에게 간청한다. 

 

 

   이때 경찰이 들이닥쳐 라즐로를 체포해 간다. 뒷모습을 보며 릭이 중얼거린다. "드디어 운명이 작업을 시작했군!"
   다음날, 르노 서장을 찾아간 릭은 벌금과 구류 정도의 죄보다 더 큰 죄명, 이를 테면 '독일병에게서 탈취한 통행증 소지죄'로 붙잡아 라즐로를 수용소로 보내자고 제의한다. 그리고 르노 서장의 의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릭은 자기와 일사가 함께 미국으로 떠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내 우정에 기대지 말게. 난 경찰이야!"라고 쐐기를 박으며 라즐로를 풀어주고, 저녁 비행기 출발 30분 전에 릭의 카페에 들르기로 약속하는 르노 서장. 
   그리고 릭은 '파란 앵무새' 주인 페라레를 찾아가 샘, 압둘, 카를, 사샤, 에밀 등 자기 종업원을 그대로 고용하는 조건으로 카페를 인계한다. 이때 릭이 샘에게는 이익의 25%를 배분해 주라고 하자 페라레는 "실제 10%인 줄 알지만 그대로 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자기 카페로 돌아오는 릭.

 

 

   르노 서장이 약속대로 리스본행 비행기 출발 30분 전에 카페로 찾아오는데, 이어서 라즐로와 일사가 들어오자 르노는 릭의 사무실에 일단 몸을 숨긴다. 릭이 라즐로에게 비자를 전달하려고 하자 미리 숨어있던 르노가 나타나 "사랑이 양심을 이겼다"며 라즐로를 체포하려 한다. 
   이때 릭이 르노에게 권총을 겨누고 관제탑에 연락하여 리스본행 승객 두 사람을 태우라고 지시한다. 한편 이 통화를 도청하고 있던 스트라사 소령이 차를 대기시키고 경찰을 동원하라고 명령한다. 숨가쁜 위기의 순간!
   공항에 도착한 일행. 릭은 통행증에 '라즐로 부부'로 쓰라고 르노에게 지시한다. 이 말을 들은 일사가 어젯밤 얘기와 다르다며 의아해 하자 릭이 타이른다. "당신은 빅터와 함께 당신이 속한 곳으로 떠나. 만일 우리 둘이 남으면 수용소로 끌려갈 건 뻔한데… 그건 사실이야!" 일사가 "날 보내려고 그러는 거죠?"라고 되묻는다. 

   릭이 계속해서 말한다. "아냐, 진실을 말하는 거야. 당신은 빅터의 세계에 속했고 당신은 그의 일부이고 그를 지속시키는 힘이지. 저 비행기를 떠나 보내면 아마 오늘도 내일이 아니고 지금 당장부터 평생 동안 후회하게 될 거야." "우리 관계는요?"라는 일사의 물음에 "파리의 추억으로 남겠지. 당신이 이곳에 오기 전엔 잊었는데 어젯밤 되찾았어!" "당신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요…." "…이렇게 지켜보고 있잖아!"

 

 

   그리고 빅터 라즐로에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는 릭. "당신은 일사와의 관계를 다 안다고 말했소. 하지만 어젯밤에 일사가 나를 찾아온 일은 모를 것이오. 그녀는 통행증을 부탁하러 왔소. 그녀는 날 사랑한다고도 설득했소. 하지만 그건 오래 전 일이요. 그녀는 안 그런 척 했고 나도 묵인했소." 이 말에 빅터는 용기를 얻고 "이번엔 우리 편이 승리할 거란 걸 확신하오"라며 고마워한다. 
   한편 라즐로 부부를 태운 리스본행 비행기가 활주로로 진입할 무렵 스트라사가 혼자 차를 몰고 나타나 르노 서장에게 무슨 전화였냐고 묻자 르노는 '빅터 라즐로가 탄 비행기'라고 대답한다. '왜 말리지 않았냐'는 물음에 르노는 릭을 가리키며 "저 친구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엿먹은 스트라사가 관제탑에 전화를 하면서 권총을 빼드는 순간 릭이 그를 저격한다. 뒤늦게 몰려온 경찰들. 순간 릭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그러나 르노가 "스트라사 소령이 저격 당했다…. 용의자를 검거해 오라(Round up the usual suspects.)"고 지시해 릭을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서 구해준다. 
   르노가 긴장 탓으로 갈증이 나서 공항 탁자 위의 물을 마시려는데 물병에 붙어있는 '비시수(Vichy Water)'라는 레이블을 보자 바닥에 팽개치고 발로 차버린다. 비행기는 떠나고 안개 자욱한 공항을 걷는 릭과 르노. 

 

 

   릭이 르노에게 "자네는 나한테 1만 프랑 빚졌네." 르노의 대답 "우리 둘의 경비로 쓰지 뭐." 이때 릭이 "루이, 이것이 아름다운 우정의 시작이야!"라고 말하면서 둘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며 프랑스 국가가 연주되면서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카사블랑카'는 등장인물의 캐릭터, 인상적인 대사, 주제음악 등이 어우러져 코미디, 로맨스, 서스펜스가 완벽한 균형을 이룬 전설적인 명화로 평가 받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학기 시험 마지막 주에는 이 '카사블랑카'를 상영하는 전통을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마지막에 일사가 남편 라즐로와 옛 연인 릭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데, 당시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가는 내용을 금지하는 검열 기준 때문에 라즐로에게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잉그리드 버그만의 특허인 눈물이 흘러내리는 왼쪽 얼굴과 영롱한 푸른 눈동자의 클로스업을 통한 감정적 연기로 인해 관객은 릭을 선택했으면 하고 은근히 기대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이런 점이 고전영화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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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4
"카사블랑카(Casablanca)" (3)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

등장인물의 캐릭터, 인상적인 대사, 주제음악 등이 어우러져

코미디, 로맨스, 서스펜스가 완전 균형을 이룬 전설적인 명화

 

 

 

(지난 호에 이어)

   그날 밤 일사를 다시 만난 것에 대해서 마음이 쓰라려 "온 세상 모든 술집 중에서 하필 내 집으로 오다니…." 하며 밤새 술을 마시는 릭.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곁에서 보살피는 샘에게 오늘 일사에게 들려준 노래를 연주하라고 주문한다. 샘이 "기억이…" 하며 주저하자 릭은 "그녀가 견디면 나도 견딜 수 있다"며 "연주하라!"고 강요한다. 샘은 할 수 없어 'As Time Goes By'를 연주하는데….

