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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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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5
‘베를린의 여인 (A Woman in Berlin)’ (1)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IX)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 
강간과 약탈은 국가 전체를 흔드는 전략

 



   ‘베를린의 여인(A Woman in Berlin)’은 2003년에 독일에서 익명으로 출간된 수기집을 바탕으로 2008년 독일의 막스 페르베르뵈크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원제는 “익명: 베를린의 한 여인(Anonyma - Eine Frau in Berlin)”인데, 영국에서는 “익명: 베를린의 함락(The Downfall of Berlin - Anonyma)”으로 소개되었고 2009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첫 상영되었다. 
   콘스탄틴 영화사 배급. 출연 니나 호스, 유제니 시디킨. 율리아네 쾰러. 음악감독은 폴란드 출신 쯔비크녜프 프라이스네르(Zbigniew Preisner•69). 러닝타임 126분.
   얘기 시작 전에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도 간략히 나오지만 전체적인 이해를 위해 앞에서 설명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양해를 바란다. 
   독일의 저널리스트였던 익명의 주인공은 ‘베를린 전투(The Battle of Berlin)’ 중간부터 연합군이 승리할 때까지인 1945년 4월 20일 ~ 6월 22일까지 2개월여 동안 노트에 쓴 일기를 바탕으로 1954년에 미국에서 영어로 첫 출간을 하고 5년 후인 1959년에 독일에서도 출간했다. 

 

 

   그러나 익명의 수기집은 독일 여성들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출판 금지 당하여 익명의 저자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 발간하지 말도록 조치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수치심을 자극하는 ‘불편한 진실’을 들춰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녀가 2001년에 스위스 바젤에서 90세로 사망한 후 2003년에 독일에서, 2005년에 미국에서 또 익명으로 새로이 출판되었는데, 세상이 달라져서 단박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7개 국어로 번역되기에 이르렀다. 기자들의 끈질기고 집요한 추적 끝에 저자는 나치시대에 독일 신문, 잡지 기자였던 마르타 힐러스(Marta Hillers, 1911~2001)로 밝혀졌다.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주인공인 ‘익명의 여성’이 일기를 읽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1945년 4월 26일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러시아 군대는 베를린을 포위했고 독일 의회당까지 거리 곳곳에 있었다. 구름에 가린 태양을 당신이 봤을 그 날, 버려진 정원에서는 라일락 꽃향기가 퍼졌으리라. 어디부터 시작할까? 적절한 단어는 뭘까? 난 기자이고 12개국을 여행했다. 모스크바, 파리와 런던에서 살았었고, 파리와 런던이 즐거웠다. 그러나 베를린으로 돌아왔다. 이곳에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註: 그녀는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수학했다.]

 


   폐허가 된 거리를 보여주던 화면이 타이프라이터를 치고있는 주인공으로 디졸브된다. 그리고 ‘익명의 여인’의 내레이션이 계속된다.
   “내 이름은 중요치 않다. 난 조국의 운명을 믿었던 많은 사람 중 하나일 뿐, 의심은 사람을 나약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녀의 약혼자인 게르트(아우구스트 딜)가 말한다. “바르샤바, 브뤼셀, 파리… 끝없는 승리야. 러시아는 지도력이 없어. 재정비될 때까지 모스크바에 있을 거야. 전쟁이잖아.… 방해해서 미안해.”
   내레이션은 계속된다. “게르트는 떠났고 구두소리는 집안을 울렸다. 옳다는 걸 확신했고 모두 같은 공기를 숨쉬며 우리는 취해갔다.”
   장면은 파티장. 독일 기자인 ‘익명의 여인’(니나 호스)이 모두에게 묵념을 제안한다. [註: 이후 편의상 A라고 칭하기로 한다.]

 


   그리고 장면은 퇴각하는 독일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포격 속에 도망치는 사람들이 무수히 죽는다. 그 현장을 지켜보던 A가 다른 사람들을 선도하여 지하대피소로 피신한다. 약사, 음악가 등 중산층의 애달픈 삶을 모두 기록하여 약혼자 게르트에게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는 A!
   폐허가 된 거리에 러시아 홍색군의 탱크가 진입한다. 확성기로 모든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고 방송하는 러시아군. 지하에 숨어있는 시민들은 숨을 죽이고 이 소리를 다 듣고 있다. 이윽고 독일군과 러시아군 사이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마지막 저항을 하는 독일군을 무찌르고 드디어 해방군으로 도시를 장악하는 러시아군.
   지하대피소로 들어온 러시아군이 민간인들을 일일이 조사하면서 여자들에게 “전쟁 끝! 여자!”라고 독일어로 몇 단어를 말하며 나이를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강간을 하자, A가 러시아어로 “뭘 원하느냐? 당신들은 왜 원하지 않는 여자들을 데려가느냐?”고 묻는다. 

 


   배고픔에 지친 여자들이 여기 지하에 묻히기 싫다며 밖으로 나간다. 손수레에 감자가 수북히 쌓여있는 것을 보고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여인들.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주인공은 어린 여자를 겁탈하려는 러시아군을 유인하여 다른 곳으로 데려가 그를 철창에 가두고 밖으로 나와 상급지휘관을 찾는데, A도 결국 두 명으로부터 윤간 당한다. 


   A의 내레이션: 어느 미망인이 머물 곳을 제공했다. 그녀가 안내한 곳은 놀랍게도 멀쩡했다. 난 받아들였다. 몇 발자국이면 작업실이고 옷, 책, 노트 등을 얻었다. … 좀 더 주변을 살펴야 했었다. 그러나 결코 모든 걸 볼 순 없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흘러간다. [註: 모든 걸 볼 수 없었다는 말은 사실 그 집의 다락방에 독일패잔병이 숨어 있었고, 이로 인해 나중에 파국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군인들은 점령자로서 승리를 만끽하고 밤낮으로 아파트를 뒤지는데, 베를린 시민들은 특히 여자들은 목매 자살하거나 총으로 살해되는 등 누구도 모면하지 못했다. 이제 모든 감정이 죽었다. 
   내레이션: 그들은 어디에 있지? 우리의 구세주? 최고의 군대? 전쟁과 죽음은 남자들의 일이었다. 그 시절은 끝났다. 젠장할 러시아인! 장교, 장군, 사령관 등 상위로 가야 한다. 그리고 나를 선택할 사람을 정해야 한다. [註: 전장에 나가는 남성은 차라리 죽임을 당할지언정, 강간처럼 정신을 말살하는 류(類)의 범죄를 당하진 않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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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7
'두 여인(Two Women)' (4, 끝)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II)
두 모녀를 통해 전쟁의 참상과 양면성 묘사, 연기자 소피아 로렌의 진면목 보여준 작품
 


