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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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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8
서부 영화 시리즈(III)-'수색자’(The Searchers) (4)

 
종전의 야만적 인디언과 영웅적 백인으로 구분짓는 2분법적 구도를 탈피한 인본주의적 서부극

 

 

 

 

(지난 호에 이어)
 그런데 데비의 목에 감은 장신구는 죽은 마르타의 뼈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고, 자기가 어린 데비에게 선물로 준 훈장메달이 추장의 목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하는 이선!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어서며 에밀리오에게 "난 교환하러 왔지 수집품 감상하러 온 게 아니다. 계곡 반대편에 있을테니 내일 얘기하자"고 스카에게 통역을 부탁하곤 밖으로 홱 나가자 마틴도 뒤따라 나온다.

 

 

 


 에밀리오는 이선에게 "당신이 누구인지 왜 왔는지는 알고 있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며 "피 묻은 돈은 싫다"고 말하고, 받은 돈을 도로 이선에게 주고는 그의 일행과 함께 떠나버린다. 아마도 코만치의 예법을 잘 알고 있는 에밀리오는 스카의 비위를 거슬린 이선의 거만하고 안하무인격인 행동에 실망했기 때문이지 싶다.


 말하자면 종전의 야만적인 인디언들과 영웅적인 백인들로 구분짓는 전통 서부 영화의 이분법적 선악구도가 깨지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코만치 마을에서 물러나 있던 마틴과 이선이 대화한다. 스카가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했다면 자기들을 죽일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코만치족의 예의상 그랬을 것이라고 자위하는데… 그 때 데비가 모래언덕을 넘어 달려오는 게 아닌가! 

 


 마틴은 기쁘게 반기며 그녀의 기억을 되살리려 하지만, 데비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으며 구원을 기다리다 지쳐 코만치가 되었고, 이제 그들과 함께 살겠다며 이곳을 떠나라고 말한다. 그 때 이선이 (인디언으로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권총을 빼 그녀를 쏘려는 자세를 취하자 마틴이 재빨리 그녀를 커버하는 일촉즉발의 순간! 

 

 

 


 그러나 이선은 코만치의 화살을 맞고 총알은 허공으로 날아간다. 마틴이 응수하여 활을 쏜 인디언을 처치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스카 추장이 이끄는 코만치족들의 공격이 시작되고 둘은 어쩔 수 없이 데비를 남겨두고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한바탕 전투를 벌인 후 어느 바위 계곡에서 이선을 치료하며 동굴에서 받아온 물을 먹여주고 보살피는 마틴에게 이선이 읽어보라며 노트를 건넨다. 떠듬떠듬 읽는 것으로 보아 마틴은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것 같다. 내용은 "이선이 '친인척이 없는' 관계로 그의 모든 재산을 마틴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장이었다.


 문제는 '친인척이 없다'는 말이었다. 마틴은 데비가 혈육이니 자기는 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코만치족과 사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므로 혈육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선. 이 말에 분개하여 "(이선이) 차라리 죽어버리면 좋겠다"고 말하는 마틴! 이선은 "곧 그럴 거야(That'll be the day)!"라고 내뱉는다. [註: 이 영화에서 존 웨인이 이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로 해석이 되는 편리한 말인 것 같다.]


 영화의 첫 부분 애론의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백인과 인디언의 혼혈인 마틴을 경멸의 눈초리로 쳐다본 이후 지금까지 5년 간을 추적하는 동안 마틴을 노골적으로 멸시하고 모욕적으로 대해 왔을 뿐 아니라 혈육인 데비까지 죽이려고 한 이선이었기에, 마틴은 "도대체 어떻게 돼 먹은 사람이냐?"고 이선에게 따지며 분개한 것이다. 


 이선이 미친 사람처럼 5년 동안 코만치족을 추적한 것은 데비의 구출이 목적이었다기보다는 마르타와 그 가족을 죽인 코만치족에 대한 복수심, 그리고 인디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혐오감 때문이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註: 한 평론가는 "이선은 아합(Ahab, 구약에 나오는 이스라엘 왕)과 같은 복수의 화신이었고, 스카도 마찬가지였다."고 논평했다.]


 밤이다. 요르겐센의 집에서 '텍사스의 노란 장미(The Yellow Rose of Texas)'에 맞춰 흥겨운 댄스파티가 열리고 있는데, 찰리 맥코리와 로리의 결혼식을 위한 한마당 축제였다. 연주곡이 앞의 장례식에서 나왔던 'Shall We Gather at the River'로 바뀌며 신랑 찰리가 주례자인 클레이튼 목사와 함께 등장한다. 


 그 때 이선과 마틴이 요르겐센의 집으로 돌아온다. 라스 요르겐센이 이들 불청객의 방문을 막으며 실랑이를 벌이는데 신부복 차림의 로리와 맞닥뜨리는 마틴. "단 한 통의 편지에서라도 기다리라고 말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고 로리가 변명한다. 

 

 

 


 마틴이 당연히 이해하리라고 믿었다며 차라리 떠나겠다고 말하자 로리가 달려들며 그의 품에 안긴다. 이 순간 찰리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 마틴은 로리의 약혼자가 찰리임을 알고 놀라는데 이윽고 둘은 주먹싸움으로 '사랑의 쟁탈전'(?)을 벌인다. 


 결혼식은 뒷전이고, 요르겐센 부인과 로리 등 특히 여자들이 이 싸움을 보려고 야단법석이다. 신사도에 입각한 애들 장난같은 이 싸움 장면은 솔직히 없어도 될 유치한 코미디로 '옥의 티'다.


 한편 이선은 퍼터만의 살해혐의로 클레이튼 자위대장으로부터 권총을 압수 당한다. 싸움은 서로가 지쳐서 주변사람들의 권유에 의해 화해 악수로 끝나면서 기진맥진한 찰리가 결혼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여 결혼식은 파혼식이 된다.


 결혼식 참석자들이 어수선한 상태에 있을 즈음 그린힐 총사령관 소속 기병대의 양키 중위(패트릭 웨인)가 들어와 스카라는 인디언 부족 소탕작전을 위해 민병대와 합동작전을 펴기로 했다고 알린다. [註: 패트릭 웨인(Patrick Wayane•80)은 존 웨인과 그의 첫번째 부인 조세핀 알리샤 자엔츠(1908~2003) 사이에서 난 2남2녀 중 셋째로 출연 당시 17살이었다. 약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그 중 11편은 아버지와 함께 출연했다. 특히 '쉐난도(Shenandoah•1965)'에서 찰리 앤더슨(제임스 스튜어트)의 아들 제임스 역으로 기억되는 배우이다.]


 그 정보를 준 사람은 스카의 포로로 잡혀있다가 미친 척 하여 이틀 전 풀려난, 흔들의자만 찾는 반쯤 미친 친구 모스 하퍼였다. 마틴과 클레이튼은 그곳이 '브라조스 강의 세븐 핑거즈' 라고 추론한다. 


 클레이튼 대위가 양키 중위에게 민병대는 내일 합류하겠다고 알리고 내쫓다시피 보낸 다음, 이선, 마틴 등과 함께 지원군이 오기 전에 야간 기습으로 스카의 캠프를 선제공격하기로 결정한다. 


 한데 떠나는 마틴을 또 말리는 로리! 그러나 데비를 집으로 데리고 와야 한다며 다시 떠나려고 하자 로리가 말한다. "늦었어. 다 컸을 텐데 뭐하러 집으로 데리고 와? 코만치족 인디언 놈들이 서로 돌아가며 먹다 남은 찌꺼기를? 그래서 생긴 그녀의 야만적인 새끼들과 함께?… 이선은 그녀의 머리에 총알을 박을거야. 내가 장담하는데, 마르타도 그가 그렇게 하기를 바랄거야."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는 7월27일은 휴강하고, 8월10일(토) 오후 5시에 있을 예정이오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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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서부 영화 시리즈(III)-'수색자’(The Searchers)(3)


종전의 야만적 인디언과 영웅적 백인으로 구분짓는 2분법적 구도를 탈피한 인본주의적 서부극

 

 

 

 

(지난 호에 이어) 
이에 분노한 브래드는 말릴 새도 없이 말을 타고 인디언들이 머무는 캠프를 향해 무작정 달려들다 결국 총을 맞고 무모하게 죽는다. 이제 이선과 마틴만 남아 데비를 찾기 위한 여정을 계속하는데…. 


 그러나 겨울이 오자 둘은 트레일을 찾을 수 없어 일단 요르겐센의 목장으로 돌아온다. 요르겐센 부부와 그들의 딸 로리(베라 마일즈)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특히 로리는 마틴에게 큰 키스를 하며 뛸듯이 기뻐한다.


 이선이 그동안의 인디언 추적 과정을 설명하는데 브래드만 죽고 어느 부족인지 몰라 그들의 흔적을 놓쳤다고 얘기하자, 라스 요르겐센은 "이 나라가 아들을 죽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아뇨, 문제는 우리가 텍사스 사람이라서 그래요. 올해도 내년에도 똑같을 거예요. 하지만 언젠가는 살기 좋은 곳이 될 거예요. 그때를 위해 우리가 희생해야 하는 건지도 몰라요."하고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하는데…. 