   이때 플래시백으로 일사와 릭이 파리에 있을 때의 연인관계를 보여준다. 여기서 둘이 있을 때마다 릭이 하는 유명한 대사 "자기를 지켜보고 있잖아(Here's looking at you, kid.)"가 나온다. 결혼까지 약속한 그들은 나치가 파리를 점령하자 같이 피난 가기로 하였으나 비가 쏟아지는 기차역에서 샘이 전해준 일사의 못 간다는 편지를 받고 영문도 모른 채 멍하니 기차에 오르게 된다. 그것이 마지막 이별이었다….

   그때 일사가 릭의 카페에 찾아온다. 그러나 릭이 차갑게 대하자 더 이상 말을 못하고 그냥 나가버리는 일사.

   다음날, 경찰서에 출두한 라즐로와 일사는 우가티가 죽었다는 사실과 스트라사 소령의 임무를 듣게 된다. 그 임무는 라즐로를 계속 카사블랑카에 붙들어두는 것이다. 스트라사 소령은 지하조직의 이름과 장소를 얘기하면 탈출시켜 주겠다고 하나 라즐로는 자기가 죽으면 중립국 경찰서장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며 자기 뒤에 수많은 사람이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경찰서를 나선다.

   이즈음 페라레의 카페에 들른 릭이 라즐로와 일사가 오는 것을 목격하고 밖으로 나간다. 라즐로가 '파란 앵무새' 클럽에 들어간 사이 릭은 잠시 일사를 만나 간밤의 취중의 무례를 사과한다. 이번에는 일사가 그를 차갑게 대하고 라즐로가 남편임을 일러주곤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한 사람의 통행증은 가능하지만 두 사람은 어렵다고 말하는 페라레. 대신, 그는 우가티가 잡혀갔을 때 통행증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독일군에게서 빼앗은 통행증은 릭에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귀띔해 준다.

   다시 릭의 카페. 이본느가 어느새 적의 품에 안겨 독일군 장교와 함께 들어와 바텐더 사샤에게 술을 주문한다. 이를 보고 아니꼽다고 빈정대는 프랑스 경찰과 독일 장교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다. 릭이 둘을 떼어놓고 "정치적 얘기를 하려면 이 카페를 나가라"고 하여 사태를 수습한다.

   릭의 카페에 아니나 브란델(조이 페이지)이라는 불가리아 태생의 젊고 예쁜 여자가 찾아와 릭에게 정중하게 그러나 심각하게 '르노 서장이 믿을 만한 사람인가'에 대해 물어본다. [註: 조이 페이지(Joy Page, 1924~2008)는 여러 장면에 등장하는데 실제 워너브라더즈 설립자 잭 L. 워너(1892~1978)의 의붓딸로 첫 데뷔작이다.]

   그녀의 남편 얀 브란델(헬무트 단티네)이 룰렛 도박으로 돈을 다 탕진하여 비자 구입은커녕 불가리아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되었다며 사실은 르노 서장에게 몸을 팔아 비자를 구입하기 위해 릭의 충고를 받으러 온 것이었다.

 

 

   딱한 사정을 들은 릭은 이들을 도와 룰렛 도박에서 거금을 따게 해 준다. 물론 그만큼 밑지는 장사였지만…. 릭은 항상 약자를 도우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를 본 웨이터 카를과 바텐더 사샤가 사장 릭에게 훌륭한 일을 했다며 존경과 감사를 표시한다.

   이때 라즐로와 일사가 카페로 온다. 릭은 반갑게 그들을 맞이하여 좋은 좌석을 마련해 주고 일사가 파리의 기억을 더듬을 수 있는 음악을 샘에게 부탁하면서 각별히 배려하는데…. 라즐로가 릭에게 은밀히 할 얘기가 있다고 하여 릭의 이층 사무실로 올라간다. 라즐로는 비자를 사겠다며 돈은 얼마든지 주겠다고 제의하지만 릭은 어떤 대가를 주더라도 비자를 팔지 않겠다며 그 이유는 부인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이때 스트라사가 나치 장교들과 함께 흥겹게 '라인강을 수비하라(Die Wacht am Rhein)'란 노래를 합창하여 대화가 끊긴다. 이를 본 라즐로가 분을 참지 못해 카페 밴드에게 프랑스 국가(國歌)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를 연주하도록 주문하자 밴드마스터가 이층에 있는 릭을 힐끔 쳐다본다. 릭이 고개를 끄덕이자 라즐로가 선창하고 이내 카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애국심에 불타서 합창한다.

   이때, 앞에서 라즐로가 베르거와 얘기할 때 'Tango Delle Rose'를 기타 치며 노래했던 여가수(코리나 뮤라)와 특히 적의 품에 안긴 걸 후회하듯 눈물을 흘리며 노래하는 이본느를 클로스업 한다. 그리고 실제 베이스-바리톤 오페라 가수인 조지 런던(George London, 1920~1985, 몬트리얼 출신)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일에 대한 보복으로 스트라사 소령은 르노 서장에게 클럽을 즉시 폐쇄하도록 지시하고 일사에게 다가와 협박한다. 파리로 돌아가든지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죽든지 선택하라고….

   밤 늦게 호텔로 돌아온 라즐로는 일사에게 릭의 발언에 대해 말하고는 레지스탕스 비밀회의에 간다. 그 틈에 폐쇄된 카페에 일사가 릭을 찾아오는데… 그때 릭은 카를과 카페의 재정상태를 점검하고 월급은 정상적으로 주겠다고 결정한다. 카를이 고마워하며 레지스탕스 회의에 참석하러 간 후 릭이 사무실로 올라오니 일사가 뒷문 계단을 통해 들어와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놀라는 릭!

   그러나 그는 차갑게 그녀를 대한다. 일사는 세상이 곤경에 빠져있는데 자기 혼자만 생각하는 릭을 나무라고 "한 여자에게서 받은 상처를 온세상에 대해 복수하려 한다"고 질책한다. 하지만 과거의 생각에 집착한 그가 통행증을 건네주려 하지 않자 일사는 권총을 꺼내 협박한다. 그러나 차마 쏠 수가 없다….

   곧 그녀가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파리 기차역에 나오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다. 1940년 그들이 파리에서 처음 만나 사랑했을 때 그녀의 남편은 수용소 캠프에서 탈출하다 사살되었다는 소문을 믿었다. 그런데 릭과 함께 파리 탈출을 준비하고 있는 중에 라즐로가 살아있으며 모처에 은신하고 있다는 소식을 친구로부터 듣게 되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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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0
카사블랑카(Casablanca) (2)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

등장인물의 캐릭터, 인상적인 대사, 주제음악 등이 어우러져

코미디, 로맨스, 서스펜스가 완전 균형을 이룬 전설적인 명화

 

 

 

   1941년 12월 무렵, 미국 뉴욕 출신 리처드 블레인(험프리 보가트)은 카사블랑카에 이주하여 '릭의 카페 아메리카나'라는 고급 나이트클럽 및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카페에는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독일 장교들뿐만 아니라 미국 이민을 위해 리스본으로 가는 통행증을 얻으려고 몰려든 다양한 국적과 직업의 피난민들과 소매치기, 보석거래상 등의 군상(群像)들로 항상 붐빈다.