(지난 호에 이어)
   이에 "아무 일 없었다고 말했잖아요"라고 대답하며 "로마까지 태워줄 수 있느냐?"고 묻는 체시라. 그는 로마는 너무 위험하다며 미군이 들어간 후에 가라고 충고하고, 자기 어머니가 잠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친절을 베푼다.
   플로린도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 모녀. 그러나 밤 사이 악몽에서 깨어난 체시라가 딸을 찾으나 사라지고 없다. 그녀는 미켈레를 찾으러 폰디로 갔거니 생각하고 마을사람의 도움을 요청하는데, 한 촌로로부터 뜻밖에 미켈레의 시체가 포르첼로(Porcello)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독일군에게 총살 당하는 것을 누가 봤다는 것이었다. 
   연인이었던 미켈레의 사망 소식에 울음을 터뜨리는 체시라에게 플로린도의 모친이 "부인, 당신 딸은 제 아들과 같이 춤추러 갔어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아까 차에서 말한 승전 기념 파티에 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어린애를 데려가다니 당신 아들 죽여버릴 거야!" "당신 딸도 좋으니까 따라간 거지! 강제로 데려갔겠어?" 
   실랑이를 하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체시라. "제가 무슨 잘못을 한 거죠? 제게 무슨 죄가 있길래…" 전쟁 때문에 행복하고 단란한 한 가정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네오 리얼리즘 장면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모의 자식 걱정과 사랑은 하등의 차이가 없다!
   밤을 하얗게 샌 엄마 앞에 플로린도와 춤추고 몸 팔아 받은 실크 스타킹을 들고 나타나는 딸. 체시라는 격분하여 철없는 딸을 때린다. 그러나 로세타는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무덤덤하게 울지도 않는다. 하지만 어머니가 "미켈레의 말이 맞았어. '아무리 도망쳐도 자기 자신은 피할 수 없어.'… 미켈레 소식도 묻지 않는구나…" 하며 큰소리로 미켈레의 죽음을 알리자 그제서야 로세타는 통곡하기 시작한다. 마치 폭행 당하기 전의 순수한 소녀로 돌아간 듯…. 
   어머니도 같이 울며 모정으로 "엄마를 용서해. 그만 울거라. 내 딸 로세타, 금쪽같은 내 딸! 이제 자!"하며 딸을 부둥켜 안고 위로하는 장면을 줌 아웃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작품으로 외국영화로는 처음으로 1961년 아카데미 및 칸 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22개의 국제영화상들을 휩쓸면서 소피아 로렌(Sophia Loren•90)은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배우가 되었다. 
   그런데 아카데미상 시상식 때 소피아 로렌은 무대 공포증 때문에 직접 수상하지 못하고 '마음의 행로(Random Harvest•1942)'의 주연배우로 유명한 그리어 가슨(Greer Garson, 1904~1996)이 대리 수상하면서 "(소피아 로렌을) 이 야성미 넘치고 재능 있는 여자(This wildly beautiful and talented girl)!"라고 외쳤다고 한다. 
   당시 아카데미상 후보로 올라온 여배우들은 '초원의 빛'의 나탈리 우드,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의 오드리 헵번 등 쟁쟁한 배우들이었는데, 이례적으로 '외국인'인 소피아 로렌이 수상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26세밖에 안 되었던 로렌이 '두 여인'에서 미녀로서의 이미지를 버리고 30대의 어머니로 분장하여 투박하고 강인하며 억척스러운 여성상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딸을 위해서 목숨이라도 내놓을 깊은 모정을 온몸으로 연기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소피아 로렌의 진정한 연기자로서의 진면목(眞面目)을 보여준 영화가 '두 여인'이었지 싶다. 
   한편 미켈레 역을 연기한 장 폴 벨몬도(Jean-Paul Belmondo, 1933~2021)는 상대적으로 유약한 진보주의자 청년으로 비치는데, 이탈리아 영화에 프랑스 배우가 출연한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제작자 카를로 폰티가 자금 조달을 위해 프랑스 회사와 합작했을 때 당시 프랑스 법규정에 의해 프랑스 배우를 반드시 기용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때 장 폴 벨몬도의 목소리는 이탈리아어로 더빙을 한 반면 로렌은 직접 영어로 더빙했기 때문에 영예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비토리오 데 시카(Vittorio De Sica, 1901~1974) 감독이 시나리오 작가 체사레 자바티니(Cesare Zavattini, 1902~1989)를 만난 것은 축복이었다. 로마 가톨릭 신자인 감독과 공산주의 작가의 만남에 의해 '구두닦이(1946)' '자전거 도둑(1948)' '밀라노의 기적(1951)' '움베르토 D(1952)' 등 주옥같은 네오 리얼리즘의 걸작들을 공동 창출했기 때문이다. 
   데 시카 감독은 감독보다 배우로서 더 많이 활약했다. 예컨대 헤밍웨이 원작으로 록 허드슨과 제니퍼 존스가 주연했던 찰스 비더(Charles Vidor, 1900~1959) 감독의 '무기여 잘 있거라(1957)'에서 알레산드로 리날디 소령 역으로 출연하여 아카데미 최우수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첫 번째 부인 쥬디타 리쏘네(Giuditta Rissone, 1895~1977) 사이에 딸 에미를 낳은 후 1954년 이혼하고 1959년 스페인 배우 마리아 메르카데르(Maria Mercader, 1918~2011)와 재혼하였다. 하지만 이탈리아법으로는 이 결혼이 유효하지 않았기 때문에 1968년 프랑스 시민권을 받자 파리에서 결혼했다. 
   그런데 리쏘네와 이혼하기 전에 마리아 사이에서 벌써 아들 둘을 두었다. 1949년생인 마뉘엘은 음악가로, 1951년생인 크리스티앙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영화 배우와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참고로 마리아는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가이며 마르크시즘 이론가로 유명한 레온 트로츠키(Leon Trotsky, 1879~1940)를 1940년 멕시코에서 암살했던 라몬 메르카데르(Ramon Mercader, 1913~1978)의 여동생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데 시카는 비록 이혼은 했지만 전처딸 에미가 '애비 없는 자식'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해마다 성탄절과 새해에는 시계를 두 시간 거꾸로 돌려놓고서는 두 가족 모두 파리에 있는 메르카데르 집에 모여 자정에 축배를 들곤 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73세로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두 여인'은 지금도 오페라 등으로 제작되어 공연되고 있는 걸작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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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0
'두 여인(Two Women)' (3)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II)


두 모녀를 통해 전쟁의 참상과 양면성 묘사,

연기자 소피아 로렌의 진면목 보여준 작품



(지난 호에 이어)   
그 후 한동안 보이지 않던 미켈레가 어느 날 나타나 체시라의 뒤를 밟는다. 별 대화 없이 나란히 걷던 둘은 독일군을 피해 마을 부호집으로 찾아가는데 거기서 예기치 않은 독일군 중위와 맞닥뜨린다. 뭐 하느냐고 묻는 중위의 물음에 막 대학을 졸업했다고 대답하는 미켈레. 전공은? 문학이라고 답하자 중위는 로마에서 철학을 전공했다고 말한다. 
   이에 비위를 맞추려고 부호영감이 "그러면 이탈리아인들이 철학을 싫어하는 이유도 당연히 아시겠군요?"라고 거든다. 중위는 엉뚱하게도 "당신 같은 계층은 진수성찬이지만 농부들은 먹을 것도 없다"며 따지자 "보통은 이렇게 안 먹어요. 이건 중위님을 위한 특별한 점심이지요"라며 쩔쩔매는 부호영감님이 "그들이 그렇게 사는 건 그들의 선택이에요"라고 강변하자 "이탈리아의 지도계층인 당신들의 잘못"이라며 "점심 한끼 먹이고 내 입을 다물게 하려는 거요? 난 지금 진실을 말하고 있소"라며 격앙되어 소리치는 독일군 중위.

 

 

   이때 부엌에서 부호마님과 함께 있던 체시라가 이 고함소리를 듣고 뜨끔해 하는데 부호마님이 말한다. "저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야 해. 토요일마다 식사하러 오거든" "저라면 수프에 독약을 넣겠어요"라고 말하는 체시라. 
   딸에게 줄 음식을 싸가도 괜찮다는 호의에 체시라는 설탕, 밀가루 등 닥치는 대로 바구니에 싸 담는데. 이때 칸초네 노랫소리가 들린다. 중위가 부호영감에게 노래를 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마님 할머니.
   이때 부호마님이 깜빡했다며 커피를 갈아달라고 부탁하자 커피를 갈며 노랫소리가 들리는 거실로 가보는 체시라. 담배 연기가 자욱한 거실에서 영감이 노래를 하고 있는 가운데 중위와 미켈레의 대화가 이어진다.    
   중위: 당신들은 선천적으로 전쟁을 좋아하지. 전쟁은 남자의 필수경험이죠. 전쟁 없이는 남자도 없어요.
   미켈레: 차라리 거세를 하겠어요.  
   중위: 역시 이탈리아인답게 감상적이군요. 오늘도 독일의 소중한 병사들은 당신들 대신 피를 흘리고 있어요.
   미켈레: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당신들은 출발부터 잘못됐어요.
   중위: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보시오. 냉철한 머리로! 당신과 이탈리아 사람들은 패배를 해야 정신을 차릴 거요. 당신들 자식들도 피눈물로 그 대가를 치를 거요!

 

 

   독일군 중위가 점점 핏대를 올리자 이를 엿듣던 체시라가 불쑥 나타나 "애들이 무슨 상관이에요? 어서 말해봐요!"라며 "여기 오다가 당신들 때문에 미친 여자를 봤어요. 어디 나한테도 한번 해봐요"라고 삿대질을 하며 대들자 부호영감이 "여자 말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말리는데 그때 공습사이렌이 울려 모두들 방공호로 대피한다. 
   체시라가 두고 온 바구니를 챙기러 부엌으로 갔다 오니 무시무시한 공습이 이어지고, 경황(驚惶) 중에 안경도 쓰지 못해 앞이 보이지 않는 미켈레를 이끌고 나오다 둘은 풀밭에 쓰러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풀잎에 예쁜 무당벌레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다. 체시라의 몸을 안고 쓰러진 미켈레는 은연중에 그녀를 더듬고 키스를 한다. 경보 해제 사이렌이 울리자 방공호에서 나오던 부호 부부가 이 광경을 목격한다. 그때서야 안경을 찾아 쓰는 미켈레. 쏟아진 밀가루를 말없이 주워담는 두 사람.
   그러나 이만한 평화마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독일군 패잔병 6명이 마을에 들어와 총으로 위협하며 물과 먹을 것을 요구하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길잡이를 요청한다. 마을사람들이 이를 구경하기 위해 다 모였는데 결국 가장 젊은 미켈레가 험악한 산악지대의 길잡이로 잡혀가게 된다.