 

 

 


 거기에 이선에게 온 편지가 기다리고 있다. 제렘 퍼터만(피터 마마코스)이라는 장사꾼으로부터 온 편지였는데, 그는 데비의 행방을 알고 있다며 그녀가 입었던 옷의 천 쪼가리까지 동봉했다. 


 다음날 아침, 마틴에게 알리지 않고 홀로 떠나는 이선. 뒤늦게 이를 안 마틴은 사랑하는 로리의 만류를 뿌리치고 기어코 떠나야 한다고 강변한다. 마틴의 요구에 마지 못해 그녀가 가장 아끼는 말과 총까지 구해 주는 로리. 사실 마틴이 이선을 끝까지 따라다니는 이유는 데비를 찾는 그를 도와주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로부터 데비를 보호해 주기 위해서이다. 


 퍼터만을 만난 이선과 마틴은 먼저 옷부터 보여달라고 하여 마틴이 확인하고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구했냐고 묻는데 약속한 천 달러를 먼저 달라고 요구하는 퍼터만. 이선이 산 채로 찾으면 상금을 받을 거라며 양키달러 20불을 선금으로 내주자, 그제야 데비가 코만치의 나우예카족 추장인 시카트리즈, 즉 '스카'에 의해 유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註: 나우예카족(Nawyecka)은 노코니족(Nokoni)으로 불리는 코만치 인디언의 한 종족인데 그 이름은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시카트리즈(Cicatriz)는 스페인어로 '흉터(Scar)'를 의미한다.]


 방이 있다며 하룻밤 자고 가라는 퍼터맨의 호의(?)를 마다하고 야영을 하는 두 사람. 마틴은 잠을 못잘 정도로 장작불을 계속 지피는 이선을 못마땅해 하며 잠을 청한다. 퍼터만 일당이 미행하고 있음을 진작 알아챈 이선은 마치 자고있는 것처럼 위장을 해놓고 주변 어둠 속에 숨어서 망을 보는데…. 말하자면 마틴을 미끼로 사용하여(목숨을 담보로 한 짓이지만) 드디어 일당 3명을 처치하는 이선! 

 

 

 


 일 년여가 지났다. 요르겐센 집에 마을 청년 찰리 맥코리(켄 커티스)가 편지를 들고 찾아온다. 편지는 마틴이 로리에게 쓴 개인편지임에도 부모님은 찰리가 있는 앞에서 크게 읽어보라고 한다. 로리가 읽는 동안 다음 장면들이 나온다. 

 

 

 

 


 어떤 인디언 부족과 담요를 물물교환 했는데 어쩌다 코만치 아내를 얻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봐'(베울라 아출레타)로 그 뜻은 '밤하늘에 날아다니는 야생 거위'이고 작은 키에 로리보다 훨씬 어리다고 썼다. 그런데 그녀에게 스카의 행방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이상하게 그 날로 보따리를 싸들고 도망가 버렸단다. 

 

 

 


 나우예카족을 붙잡아 강을 건너는 기병대를 목격한 후, 나우예카족 부족마을에 당도하니 아직 불타는 텐트 속에 도망쳤던 '이봐'가 죽어있다. 기병대에 의해 방금 전에 죽임을 당한 것이다. 마틴이 이선에게 말한다. "군인들은 무엇 때문에 그녀까지 죽였죠? 그녀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 


 일말의 기대로 기병대 포로수용소에서 데비를 찾아 보았으나 거기엔 없었단다. 이제 뉴멕시코로 떠난다며 올 크리스마스 때도 못 가게 될 거란 얘기로 편지는 끝을 맺는다. 


 1년 만에 달랑 한 통의 편지라고 왔지만 자기에 관한 얘기는 한마디도 없어 크게 실망하는 로리. 토라져 있는 로리에게 찰리가 기타를 치며 노래해 그녀의 호감을 사는데….


 한편 뉴멕시코 어느 주점에서 친구 모스 하퍼를 만나는 이선과 마틴. 모스는 돈은 필요없고 흔들의자만 주면 족하다며 둘에게 데비의 소재를 안다는 멕시코 중개상인 에밀리오(안토니오 모레노)를 소개해 준다. [註: '모스 하퍼'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미친 모스(Mad Mose)'라 불린 이 실제 인물은 영화에서처럼 흔들의자에 집착하는 약간 미친 사람이었다고 한다. 영화 첫 장면에서도 마르타에게 흔들의자에 앉게 해줘서 감사했다고 말한다.]

 

 

 

 


 에밀리오는 돈을 받고 이선과 마틴을 스카가 있는 코만치 마을로 안내한다. CG도 없던 시절, 내셔널 모뉴먼트의 자연 그대로의 사구(砂丘) 풍광이 너무 아름답다. [註: 바로 이런 장면은 데이비드 린 감독의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에서 로렌스(피터 오툴)가 사막을 횡단하는 장면 촬영에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스카가 있는 곳은 모래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텐트촌으로 그를 따르는 부족과 함께 있었는데 그곳은 마약을 제조하는 곳이었다. 드디어 코만치 추장인 스카를 대면하게 되는데…. [註: 영화 속 '아메리카 원주민'(편의상 인디언으로 지칭)은 모두 나바호족(Navajo)인데, 존 포드 감독은 스카 역만 파란 눈의 독일계 유대인 배우 헨리 브랜든(Henry Brandon,1912~1990)을 캐스팅했다고 한다.]


 스카는 이미 알고있는 듯 이선을 '넓은 어깨'라 부르고, 마틴을 '쫒아다니는 자'라고 부른다. 그는 백인들에게 두 아들을 잃고 복수심에 많은 백인들의 머리가죽을 벗겼다고 말하며 한쪽 켠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내들에게 그걸 가져오라고 명령한다. 스카를 통해 인디언들도 피해자이며 이선과 마찬가지로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것이다. 


 한 부인이 머리가죽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창을 들고 나타나는데 뜻밖에 데비(나탈리 우드)다. 이를 본 마틴이 소리를 지를 뻔 했는데 이선이 팔꿈치로 그를 찔러 태연한 척 한다. 어엿한 아름다운 소녀로 자랐지만 이제 추장의 아내가 된 데비! [註: 이 때 나탈리 우드(Natalie Wood, 1938~1981)는 17살이었고, 데비의 아역으로 나온 라나 우드(Lana Wood•73)는 그녀의 동생으로 당시 10살이었다. 라나 우드는 007시리즈 7번째 영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에서 본드걸 플렌티 오툴 역으로 기억되는 배우이다.]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7월13일(토) 오후 5시에 있사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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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5
서부 영화 시리즈(III)-'수색자’(The Searchers)(2)

 
종전의 야만적 인디언과 영웅적 백인으로 구분짓는
2분법적 구도를 탈피한 인본주의적 서부극

 

 

 

 

(지난 호에 이어)
 라스 요르겐센의 아들로 루시의 애인인 수색대원 브래드(해리 캐리 주니어)가 모두 죽어있는 소떼를 발견한다. 잡아 먹으려고 한 짓이 아님이 분명했다. 그것은 남자들을 빼돌린 뒤 무방비가 된 애론의 집을 약탈하려는 코만치족의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술책이었던 것이다. 


 마을이 텅 빈 그날 밤, 애론의 집 주변으로 이상한 살기가 돌기 시작했다. 애론이 경계에 나섰지만 역부족임을 절감한다. 이선의 빈 자리가 너무나 아쉽다. 조여오는 불안감에 가족들은 절망한다. 마침내 공격을 알리는 코만치족의 불빛이 번쩍인다.

 

 

 


 마르타가 데비를 안전한 곳이라 생각한 할머니 묘소 곁으로 얼른 내보내지만 이것도 무용지물. 코만치의 그림자가 소리없이 다가왔다. [註: 데비가 숨은 할머니 묘비에는 이선 에드워즈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메리 제인 에드워즈(Mary Jane Edwards)'가 코만치 족에게 당해 1852년 5월12일 41세로 사망한 것으로 쓰여있다.]

 

 

 

 


 다음날 새벽 여명 무렵에서야 자위대가 마을에 도착했지만 때는 늦었다. 이선이 이미 재로 변했지만 아직 불길이 남아있는 집 안으로 가장 먼저 마르타를 소리쳐 부르며 들어가는데, 그녀가 입었던 옷의 찢겨진 조각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뒤따라온 마틴이 한사코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절대 안 된다며 한 방 쳐서 때려눕히는 이선. 여기서 마르타는 참혹한 죽임을 당했음을 암시하고 이를 먼저 본 이선은 다른 사람이 일체 보지 못하게 막았던 것이다. 

 

 

 

 


 애론과 벤 등 일가족이 살해 당한 슬픔에 잠길 틈도 없이 가족 묘지 앞에서 데비가 갖고 놀던 인형과 담요를 발견하는 이선. 스피츠종 애견이 냄새를 맡으며 그 옆을 빙빙 도는 모습이 애처로운 가운데 루시와 데비는 납치 당했음을 시사한다. 