   릭의 카페 출입구에서 도어맨 압둘(댄 시무어)이 일일이 손님을 확인하며 안으로 들여보내는데 독일인 은행가(그레고리 가예)가 오자 릭을 힐끔 쳐다보는 압둘. 릭이 고개를 가로젓자 출입을 거절 당한다. 이에 무시한다고 항의하지만 결국 쫓겨나는 은행가….

   과거의 명예도 권력도 통하지 않는 곳이 카사블랑카다. 잘난 수표도 필요 없고 오로지 현금만 통하는 곳이 카사블랑카다.

 

 

  '파란 앵무새' 클럽의 주인이자 릭의 친구인 페라레(시드니 그린스트리트)가 찾아와 여느 때처럼 릭에게 카페를 팔라고 종용한다. 릭이 거절하자 이젠 릭의 친구이자 클럽 피아니스트인 샘(둘리 윌슨)을 스카우트하려고 하여 릭은 직접 물어보자고 한다. 릭이 "월급을 두 배로 올려준다는데 가겠냐?"고 묻자 "그래도 여기가 좋다"고 대답하는 샘. 페라레는 겸연쩍어 하며 돌아간다.

   한편 네덜란드 은행가(토벤 마이어)가 앉은 테이블에서 서브하는 웨이터 카를(S. Z. 사칼)이 "릭과 한잔 같이 할 수 있냐?"는 여자손님의 질문에 "릭은 절대 손님과 같이 마시지 않는다"고 대답한다.[註: S.Z. 사칼은 오프닝 크레디트에 S. K. Sakall로 오기되었다. 그는 실제 유대계 헝가리인으로 1939년에 독일을 탈출했지만 그의 세 누이동생은 붙잡혀 유대인수용소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이어 은행가가 "암스텔담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며 우쭐대자 카를은 "첫 번째 은행가도 우리 카페 주방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 아버지는 급사로 있다"고 익살스럽게 대꾸한다.

   릭은 모든 일에 겉으로는 중립이지만 사실 1935년 제2차 이탈리아-에티오피아 전쟁에서 에티오피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1936년 스페인 내전 때도 파시즘에 맞서서 공화정부파 편에서 싸운 경력이 있기 때문에 르노 서장으로서는 눈엣가시다. 계속 릭을 주의 깊게 살피지만 그는 사실 중립적인 입장인 릭의 친구이기도 한 묘한 캐릭터다. 

   릭의 카페에 난민들에게 엄청난 돈을 받고 비자를 파는 우가티(피터 로레)가 나타나 사실은 독일 병사 두 명을 살해하여 획득한 '통행증(letter of transit)'을 릭에게 잠시 맡긴다. 릭은 바쁜 중이라 공연하고 있는 샘의 피아노 위 악보철 속에 무심코 그것을 밀어넣어 두는데….

   러시안 바텐더 사샤(레오니드 킨스키, 유대계 러시아인)의 바에 그가 짝사랑하는 이본느(마델리느 르보)가 술에 취해 릭을 보고 어젯밤 왜 안 왔냐, 오늘밤은 올 거냐며 횡설수설 하자 릭은 그녀를 밖으로 끌고 나와 사샤를 시켜 택시를 태워 돌려보낸다.

 

   그때 페티오에 앉아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르노 서장이 "쯧쯧, 그렇게 여자를 다뤄서야 붙어있을 여자가 어디 있겠냐?"며 우정 어린 핀잔을 준다.

   르노는 릭에게 카사블랑카에 온 이유를 묻는다. "건강 때문에 좋은 물을 찾아왔지." "물이라니? 여긴 사막 한 가운데야." "누가 잘못 가르쳐 줬군!" 이때 카지노 딜러인 에밀(마르셀 달리오)이 손님이 2만 프랑을 땄는데 줄 돈이 모자란다고 찾아온다.

   릭이 금고에서 돈을 꺼내는 사이에 르노는 오늘밤 여기서 독일병 살인범을 검거할 것이며 라즐로라는 사람이 그 통행증을 찾으러 올 것이라고 일러준다. 르노가 라즐로가 이번에는 탈출하지 못할 거라고 장담하자 릭은 "남을 위해 목숨을 걸진 않는다"면서도 "만일 탈출하면 1만 프랑 내기"를 건다.

   그 통행증은 카사블랑카를 떠나 나치 점령하의 유럽을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서류였다. 우가티는 실은 그날 밤 이 통행증을 라즐로에게 팔 계획이었으나 사전 정보를 입수한 르노 서장의 명령으로 붙잡히자 권총을 빼서 저항하다 사살된다. 그러나 그는 통행증의 행방에 대해서는 폭로하지 않았다.

   르노 서장은 비자를 섹스와 맞바꾸는 등 낯두꺼운 부패 관료이지만 그날 카사블랑카에 도착한 나치 독일의 스트라사 소령의 환심을 사고 프랑스 경찰의 우월성을 보여주기 위해 그를 릭의 카페에 초청하여 다 보는 앞에서 우가티를 체포했던 것이다.

   스트라사와 그의 장교들이 릭에게 정치성을 띤 질문을 하자 릭은 "술집을 경영하는 사람에 불과하다"고 대답하며 어디까지나 중립적 입장을 견지한다. 이런 릭을 르노는 "여자한테도 중립적이죠. 걱정 안 해도 될 사람"이라고 스트라사에게 말한다.

   그때 체코 레지스탕스 지도자 빅터 라즐로(폴 헨레이드)와 그의 노르웨이 출신 부인 일사 란드(잉그리드 버그만)가 릭의 클럽에 나타난다. 라즐로는 우가티를 만나 통행증을 받으려고 왔으나, 보석거래상으로 위장한 레지스탕스 비밀요원인 베르거(존 퀄런, 캐나다 출신 배우)로부터 그가 잡혀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실망한다.

   이때 라즐로 부부를 지켜보던 르노가 프랑스인답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합석한다. 이어 스트라사가 와서 내일 10시 경찰서에 출두하라고 명령한다. 르노는 이 부부에게 '명령'이라기보다 '부탁'드리는 것이라고 얼버무린다.