 

 

  •한편 연합군의 진격이 시작되고 무솔리니와 독일군의 패망이 가까워지면서 식료품 부족과 더 잦은 폭격 등으로 이 시골이 도시보다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님을 깨달은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옛 거처로 복귀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미켈레의 부모도 여기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할지 망설이다가 그들과 합류한다.
   가는 길에서 미군 탱크부대를 만난 사람들은 군인들이 던져주는 껌과 초콜릿 등을 챙기기에 바쁘다. 마치 우리 6•25전쟁 때를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탱크 위에 있던 사진사가 체시라를 보고 "다리를 보여주면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하자 "네 누이 다리나 찍어라!"며 야유하는 사이에 독일 전투기 한 대가 아군들에게 사격을 가하면서 바로 코앞에서 전투가 벌어진다.
   독일 전투기가 사라지고 평온을 되찾자 사람들은 폰디로 가는 것도 위험하다며 미군이 더 진군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과 미켈레 부모는 아들을 찾으러 그래도 폰디로 가겠다고 하고, 체시라는 미켈레를 보러 폰디로 가려고 하는 딸 로세타를 끌다시피 하여 모녀는 로마로 향하는데….

 

 

   뙤약볕 길가에서 모녀가 잠깐 쉬며 싸온 빵을 먹고 있는데 머리에 터번을 두른 무장군인들이 탄 트럭행렬이 지나간다. 그냥 지나간 것으로 보아 연합군인 것 같은데… 암튼 모녀는 폭격으로 폐허가 된 성당에 들어가 벤치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이고 쉰다.
   그런데 그 사이에 갑자기 들이닥친 프랑스 식민지 군대인 모로코 군인들에 의해 집단 강간을 당할 줄이야! 엄마는 금쪽같은 딸의 이름을 부르짖지만… 이때 신성함과 숭고함의 상징인 교회의 성모상 앞에서 윤간 당하는 로세타의 얼굴을 클로스업된 정지화면으로 보여줌으로써 강렬한 충격을 준다.[註: 그런데 정작 이 장면은 당시 '성적 노출 금지' 규정에 대한 무언(無言)의 항변으로 일부러 정지화면으로 처리했다는 후문인데 아무튼 데 시카 감독은 이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정신을 차린 엄마가 딸에게 다가가 부둥켜 안고 눈물로 머리를 빗겨주고 입가에 흘린 피를 닦아준다. 그러나 로세타는 이 처참한 충격으로 더 이상 순진하고 사랑스런 '소녀'가 아닌 '여자'로 바뀌었고, 어머니에게서 점점 멀어져만 간다. 
   모녀가 다행히(?) 친절한 젊은 트럭운전사 플로린도(레나토 살바토리)를 만나 차로 이동하게 된다. 플로린도는 "정말 모로코 놈들과 아무 일 없었냐?"고 물으며 "오늘 아침 근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놨어요. 내 동생을 건드렸으면 다 죽여버렸을 거예요"라고 말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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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3
'두 여인(Two Women)' (2)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II)
 

두 모녀를 통해 전쟁의 참상과 양면성 묘사,

연기자 소피아 로렌의 진면목 보여준 작품
 

 

 

(지난 호에 이어)
다음날 새벽 일찍, 잠에 취한 딸을 깨워 다시 여정에 오르는 모녀. 시골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촌로(村老)를 만나 (걷기 힘들어 하는 딸을 태우고 갈) 당나귀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고 묻는데, 그때 로마를 공습하려는 연합군의 전투기 편대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이들을 기총소사(機銃掃射)하여 그만 노인이 즉사한다.
우여곡절 끝에 고향인 산골마을 치오치아라에 도착하는 모녀. 마침 야외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던 마을사람들은 오랜만에 만난 모녀를 친척처럼 따뜻하게 맞이한다. 아코디언 연주를 하는 아킬레에게 누군가 '파체타 네라'라는 곡을 요청하자 체시라는 '비베레'라는 곡을 신청한다. [註: '파체타 네라(Faccetta Nera)'는 '어여쁜 검은 얼굴(의 여인)'이란 뜻으로 이탈리아 사회공화국의 비공식 국가였던 인기 행진곡이다. '비베레(Vivere)!'는 '살아라(Live)!'란 뜻으로 체사레 빅시오(1896~1978)가 작곡한 1937년 동명의 이탈리아 영화의 주제곡으로, 이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1930~1940년대를 풍미하던 유명 테너 가수 티토 스키파(Tito Schipa, 1888~1965)가 불러 크게 히트한 낭만적인 곡이다.]

 

 

순박한 마을사람들이 영국이든 독일이든 누가 이기든 상관없고 전쟁이나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거기에 참석한 젊고 지적인 엘리트 청년 미켈레(장 폴 벨몬도)는 "만일 독일이 이기면 자살하겠다"며 "파시스트 배지를 달고 있는 여러분들이 원해서 전쟁을 일으킨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남들은 죽든 말든 여기서 제 배만 불리면 된다는 뜻이라면 우리는 모두 돼지들입니다"라고 일갈(一喝) 한다. 
이때 누군가 미켈레는 이상주의자라며 정치 얘기로 분위기 깨지 말고 노래나 듣자고 제안하는데….
며칠 후 미켈레는 모녀와 함께 등산을 하면서 체시라에게 이렇게 말한다. "진짜 무지한 사람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며 "순수한 농부들은 전쟁 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덧붙여 "지금까지 도시인들이 농부들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았어요. 그러나 농부들은 절대 안 변해요"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체시라는 "나는 농부들과 다르게 산 덕분에 조금이라도 돈을 모았다"며 "나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대꾸한다. [註: 옛날이나 지금이나 산업화에 따른 rural exodus, urban exodus 문제는 정치•경제•사회 및 종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끝없는 논쟁거리이다.]
이때 두 명의 파시스트가 나타난다. 그 중 한 명은 어제 마을에서 본 얼굴이다. 그들은 "무솔리니를 도둑처럼 감옥에 가뒀다"며 "20년 동안 건설했던 제국이 하루 만에 무너졌다"고 분개하다가 "너희 같은 반역자들은 진작에 제거했어야 했었는데"라며 총을 빼드는 게 아닌가. 
미켈레가 나서서 "그게 사실이라면 난 웃으며 죽을 수 있다"며 "어서 쏴라!"고 말하는데, 다른 한 명이 "우리 손으로 죽이기보다는 독일군에게 맡기는 게 낫다"며 말리자 둘은 황급히 도망친다.

 

 

마을에서 나물을 다듬던 여자들 중 한 명이 "무솔리니를 남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화두를 끄집어낸다. 누군가가 "난 무서워서 사랑도 못 할 것 같다"고 하자 체시라가 "불을 끄면 되지" 하고 말해 모두 박장대소를 하는데….
이때 미켈레가 영국군 두 명을 데리고 들어온다. 그들은 작전을 위해 잠수함으로 상륙했다가 패잔병이 되었다고 한다. 만일 독일군에게 발각되면 모두 총살감이라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질 못하는데 체시라와 로세타 모녀가 그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대접한다.
그들을 배웅한 뒤 미켈레는 와인에 좀 취한 체시라에게 아까 포도주를 마실 때 '조반니를 위해!'라며 건배했는데 그가 누구이며 혹시 사랑하는 사람이냐고 묻는다. 사실 그 포도주는 조반니가 선물로 준 비싼 와인이었다. 
대답을 회피하고 "싫은 남자와 평생을, 그것도 매일 밤 함께 자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말하는 체시라.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았고, 그래서 이제라도 새로운 사랑을 갈구하는 듯한 애매한 대답이다. 로세타가 오자 딸을 업고 집으로 돌아가는 체시라.