 

 

 

 


 간단한 장례식이 거행된다. 모뉴먼트 밸리를 배경으로 화면의 오른쪽 상단에 세 명의 묘소 십자가가 보이고 언덕의 왼쪽 사선을 따라 둥글게 마차들이 둘러싼 가운데, 추모객들이 유명한 찬송가 "Shall We Gather at the River?"를 부른다. [註: 브루클린 침례교회 로버트 로우리(Robert Lowry, 1826~1899) 목사가 지은 곡이나 우리 찬송가집에는 없다. 이 찬송가는 후반부 결혼식 장면에 또 한 번 나온다. 존 포드 감독이 좋아한 곡으로 그의 여러 작품, 예컨대 '역마차(1939)' '황야의 결투(1946)' 등에도 삽입됐다. 그 후 델머 데이비스 감독의 '스펜서의 산(1963)', 샘 페킨파 감독의 '메이저 던디(1965)' 및 '와일드 번치(1969)' 등에서도 오마주되었다. 이 장면은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셰인(1953)'에서 그랜드 테튼 산을 배경으로 "Abide With Me"를 부르던 장례식 장면과 대비된다.]


 장례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색팀을 구성하여 떠나려는 이선에게 요르겐센 부인(올리브 캐리)이 성경책을 가슴에 품은 채 말한다.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사람들이었어요. 마르타는 더 이상의 희생을 원하지 않을 거예요. 복수를 위해 다른 남자들까지 희생시키지 마세요. 약속해 줘요." 


 이를 들은 채도 않고 이선은 클레이튼 대위가 이끄는 수색팀과 함께 떠난다. 얼마 후 일행은 코만치의 묘지에서 널찍한 돌 밑에 있는 시체 한 구를 발견하고는 복수할 거리를 찾았다고 흥분하는데…. 네스비(윌리엄 스틸)는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 이러다가는 우리 모두 다 죽을 것"이라며 반대한다.


 그때 분개한 브래드가 돌로 그 시체를 내리치자 "시작했으면 끝을 내야지" 하면서 시체의 두 눈에 총알을 박는 이선. 클레이튼이 "이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묻자 그는 "코만치들은 눈이 없으면 영혼의 땅에 못 들어가서 영원히 구천을 헤맨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선은 야간에 기다렸다가 해뜨기 전에 덮치자고 제안하지만 클레이튼은 인질을 염려하여 대화로 풀자고 설득하는데, 마틴이 여자들의 안전을 위해 목사님의 말이 옳다고 거든다. 이에 이선은 마틴을 '체로키의 자식'이라며 모욕을 주는데, 그는 지독한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것이 또 드러난다. 클레이튼이 자기가 대장이므로 명령은 자기가 한다고 해서 일단락되지만 "만일 잘못되면 그때는 명령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는 이선….

 

 

 


 드디어 코만치족을 잡기 위한 추적이 시작되지만 자위대 일행은 오히려 코만치의 포위에 걸려든다. 스펙터클한 모뉴먼트 밸리의 풍광 속에 실루엣과 일직선으로 처리된 코만치족의 좌우 포위행렬은 존 포드 감독의 영상미가 돋보이는 대목 중 하나이다.

 

 

 

 


 강을 사이에 둔 코만치족과의 싸움에서 네스비가 부상을 입고, 그들과 효과적으로 싸우기에는 턱없이 인원이 부족한 데다 이선과 클레이튼 대위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겨 일단 철수하고, 조카 루시의 연인인 브래드, 애론의 양아들인 마틴 그리고 이선 등 세 사람만이 남아 데비와 루시를 찾기 위한 수색을 계속하는데….


 퇴각한 일행 4명이 트레일을 벗어나 다른 길로 간 것 같아 이선이 잠시 망을 보고 오겠다며 바위계곡 쪽으로 간다. 그런데 얼마 후 되돌아 와서는 칼을 꺼내어 연거푸 모래 바닥을 쑤시는가 하면 비틀비틀 실성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마틴이 '코트를 잃어버렸냐?'고 묻자 '그럴 일이 좀 있었다.'고 에둘러 대답하는 이선!


 밤에 야영을 하던 중 브래드가 인디언 캠프에서 루시를 봤다며 가려고 한다. 이선이 이를 제지하며 사실대로 말한다. 브래드가 발견한 것은 루시 옷을 입은 인디언이고, "아까 계곡에서 루시를 찾았지만… 내 코트를 덮어주고 내 손으로 묻어주었다"고 말하는 이선….


 앞에서 이선이 했던 이상한 행동은 두 가지로 유추 가능하지 싶다. 하나는 칼에 묻은 피를 흙으로 씻는 동작으로 보는 관점이다. 즉 계곡으로 간 이선이, 납치 당해 끌려가다 알몸으로 윤간을 당하고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루시를 발견하고는 그녀의 목숨을 끊어주고 그의 군복코트로 싸서 묻어주고 돌아왔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른 관점은 격렬한 섹스 행위를 은유하는 동작으로 보는 관점이다. 강간을 당하며 죽어가는 루시를 덮치고 있던 인디언을 죽이고, 그 처참한 광경에 사로잡혀 분노를 삭이지 못해 실성한 사람처럼 그렇게 행동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7월13일(토) 오후 5시에 있사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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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2
서부 영화 시리즈(III)-'수색자’(The Searchers)(1)

 
종전의 야만적 인디언과 영웅적 백인으로 구분짓는
2분법적 구도를 탈피한 인본주의적 서부극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흑백 스탠더드 '하이 눈(High Noon•1952)' 그리고 평면 와이드스크린 총천연색으로 제작한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셰인(Shane•1953)'과 더불어 1956년에 테크니컬러 비스타비전 대형화면으로 개봉한 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The Searchers)'는 미국영화협회(AFI, 2008년)가 선정한 '서부영화 3대 걸작'으로 꼽힌다. 


 '수색자'의 원전은 앨런 르 메이(Alan Le May, 1899~1964)가 1954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이다. 1956년 워너 브라더즈사 배급. 출연 존 웨인, 제프리 헌터, 베라 마일즈, 워드 본드, 나탈리 우드 등. 러닝타임 119분. 촬영감독 윈턴 C. 호크, 음악감독은 '카사블랑카(1942)'의 주제곡 "As Time Goes By'를 작곡한 맥스 스타이너(Max Steiner, 1888~1971). 타이틀 송 "수색자"는 스탠 존스(Stan Jones, 1914~1963)가 작곡했다. 


 '수색자'는 미 의회도서관 소속 국립영화등기소 설립 첫 해인 1989년에 '하이 눈'과 함께 '문화적 역사적 심미적으로' 중요성을 가졌다고 간주하여 보존하기로 결정되었다.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오픈 크레디트에 '개척자의 아들들(The Sons of the Pioneers)'이라는 이름의 컨트리송 그룹이 부른 주제곡 "Ride Away"가 나온다. "남자들은 왜 방황하고 배회하는가. 왜 포근한 집을 떠났다가 또 집을 찾아오는가. 떠나라. 떠나라." 이 곡은 영화의 마지막에 또 한 번 나온다. [註: 이 노래의 원곡은 1857년에 만들어진 "로레나 (Lorena)"라는 서정적인 곡으로,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들 사이에서 유행한 노래다. 원래의 내용은 죽은 아내 '로레나'를 그리워하는 남자의 긴 독백인데 영화에선 짧게 개사한 곡으로 나온다.]

 

 

 

 


 배경은 1868년 텍사스 주. 첫 장면에 마르타(도로시 조던)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그녀를 뒤따라 카메라가 어두운 집 안에서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트랙 인 하자 광활한 모래사막의 모뉴먼트 밸리가 펼쳐지고, 그녀는 손으로 눈부신 햇빛을 가리고 저만치 말을 타고 다가오는 한 남자를 바라본다. 곧이어 가족 모두가 나타나 오랜만에 이방인을 보는 것처럼 호기심 어린 눈길로 그를 지켜본다….


 그 남자는 남군의 군복을 입은 이선 에드워즈(존 웨인). 그는 훌쩍 커버린 조카들 모습에 적이 놀라며 8살 난 데비(데브라의 애칭, 라나 우드)를 안아올리며 예뻐하는데, 마르타는 그의 코트를 벗겨 침실에 고이 갖다둔다. 

 

 

 

 


 동생 애론(월터 코이)과 루시(피파 스코트), 벤(로버트 라이든) 등 조카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마틴 폴리(제프리 헌터)가 늦게 돌아와 인사를 하지만 이선의 반응은 차가워 보인다. 마틴은 체로키 인디언의 혼혈아로 부모가 죽자 이선이 데려다 애론의 양자로 키운 청년이다.


 삼촌 이선에게서 선물로 받은 긴 칼을 거실 벽난로 위에 걸어놓는 벤, 그의 멕시코 훈장을 선물 받고 좋아하는 조카 데비…. 그리고 동생 애론에겐 두둑한 금화를 내놓는데 뭔가 어두운 냄새를 풍긴다. 애론과의 대화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이선은 남북 전쟁 때 남부군으로 참전했고, 그 후 3년 간의 행적이 묘연한데, 데비에게 준 훈장으로 보아 다음의 유추가 가능하다. 