   일사가 르노에게 노래 부르는 샘에 대해 묻자 이 집 주인인 릭과 함께 파리에서 왔다고 알려준다. 그녀는 샘을 만나 릭이 어딨는지 물어본다. 샘은 그녀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As Time Goes By'를 부르는데, 마침 카페 안으로 들어오던 릭이 그 노래를 듣고 이 곡을 다시는 연주하지 말라는 명령을 거역한 샘에게 다가서다가 일사를 발견하고 놀란다.

   그리고 손님과 합석하지 않으며 더욱이 계산서를 직접 지불하는 법이 없는 규칙을 스스로 깨버리는 릭!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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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3
"카사블랑카(Casablanca)" (1)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

등장인물의 캐릭터, 인상적인 대사, 주제음악 등이 어우러져

코미디, 로맨스, 서스펜스가 완전 균형을 이룬 전설적인 명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과 여인의 운명' 시리즈 중 다섯 번째로 ‘카사블랑카(Casablanca)’를 꼽아보았다. 본보에도 10년 전에 연재된 바 있고, 역대 최고의 헐리우드 영화라 아마 안 보신 분이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또 유행가 가사에도 나오는 '카사블랑카(하얀 집이란 뜻)'라는 점에서 적어도 제목만이라도 다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이 영화는 잉그리드 버그만을 세계적 배우로 발돋움시켰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및 각색상을 수상하였다. 1942년 워너브라더즈사 배급. 흑백 로맨틱 드라마. 감독 마이클 커티즈. 출연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폴 헨레이드, 클로드 레인즈 등, 러닝타임 102분.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때인 1940~1944년 기간 동안 프랑스 필리프 페탱 원수가 이끄는 비시(Vichy) 정권 통제 하에 있던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최대의 도시 카사블랑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1942년 상영 몇 주 전인 11월8일에 미·영 연합군의 북아프리카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 즉 '횃불 작전(Operation Torch)'이 진행되어, 미국은 다음날인 9일 모로코, 10일 알제리를 점령하고, 영국도 10일에 튀니지를 점령하게 되자 천재일우(千載一遇)의 절묘한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11월26일에 개봉하여 큰 인기몰이를 했다고 한다.

행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뉴욕시에서 처음 개봉한 후 그 다음해인 1943년 1월23일에 전국 개봉을 했을 때, 마침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 이오시프 스탈린 소비에트 연방 당서기장 등이 참석한 정상회담이 실제 카사블랑카에서 열렸던 것이다. '카사블랑카'로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보다 더 절묘한 마케팅 호재가 있었겠는가.

그러나 진작 촬영은 캘리포니아 버뱅크 소재 워너브라더즈 스튜디오에서 전부 이루어졌고, 다만 공항 장면은 LA의 밴 나이스 공항(Van Nuys Airport)에서 촬영되었다. 이 영화는 머리 버네트와 조앤 앨리슨이 쓴 소설 ‘모두가 릭의 카페로 온다(Everybody Comes to Rick's)’를 원작으로 각색하였는데, 줄거리와 대사가 소설의 내용과 달라져서 배역진들은 마지막까지 결말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1940년에 쓴 '모두가 릭의 카페로 온다'는 당시 미출판된 상태였는 데도 워너브라더즈사의 제작자 할 B. 월리스는 인기를 끌만한 줄거리로 평가하여 당시로서는 사상 유례 없는 2만 달러(현재가치로 300~400만불)를 주고 작가로부터 이 작품을 샀다고 한다. 그리고 제목을 1938년 히트영화인 '알제(Algiers)'를 모방하여 '카사블랑카'로 이름 붙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알제'는 그 전 해인 1937년 프랑스의 거장 줄리앙 뒤비비에 감독의 '망향(Pepe le Moko)'을 미국판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당시 어느 누구도 이 영화로 노다지를 캘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지만 정작 영화가 히트하여 상영 첫해에 370만 달러를 벌어들이자 2만불의 대가는 일종의 사기(?)로 밖에 볼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원작자가 로열티 소송을 걸어 결국 워너브라더즈사는 1997년에 두 작가에게 각각 10만불을 추가 지급함으로써 일단락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하도 유명한 전설적인 영화이다 보니 이렇게 그 뒤에 숨은 숱한 일화들이 많기 때문에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좀 깊이 있게 서술하고자 한다.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보자. 먼저 아프리카 지도를 배경으로 오프닝 크레디트가 나온 다음, 몽타주 시퀀스를 통해 내레이션으로 당시의 상황이 설명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인들의 가장 큰 희망은 나치가 점령한 조국을 떠나 자유의 땅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이었다. 당시 탈출구는 중립국인 포르투갈의 리스본이었으나 바로 가긴 힘들었기 때문에 돌아가는 피난민이 줄을 이었다."

이때 장면은 파리에서 마르세유로, 지중해를 건너 알제리 오랑으로, 거기서 열차, 자동차로 또는 걸어서 아프리카를 서쪽으로 가로질러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로 가는 루트를 보여준다. [註: 이 시퀀스는 돈 시겔(Don Siegel, 1912~1991)이 창안한 것인데 그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더티 해리(1971)' 1편 및 '알카트라즈 탈출(1979)', 존 웨인 마지막 영화인 '최후의 총잡이(The Shootist·1976)' 등의 감독으로 더 유명하다. 알제리 오랑(Oran)은 알베르 카뮈의 명작 '페스트'의 무대로 유명한 곳이다.]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카사블랑카에서 돈이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운좋게 비자를 구하여 리스본으로 가서 미국으로 갈 수 있었으나, 대부분의 피난민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그곳에서 마냥 기다려야 했다. 끝없이…, 끝없이…."

장면은 카사블랑카의 난민들로 북적거리는 이색적인 거리를 보여주다가 프랑스 경찰의 방송에서 독일 서류전달병 2명이 오랑발(發) 기차에서 살해되었으며 용의자가 카사블랑카로 향하고 있으니 검문 검색을 강화하여 문서를 찾으라는 지령이 내린다. 카사블랑카의 난민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프랑스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든다.

이때 불법체류자로 들통나 도망가던 한 난민이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 필리페 페탱 장군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담장 앞에서 사살된다. 그리고 연행된 숱한 사람들이 경찰서로 끌려간다. 정문 아치에 새겨져 있는 프랑스 국가 이념인 '자유·평등·박애'가 무색하다. [註: 필리페 페탱(Henri Philippe Petain, 1856~1951)은 프랑스의 군 장성(將星)으로 제1차 세계대전 때의 무훈으로 한때 프랑스의 국부(國父)로 칭송 받았으며, 비시(Vichy) 정부의 수반이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협력함으로써 프랑스 국민들의 '공공의 적'으로 지목되어, 고령을 감안 총살형 대신 종신형을 선고 받았던 인물이다.]