 

 

마을사람들을 거처에 모아놓고 미켈레가 성경을 읽어주는데 들락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말이 자꾸 끊긴다. 또 아킬레가 편지를 전해주자 조반니에게서 온 편지를 읽어본 체시라가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조반니가 붙잡았다"며 소리를 지르며 편지에 키스를 하는 등 도무지 책을 읽어줄 분위기가 아니다. 
이에 화가 나서 밖으로 나간 미켈레를 체시라가 뒤쫓아간다. 그는 대뜸 그녀에게 정직하지 못했다며 그 이유는 "사랑한다"는 말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이때 비가 쏟아져 혼자 뛰쳐가는 체시라. 
잠자리에서 딸 로세타가 "미켈레는 엄마를 사랑해요. 엄마는 너무 예쁘잖아요"라고 말하자 "그는 25살이야. 여자는 연하의 남자와는 안 사귀는 거야"라고 에둘러 대답하는 체시라. "하지만 미켈레는 여기서 제일 착해요" "요즈음은 착한 게 별로 도움이 안돼… 그는 너무 반체제적이야. 착하기는 하지만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이지. 남편감으로는 괜찮아. 나쁜 습관도 없고… 네가 좀 더 나이가 들면 너와 약혼시키고 싶어!"
죽은 아버지를 닮은 미켈레를 잘 따르며 사춘기적 사랑을 느끼던 로세타는 "무슨 그런 말씀을…"하고 수줍어 하는데 "언젠가는 생각해야 할 일이지." 이에 한바탕 웃는 모녀의 사랑과 행복은 밤처럼 깊어만 간다. 
이튿날 온 마을 사람들이 들과 산을 헤매며 먹을 것들을 찾는다. 우리의 보릿고개를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이때 미켈레가 아버지 몰래 집에서 갖고 온 커다란 빵조각을 얼른 로세타에게 건넨다. 그러나 이를 목격한 남자애가 빵을 달라며 보채자 로세타는 그를 업고 언덕 위로 올라가 나눠 먹는다.
한편 체시라는 양치기인 농부를 찾아가 거의 집 한 채 값을 주고 치즈를 사는데, 착실한 기독교도인 척하며 실속은 다 차리는 노인의 행태가 역겨울 정도로 얄밉다. 하지만 전시 체제에서 살기 위한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을 어찌 탓할 수가 있겠는가….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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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두 여인(Two Women)’ (1)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II)
두 모녀를 통해 전쟁의 참상과 양면성 묘사 
연기자 소피아 로렌의 진면목 보여준 작품

 

   이번에 소개할 영화 ‘두 여인(Two Women)’은 알베르토 모라비니(Alberto Moravini, 1907~1990)의 소설 ‘La Ciociara’를 원작으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이 제목은 ‘치오치아라(에서 온 여인)’이란 뜻이지만, 영어 제목은 막연한 지명보다는 주인공인 모녀(母女)의 이야기에 촛점을 맞춰 ‘두 여인’으로 의역한 것 같다.
   그 내용은 물론 픽션이지만 ‘마로크키나테(Marocchinate)’라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 뜻은 ‘모로코인들의 악행(Moroccans’ Deeds)’인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인 1944년 5월19일 프랑스 원정군(French Expeditionary Corps•FEC)의 외인 부대인 모로코 군인들에 의해 이탈리아 치오치아라에서 저질러진 집단 살인과 강간을 일컫는다. 
   당시 FEC 사령관인 알폰스 쥐엥(Alphonse Pierre Juin, 1888~1967) 장군이 용감하게 싸워 독일군이 점령하고 있던 몬테 카씨노(Monte Cassino) 수도원을 탈환한 모로코인으로 구성된 외인부대에게 선심 쓰듯 “지금부터 50시간 내에는 무슨 일을 저질러도 벌하지 않을 것이며 그 이유를 묻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자료에 의하면 11~86세에 이르는 2천 명 이상의 여자들이 성폭행 당했으며(어떤 자료에는 7천 명 이상), 800명 이상의 남자들이 가족을 보호하려다 살해 당했다고 한다. 이를 기리기 위해 지금 나폴리에서 북서쪽 100km, 로마 동남쪽 90km 떨어진 지점인 카스트로 데이 볼치(Castro dei Volsci)에 ‘치오치아라의 어머니들(Mamma Ciociara)’이라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1960년 이탈리아 흑백영화. 제작 카를로 폰티, 각본 체자레 자바티니,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 등 환상의 3콤비가 대본, 제작, 감독한 작품. 러닝타임 100분.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 무솔리니 정권하의 혼란스럽던 이탈리아 로마. 30대의 체시라(소피아 로렌)는 남편을 잃은 뒤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13살 딸 로세타(엘레오노라 브라운)와 함께 안정된 삶을 찾아간다. 
   그러나 계속되는 연합군의 로마 공습에 시달리자 집과 가게를 남편의 옛친구 조반니(라프 발로네)에게 맡기고 딸의 안전을 위해 로마에서 약 90km 떨어져 있는 그녀의 고향인 산골마을 치오치아라로 함께 소개(疎開)한다. 
   떠나기 전날 그녀와 동침한 조반니는 그 대가로 값비싼 와인 한 병을 선물하고 역에서 그녀를 배웅한다. 

 

 

   열차로 가던 중 철로가 폭격으로 끊어져 복구에 네댓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북새통 열차 속에서 체시라의 풍만한 젖가슴을 힐끔힐끔 훔쳐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모녀는 차라리 도중 하차하여 걸어서 가기로 한다. 이때 짐가방을 머리에 이기 위해 수건으로 똬리를 만드는 모양이 우리와 똑같다. 
   열차에 타고 있던 젊은 독일군인들이 창밖으로 6개월 뒤인 성탄절이면 전쟁이 끝난다며 신발까지 벗고 맨발로 떠나는 모녀의 이 모습을 보고 ‘안녕’이라고 일제히 인사를 한다. 체시라가 “독일군들도 나쁘지만은 않네!”라고 말하자 로세타도 이에 동의한다.
   모녀는 폰디라는 마을에서 하룻밤을 머문다. [註: 폰디(Fondi)는 로마와 나폴리의 중간에 있는 정착지로 1950년대 후반 고속도로가 건설되기 전에는 ‘아피아 가도(Via Appia)’의 중요한 전략지점이었다.] 
   주인여자(안토넬라 델라 포르타)가 보통내기가 아니다. 전쟁 중이라서 절대 싸게는 안 된다며 은근히 얕잡아보자 젖가슴 속에서 돈뭉치를 꺼내 보이는 체시라. 주인여자는 “은행이 따로 없네!”라며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는 주인여자의 두 아들이 모녀에게 계속 눈독을 들이는데 두 명의 파시스트가 들이닥치자 급히 도망친다. 알바니아 전선에서 탈영한 두 아들을 찾는 그들에게 주인여자는 이리저리 둘러대면서 수고들 하는데 와인이나 한잔들 하고 가라며 관심을 돌리기 바쁜데,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남편이 와인을 따르곤 무솔리니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처럼 부동자세를 취하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낸다.
   두 파시스트의 눈길이 체시라 모녀에게 닿자 주인여자는 얼른 “그리스도교인으로서 당연히 잠자리는 줘야지요”라면서 “저들은 산테우페미아(Sant’Eufemia)로 가는 길”이라고 대신 나서서 얼른 말한다.
   한 파시스트가 체시라에게 “폰디 마을에는 식량이 충분하지만 산테우페미아엔 밀가루도 부족한데 왜 거길 가느냐?”며 “식당일을 돌보며 자기들을 도와달라”고 딴죽을 건다. 체시라가 “나는 하녀가 아니라”며 거절하자 그 놈은 ‘민병대를 돕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능글맞게 로세타의 얼굴을 쓰다듬는데…. 
   체시라가 그 손을 뿌리치며 “우리가 굶어 죽든 말든 간섭 말라”며 “또 내 딸에게 손대면 죽여버리겠다”고 돌을 집어 들고 거칠게 항의한다. 이에 ‘총살감’이라며 씩씩대는 파스시트들을 주인여자가 나서서 자기가 잘 타이르겠다고 중재하는 바람에 위기를 모면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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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부베의 연인' (La Ragazza di Bube) (5,끝)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I)
감옥에 간 애인을 기다리는 시골처녀의 애절한 순정 
 

 


(지난 호에 이어)
   "그에게 말은 못했지만 기다릴 거에요. 언제까지나… 당신을 잊지 못할 거에요. 그런 행복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지도 몰라요"라고 말하며 그의 품에 안기는 마라. "헤어져요. 그리고 자기 길을 가요. 이해 해줘요. 난 '부베의 연인'이에요." 이에 스테파노는 말한다. "당신을 잊지 못할 거야. 죽을 때까지."
   장면은 다시 재판정. 치올피 사제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버스에서 있었던 사건을 시인하고 부베가 자기를 살려주었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장면은 재판정을 크레인 샷으로 보여준다. 판결이 늦어지면서 어수선한 그러나 최종(유리한) 판결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잘 포착한 명장면이다.