 이선 에드워즈(Ethan Edwards)는 1861년 남북전쟁(Civil War)에 참전하여 1865년 4년간의 전쟁이 끝나자마자, '멕시코 출병 전쟁'에 참전하여 훈장을 받고 8년 만인 1868년, 웨스트 텍사스 황무지에 있는 동생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註: 멕시코 출병 전쟁(Segunda intervencion francesa en Mexico)은 보수냐 혁신이냐 하는 독립 후 멕시코의 체제를 결정하는 중요한 전쟁이었다. 프랑스 나폴레옹 3세가 1861년 멕시코를 침략하여 제2제국을 만들고는 1864년 오스트리아의 젊은 막시밀리안 대공(Ferdinand Maximilian Joseph, 1832~1867)을 황제로 삼았는데, 1857년 제정된 멕시코 헌법에 의해 이미 1861년 멕시코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자유주의 급진개혁파인 베니토 후아레스(Benito Pablo Juarez, 1806~1872)를 마침 남북전쟁을 끝낸 미국이 지원하면서 일어난 전쟁을 말한다. 따라서 프랑스 제국과 미국의 대리 전쟁이기도 했다.
 결국 1867년 후아레스의 승리로 끝났고, 막시밀리안 1세 황제는 6월19일 처형되었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1832~1883)가 그린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은 이 사건을 다룬 그림이다. 또 이 시대를 배경으로 만든 서부 영화가 게리 쿠퍼, 버트 랭카스터 주연의 '베라 크루즈(Vera Cruz•1954)'이다.]

 

 

 

 


 그런데 애론의 아내 마르타가 시숙(媤叔)인 이선에게 무척 살갑다. 이선을 맞이하는 그녀의 애틋하고 정성스러운 태도와 쳐다보는 눈길 그리고 그의 군복을 어루만지는 장면 등을 통해 8년 전 그가 집을 떠나기 전부터 서로 사랑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또한 이선이 집을 떠난 8년이라는 공백과 데비의 나이가 8살이라는 점에서 데비는 애론의 딸이 아니라 이선의 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이 영화의 줄거리를 이루고 있는, 인디언에 납치된 데비를 5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찾아 다니는 점이 그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선이 도착하고 얼마 뒤, 이웃집 라스 요르겐센(존 퀄렌)의 목장이 습격을 당해 소들을 도둑맞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코만치의 소행이었다. 이를 알리러 온 전직 대위 출신인 새뮤얼(샘) 존슨 클레이튼 목사(워드 본드), 친구 모스 하퍼(행크 워든) 등이 오랜만에 이선을 만나 반가워한다. 이선은 혹시 있을 코만치의 습격에 대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동생 애론을 집에 남겨두고, 남자들은 모두 클레이튼 목사가 이끄는 자위대에 합류한다. 


 이때 이선에게 군복을 챙겨주며 떠나보내는 마르타의 표정이 애틋하다. 이선은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한다. 이미 둘의 그런 깊은 관계를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의 클레이튼 목사. 

 

 

 

 


 수색 중 마틴이 "이선 삼촌!"이라고 부르자 "난 네 삼촌이 아니야. 난 네 할아버지 뻘이야. 널 혼내 줄 수도 있어. 내 이름은 이선이야." 이 장면과 더불어 남북전쟁이 끝난 지 이미 3년이 지났지만 고집스럽게 남군의 군복을 입고 있는 이선을 통해 인종차별주의를 표방한 남부 이미지를 이입하려 했던 것 같다.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7월13일(토) 오후 5시에 있사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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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1
서부 영화 시리즈(II)'셰인' (Shane) (5)

 
거칠고 삭막한 카우보이 세계를 
인간적•낭만적으로 표현한 걸작

 

 

 

 

 

 

 

 

(지난 호에 이어)
 셰인과의 마지막 대화 중간에 조이가 "피가 나요. 상처가 났어요."라고 말하는데, 영화에서는 그 곳이 어디인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다만 말안장에 앉은 그의 몸이 약간 앞으로 기울어지고 왼팔이 축 처진 채 묘지 언덕을 지나 테튼 산이 보이는 황야를 향해서 사라진다. 

 

 

 

 


 영화의 첫 오프닝에서 셰인이 계곡을 내려가던 길과 똑같은 길을 따라, 주제가처럼 '황야(자연)가 부르는 소리'를 따라 방랑의 길, 자유로운 영혼의 길로 떠나는 것이다. 과연 그가 살았을까, 죽었을까? 그것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 채 영화는 막을 내린다.


 셰인을 연기한 배우 앨런 래드(Alan Ladd, 1913~1964)는 총을 총집에서 빨리 뽑는 솜씨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솜씨는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빨랐는데 무려 0.3초만에 총을 뽑았다고 한다. 젊은 시절 그의 밝은 금발과 작은 키(165㎝) 때문에 배우로 입문하는 데 애를 먹었다. 오손 웰스의 '시민 케인(1941)'에 기자 같은 단역 등을 거치면서 1940년대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나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1949)' 외에는 흥행에서 실패했다. 


 실의에 빠져있던 그를 구한 작품이 바로 '셰인'이었다. 그러나 이후 여러 작품에 출연했으나 인기를 만회하지 못했다. 낙담한 그는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다가 결국 1964년 1월29일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51세. 약물과다 복용이 사인(死因)이었다. 


 참고로 1977년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을 제작, 대성공을 거둬 20세기 폭스사에 대박을 안겨준 이가 앨런 래드의 첫 부인 마죠리 제인 사이에서 난 외아들 앨런 래드 쥬니어(82)이다. 그는 이어서 시고니 위버 주연의 '에일리언(Alien•1979)'을 만든 후 자신의 제작사인 The Ladd Company를 설립하여 4개 부문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1981)', 해리슨 포드 주연의 '블레이드 러너(1982)', 코미디 영화 '폴리스 아카데미(1984)' 등을 제작, 대성공을 이어간다. 


 1985년 그는 MGM-파테 커뮤니케이션사 회장 겸 사장으로 발탁되어 셰어,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문스트럭(1987)', 수전 서랜든, 지나 데이비스 주연의 '델마와 루이스(1991)' 등을 제작하여 '마이다스의 손'으로 군림했다. 


이어서 멜 깁슨 감독•주연의 '브레이브하트(1995)'를 제작하여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감독상•촬영상 등 5개 부문을 휩쓸기도 했다.


 잭 팔란스(Jack Palance, 1919~2006)는 우크라이나계 미국 배우로 악역의 대명사였다. 특히 1982~1986년 ABC방송의 주간 시리즈 '믿거나 말거나' 프로그램의 해설자로 더 많이 알려졌다. 또한 '바그다드 카페(1987)'에서 화가 루디 콕스 역으로,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1989)'에서 마이클 키튼에 대항하는 갱단 두목 칼 그리섬 역으로도 나왔다. 


 그는 '서든 피어(1952)'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고, 다음해 '셰인'에서 다시 후보에 올라 2년 연속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진작 수상은 그의 나이 72세 때인 1991년 '굿바이 뉴욕 굿모닝 내 사랑(City Slickers)'에서 였다.

 

 

 

 


 "셰인, 돌아와요!"를 마지막에 외치던 꼬마 조이 역의 브랜든 드와일드(Brandon deWilde, 1942~1972)는 이후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하고 주로 TV에 조연 출연하다가 1972년 치명적인 교통사고로 만 30살에 일찍 세상을 떠났다. 

 

 

 

 


 조이의 어머니로, 조 스타렛의 아내로 셰인과의 드러나지 않는 연정을 품었던 마리언 역의 진 아서(Jean Arthur, 1900~1991)는 무성•유성 영화 시대를 거치면서 샤를르 브와예와 공연한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1937)', 제임스 스튜어트와 공연한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1939)', 그리고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두 작품, 즉 캐리 그랜트, 로널드 콜맨과 공연한 '사랑의 별장(The Talk of the Town•1942)'과 '한 여자와 두 남자(The More the Merrier•1943)' 등에 출연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셰인'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나이 50살이 넘었을 때다. 이 작품이 그녀의 총천연색 영화 첫 번째 출연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녀는 두 번 결혼했으나 슬하에 자녀는 없이 만 90세로 캘리포니아 카멜 시티에서 사망했다.


 밴 헤플린(Van Heflin, 1908~1971)은 오클라호마 출신으로 예일 대학에서 연극학 석사 학위를 받은 인텔리 배우였다. 글렌 포드와 공연한 델머 데이비스 감독의 '유마 행 3시10분 열차(1957)', 고든 다글라스 감독의 앤 마그렛, 레드 버튼스와 공연한 '역마차(Stagecoach•1966)' 등에 출연했으며, 그의 마지막 작품은 버트 랭카스터, 딘 마틴 등 호화캐스팅의 '에어포트(1970)'였다. 


 특히 그의 여동생 프랜시스 헤플린(1920~1994)은, 마릴린 먼로, 조셉 코튼 주연의 '나이아가라(1953)'와 '타이타닉(1953)' 등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작곡가 솔 카플란(1919~1990)과 결혼했는데, 그 아들이 조디 포스터 주연의 '피고인(The Accused•1988)'을 감독했던 조나던 카플란(72)이다. 그러니까 밴 헤플린은 조나던의 외삼촌이 되는 셈이다.