이때 군용기 한 대가 날아오자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고 미국으로 갈 꿈에 들떠있는데 사실은 독일 나치의 스트라사 소령(콘라드 파이트)이 타고 온 비행기였다. 그는 카사블랑카를 지배하는 프랑스 비시 정부의 경찰서장 루이 르노(클로드 레인즈)의 영접을 받고 독일병 살해범에 대해 묻는다. 르노 서장은 이미 범인을 알고 있으며 오늘밤 '릭의 카페'에서 그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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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6
"25시" (The 25th Hour) (하)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

'하나님의 구원조차도 차단이 된 최후의 시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는 기구한 인생유전

 

 

원고 측 검사(알렉산더 녹스)가 요한 모리츠는 총 3,728개 잡지의 모델로 나와 현대 역사상 나치의 가장 사악한 본보기가 되었으며, 그를 모델로 하여 뮐러 대령을 비롯한 나치는 우수인종의 우월성과 타민족에게는 잔인함을 가르쳤다고 강변한다.

피고측 변호인(마이클 레드그레이브)의 질문.   

"모리츠 씨, 오늘 왜 이 법정에 서게 된 지 아십니까?"

"8년 동안 영문도 모르고 끌려다녔습니다."

"재판장님, 요한은 상황을 간결하게 표현했습니다.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비를 바랍니다. 내 이름으로서가 아니라 정의의 이름으로 호소합니다. 아니 피고인의 부인 수잔나의 이름으로 호소합니다."

 

그리고 수잔나의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변호인. 집을 뺏기지 않기 위해 경찰서장의 강압에 못 이겨 이혼장에 서명했고, 요한의 독일군 사진 때문에 독일로 피신했다가 러시아군에 잡혀 성폭행을 당하여 이듬해 낳은 2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다는 기막힌 내용이었다.

그리고 "재판장님, 이 여인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판결이 그녀에 대한 답장일 것입니다. 이 부부를 만나게 해 주는 것이 세상의 평화라고 믿습니다. 그들은 이미 전쟁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하고 끝을 맺는다.

 

 

순박한 루마니아 농부 요한 모리츠는 거대한 역사무대에서 이름 없는 엑스트라로 살다가 어느 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타의에 의해 유대인이 되고, 헝가리인도 되었다가, 아리아인이 되어 나치 협력자가 되는 우여곡절을 겪고 난 후 다시 루마니아인으로 돌아오는 처절하고 기구한 인생유전의 주인공이다.

아내 수잔나에게 정욕을 품은 마을 경찰서장의 한 장의 날조된 서류가 개인의 주장이나 의지에 우선하여 무려 만 8년 동안 영문도 모른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전쟁의 모든 고통을 혼자 다 겪은 불쌍하기 그지없는 요한 모리츠는 햇수로 10년 만에 결국 무혐의로 풀려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 해후하는데….

1949년 11월 독일의 어느 역에 기차가 들어온다. 요한 모리츠가 내린다. 기차는 떠나고 잘못 내렸나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요한. 역사(驛舍)쪽에서 3명의 아이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 수잔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이가 들은 모습이지만 둘은 옛날 그대로라며 반긴다. 셋째 아이에게 이름을 묻지만 수줍어하며 대답을 못하자 수잔나가 마르코라고 알려준다.

 

이때 뉘른베르크 재판 담당 기자(폴 맥스웰)가 취재하러 나타나 사진을 몇 장 찍겠다며 "웃어요! 계속 웃어요!"라고 주문하면서 연방 플래시를 터뜨리자, 두살배기 마르코를 안고 억지웃음을 짓던 요한 역의 앤서니 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기막힌 표정 연기는 명장면 중 하나로 기억된다.

이때 나오는 주제음악은 루마니아 전통민속 현악기인 코브자(Cobza)로 연주되었는데 오프닝 크레디트 및 여러 장면에서 연주되어, 주인공 요한 모리츠가 겪은 절망과 불안의 시간을 대변하듯 잔잔하면서도 슬픈 분위기로 묘사되었다.

 

 

음악감독 조르쥬 들르뤼(Goerges Delerue, 1925~1992)의 작곡이다. 그는 프랑스 국립음악원 출신으로 약 200여 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했으며, 특히 '신의 아그네스(1985)', '플래툰(1986)' 등에서처럼 클래식 음악 한 곡씩을 삽입하여 인간 내면심리를 잘 묘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프닝 크레디트에 이름이 나오진 않았지만 모리스 자르와 공동 작업을 했다.

비르나 리시(Virna Lisi, 1936~2014)는 테렌스 영 감독, 윌리엄 홀든과 공연한 '크리스마스 트리(1969)' 그리고 '산타 비토리아의 비밀(1969)'에서 또다시 앤서니 퀸과 공연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이탈리아 배우.

 

 

원작자인 콘스탄틴 비르질 게오르규(Constantin Virgil Gheorghiu, 1916~1992)는 루마니아의 인텔리 작가로서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유학을 했고 제2차 세계대전 말에 루마니아가 소련 공산당의 지배를 받자, 1946년에 프랑스 파리로 망명하여 자신의 어머니가 직접 제목을 지어주었다는 이 '25시(La Vingt-Cinquieme Heure)'를 3년 뒤인 1949년에 출간하였다.
그리고 1963년에는 그의 아버지처럼 파리에 있는 루마니아 정교회의 사제가 되어 공산주의 체제에 맞선 투쟁을 벌여나가던 중, 이 영화를 통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그는 한국의 반공정책에도 전폭적인 지지를 하면서, 1974년부터 모두 5번이나 내한하며 우리나라를 '제2의 고향'이라고 피력한 바 있다.

이 영화에서 게오르규는 '트라얀 코루가'로 상징되었는데, 그는 '25시'를 '최후의 마지막 시간', 즉 '하나님의 구원조차도 차단이 된 절망과 불안의 시간'으로 규정하였다. 이는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 1898~1970)가 1958년 영화 '사랑할 때와 죽을 때'에서 폴만 교수 역으로 출연하여 "시험 당하지 않으면 믿음도 없다"며 "(전쟁은) 하느님이 뜻하신 일이 아니야. 우리가 저지른 실수이지"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결국 '인간이 선택하는 일은 신도 어쩔 수 없다'는 "25시"와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라 여겨진다.