   이때 마라와 부베의 대화.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저버리지 않을 거에요.   
   부베: 알고 있어. 내 편은 당신뿐이야.
   마라: 친구들을 믿어요. 모두 당신 편이니까. 나쁜 건 이 재판정이에요. 결과만 보기 때문이에요.
   부베: 당신이 있어줘서 큰 도움이 됐어. 그렇지 않았다면 목을 맸을 거야. 빚을 졌군. 당신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어. 당신에게는 불행이었겠지만…

 

 

   다시 개정된다. "정신 바짝 차려요. 혼자가 아니니까요"라고 말하고 자리로 돌아가는 마라. 드디어 판결을 내리려는 순간, 컷 되고 장면은 달리는 기차로 디졸브 된다. 
   14년 장기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복역 중인 파르티잔 부베. "처음에 들었을 때는 불안했지만 의외로 담담했다"는 마라는 부베의 연인으로 그가 출옥할 날만을 기다리며 주위의 온갖 유혹도 뿌리치며 이곳 저곳 옮겨 다녀야만 하는 부베를 2주에 한 번씩 만나러 가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그렇게 7년이 흐른 어느 날, 그녀는 부베를 면회 가는 기차역에서 예전에 청혼을 했던 스테파노를 우연히 만난다. 그는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해서 두 자녀의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스테파노에게 부베와의 약속을 말하자 그는 씁쓸히 마라의 곁을 떠난다.
   "7년 있으면 저는 34살, 부베는 37살. 아직 아이를 낳을 수 있고 결혼도 하고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영화는 기차의 속력만큼 빠르게 바깥 풍경을 훑으면서 끝을 맺는다. 마치 기다림의 시간이 살같이 지나가듯….

 

 

   마라의 이 마지막 대사와 첫장면의 독백은 그 당시 애인을 홀로 두고 군대에 가면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는 말이 유행할 때라, 뭇남성들은 부베의 연인, 마라 같은 여자를 이상형으로 들먹이며 인내하고 기다려주는 순진한 여성상을 강조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만큼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명대사로 기억된다.
   그런데 진작 이 영화가 추억의 명화로 기억되는 이유는 이탈리아 산악지대를 배경으로 고전적인 사랑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의 마라가 당시 보편적인 우리 한국 여성의 면모와 가치관과 너무나 흡사했다는 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빨치산 활동을 했던 부베를 통해 영화의 시대적 상황과 정서들이 우리나라 해방 후의 사회적인 이념 갈등과 남성 위주의 봉건 사회를 벗어나지 못했던 현실 등과 너무 많이 닮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실화로 밝혀졌다. 카를로 카솔라 소설 속의 주인공 마라는 실존 인물 나다 
조르지(Nada Giorgi, 1927~2012). 그녀는 피렌체의 외곽도시인 투스카니 시골인 폰타씨에베(Pontassieve) 출신으로 사춘기 시절에 파르티잔인 레나토 챤드리(Renato Ciandri)를 만났다. 레나토의 가명이 '바포(Baffo)'였는데 소설에서 '부베(Bube)'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레나토는 1945년 5월13일 폰타씨에베 근교인 마돈나 델 사쏘(Madonna del Sasso)에서 헌병과 그의 아들을 죽인 혐의로 프랑스로 도주했다. 궐석재판에서 19년 형을 선고 받고 체포되어 그동안 서로 서신, 면회 등으로 접촉하다가 1951년 알레산드리아(Alessandria,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에서 약 90km 동쪽에 있는 도시) 감옥에서 결혼했다.
   레나토는 초지일관 결백을 주장했지만 1961년에서야 석방되어 1981년 11월에 사망했다. 나다는 2012년 5월 24일 바뇨 아 리폴리에 있는 병원에서 85세로 사망했다. 

 

 

   나다는 소설 '부베의 연인'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녀 자신과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부정적으로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유와 남편의 유죄 부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유산을 남겼기 때문. 나다는 남편이 사망한 뒤에 부정적인 요소들을 회복시키기 위해, 비록 성사되진 못했지만 마씨미오 비아죠니에게 두 번째 자서전을 쓰도록 의뢰했었다는 후문이다.
   루이지 코멘치니(Luigi Comencini, 1916~2007) 감독은 1960년 연출한 'Tutti A Casa' (Everybody Go Home)이라는 영화로 이탈리아 영화평론가연합의 '은 리본상 최우수제작상' 및 제2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특별금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는 명감독이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즐겨 연주되는 '부베의 연인' 주제곡을 작곡한 음악감독 카를로 루스티켈리(Carlo Rustichelli, 1916~2004)는 동갑내기 코멘치니 감독보다 더 유명한 인물이다. 
   역시 CC가 주연하고 루스티켈리가 작곡했던 1959년 작품 "형사(The Facts of Murder)"의 주제곡인 '죽도록 사랑해서(Sinno Me Moro)'는 그의 딸인 알리다 켈리(Alida Chelli, 1943~2012)가 불러 지금까지도 애창되는 고전이다. '켈리'는 루스티켈리라는 이름이 길어 그냥 켈리로 줄인 예명이다. 
   그녀는 2012년 12월14일에 69세로 사망하여 이제 부녀가 모두 작고했다. "아모레 아모레 아모레 아모레 미오…" 그 곡을 들으면 착 가라앉은 저음대의 중년 여자 같은 농익은 목소리로 들리지만 그녀의 나이 불과 16세 때 불렀던 노래이다. 이 노래와의 인연으로 '아모레 화장품'이 우리나라에 등장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명곡이다. 
   여담이지만 내가 존경하는 선배 한 분은 이 곡 때문에 한국외국어대학 이탈리아어학과를 선택, 진학했을 정도이다.
   영화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이젠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 등 유럽 영화나 음악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헐리우드계 상업성에 식상해서인지 예술적이고 서정적이면서도 오래도록 곱씹어 볼 만한 감칠맛 나는 이런 영화들이 그리운 것은 단순히 나이 탓만은 아닐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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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부베의 연인' (La Ragazza di Bube) (4)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I)
감옥에 간 애인을 기다리는 시골처녀의 애절한 순정 
 

   

 

 

스테파노는 시와 소설도 쓰는 문학도이기도 하다. 인쇄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라가 일하는 세탁소가 있다. 스테파노는 마라에게 직장을 알선하여 자기 인쇄소에서 일하게 한다. 둘은 무도회장에서 춤도 추며 가까워진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고 진정한 미인은 마음도 아름다운 사람"이라며 "헤어진 여자 친구는 미인이었지만 기품이 없었다"며 "당신은 나의 운명의 사람"이라고 청혼하는 스테파노. 
   그러나 "이제 그만 만나자"고 제의하는 마라. 왜냐하면 자기는 약혼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청혼을 거절 당한 스테파노가 "약혼자가 없었다면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었겠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하는 마라에게 키스를 하려고 하자 이를 거절하는 마라. [註: 스테파노 역의 마크 미셸(Marc Michel, 1932~2016)은 '부베의 연인(1963)'에서는 이와 같이 청혼이 거절 당하지만, '쉘부르의 우산(1964)'에서 파리의 보석상 롤랑 카사르 역으로 나와, 전장에 나간 연인 기이(니노 카스텔누오보)의 아이를 임신한 쥬느비에브(카트리느 드뇌브)를 책임지겠다며 청혼하여 결혼에 골인한다.ㅎㅎ]

 

 