 끝으로 음악감독 빅터 영(Victor Young, 1900~1956)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3)', '삼손과 데릴라(1951)' 등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으며, '80일 간의 세계일주(1957)'로 아카데미 최우수 작곡상을 수상한 시카고 출신 작곡가이다. '셰인'의 주제곡 '황야가 부르는 소리'(youtube.com/watch?v=3kA6lCVwKnU)는 '하이 눈'의 주제가와 함께 우리의 추억 속에 울림으로 남아있는 명곡이다. 


 셰인의 모자는 흰색이었고, 잭 윌슨의 모자는 검정색이었다. 이 영화와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저 세상으로 갔지만 그들이 남긴 '셰인'은 마리언의 매혹적인 은백색 웨딩드레스처럼 아직도 우리 가슴 속에 빛나고 있다. (끝)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6월22일(토) 오후 5시에 있사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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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3
서부 영화 시리즈(II)'셰인' (Shane)(4)

 
거칠고 삭막한 카우보이 세계를 
인간적•낭만적으로 표현한 걸작

 

 

 

 

 

(지난 호에 이어)
 "토리는 아주 용감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그에게 부끄러운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힘들게 일구어 농장을 만들고 가족을 부양해 온 이 땅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라이커는 소만 키우지만 우리는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을 강인하고 훌륭하게 키우는 일입니다. 하느님은 이 땅을 라이커 한 사람을 위해 주신 게 아닙니다…."


 스타렛이 중간에 지쳐 잠깐 쉬는 사이, 셰인이 이어서 연설한다. "여러분들이 머물러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의 가족, 부인과 아이들입니다. 여러분은 여기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다면요."


 이때 라이커 일당들이 루이스가 떠나고 없는 집을 불태워 연기가 치솟아 오른다. 드디어 조 스타렛의 리더십 아래 이보다 더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함께 뭉치기로 결심한 거주민들은 '이곳이야말로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합심해서 루이스의 집을 새로 짓겠다며 열심히 물을 길러 불을 진화한다. 


 그날 밤 라이커는 스타렛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여 그가 총을 뽑도록 성질을 돋운 후 그때 윌슨이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고는, 모건과 2명의 부하를 스타렛에게 시치미 떼고 보내 라이커와의 '1대1 평화 협상'을 제의한다. 스타렛은 이를 수락하는데…. 


 그들이 떠나자마자 크리스 캘러웨이가 은밀히 셰인을 찾아온다. 그는 라이커와 손을 떼기로 결심했다며 협상 제의는 스타렛을 죽이기 위한 라이커의 술책이라고 알려준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찾아준 크리스에게 고맙다며 악수를 청하는 셰인. 매 끝에 정든다고 했던가!


 강직한 스타렛이 말에 안장을 얹고 총을 들고 악당들을 상대하러 가려고 하는데 셰인은 자기가 대신 가겠다고 한다. 스타렛은 윌슨의 적수가 안 될 뿐 아니라 그것은 자살행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었다. 마리언은 남편더러 "겁 많은 것을 감추기 위해 '어리석은 자존심'을 내세운다."며 한사코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데…. 


 그러나 스타렛은 만일 자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셰인이 마리언과 조이를 더 잘 돌봐줄 것이라며 아내에게 그의 단호한 결심을 길게 설명한다. 이에 대해 "그러면 내가 좋아서 기뻐할 것 같아요?"하고 쏘아붙이는 마리언!


 그 사이에 셰인은 첫 장면의 녹비옷으로 갈아입고 처음으로 허리에 총을 차고 나타난다. 남편의 완강한 고집을 꺾을 수 없던 마리언은 이젠 둘 다 미쳤다고 방방 뛰는데…. 


 한사코 가려는 스타렛과 그의 갈 길을 막는 셰인 사이에 한바탕 격투가 벌어진다. 막상막하의 싸움에서 부득불 스타렛을 총머리로 때려 기절시키는 셰인. 이 광경을 목격한 조이는 화를 내며 "비겁한 셰인이 밉다!"고 내뱉는다. 


 셰인이 스타렛의 권총을 빼서 감추라며 마리언에게 건넨다. 그녀가 "총은 안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라고 하자 "이제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셰인. 마리언이 "나 때문이냐?"고 묻자 셰인은 "(존경심을 나타내며) 그래요. 당신과 조, 그리고 조이를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마리언이 "그럼 우린 영원히 못 보게 되나요?"하고 묻자 "영원은 너무 긴 시간이죠, 부인. 조에게 미안하다고 전해 줘요."라는 셰인. 그러자 마리언은 "안 그래도 돼요."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마리언이 그동안 말 못한 연정을 드러내는 셰인과의 마지막 대화이다. 그녀가 마지막 키스를 할 태세로 셰인에게 다가서는데, 조이가 아빠가 깨어났다고 부르는 바람에 악수로 대신하고 "조심해야 돼요."라는 부탁과 함께 헤어지는 애틋한 장면이다.


 셰인이 홀로 멀리 사라지자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한 의로운 행동이었음을 듣고 이해한 조이는 "미안해요, 셰인! 셰인, 미안해요!"라며 사과하기 위해 밤새 뛰어서 그를 뒤쫓아간다. 이때 토리의 개도 뒤따른다. 아주 천천히 말을 몰고 가는 셰인과는 달리 지름길인 묘지 언덕을 넘어 읍내로 뛰어가는 조이!

 

 

 


 드디어 그래프튼 주점에 나타난 셰인. 실내 뒤켠에 앉아있는 라이커와 벽을 등지고 앉아있는 윌슨과 맞닥뜨린다. 그 전에 모건은 위층 발코니에 올라가 숨어있다. 그때 토리의 개와 함께 도착한 땀범벅이 된 조이가 입구 반쪽문 아래에서 이를 지켜본다. 

 

 

 


 셰인이 라이커에게 "당신은 너무 오래 살았어. 당신 시대는 끝났어. 나나 당신은 구 시대의 유물이야!"라고 말하지만 라이커는 그 말의 뜻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 [註: 미국 사회가 남북 갈등을 겪고,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을 죽이며 개척하던 카우보이 시대에서 안정적인 정착 중심의 단계로 바뀌었음을 시사하는 장면이다.]


 그때 윌슨이 의자에서 일어나 접근한다. 이때 주점에 있던 개가 슬며시 일어나 이들의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듯 슬금슬금 마루를 가로질러 그 자리를 피한다. [註: 셰인과 윌슨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을 절묘하게 묘사한 장면이다. 또 이 개는 앞에서 윌슨이 처음 나타났을 때도 그랬던 것처럼 어쩌면 개보다 못한 윌슨의 사악함의 은유로 볼 수도 있겠다.]

 

 

 


 셰인이 "내가 듣기로는 네 놈은 비열한 거짓말쟁이 양키!"라고 내뱉자 윌슨은 토리를 죽일 때와 똑같이 냉혹하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증명해 보이라"고 말한다. 그 순간 셰인의 총이 먼저 불을 뿜는다. 2발 연속! 그때 라이커가 숨겨놓은 총을 들어 겨누는 순간, 셰인의 한 발의 총성과 함께 뒤로 나자빠진다. 

 

 

 


 그리고 총을 총대에 집어넣고 바를 나가려는 찰나, 2층 어두운 발코니에 숨어있던 모건이 라이플을 겨누는데 이를 본 조이가 경고를 주자 셰인은 뒤돌아서며 그도 사살한다. 하지만 자신도 팔에 총상을 입는다.

 

 

 


 드디어 라이커 일당들이 소탕되고 거주민들이 승리했다. 셰인은 조이에게 "이제 부모님께 돌아가거라,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 부모님 잘 돌봐드려라"며 "어머니에게 더 이상 마을에 총이 필요없다고 말씀드려라"고 말한 뒤 또다시 방랑의 세계로 떠난다. 


 어린 조이는 자기의 우상인 셰인과의 이별에 눈물을 흘리며 "셰인! 돌아와요! (Shane! Come Back!)"라고 소리친다. 계곡에 메아리치는 이 대사는 미국 영화사에서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긴 명대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6월 22일(토) 오후 5시에 있을 예정이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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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5
서부 영화 시리즈(II)-'셰인' (Shane) (3)

 

거칠고 삭막한 카우보이 세계를 
인간적•낭만적으로 표현한 걸작

 

 

 

 

 

(지난 호에 이어)
 쉽스테드(더글라스 스펜서)가 "7월4일 오늘은 모두가 독립된 날이지만 딱 한 사람은 그렇지 못했다."며 스타렛과 마리언의 결혼 10주년을 축하한다. 스타렛이 "나는 10년 전 오늘 나의 독립을 포기했죠. 하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포기했어요. 누구하고도 이 자리를 안 바꿀 겁니다."하고는 마리언과 키스를 한다. 


 이때 주민들이 'Abide With Me'(youtube.com/watch?v=i5nbq_VEea0)를 합창하며 축하한다. 마리언은 뒤돌아서 조이와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는 셰인을 흘끔 쳐다본다. 

 

 

 

 


 춤파티가 계속된다. 이번에는 마리언이 파란색 셔츠를 입은 셰인과 춤을 춘다. 울타리에 기대어 이를 지켜보는 스타렛의 눈빛이 두 사람 사이에 싹트는 애정을 감지하는 듯하다. 