이 작품을 포함하여 총 42편을 연출한 앙리 베르누이 감독(Henri Verneuil. 1920~2002)은 1915년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사건 직후 프랑스 마르세유로 이민하여 정착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자서전적 영화 "나의 어머니(Mayrig·1991)"로 잘 알려진 아르메니아계 프랑스인이다. 그의 작품 중 알랭 들롱, 장 가뱅 주연의 "지하실의 멜로디(1962)", "시실리안(1969)" 등이 대표작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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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25시" (The 25th Hour) (중)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V)

'하나님의 구원조차도 차단이 된 최후의 시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는 기구한 인생유전

 

 

 

(지난 호에 이어)

   다음날 밤, 기다리고 있던 트럭을 타러 가는데 운전수가 바로 그 지휘관이다. 돈으로 매수 당한 것이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박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탈출하여 미국으로 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1940년 11월20일 부다페스트. 4일 만에 세체니 다리에서 내린 일행은 걸어서 박사의 여동생 로사와 매제 이삭 나기(해롤드 골드블래트)의 집에 당도한다. 아런 스트룰(마르셀 달리오)과 얀켈 모리츠 등 일행을 소개하는 박사.

   저녁을 식탁에서보다는 굳이 부엌에서 혼자 먹겠다는 요한에게 하녀 줄리스카가 루마니아인, 헝가리인이 다를 게 뭐 있냐며 겸손이 지나치다는 듯이 쏘아붙인다.

   다음 날 아드라모비치 박사가 요한을 불러 유대인 자선단체에 알아봤는데 '모리츠는 유대인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으로 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순금팔찌를 주며 팔아서 돈을 챙기라며 호주머니에 넣어준다.

   박사는 취리히 행 열차를 탄다. "스위스는 여기서 먼가요?"하고 묻는 요한에게 "쫓기는 사람에겐 먼 곳이란 없다"며 "자네가 그리울 거야. 자네는 자유인이야. 행운을 비네"라고 말하고 떠난다.

  

 

그러나 박사를 전송하고 기차역을 나오다가 신분증이 없다는 이유로 헝가리 경찰에 체포되는 요한. 갖고 있던 금팔지가 러시아제라며 루마니아 비밀경찰이 보낸 첩자로 몰린 요한은 다시 '쟝 모리츠'로 개명이 되어 헝가리인 지원자로 독일로 강제 송출된다.

   기차 속에서 기차를 타니 좋다고 말하는 요한에게 팔려가는 게 그렇게도 좋으냐고 옆사람이 묻는다. '여행을 즐기는 것뿐'이라며 '그래도 걷는 것보단 낫죠'하고 뭐가 어찌 돌아가는지 영문을 모르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불쌍한 요한….

   독일 오렘부르크 수용소에서 또 다시 힘든 노동으로 2년을 보낸 1942년 12월 어느 날, 정치범 죄수들 중에 있는 동향인 작가 트라얀을 본 요한이 자기는 폰타나의 '요한 모리츠'라며 소리친다. 그러나 힐끔 쳐다만 볼 뿐 그는 행렬을 따라 급히 지나쳐 사라진다.

   작업장에서 일하는 요한에게 감시병이 "더럽고 천한 마자르족 헝가리인, 노란 몽골놈!"하며 경멸한다. 이때 뮐러 대령(마리우스 고링)이 모리츠를 목격하고 머리와 얼굴을 만지고, 그리고 입을 벌려보라며 간단히 조사한 후 그는 헝가리인이 아니라며 대뜸 회의실로 데려가는 게 아닌가.

   인류사회학 권위자인 뮐러 대령은 수하생 장교들을 집합시켜 놓고 요한의 옷을 벗기고 자로 재 가면서 전형적인 아리안족의 얼굴과 골격을 갖춘 순수한 혈통이라고 자신 있게 단정하고는, 그에게 베르펠 SS 복장을 입혀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선전하는 광고모델로 만든다. 요한은 일약 유명스타가 되어 포로수용소를 지키는 독일군 경비가 된다. 기막힌 인생 유전이다!

 

  

 

또 이렇게 1년 반이 지난 1944년 4월20일, 러시아가 루마니아를 침공한다. 이제 유격대원이 된 마르코 골든버그 변호사가 자기를 유대인 수용소로 보냈던 폰타나의 도브레스코 상사를 체포한다.

   한편 마차를 몰고 수잔나 집으로 찾아온 코루가 신부가 요한의 독일 선전 포스터를 보여준다. 그래도 남편이 살아있음에 기뻐하면서 아들 페드레와 안톤에게도 보여주는 수잔나. 그러나 신부는 가족이 위험하다며 빨리 폰타나를 떠나라고 충고한다.

   한편 포로 수송임무를 맡은 요한이 독일 감시병을 죽이고 포로들과 함께 미군 24사단 3여단으로 도망친다. 그러나 반독일 연맹국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오렘부르크 수용소로 다시 후송되는 요한. 오렘부르크 수용소가 이제는 독일군 포로수용소로 바뀌어 미군이 주관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트라얀을 또 발견한 요한은 그를 자기 막사로 데리고 가는데…. 19개월 후인 1946년 9월. 동향인 농부 '요한 모리츠'를 위해 수용소 사령관에게 일주일에 한 통씩 64번째 석방탄원서를 대신 써온 트라얀 코루가. 그는 영화 초반부에 그의 어머니와 '25시'에 관한 대화를 나눈 작가로 원작자 게오르규 자신을 상징하는 가공인물로 등장한다.

   트라얀에게 폰타나에서 온 편지가 배달된다. 적십자사 덕분이었는데, 신부인 아버지는 감옥에 있고 교회는 문을 닫았으며 어머니는 돌아가셨다고 요한에게 말한다. 그리고 수잔나는 살아있고 아들과 함께 폰타나를 떠났다고 전해주는 트라얀.

   늦은 밤,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던 트라얀이 마침 잠이 깬 요한에게 끼고 있던 안경을 건네며 잘 보관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우리 모두를 쓴다고 한 책이 있잖아요?!"하며 요한이 의아해 한다. "어머니가 제목을 선물로 주셨어. '25시'야. 요한, '25시'는 마지막 시간이야!"라며 혼자 산책을 하겠다고 밖으로 나가는 트라얀.