   장면은 공화정 집회장. 거기서 마라는 경찰에 체포됐다던 리돈니를 만나 1년 동안 소식이 없던 부베가 유고슬라비아에 있다는 정보를 얻는다. 이때 거리엔 삐라를 뿌리며 공화제에게 표를, 가리발디에게 한 표를 달라고 호소한다. [註: 이탈리아는 1920년대에 들어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 1883~1945)의 파시즘이 정권을 장악하였다. 무솔리니는 나치 독일과 손잡고 추축국(樞軸國)이 되어 제2차 세계대전을 벌였으나, 1945년 연합국에게 격퇴되었다. 2차 대전의 패색이 짙어지던 1943년 9월23일 파시즘 망명 정부를 세운 무솔리니는 이탈리아 사회공화국의 수립을 선포한다. 이 무렵부터 파르티잔과 피에트로 바돌리오 정부에 쫓기던 무솔리니는 1945년 춘계 이탈리아 공세에서 패한 뒤 파르티잔에게 체포되어 4월28일 처형되었다. 이탈리아 민족해방위원회의 결정으로 1946년 6월2일 이탈리아 국가형태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 공화제 54.3%, 군주제 45.7%로 이탈리아 왕국은 해체되고 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콜레로 가는 화물차를 얻어 타고 고향으로 간 마라는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간호한다. 
   마라의 내레이션: 스테파노를 생각하며 그에게 평온함을 느꼈고 의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부베를 생각하면서도 스테파노에게 흔들리는 나… 갑자기 지금을 즐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시 인쇄소로 돌아온 마라. 길거리에는 공화제 승리를 축하하는 퍼레이드가 펼쳐져 모두 일손을 놓고 거기에 합류한다. 스테파노는 마라에 대한 생각으로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무리였다고 말한다. 마라도 당신을 잊으려고 해도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 없었던 둘은 드디어 키스를 하는데….
   어느 날, 리돈니와 아버지가 마라를 찾아온다. 부베가 이반과 함께 1년만에 유고 정부로부터 송환되어 국경에서 체포돼 수감돼 있다는 소식이다. 리돈니와 아버지의 설득에도 면회를 가지 않겠다던 마라는 더 이상의 인연을 끊으려고 불과 15분만 허용된 면담을 하러 가는데…. 
   어색한 만남이다. "리돈니와 아빠가 변호사를 만났는데 재판까지 안 갈 거라고 했다"며 "가더라도 걱정할 필요없다고 말했다"고 안심시키는 마라. 하지만 울먹이며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부베. "그만 해요. 보고 있을 수가 없네요. 남자잖아요. 정신 차리고 낙심하면 안돼요. 당신 혼자가 아니에요. 친구도 변호사도 있어요. 모두 믿고 있어요. 당신을 구해줄 거라고"라며 의연하게 말하는 마라. 
   "내가 운 것은 절망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서야. 또 만날 수 있다니! 헤어져 있는 동안 계속 당신 생각만 했어"라며 "지금도 날 사랑하냐?"고 묻는 부베. "지금도 곁에 있어요!"라고 대답하자 이제 불안이 없어졌다며 다시 와 달라고 요청하는 부베.

 

 

   한편 스테파노는 마라와의 장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구체적이진 않았단다. 마라가 운다. "무슨 일이 있었다면 숨기지 말고 말해줘. 혼자 고민하지 말고. 힘이 될 수 있을 거야."라는 스테파노의 따뜻한 말에 그를 와락 끌어 안으며 "결혼해요. 지금 당장!"이라고 말하는 마라!
   마라의 내레이션: 부베를 잊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쓸쓸해 보이는 그를 보면 그냥 놔 둘 수가 없었다. 그가 무죄가 되어 나같은 건 필요로 하지 않았으면….
   볼테라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된 부베의 증인으로 재판정에 가는 마라. 리돈니, 아빠 그리고 병석에 있는 부베의 어머니 대신 누나가 참석했다. 또 제지공장에서 만났던 부베의 사촌동생 아르나루도도 참석했다. 
   변호사가 이길 거라고 호언장담을 한다. 한편 죽은 남편과 아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위해 치에콜라 헌병 부인이 참석해 있다. 
   부베와 이반이 경찰에 끌려 재판정에 나타난다. 수갑을 풀고 피고석에 앉는다. 중간 휴정 때 누나를 만나고 있는 부베에게 리돈니가 "과잉방어라 3년 이하의 형일 거래요"하고 귀뜸해 주지만 기뻐하지 않는 부베. 왜냐하면 "사면 전에 자수했더라면 지금쯤 자유롭게… 멤모랑 친구들은 아무것도 얘기해 주지 않았어. 도망가면 불리하다는 걸 분명 알고 있었을 텐데도."라고 원망하기 때문이다.
   리돈니가 마라에게 말한다. "파르티잔이었던 것을 평가받게 하고 싶지만 이 재판소에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고, 법률로써 억지로 결말을 내려 하고 있어요."라고.
   그런데 증언대에 선 마라가 가슴이 떨려 아무 말도 못하고 퇴석 당한다. 다만 자리로 돌아가다가 부베에게 키스를 하다 제지 당할 뿐, 아버지는 중형이 내리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한편 그때까지 극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스테타노를 만난 마라는 "부베의 재판에 가느라고 약속을 지키기 못했다"며 "만나는 건 이게 마지막이며 이번엔 진심이에요."라고 단호히 말하는데….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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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부베의 연인’ (La Ragazza di Bube)(3)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I)
감옥에 간 애인을 기다리는 시골처녀의 애절한 순정 
 

 

(지난 호에 이어)


   이튿날 이른 아침, 친구 리돈니(쟘피에로 베케렐리)가 부베의 집으로 찾아온다. 그는 마라에게 자기는 헌병의 프락치가 아니라며 치에콜라 준위 살해 사건 때문에 부베에게 지명수배가 내려졌다고 말한다. 
   그는 부베에게 파르티잔의 아지트였던 제지공장으로 피신하라며, 어머님과 누님에게는 경찰이 오면 절대 모른다고 말하라고 당부한다. 
   리돈니는 승용차로 부베와 마라를 폐허가 된 제지공장에 내려주고 다시 오겠다며 떠난다. 
   공장 가까운 곳에 있는 술집에서 당시에 유행하던 재즈곡을 크게 틀어 이곳까지 들린다. 마라는 ‘언제까지나 숨어 지내야 하느냐’고 묻지만 ‘어떻게 될 지 동지를 한 번 믿어보자’고 대답하는 부베. 준위와 그 아들까지 살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마라.
   하지만 “당신이 있어서 의지가 된다”고 말하는 부베. “멤모는 내 편은 아니야. 잘난 척 하면서 설교나 하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당신 아버지는 파시스트한테 쫓기고 오빠 산테는 살해당했어! 파시스트 자식들 꼭 뿌리뽑아 버리고 말겠어. 그 준위는 죽어도 마땅해, 자업자득이야. 그치만 아들을 죽인 건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기 때문이었어. 제 정신이 아니었어.” 때 늦은 후회다! 

 

 

   마라의 내레이션: 부베의 강해 보이는 태도는 불안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나는 생각했다. 그를 위로하고 지켜주고 싶다고…. 
   아침에 일어난 마라는 부베에게 ‘자기가 좋으면 굿모닝 키스를 해 달라’고 말한다. “버스가 없으니까 날 데리고 온 거냐?”고 묻고 “내가 귀찮으면 솔직하게 말해줘요”라고 매달리는 마라. 그런 게 아니라며 부베는 키스와 애무를 하지만 더 이상을 용납하지 않는 마라.
   밤에 마라에게 담배를 사달라고 부탁하는 부베. 가게에서 담배를 사고 소다수를 사려고 하자 한켠에 파시스트 헌병들이 있는 것을 보고 그냥 밖으로 뛰쳐나오는 마라. 
   공장에 당도하니 부베의 사촌동생인 아르나루도(우고 키티)가 찾아왔다. 그는 부베의 집에서 리돈니가 그만 헌병에게 체포되었다고 말한다. 부베가 총을 보여달라고 조르는 마라에게 총을 건네주자 그녀는 위험한 짓은 하지 말라며 냅다 연못에 던져버린다.
 

 

 

 아르나루도는 멀리 외국으로 도망가라고 종용하고, 내일 아침 일찍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난다.    
   떠나기 전날 밤. 부베는 “약혼하기 전의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 서로를 위한 길”이라며 안아달라는 마라의 청을 거절하고,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랑하니까 안고 싶어 미치겠다”고 말한다. 사랑과 전쟁 사이에서 인간적 고뇌가 엿보인다. 
   “언제까지나 함께 하고 싶어요. 당신을 절대로 혼자 있게 하지는 않겠어요. 당신과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요”라며 힘이 다할 때까지 안아달라고 애원하는 마라. 주제곡이 흐르는 가운데 안타깝고 눈물 나는 이별의 순간이다. 그날 밤 마라는 부베에게 처음으로 몸을 허락한다.
 