 

 

 

 


 잠깐 쉬는 사이에 토리가 바에서 본 총잡이에 대해 셰인에게 얘기한다. "좀 말랐고 검정색 모자를 쓰고 쌍권총을 차고 있다."고 하자 셰인은 즉각 그가 샤이엔 출신의 총잡이 '잭 윌슨'일 거라며 만일 그렇다면 그를 당할 사람은 없다며 정신 바짝 차리라고 당부한다. 

 


 독립기념일 축제를 마치고 스타렛 가족과 셰인이 밤늦게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오니 뜻밖에도 라이커와 모건 그리고 윌슨 일당이 기다리고 있다. 라이커가 좋은 값을 쳐줄테니 땅을 팔고 목축업 동업을 하자고 스타렛을 회유하기 시작한다. 


 이때 셰인과 윌슨이 번갈아 물을 마시면서 첫 탐색전을 벌인다. 교활한 라이커의 제의를 또 다시 거절한 스타렛에게 "후회하지는 말게, 또 보세"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라이커 일행은 떠나는데….


 다음 날, 프랭크 '스톤월' 토리가 스웨덴 이주민 쉽스테드와 함께 읍내 그래프튼 가게로 간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천둥이 친다. 뭔가 불길한 징조를 암시한다. 토리가 술 생각에 주점으로 들어가려는데 윌슨이 막으며 "스톤월!"이라고 부르며 시비를 건다. 


 진흙탕 길에서 어기적거리는 토리. 박차 소리를 내며 바 입구 나무 보도 위를 당당하게 걷는 윌슨. 위 아래에서 서로 평행선을 그리며 걷는데, 윌슨의 위압감에 눌려 감히 술집으로 들어갈 엄두를 못내는 토리…. 


 윌슨이 검은 장갑을 끼면서 "스톤월 잭슨(Stonewall Jackson, 1824~1863, 남부군 장군으로 리 장군의 심복), 로버트 E. 리(Robert E. Lee, 1807~1870, 남북전쟁 때 남부군 총사령관) 등 남부군인들은 모두 반역자이며 쓰레기"라며 "너도 마찬가지"라고 토리를 조롱한다. '스톤월' 장군 이름까지 별명으로 붙일 정도로 용맹한 남부군 용사였던 토리가 "겁쟁이 거짓말쟁이 양키놈!"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대든다. 

 

 

 

 


 성질이 급한 토리로 하여금 총을 뽑도록 윌슨이 "증명해봐"라며 약을 올리는 순간 총을 뽑았으나, 쉽스테드가 "안 돼, 토리!"라고 외치는 소리에 흠칫 망설이는 찰나에 토리는 사살되어 진흙탕 위에 뒤로 나자빠진다. 법망을 피하기 위한 교묘하고 비겁한 살인이다.

 

 

 

 


 이를 지켜본 쉽스테드는 토리의 시체를 말에 싣고 마을로 돌아가 스타렛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스타렛은 당장 읍내로 가려고 하지만 마리언과 셰인이 말린다. 

 

 

 

 


 이 사건으로 전 마을에 공포가 드리운다. 예견된 일이지만 프레드 루이스 가족이 토리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당장 떠나려고 한다. 스타렛이 죽은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것이 도리이며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설득하자 그렇게 하겠다고 순응하는 루이스. 


 토리의 장례식 날.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다. 마을 사람들은 장례식이 끝나면 곧장 떠나기 위해 2륜, 4륜 마차 등을 끌고 언덕에 모여든다. 라이커 악당들은 이 행렬을 멀리 그래프튼 가게에서 관망하고 있는데, 크리스 캘러웨이의 표정이 슬픈 듯 어둡다. 미리 얘기지만 크리스는 나중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셰인을 찾아가 라이커의 음모를 알려준다.


 이어서 기찬 장면이 나온다. 짙푸른 하늘과 엷은 보라빛의 그랜드 테튼 산들을 배경으로 거대한 자연 속에 왜소하고 고립돼 보이는 건물들, 그 앞 '묘지 언덕'에 몰려있는 조문객들의 엄숙함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원•근경을 마치 한 폭의 그림같이 한 프레임으로 촬영한 명장면이다. 지지고 볶고 죽이는 탐욕스런 인간들을 비웃고 있는 듯한….


 장례식 참석자들이 나무관 주위에서 'Abide With Me'를 부르고 '주기도문'으로 장례 예배를 마친 후 이윽고 하관을 한다. [註: 이 곡은 1847년 영국의 헨리 F. 라이트 목사가 폐결핵으로 죽기 3주 전에 지었던 "나와 함께 해 주소서"라는 찬송시에, 1861년 작곡가 윌리엄 H. 몽크가 그의 3살짜리 딸이 죽었을 때 곡을 지어 탄생했다. 이 곡은 라이트 목사가 봉직했던 영국 데본셔의 로워 브릭햄의 올세인츠 교회에서 백년이 넘게 매일 종으로 연주되고 있다고 한다. 
 이 찬송가는 조지 5세의 장례식과 조지 6세의 결혼식, 또 그의 딸로서 후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된 공주의 결혼식, 그리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테레사 수녀의 1997년 장례식에서도 불려졌다. 또한 1927년부터 지금까지 영국 풋볼 결승전(FA Cup)에서 이 곡을 부르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는 유명한 곡이다.] 


 토리의 미망인이 슬피 우는데 키우던 개가 슬픈 듯 주인의 관을 앞발로 쓰다듬고 끙끙대며 그 주위를 맴도는 모습이 애처롭다. 


 이때 한 농부가 하모니카로 'Dixie'(youtube.com/watch?v=HXcxdk8C8Bo)에 이어 가슴을 저미는 진혼곡인 'Taps'(youtube.com/watch?v=kG_CMKAhu68)를 연주하는 장면은 인간적인 비애(悲哀)가 물씬 배어나는 명장면 중 하나이다. [註: 'Dixie'는 'Dixie's Land', 'I Wish I Was in Dixie' 등으로 알려진 민요로 남북전쟁 때 남군의 국가로 불렸던 유명한 노래다. 링컨 대통령의 애창곡으로 로버트 E. 리 장군의 항복선서식에서도 연주되었다. 'Taps'는 같은 해 '지상에서 영원으로(1953)'에서 프루잇(몽고메리 클리프트)이 죽은 친구 마지오(프랭크 시나트라)를 위해 트럼펫으로 연주했던 바로 그 곡이다.]


 이제 프레드 루이스 가족을 포함한 많은 거주민들이 작별인사를 나누고 이 마을을 떠나려고 할 즈음 스타렛이 연설을 한다.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6월8일(토) 오후 5시에 있사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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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30
서부 영화 시리즈(II)-'셰인' (Shane)(2)

 
거칠고 삭막한 카우보이 세계를 
인간적•낭만적으로 표현한 걸작

 

 

 

 

 

(지난 호에 이어)
 어느 날, 스타렛이 주문해 놓은 가시철조망을 가져오기 위해 총도 없이 읍내 그래프튼 잡화점에 간 셰인은 작업복 등 자기 옷도 산다. 볼일을 끝내고 바로 옆에 있는 바에 들러 조이에게 줄 소다팝을 주문하는데, 그 곳에 있던 라이커의 부하들 중 크리스 캘러웨이(벤 존슨)가 "돼지 냄새가 나니 사람 냄새 나게 해주마"며 셰인이 방금 새로 사 입은 셔츠에 위스키를 홱 뿌린다. 그러고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등뒤에 대고 고함친다. 그러나 말썽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묵묵히 참고 집으로 돌아오는 셰인. 


 스타렛이 마을 주민들과 '라이커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셰인이 들어오자 프레드 루이스(에드거 부캐넌)와 프랭크 '스톤월' 토리(일라이샤 쿡 주니어)가 오늘 읍내에서 있었던 얘기를 들었다며 셰인을 '여자같은 겁쟁이'라고 조롱한다. 스타렛이 "말썽을 일으키지 말라"고 자기가 지시했기 때문에 그랬다며 셰인을 변호한다. 


 자리를 떠서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바깥으로 나간 셰인. 이때 대화를 엿들은 조이와 마리언은 셰인이 겁쟁이가 아님을 믿는다. 그리고 마리언은 아들 조이에게 "…셰인을 너무 좋아하면 헤어질 때 마음이 아플테니까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고 촛불을 끈다. [註: 이 촛불 끄는 장면은 셰인과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암시한 대목이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아리비아의 로렌스(1962)'에서 로렌스(피터 오툴)가 성냥불을 끔으로써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과 대비된다.] 

 

 

 

 


 매주 토요일마다 스타렛 가족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마차를 타고 읍내에 장을 보러간다. 이때 테튼 산을 배경으로 멋진 장면이 연출된다. 

 

 

 

 

 


 조이의 소다팝 병을 반납하러 바에 들른 셰인에게 크리스 캘러웨이가 또다시 시비를 걸어온다. 셰인은 두 잔의 위스키를 주문하여 "지난 번에 얻어 먹었으니 신세를 갚겠다"며 한 잔은 그의 셔츠에, 다른 한 잔은 그의 얼굴에 뿌린다. 