   자살을 각오한 듯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철조망으로 가던 트라얀은 이윽고 경비원의 총격을 받고 쓰러진다. 총소리를 들은 요한이 웃통을 벗고 맨발로 뛰어간다. 그가 남긴 오렘부르크 수용소 사령관 그린필드 대령 앞으로 쓴 쪽지가 전해진다. "이것이 벌써 65번째 석방탄원서"라고 썼는데 사령관은 이 탄원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드디어 전쟁이 끝났지만 이제 요한은 전범 나치의 협조자가 되어 재판에 회부된다. 이른바 '뉘른베르크 재판'이다. [註: 독일 뉘른베르크(Nuremberg)에서 열린 나치 독일의 전범들과 유대인 학살 관여자들에 대하여 열린 연합국 측의 국제 군사 재판(Nuremberg Trials)으로 1945년 11월에 시작되어 1946년 10월까지 403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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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
"25시" (The 25th Hour) (상)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V)

'하나님의 구원조차도 차단이 된 최후의 시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는 기구한 인생유전

 

 

 

   우리나라를 '제2의 고향'이라고 언급할 만큼 잘 알려진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의 소설 "25시(The 25th Hour·1949)"가 1967년 앙리 베르누이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MGM사 배급. 제작 카를로 폰티. 주연 앤서니 퀸, 비르나 리시. 러닝타임 113분. [註: 물론 원작소설을 각색한 영화이니만큼 내용은 큰 줄거리만 따라가고 곁 이야기는 생략했음을 인정하고 보아야 한다.]

   배경은 1939년 3월15일 루마니아의 작은 마을 폰타나. 순박한 농부 요한 모리츠(앤서니 퀸)의 둘째 아들 안톤의 세례식이 있는 날이다. 세례식이 끝나자마자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루마니아 민속춤으로 흥겨운 잔치가 벌어진다.

 

   그때 마을 경찰서장 도브레스코(그레구와 아슬란)가 말을 타고 와서, 춤추고 있는 요한의 아름다운 아내 수잔나(비르나 리시)에게 눈독을 들이고 음흉한 웃음을 짓다가 떠난다. [註: 그레구와 아슬란(Gregoire Aslan, 1908~1982)은 '왕중왕(1961)'에서 헤롯왕, '클레오파트라(1963)'에서 여왕을 독살하려다 발각돼 죽는 꼽추 포티누스 역, '로스트 코맨드(1966)'에서 알제리 반군의 치과의사로 나오는 등 11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스위스 태생 아르메니아계 배우이자 음악가이다.]

   이 때 승용차 한 대가 마을에 들어온다. 작가인 트라얀과 부인 로라가 세례식에 참석하러 온 것이다. 아기를 보러 집안으로 들어오는데 라디오에서 독일이 체코를 침공했다는 아돌프 히틀러의 발광적인 연설이 흘러나온다.

 

 

   루마니아 정교회의 신부(神父)인 코루가(리암 레드몬드)가 아들 트라얀(세르지 레기아니)에게 "성경에도 있듯이 사람이 할 일은 다 때가 있는 법"이라며 소설을 계속 쓰기를 권하는데, 트로얀은 "큰 태풍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어디서 우리를 날려버릴 지 알려야 할 시간이에요"하고 대답한다.

   어머니가 "하루는 24시간 밖에 안 되니 부디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고 타이르자 트라얀은 "24시는 이미 낭비해 버렸어요. 이젠 25시인데 과연 누가 살아남을지 걱정입니다"하고 대답한다. [註: 영화의 첫 시작부터 등장하는 이런 심각한 대화는 '25시'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을 먼저 풀어주려는 의도이지 싶다.]

 

 

   며칠 후, 요한이 제분소에 가고 없는 사이에 도브레스코 경찰서장이 요한의 집에 찾아와 벽돌을 만들고 있는 수잔나에게 흑심을 품고 딴죽을 걸지만 퇴짜를 맞자 언젠가는 자기를 필요로 할 지 모른다고 내뱉곤 떠난다. 그 날 오후 여느 때처럼 싱글벙글 돌아온 요한은 경찰서로부터 출두명령서를 받는데….

   그 다음날, 마차를 끌고 경찰서로 가는 요한…. 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수잔나….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 이별이 될 줄이야!

 

 

   변호사인 30세 마르코 골든버그(조지 로더윅)와 44세의 농부 요한 모리츠를 유대인과 불순분자 검속법(檢束法, 재판도 없이 미리 검사하여 단속하는 반인권법)에 따라 노동수용소에 송치한다는 폰타나 경찰서장 니콜라이 도브레스코 명의로 된 공문을 읽던 부하가, 요한은 유대인이 아니며 단지 코루가 신부가 총애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내가 바로 이곳의 법'이라며 경찰서장이 서명하는 즉시 마차에 실려 송출되는 두 사람….

   그런 후, 틈만 나면 수잔나 집을 찾아와 집적대는 경찰서장은 번번이 쫓겨나지만, 자기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권력을 이용하여 무고한 사람을 해코지하는 전형적인 부패의 표상이다. 미모의 부인을 가로채기 위해 그 남편을 유대인으로 만든 경찰서장의 허위 문건 때문에 평화롭고 행복하던 한 가정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된다.

   변호사 골든버그와 수용소에서 헤어지고 유대인 강제노동수용소에 끌려간 요한은 자기는 유대인이 아닌 루마니아인이며 행정 실수로 끌려왔다며 항변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히려 수용소를 빠져나가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비겁한 유대인 취급을 당한다. 하지만 스스로 노예는 아니라고 자위하며 오히려 이 수로가 개통되면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와 자랑스럽게 보여주겠다는 순진한 요한.

 

 

   한편 수잔나는 장관실을 찾아가 하소연 하는 등 숱한 탄원을 하지만 누구 하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그런 한편 모리츠도 계속 편지를 보내지만 사전검열에서 모두 폐기된다. 이리하여 사랑하는 부부는 서로 생사 여부도 모르게 된다.

   1940년 10월7일 독일군이 루마니아를 침공하여 폰타나 군사본부가 세워진다. 상사로 진급한 도브레스코가 수잔나의 집에 찾아온다. 총으로 이들을 위협하는 수잔나. 그는 유대인 집은 모두 몰수당한다며 (유대인인) 요한과의 이혼장 서류에 서명하지 않으면 집을 잃게 된다고 위협한다.

   한편 이름도 유대인식 이름인 '얀켈 모리츠'로 바뀐 요한. 지휘관이 부른다고 해서 이제 석방이 되려나 보다 하고 신이 나서 찾아가는 요한. 지휘관은 "여자는 다 그래!"라고 말하며 뜻밖에 수잔나의 이혼서류에 서명하라고 명한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다며 철석같이 수잔나를 믿는 요한….

   1년 반 동안 운하를 파는 막노동 일을 해오던 요한에게 날아든 수잔나의 이혼 통고에 상심하여 허탈해 하는 그에게, 그 동안 여러 가지로 친절하게 선의를 베풀어 주었던 것을 고맙게 생각한 아드라모비치 박사(마이어 첼니커)가 조심스럽게 내일 밤 탈출할 몇몇 유대인들과 합류하자고 은밀히 제안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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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무방비 도시 (Rome, Open City)' (5·끝)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IV)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물이 되는 여인들.