   또 다시 부베는 기약없이 떠나고 마을에는 해방 1주기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어린 리도리를 데리고 온 어머니가 “헌병에게 쫓기기나 하는 부베는 제대로 된 남자가 아니니까 잊어버리라”고 마라에게 충고한다. 시샘 많은 친구 릴리아나는 ‘마라는 마음이 아프시다’며 히히덕 거리고… [註: 영화 속 해방 1주기 플래카드 글씨로 미뤄볼 때 이 마을은 이탈리아 중북부 투스카니에 있는 몬테구이디(Monteguidi)인 것 같다.]
   부베의 행방을 찾던 헌병이 마라를 취조한다. 헌병대장은 잡히면 러시아로 보내 종신형에 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러시아’ ‘종신형’이라는 말에 겁이 난 마라는 아버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지만 ‘당이 상황을 바꿔줄 것’이라며 ‘모두 당에 맡기고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는 대답뿐.

 

 

   마라는 남의 동정을 피하고 싶어서 고향을 떠나 스티레리아(Stireria)에 있는 친구 이네스(모니크 비타)의 도움으로 다림질 하는 가게에 취직하고, 그녀의 여동생 집에서 같이 살게 된다. 이네스는 “결혼할 때까지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게 좋은 거야. 찰싹 달라붙어 있으면 피곤해져. 멀리 떨어져 있으면 마음 편하지. 나는 즐기면서 지내. 일도 힘든데. 내가 너라면 맘놓고 지금을 즐길 거야. 지조를 지킨다고 해도 그가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잖아”라고 말하는데….
   거리 좌판에서 따끈따끈한 군것질거리를 사서 둘이 나눠먹는다. 벽에는 영화 ‘애수(Il Ponte di Waterloo)’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註: 이탈리아 해방일(Liberation Day)은 1945년 4월25일이다. 1주기이면 배경은 1946년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1940년 영화인 ‘애수(Waterloo Bridge)’가 이탈리아에서 개봉된 것은 1946년 4월 이후였다고 추정 가능하다. 아무튼 이는 비극적 스토리를 주인공 마라와 대비시키는 장치이다.]
   이네스가 비극적인 영화 내용을 설명하자 더 이상 얘기하지 말라는 마라. 극장 앞에 도착하니 이네스의 애인인 마리오와 그의 친구 스테파노(마크 미셸)가 기다리고 있다. 이네스가 춤추러 가기 위해 네 사람을 만들었으나 마라는 오히려 영화를 보고 싶어해 스테파노와 함께 영화관에 간다. 만원이라 입석으로 보는데 스테파노가 선수를 쳐서 한 자리를 잡아 마라를 앉힌다.
   영화가 끝나니 저녁 7시. 식사를 거절하고 집으로 가겠다는 마라를 바래다주는 스테파노. 그는 옛 약혼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바람을 피고 행실이 나빠 헤어졌다고 말한다. “약혼하면 여자가 남자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도 가끔 서신은 교환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음 날 이네스가 외출하고 혼자 있던 마라는 옆 방 남자의 추근거림을 피해 홀로 거리를 걷다가 스테파노를 만난다. 그는 자기가 운영하는 인쇄소로 데려가 구경을 시켜준다. 라이노 타이프(자동식자주조기)까지 구비한 훌륭한 인쇄소이다. 마라의 이름과 성을 묻고 즉시 ‘마라 카스테루치’를 식자하여 주조해주는 스테파노.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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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ho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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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8
2024-08-15
'부베의 연인' (La Ragazza di Bube) (2)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I)
감옥에 간 애인을 기다리는 시골처녀의 애절한 순정 
 

 

(지난 호에 이어)

그로부터 1년 후인 겨울, 우편배달이 가능하게 되자 매주 부베의 편지가 끊이지 않는다. 그는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사랑하는 마음은 느낄 수 있었지만 정작 사랑한다는 말은 없었다.
어느 날 부베가 느닷없이 찾아온다. 피렌체 근처인 '산 도나토'로 이사한다며 친구들과 같이 운송회사를 시작할 거란다. 먼저 '콜레'에 갔다가 그 다음 피렌체로 갈 예정인데 일단 아버님을 만나고 가겠다고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한마디 말도 없이 항상 시간이 없다며 자기 생각만 하는 남자에게 더 이상 상대하기 싫은 마라가 잘 가라는 인사를 하자 부베는 두말 없이 '챠우(ciao)'하며 떠나가는데…
저만치 가다가 되돌아온 부베는 "당분간 못 만날 지 모르니 키스해 달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때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되돌아오는 그를 못 본 체하는 클라우디아의 연기가 시골 처녀의 내숭을 잘 표현한 훌륭한 연기다. 다가온 부베가 가벼운 키스를 하곤 쫓기듯 사라진다.

 

 

집으로 돌아온 마라는 착잡한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어린 남동생 리도리(마리오 루피)랑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이때 아버지가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오면서 약혼을 축하한다고 말한다. 당사자인 딸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부베가 좋은 청년이고, 또 파르티잔이기 때문에 승낙했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부엌에서 일하고 있던 어머니는 파르티잔은 위험하기 때문에 모두 피한다며 딸을 불행하게 만드는 그는 이 집에 얼씬도 못한다고 방방 뛰는데….
아무튼 일방적인 약혼이었다. 마라는 화가 나서 당분간 그를 잊기로 했다. 남성 지배 체제에서 여성의 자유와 선택권이 없던 시절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사회와 처지가 비슷한 것 같다.
어느 날 마을 무도장에서 동네 청년들과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마라. 어린 리도리가 부베가 왔다고 전갈을 한다. 부베는 자기 가족에게 소개시키기 위해 마라를 데리러 온 것이었다. 

 


아버지 및 부베와 누나 사이에서 동생 리도리가 몇 번이나 전갈을 넣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친구 릴리아나의 하이힐까지 빌려 한낮 내내 춤을 추고 해가 진 다음에야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마라.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부베가 돈을 2만 리라 정도 모았다고 하자 마라는 돈도 많으면서 빈손으로 왔냐고 묻는다. 급하게 오느라 그랬다며 사업은 잘 돼 가지만 항상 비밀 파시스트인 헌병대의 치에콜라 준위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그는 반(反)파시스트라면서도 벽에는 무솔리니의 초상화를 걸어놓고 있다고 부연한다. 
이에 마라가 "맹인이라면 헌병은 무리네요"라며 파안대소를 한다. [註: 치에콜라(Ciecola)라는 이름을 '맹인'이라는 뜻의 '치에코(cieco)'와 발음이 비슷한 데서 비롯된 농담이다.]
그런데 이제 그가 없어졌다고 말하는 부베. 어제 이반과 운베르토 등 동료들과 같이 교회에 미사를 보러 갔는데 우리는 복장 때문에 신부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사실 그건 구실일 뿐이고 파르티잔은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말다툼을 하고 있는 동안 치에콜라 준위가 와서 벽에 기대고 있는 운베르토를 총을 쏴 죽여서 우린 즉시 그를 보복, 살해했다.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시체를 보고 소리치기 시작했는데 내 총을 보고 미친 듯이 도망쳐서 민가로 들어가길래 따라가서 숨통을 끊어버렸단다. 그러니까 헌병 부자(父子)를 살해한 것이었다. 