 

 

 

 


 이윽고 싸움이 붙자 셰인은 물러서지 않고 싸워 크리스를 죽사발 되게 패 녹아웃시킨다. 이를 본 라이커가 스카웃을 제의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셰인! [註: 이 1대1 주먹싸움 장면은 애들 장난같이 보이지만 지금과는 사뭇 다른 고전적인 멋과 맛이 있다.] 


 드디어 라이커 일당이 모두 덤벼들어 적수가 많아 셰인이 위기에 빠졌을 때, 지켜보던 조이가 아빠에게 알린다. 함께 싸워 모두 쓰러뜨리는 스타렛과 셰인. 가게 주인 샘 그래프튼(폴 맥비)이 싸움을 중지시키고 스타렛 팀이 이긴 것으로 선언하자, 캔디 케인을 와자작 씹으며 시종일관 신나게 구경하던 조이가 둘을 자랑스러워한다. 


 라이커는 샤이엔에서 총잡이를 데려 올 거라며 "다음에 다시 만날 때는 마을에 총연기가 자욱할 것"이라고 말한다. 


 승리감에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온 스타렛 가족과 셰인. 마리언이 둘의 상처를 치료해 준다. 조이의 침실에서 모자(母子)가 셰인에 대한 좋은 감정의 얘기를 나누는 것을 엿듣고 민망한 듯 자리를 떠나는 셰인. 마리언은 셰인에 대한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억제할 길이 없는 듯 남편 스타렛에게 "아무 말 하지 말고 그냥 꼬옥 껴안아달라"고 청한다. 이때 한 사람씩 이름을 부르며 일일이 굿나잇 인사를 전하는 조이.


 다음날, 마을에 라이커에게 고용된 잭 윌슨(잭 팔란스, 오픈 크레디트에 월터 잭 팔란스로 나온다)이란 자가 검정 모자와 조끼를 걸치고 나타난다. 큰 키에 깡마르고, 사악하고 비열하고 냉혹한 쌍권총잡이로 악명 높은 자다. 

 

 

 

 


 그가 주점으로 들어올 때 마루바닥에 앉아있던 개가 마치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비웃 듯 슬며시 바를 가로질러 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걸을 때마다 박차에서 나는 소리가 쩌렁쩌렁하여 위압감을 준다. 라이커의 소떼를 몰고 다니면서 거주민들의 울타리를 부수고 채소밭을 짓밟고 가축들을 죽이면서 스스로 마을을 떠나도록 위협하는 잭 윌슨.


 독립기념일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하며 분주한 마리언. 총을 좋아하는 조이는 셰인을 만났을 때부터 그의 흰색 손잡이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권총에 관심을 갖는다. 결국 조이의 간절한 요청에 못이겨 셰인은 총대를 차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총쏘는 시범을 보이자 눈이 휘둥그래지는 조이! 

 

 

 

 

 


 이때 은백색의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입고 뒤에서 지켜보던 마리언이 "내 아들이 총을 사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셰인을 나무란다. 셰인이 "총은 도끼나 삽처럼 하나의 연장에 불과하며 좋고 나쁜 것은 사용하는 사람에 달려있다"고 해명하자 마리언은 "당신을 포함하여 이 계곡에서 총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註: '하이 눈'에서도 퀘이커 교도인 에이미(그레이스 켈리)가 "옳건 그르건 총싸움은 반대"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총기 사용 문제는 예나 지금도 미국사회에서 논쟁이 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마리언은 셰인에게 점점 더 깊은 호감을 느끼고 셰인도 이를 느낀다. 이때 스타렛이 나타나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아내를 보고 감탄한다. 


 마을 주민들이 읍내에서 로데오를 구경하며 즐기고 있는데, 바에 있는 라이커가 샘 그래프튼에게 "난 법을 지켰고 놈들을 위협하긴 했어도 한 번도 총은 안 썼어."라고 말한다. 샘이 "그런데?"하고 되물으며 윌슨을 쳐다보는데, 사악한 미소를 짓는 윌슨의 얼굴을 통해 이제 총을 쓰겠다는 강한 암시를 받는다. 

 

 

 

 

 


 이때 프랭크 토리가 용감하게 주점으로 들어와 라이커에게 모욕을 주는 발언을 하고 자기는 비겁자가 아니라며 또 위스키 한 잔을 주문하여 "위대한 앨라배마 주의 독립을 위해"라며 건배하고는 의자와 문을 확 걷어차며 의기양양하게 밖으로 나간다. 한 놈 처치하는 건 식은 죽 먹기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며 윌슨을 말리는 라이커. 


 화면이 바람에 나부끼는 미국 국기로 디졸브된다. 폭죽이 터지고 'Put Your Little Foot' 곡에 맞춰 춤파티가 한창이다. 고동색 셔츠를 입은 스타렛도 아내와 춤을 춘다.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6월8일(토) 오후 5시에 있사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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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9
서부 영화 시리즈(II)'셰인' (Shane)(1)

 


거칠고 삭막한 카우보이 세계를 
인간적•낭만적으로 표현한 걸작

 

 

 

 

 

 '하이 눈'이 나온 다음 해인 1953년에 파라마운트사에서 처음으로 '평면 와이드스크린' 총천연색으로 제작한 '셰인(Shane)'을 선보였다. 조지 스티븐스 감독, 앨런 래드, 진 아서, 밴 헤플린, 잭 팔란스, 벤 존슨 등 호화 캐스팅. 음악감독은 빅터 영. 러닝타임 118분. 


 '셰인'은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컬러부문)촬영상(로열 그릭스)을 수상했으며, 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The Searchers•1956)',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하이 눈(High Noon•1952)'과 더불어 미국영화협회(AFI, 2008년)가 선정한 '서부영화 3대 걸작'으로 꼽힌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주연의 '페일 라이더(Pale Rider•1985)'는 이 작품에 바치는 오마주다. [註: 오마주(hommage)는 '존경•존중(respect)'이란 뜻의 프랑스어로 '헌사•헌정(獻辭•獻呈)'의 의미이며 패러디나 표절과는 다른 의미다.]


 또한 '셰인'은 '젊은이의 양지(A Place in the Sun•1951)' '자이언트(Giant•1956)'와 함께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미국적인 영화 3부작'으로 평가받는 걸작이다.


 미리 초치는 얘기지만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에서 주인공 셰인의 총쏘는 장면은 '하이 눈'처럼 마지막에 세 번(4발) 밖에 없는데도 결코 지루하지 않고 대단한 몰입감을 주는 영화이다. 


 '셰인'은 '하이 눈'과는 달리 와이오밍주의 그랜드 테튼 국립공원(Grand Teton National Park)의 장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거칠고 삭막하고 심각할 수밖에 없는 서부영화를, 초롱초롱한 눈빛의 소년과의 우정 그리고 드러나지 않는 연정, 폭력에 저항하는 모습 등을 통해 품위있고 인간적•낭만적으로 맛깔스럽게 표현한 수작이다. 


 시대적 배경은 '자영농지법'(1862)이 제정된 이후 1880년대 후반 늦여름. 오픈 크레디트에 유명한 주제곡 '황야가 부르는 소리(The Call of the Faraway Hills, youtube.com/watch?v=_EwaQHJJjn8)'가 흐르면서 그랜드 테튼의 수려한 경관을 품고있는 잭슨 홀(Jackson Hole) 계곡의 장관이 펼쳐진다. 


 이 곡에 가사를 붙여 여러 가수가 불렀는데, 주인공 셰인의 성격과 미국 개척자의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다. 어느 한 곳에 머물거나 속박된 인간이 아니라, 황야가 부르는 소리에 따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랑자, 자유로운 영혼임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말로 잘 번역된 글이 있어 여기에 인용한다.


 "초원에 땅그림자가 지고/ 하루가 저물고 해가 우리의 시선에서 점차 사라질 때/ 나는 누군가 날 부르는 소리를 한 밤중에도 똑똑히 들을 수 있다네/ 그래, 황야가 부르는 부드러운 소리가 똑똑히 들려.
 초원에는 편안한 쉼터란 없는 거야/ 뼈속까지 떠돌이 신세인 정처없이 떠도는 영혼을 위한 쉼터는 없어/ 누군가 말할 수는 있지, 내 마음의 쉼터가 저 너머 어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또 황야가 날 부르는 소리가 감미롭고도 똑똑히 들리네.
 내가 가본적 없는 길도 많이 있다네/ 나의 꿈은 자꾸 그 가보지 못한 길로 가자고 하네/ 해지는 서쪽 초원 너머에는/ 또 새로운 스릴이 많이 있을 거야/ 별 빛 넘어 저 어딘가에서 꿈 한 두 개가 이뤄질지도 몰라/ 난 황야가 부르는 소리에 오늘도 어김없이 그 소리를 따라 간다네."

 

 

 

 


 거울처럼 맑은 물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사슴을 향해 장전되어 있지 않은 빈 총을 겨누면서 놀던 8살 소년 조이(브랜든 드와일드)는 사슴 너머로 말을 타고 다가오고 있는 한 사나이를 발견하고는 호기심과 두려운 눈으로 한참을 쳐다본다. 물을 마시던 사슴도 고개를 쳐들고 말을 타고 오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다.