 

네오리얼리즘 3부작 중 첫 번째로 현실감을 살린 수작

 

 

2. 제2부 (계속)

   하르트만 대위는 "나는 이를 잊기 위해 매일 밤 술을 마시죠.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또렷하게 생각이 나요. 우리 모두는 정말 살인하는 것밖에 몰라요. 우리는 전 유럽에 시체를 널부러 놓았지요. 그들의 무덤으로부터 억제할 수 없는 증오가 솟구치고 있으며 그 증오가 우리를 집어삼킬 것이며 희망이 없어요. 최소한의 희망도 없이 우리 모두는 죽을 것이오"라고 자책감을 털어놓는다.

   소령이 화를 내며 "닥쳐라! 넌 독일 장교임을 잊고 있다!"고 말하는데 부하가 찾아와서 고문실로 간다. 만프레디가 말을 하지 않을 뿐더러 실토시키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고 보고했기 때문이다.

   피투성이가 돼 실신한 만프레디에게 주사를 놓아 정신이 들게 한 뒤 소령은 갑자기 유연한 목소리로 "페라리스 씨, 내가 아까 말한 것처럼 난 당신을 대단히 존경하오. 또한 당신의 용기와 희생정신에 감탄하오. 그러나 이 점을 이해해야 하오. 당신은 공산주의자이고 더 이상 계속할 수는 없다는 것을. 당신의 당은 반동적인 당이오. 당신들 모두 우리에게 대항하고 있소. 하지만 내일이면 로마는 점령되거나 당신 말대로 '자유화' 될 것이오. 이 군주주의자들이 아직도 당신의 동맹자라고 생각하오? 난 당신에게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오."라며 만프레디를 회유하지만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 만프레디!

 

 

   소령은 채찍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리며 "보도글리오 장군의 사람들 이름을 대라!"고 고함을 지른다. 처음부터 이를 지켜보는 신부. 이제 불로 지지고, 손톱을 뽑는다. 고문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잉그리드가 고문실이 보이는 신부의 방으로 들어온다. "잘 돼 가나요? 내가 쉽지 않을 거라고 말했잖아요?"라며 담배를 피는 잉그리드. 소령은 갑자기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신부를 고문실로 데려간다. "신부 이제 만족하는가? 이게 크리스천의 자비인가? 그리스도의 형제에 대한 당신의 사랑인가? 말하는 것보다 이 같은 꼴을 보는 걸 더 좋아하지? 당신 스스로 구원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나? 이 위선자야!"

   끝끝내 침묵을 지킨 만프레디는 죽임을 당한다. 신부가 성호를 긋고 독일군들에게 말한다. "이제 끝났다…. 당신들은 그의 영혼을 파괴하려고 했지만 그의 육체만 죽였을 뿐이오. 당신들 모두에게 저주를! 당신들은 벌레처럼 먼지 속에 짓밟힐 것이오. 주여 용서하소서!"

   이때 하르트만 대위와 함께 고문실로 건너온 마리나가 죽은 애인 만프레디를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다 쇼크사한다. 곁에서 지켜보던 잉그리드가 선물로 줬던 코트를 얼른 걷어가 버린다.

 

   소령은 신부를 데리고 가라며 모두 나가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잉그리드에게 "빌어먹을 이탈리아놈들! 우리가 졌다"며 "저 신부가 날 당혹스럽게 했다"고 말한다.

   잉그리드가 말한다. "또 다른 순교자가 생겼네요. 이미 너무 많긴 하지만…" 이를 듣고 있던 하르트만 대위가 "잠깐만. 다음 번에는 우리가 우수 종족이 될 걸세!"하고 시니컬하게 말한다.

 

 

   장면은 바뀌어 어느 공터. 독일병들이 사형집행 준비를 하고 있고 돈 피에트로 신부가 끌려나온다. 신부는 엄숙하게 말한다. “죽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오. 바르게 산다는 일이 어려운 것이오.” 그리고 하느님께 이들 사형집행자들을 용서해 줄 것을 간구한다. [註: 이 장면은 누가복음 23장 34절에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실 때 나오는 말씀을 상기시킨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군인들은 신부를 의자에 묶는다. 독일병 사수들의 표정이 어둡다. 철조망 바깥에는 마르첼로와 로몰레토를 비롯한 동네 아이들이 그 광경을 지켜보며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레지스탕스의 노래인 '모닝 인 플로렌스'를 휘파람으로 불고 있다.

   드디어 총살형이 집행된다. 그러나 아직 죽지 않은 그에게 독일군 장교가 다가와 권총으로 머리에 한 방을 쏜다.

   가슴에 저항심을 품고 있는 아이들은 죽어가는 신부님의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절규한다. 그들은 도시를 향해 걸어간다. 영화는 첫 타이틀 장면에서 성베드로 대성당의 돔에서 패닝하면서 도시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다시 성베드로 대성당의 돔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로마, 무방비 도시'이다.

 

 

3. 맺는 글

    이 작품은 로셀리니 감독의 네오리얼리즘 3부작 중 첫 번째로 그 다음은 '전화의 저편(Paisan,

1946)'과 '독일 0년(Germany, Year Zero, 1948)'이다. 나치가 1944년 6월 로마에서 철수하고 두 달 뒤에 촬영을 시작한 로셀리니 감독은 당시에 활약하던 레지스탕스의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실제로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에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화면에는 날카로운 현실감과 박력이 넘쳐나, 네오 리얼리즘의 제1작품으로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현실도피적 환상을 부추겨온 전쟁 전 부르주아적 연출을 벗어나, 로케이션 촬영이 돋보이는 액추얼리티를 보여주는 영화가 곧 그것이었다. 그러나 현대적 감각으로 보면 거의 80년 전의 영화라 아무래도 썩 어필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 '무방비 도시'는 두 여배우의 희비극이 깃들어 있다. 이 작품을 보고 반한 유부녀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 1915~1982)이 헐리우드를 탈출하여 이탈리아로 날아와 유부남인 로셀리니 감독과 결혼하여 쌍둥이 자매를 낳아 세기의 가십이 되었다.

   그런 반면 이 작품을 위해 로셀리니 감독을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가장 이상형으로 사랑했던 안나 마냐니(Anna Magnani, 1908~1973)는 그가 갑자기 잉그리드 버그만과 결혼해 버리자 정신적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실연에 의한 불면증, 거식증 등으로 시달리다 65세에 췌장암으로 사망한 비운의 여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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