 

 

마라를 데리고 가는 길에 콜레에 들른다. 시골 마을과는 다른 도시 풍경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마라는 노점상에서 구두를 사려고 한다. 하이힐을 신고 싶어하는 마라에게 정식 구두방에 들러 1,200리라의 비싼 뱀가죽 신발을 사주는 부베. 마라는 또 핸드백도 사달라고 조르는데 다음에 볼테라에서 사주겠다고 약속한다. 약혼 기념 선물인 셈이다. [註: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주에 있는 콜레(Colle)는 피렌체에서 남서쪽으로 약 53km, 산 도나토(San Donato)에서 남서쪽으로 약 23km 떨어진 '콜레 디 발델사(Colle di Val d'Elsa)'로 '엘사 계곡의 언덕'이란 뜻이다. 지금은 세계 크리스탈 유리제품의 15%를 생산하는 도시로 발전했다. 역시 토스카나 주에 있는 볼테라(Volterra)는 요새화된 산 정상에 있는 중세도시로 '붉은 성벽도시(Walls of Volterra)'라 불리며 3세기 로마 시대의 극장, 목욕탕 등의 유적이 보존된 곳이다.]
레스토랑에 가본 적이 없는 마라. 아직 시간이 일러 그동안 술이나 한 잔 마시자며 카페로 가는 중에 머리방을 본 마라는 촌스러운 머리를 손질하고 싶어하지만 그대로가 좋다는 부베. 처음 사 먹어보는 빵을 술과 함께 마시고 있는데, 자기를 너무 잘 아는 사제가 입구에서 서성이자 급히 고개를 돌려 마라를 쳐다보며 딴전을 부리는 부베. 
이제 레스토랑으로 간다. 거기서 해방위원회의 멤버인 멤모(루치아노 마링골라)를 만나는 부베. 부베는 볼테라의 사정을 묻고 멤모는 산 도나토의 사정을 묻는다. 마라가 부베는 돌아가면 형무소에 가야 한다고 어린애처럼 말한다. 멤모가 당분간 볼테라에 숨어있으라고 충고한다.
잠깐 화장실에 간 마라는 뱀가죽 신발을 벗어 거울에 비춰보며 흐뭇해 하고는, 자리에 돌아오니 이미 스파게티를 주문한 후였다. 기다릴 수 없었다고 변명하는 부베.
사람들 눈을 피하기 위해 노숙을 한 다음날, 히치하이크를 해서 가려는데 마침 버스가 온다. 승객 중의 한 여인이 부베를 알아보고 파시스트 사제가 있다며 얼른 타라고 말한다. 그 여인은 자기 조카인 19살 발테니가 이 사제 때문에 살해됐다며 부베에게 복수해 달라고 사정하는 게 아닌가. 
그 사제는 어제 카페에서 봤던 바로 그 사람으로 치올피 사제(피에르루이지 카토치)였다. 부베는 울부짖는 여인에게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잃었다"고 말하며 진정시키는데…. 
버스에서 내리는 사제. 그러나 여인이 고함을 쳐서 알리는 바람에 군중들이 '모두 파시스트를 죽여라'며 사제를 따라가는데, 부베가 자기에게 맡기라며 오히려 사제를 잘 보호해서 헌병대로 데려가 넘겨준다. 
볼테라에 도착한 부베와 마라. 사제 얘기를 들은 부베의 어머니는 "아들은 콜레에서 처음으로 친절을 베풀었다"고 말한다. 마라가 혼자서 자고 싶다고 하여 자기 방을 내준 부베는 처음으로 어머니, 누나와 함께 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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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부베의 연인' (La Ragazza di Bube)(1)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I)
감옥에 간 애인을 기다리는 시골처녀의 애절한 순정 
 

 

요즈음에도 한 남자를 바라보고 10여 년을 기다리는 처녀가 있을까. 
카를로 카솔라(Carlo Cassola, 1917~1987)의 1960년 소설 '부베의 연인(La Ragazza di Bube)'을 원작으로 1963년 루이지 코멘치니 감독이 동명(同名)으로 연출한 이탈리아 영화가 있다. 내용은 한마디로 감옥에 간 애인을 변함없이 기다리는 시골 처녀의 애절한 순정을 그린 멜로 드라마다.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가 항복하던 시기인 1943년 독일과 연합군에 동시 점령되어 혼란을 겪던 시대를 묘사한 이탈리아 영화사의 걸작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명작이다.

 

1963년 파라마운트(이탈리아), 컨티넨털(미국) 배급 흑백영화. 미국에서는 '베보의 여인(Bebo's Girl)'이란 타이틀로 개봉. 감독 루이지 코멘치니, 출연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조지 차키리스, 마크 미셸. 러닝타임 106분. 음악감독 카를로 루스티켈리가 작곡한 주제곡은 이탈리아 저명 음악가인 프랑코 페라라(Franco Ferrara, 1911~1985)가 지휘했다. 
이 영화는 살인죄로 14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약혼자 부베(Bube)를 찾아가는 열차 속 마라(Mara)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2주 간격으로 타는 기차, 언제나 마음이 설렌다. 여행의 길동무는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 과거는 살아있다. 괴로웠지만 슬프지는 않다."

 

 

주인공 부베의 연인, 마라 역은 당시 "형사(刑事)"(Un maledetto imbroglio•1959), "가방을 든 여인"(Girl with a Sitcase•1961) 등으로 인기 절정에 있던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Claudia Cardinale•86)가 열연했다. 당시 25세였다. 1960~70년대 유행하던 AA(Anouk Aimee), BB(Brigitte Bardot)와 함께 CC로 불린 그녀는 이 작품으로 이탈리아 전국 영화언론인연합에서 주최하는 나스트로 디아르젠토(은빛 리본상)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처음으로 수상했다. 
함께 한 상대역 부베는 연기, 노래, 춤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인정받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로 잘 알려진 조지 차키리스(George Chakiris•92)가 맡았다. 그의 나이 31세 때였다.
두 주인공은 아직 생존해 있다.

 

 

줄거리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말 무렵인 1944년 7월 한여름 축제일.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대에 위치한 가난한 마을에 있는 마라의 집에 부베라는 청년이 찾아오면서 마라와 부베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다. 마라는 동네 뭇청년들의 선호 대상으로 무척 인기가 좋지만 호락호락 하지 않다.
부베는 볼테라 출신으로 고향으로 가는 중에 자신의 동지이자 마라의 의붓오빠인 산테가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던 중 독일 나치에게 처형된 사실을 전하러 왔던 것이다. 부베의 본명은 '아르투로 카펠리니'이지만 모두 '부베'로 부른다. 
마라의 아버지(에밀리오 에스포지토)는 부베를 죽은 아들인양 대하지만 어머니(카를라 칼로)는 아들의 죽음에 놀라고 슬픈 듯 부베를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방 2개짜리 집이라 마라의 방에서 하룻밤을 신세지는 부베. 대신 마라는 친구 릴리아나(대니 패리스) 집에서 잔다. 

 

 

다음날 아침에 마라의 아버지는 "아침 식사는 수프와 와인뿐"이라며 "부자는 고기 먹고 가난뱅이는 수프만 먹는다"고 푸념하면서 "소금도 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부베는 마라에게 전장에서 기념으로 가져온 낙하산 실크천을 선물로 주고 떠난다. 마라는 그 천으로 블라우스를 만들어 입겠다고 한다. 둘은 처음 본 순간부터 서로에게 이끌린다. 
얼마 지난 후 부베가 마라의 아버지를 찾아온다. 마침 외출하고 없는 사이, 마라가 낙하산 천으로 만든 블라우스를 갈아입고 나타난다. 시골 처녀이지만 여자로서의 미적 감각은 남다른 것 같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당의 활동을 하는데 오늘은 쉬는 날이라 마라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고 이실직고하는 부베. 
그러나 데리러 올 친구를 기다리다 너무 지쳐 마라의 방에서 낮잠을 자는 부베. 옆에서 자는 모습을 지켜보며 키스하는 시늉을 하는 마라. 그런데 잠을 깬 부베는 3시 반이 지났다며 마침 도착한 친구의 오토바이를 타고 그냥 떠나버린다. [註: 참 멋대가리 없다. 이후에도 파르티잔인 부베는 마라를 만날 때마다 항상 잠이 모자란 듯 기회만 되면 졸고, 번번이 뭔가에 쫓기듯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원래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 못하는 무뚝뚝한 성격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 남성우월주의가 만연해 있던 시대이고 더욱이 전쟁 중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가을에 부베에게서 소포가 온다. 러브 레터라 생각하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마라. 하지만 편지 내용은 엉뚱하다. "직접 전해주지 못해서 유감이지만 어머니께는 소금을, 당신에게는 이 편지를 보냅니다. 당신과 또 가족들과 하루라도 빨리 만날 수 있기를…"
마라는 '바보'라고 중얼거리며 "소금은 이제 살 수 있다"고 거짓말로 편지를 써 보낸다. 다른 것보다도 자기 생각을 더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그러나 그는 글쓰기를 싫어해서 가을에는 고작 몇 통의 편지를 보냈을 뿐이었다. 
사귄 지 3개월이 흘렀다. 우편 배달이 안 되는 시기에 마우로(브루노 쉬피오니)가 특별 서비스(?)로 부베의 편지, 소포 등을 마라에게 전달해준다. 그는 마라에게 흑심을 품고 "부베의 여자를 건드릴 생각은 없어. 위험하니까"라며 추근거린다. 마라는 "쓰레기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한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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