 

 

 

 


 드디어 그 사나이가 가까이 나타난다. 신사적인 풍모와 침착한 태도에 흰 모자를 쓰고 녹비(鹿皮)옷을 입은 훤칠한 미남자인 사나이는 여느 뜨내기 카우보이와는 달리 보인다. 정착민인 조 스타렛(밴 헤플린)의 집에서 물을 얻어 마신다. 그때 아들 조이가 빈 총의 노리쇠를 당기는 소리에 즉각 반응하는 사나이. 총잡이의 과거가 있는 듯한 강한 암시를 주는 장면이다. 

 

 

 

 


 공교롭게도 그때 루퍼스 라이커(에밀 마이어) 일당이 들이닥치자 스타렛은 그도 한패인 것으로 오해하고 당장 떠나라고 한다. 하지만 잠깐 사태를 관망하던 그 사나이를 보고 루퍼스의 동생 모건(존 디어키스)이 누구냐고 묻자 그는 "스타렛의 친구"라고 대답한다. 

 

 

 

 


 라이커 일당이 떠나고 오해가 풀린 스타렛과 그의 부인 마리언(진 아서)과 아들 조이의 호의로 저녁 식사까지 초대받는 사나이. 그제서야 자기 이름이 '셰인'(앨런 래드)이라고 소개한다. 


 스타렛은 의지가 강인하여 그곳 정착민들의 대변자이다. 셰인은 오래 전부터 목축업을 하는 라이커 일당이 개척민들이 피땀 흘려 개간해 살고 있는 토지를 독차지하기 위해 거주민들을 협박하고 있으며, 그 등쌀에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떠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녁 식사 후 셰인과 스타렛이 집 앞의 큰 나무등걸을 도끼로 찍어 파낸다. 그동안 스타렛 혼자서 할 수 없었던 일을 둘의 협동을 통해 해결하게 된 것이다. [註: 나중에 읍내에서 주먹싸움이 일어났을 때 스타렛이 셰인을 도우는 협업이 또 한 번 있다. 이 나무뿌리는 악질 라이커를 상징하며 서로 힘을 합치면 결국 그 뿌리를 뽑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다른 연장을 사용하지 않고 인간의 '땀과 힘'만으로 자연력에 대항해 이뤄내 앓던 이가 빠진 듯 흐뭇한 스타렛은 셰인에게 월동준비가 끝날 때까지라도 같이 지내자고 제의하는데….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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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0
서부 영화 시리즈(I)-'하이 눈'(하)(High Noon)

 
'보통 영웅'의 '행동하는 양심'의 상징

 

 

 

(지난 호에 이어)
 정의를 지향하여 죽음의 공포에 맞서는 윌 케인에 반해 소시민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퀘이커 교도인 에이미. 서로는 갈등 관계에 놓이며 이들의 대립과 갈등이 심리적인 스릴러로 작용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긴장감은 점증되며 관객도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심리적 압박감을 받게 되지만, 사랑은 종교적 신념에 우선한다.


 '하이 눈'은 마을 사람들을 짓누르는 두려움의 분위기와 그들의 암묵적인 비겁함은 당시의 해들리빌 마을을 초월하여 오늘날 어느 사회에도 존재하는 일이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해야 할 일'을 하려는 '행동하는 양심'의 전형인 '하이 눈'은 결코 자신감 넘치고 멋있는 영웅이 아닌 극히 인간적인 '보통 영웅'을 창조하였다. 


 따라서 미 의회도서관 소속 국립영화등기소 설립 첫 해인 1989년에 '보존할 가치가 있는' 영화로 선정되었고, 아이젠하워,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등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보기를 권장했던 영화로 기록되었다. 

 

 

 


 '하이 눈'은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 1929~1982)의 실질적인 영화 데뷔작이다. 이듬해 1953년 존 포드 감독의 '모감보'에 출연한 뒤부터 그녀는 본격적인 스타의 길을 걷게 된다. 

 

 

 


 1954년에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에게 발탁되어 '다이얼 M을 돌려라'와 '이창(裏窓)' 등 2편에 출연하고, 빙 크로스비와 공연한 'The Country Girl'로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 이듬해 케리 그랜트와 공연한 '나는 결백하다(To Catch a Thief•1955)'에도 출연했다. 

 

 

 


 그녀는 프랭크 시나트라, 빙 크로스비와 공연하고 루이 암스트롱이 출연한 '상류 사회(1956)'를 마지막으로 나이 26세 때 모나코의 레니에 3세 대공(大公)과 결혼하여 대공비가 된다. 그녀는 모나코 공녀 카롤린과 알베르 대공, 그리고 스테파니 공주를 낳았다. 


 그러나 꿈을 이룬 신데렐라를 운명의 여신이 질투해서인가? 1982년 9월14일 그녀는 자동차를 운전하던 도중 갑작스런 발작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53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차에 같이 타고 있던 딸 스테파니 공주는 살아남았다. 


 케이티 후라도(Katy Jurado, 1924~2002)는 '하이 눈'으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첫 번째 멕시코 출신 배우이다. 그녀는 71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스펜서 트레이시, 로버트 와그너, 리처드 위드마크 등과 공연한 '부러진 창(Broken Lance•1954)'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말론 브랜도 감독•주연의 '애꾸눈 잭(One-Eyed Jacks•1961)'에서 칼 말덴의 아내 마리아 역으로도 출연했다. 

 

 

 


 프레드 진네만(Fred Zinnemann, 1907~1997) 감독은 몽고메리 클리프트, 버트 랭카스터, 데보라 커 주연의 '지상에서 영원으로(1953)', 70mm 대형 스크린의 효시인 '오클라호마!(1955)', 스펜서 트레이시 주연의 '노인과 바다(1958)', 오드리 헵번 주연의 '파계(破戒•1959)'를 비롯하여 '사계절의 사나이(1966)' '자칼의 음모(1973)' '줄리아(1977)' 등의 숱한 명작을 남긴 거장이다. 


 그는 65편을 오스카상 후보에 올려 본인은 물론 연기자에게 24개의 상을 안겨준 '스타 제조기'라는 관록을 자랑하는 오스트리아계 유대인이다. 


 진네만 감독은 영국 런던에서 심장마비로 1997년 3월에 90세로 사망했는데 그의 부인도 같은 해 12월에 사망했다.


 게리 쿠퍼(Gary Cooper, 1901~1961)는 장신(長身) 미남배우로 수줍어하는 동작이 지니는 인간적인 매력 때문에 '마카로니 웨스턴'과는 달리 인간미를 풍기는 서부영화의 대명사가 되었고, 또한 '마천루(摩天樓•The Fountainhead•1949)',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 원작의 '무기여 잘 있거라(1932)'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3)' 그리고 '우정있는 설복(1956)'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갖기도 했다. [註: '무기여 잘 있거라'는 1957년 찰스 비더(Charles Vidor, 1900~1959) 감독에 의해 제니퍼 존스, 록 허드슨 주연의 딜럭스 컬러 시네마스코프로 리메이크 되었으나 작품성은 1932년 흑백판보다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런데 '우정어린 설복'에서는 '하이 눈'과 반대로 게리 쿠퍼가 퀘이커 교도인 제스 버드웰 역을 연기했다.] 


 '하이 눈'으로 아카데미 작곡상을 수상한 음악감독 디미트리 티옴킨(Dimitri Tiomkin. 1894~1979)은 서부 영화 음악을 잘 만들기로 소문난 러시아 이민자 출신이다. 그가 만든 주제곡들은 '비상 착륙(The High And The Mighty•1954)‘ '우정어린 설복' '자이언트(1956)' ‘O.K.목장의 결투(1957)‘ ‘로하이드(1959)‘ ‘리오 브라보(1959)’ '알라모(1960)' 등 셀 수 없이 많다. 


 리 반 클리프(Clarence Leroy "Lee" Van Cleef, Jr., 1925~1989)는 뉴저지 출신 미국 배우로 제2차 세계대전 때 미 해군에 복무한 후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으나, 188㎝의 훤칠한 키에 실눈과 매부리코 그리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얼굴 덕분(?)에 존 스터지스 감독의 'OK 목장의 결투(Gunfight at the O.K. Corral•1957)'에서 에드 베일리 역, 존 포드 감독의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1962)'에서 악당 리 마빈의 부하 역 등 주로 악역에 출연하였다. 그러나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속 황야의 무법자(1965)' '석양의 무법자(1966)'에서 그의 진가를 발휘했지 싶다. 그는 심장마비로 64세로 죽기까지 90편의 영화와 109편의 TV극에 출연하였다. 


 이안 맥도널드(Ian MacDonald, 1914~1978)는 '쟈니 기타(1954)' '아파치(1954)' 등의 서부 영화로 우리에게 알려진 미국 배우이다.


 군더더기: 제작자 스탠리 크레이머가 윌 케인 역으로 맨 처음에 그레고리 펙을 지목했으나, 그가 주연했던 '건파이터(1950)'와 비슷한 역이라 거절했는데, 펙은 나중에 그것은 그의 일생일대의 가장 큰 실수였다고 술회했다. (끝)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5월 25일(토) 오후 5시에 있을 예정이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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