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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 배경 영화(V)-'거대한 환상'(La Grande Illusio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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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이 때문에 마레샬이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독방에 감금되어 인간적 접촉은커녕 극도의 굶주림에 시달리는 고통을 받다가 겨우 풀려 나온다. 그는 보엘디외 및 동료 포로들과 함께 탈출 터널 파는 일을 돕는다.

 그러나 완성되기 직전에 프랑스 장교들 캠프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명령이 내린다. 대신에 영국 장교들이 그 캠프에 들어간다. 마레샬은 영국 포로들에게 땅굴에 관한 얘기를 전해 주려고 하나 언어 장벽 때문에 헛수고다.

 프랑스 포로들은 여러 캠프로 이동하다가 마지막으로 제14포로수용소인 빈테르스보른(Wintersborn)에 수감된다. 그 포로수용소장이 라우펜슈타인이었다. [註: 이 산악요새 감옥소는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에 있는 중세기 때 세워진 호쾨니크스부르크 성(Chateau du Haut-Konigsbourg)에서 촬영되었다. 낭떠러지 바위 위에 우뚝 솟은 성은 17세기 중반까지 존속하다가 폐허가 된 것을 1900~1908년에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재건함으로써 오늘날 연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새로 온 포로 명단을 본 라우펜슈타인은 보엘디외, 마레샬 및 데몰데르 중위(실뱅 이트킨)를 그의 집무실로 초청(?)한다. 깎듯이 인사하고 보엘디외 대위에게 악수를 청하는 라우펜슈타인. 여러 번의 탈출 시도가 있었던 그들의 신상기록을 살펴본 라우펜슈타인은 '그러나 여기서는 절대 도망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하지만 그들을 직접 산악요새 투어를 시켜주고 독일 규율 대신 프랑스 규율을 적용하는 호의를 베푸는 라우펜슈타인.

 한담(閑談)을 나누던 중 로젠탈이 불쑥 "엄마의 친구인 브루넷 여자가 존경스럽게도 자선(?)을 베풀어 매독에 걸린 적이 있다"고 말한다. 이에 "이젠 다 지난 얘기지만 매독은 상류계급의 특권이었다"며 "암과 풍은 노동자 계급의 질병은 아니었다"고 말하는 보엘디외. 로젠탈이 "전쟁으로 모두 똑같이 죽지 않는다면 우리는 각자 '계급 질병'으로 죽게 되겠다"고 말해 폭소가 터진다.

 드디어 탈출 지도를 완성한 로젠탈이 마레샬에게 콘스탄스 호수를 지나 300km를 가면 스위스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루에 설탕 여섯 조각과 비스켓 두 쪽으로 15일을 가야한다고…. [註: 길이 64km, 최대폭 12km, 최대수심 250m에 달하는 콘스탄스 호수(Lake Constance, 독일에서는 보덴 호 Bodensee로 부른다)는 스위스·독일·오스트리아 3개국의 국경이 맞닿은 부분에 위치하며, 중부 유럽 내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로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이다.]

 그런데 그 옆에 흑인 장교 한 명이 그림을 다 그렸다며 제목은 '정의가 범죄를 추방한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데, 둘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탈출 계획 얘기만 계속한다. [註: 여기서 흑인 병사는 같은 프랑스 장교이지만 인종 차별 때문에 다른 포로들로부터 무시 당할 뿐만 아니라 동등하게 대우 받지 못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장면은 라우펜슈타인의 집무실. 아치형 창문에는 커다란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조각상이 걸려있고 많은 예술품들이 진열돼 있다. 그의 귀족적 취향을 은연 중에 보여주는 장식들이다.

 보엘디외에게 사촌 에드몽의 안부를 묻고는 한때는 전투에 참가했지만 이제 군인이 아니라 경찰 노릇을 하고, 이 요새에서 유일한 꽃인 제라늄을 키우는 신세라고 푸념을 늘어놓는 라우펜슈타인. 하지만 체념한 듯 이것이 자기 조국에 봉사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단다.

 사실 라우펜슈타인은 전투 중 온 몸이 불에 타고 척추가 두 군데나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결국 승진은 했지만 아쉽게도 멀리 떨어진 이곳으로 좌천되어 전쟁 덕분에 이런 사치와 호강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대뜸 보엘디외가 라우펜슈타인에게 "아까 왜 다른 장교와는 악수를 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그는 "그들은 '프랑스 혁명의 아름다운 유산'"이라고 대답한다.

 이에 보엘디외는 "나는 이 전쟁에서 누가 이길 지 모릅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든 라우펜슈타인과 보엘디외의 시대는 끝날 겁니다. 당신이나 내가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소. 전쟁이 끝나면 우리들은 이 새로운 사회에 더 이상 쓸모가 없을 거요."라고 지적한다. [註: 르누아르 감독은 보엘디외를 통해 전쟁이 끝나면 귀족정치의 규범(rule of the aristocracy)이 쇠퇴하고 중하층계급에 의한 새로운 사회 질서가 대체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상류계급이 군사적 봉사를 의무로, 전쟁을 목적으로 보아 그것을 명예로 여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측면이 있지만, 이제 국가 정치에 더 이상 주요한 요소가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세계가 사라지는 비극적 모습과 그들의 전통, 경험, 출신배경 등 삶의 코드가 급속히 의미없는 함정으로 빠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았다. 폰 라우펜슈타인과 드 보엘디외 둘다 그들의 시대가 지나갔음을 알지만 현실에 대한 그들의 인식 및 반응은 다르다. 드 보엘디외는 귀족 정치의 몰락을 새로운 사회 질서 형성이라는 적극적인 발전으로 수용하는 반면 폰 라우펜슈타인은 아직도 귀족정치에 미련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 혁명이 없었더라면 감히 귀족과 상종(相從)할 수 없는 하층계급인 장교들과 악수를 하지 않고 자유·평등·박애의 결과물일 뿐이라고 냉소적으로 빈정댄 것이다.]

 한편 마레샬이 로젠탈에게 자기는 보엘디외를 좋아하지만 그와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며 배경이 다르고 우리와는 벽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로젠탈이 대꾸한다. "대단한 사람이야. 뛰어난 사람이지. 만일 너와 내가 사회에서 실패했다면 전혀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을 거야. 하지만 그는 다르지. 언제나 '신사 보엘디외'로 남을 거야." (다음 호에 계속)

 

▲ 여자로 분장한 프랑스군의 공연이 진행되는데 마레샬이 프랑스군이 두오몽 요새를 재탈환했다는 소식을 알린다.

 

▲ 왼쪽부터 드 보엘디외 대위(피에르 프레네이), 마레샬 중위(장 가뱅), 데몰데르 중위(실뱅 이트킨). 포로수용소장 라우펜슈타인(에리히 폰 슈트로하임)은 이들의 신상기록을 살펴본 후 여기서는 절대 도망칠 수 없다고 못 박는데….

 

▲ 드 보엘디외를 비롯한 3명의 프랑스 포로들을 직접 산악요새 투어를 시켜주고 프랑스 규율을 적용하는 호의를 베푸는 라우펜슈타인(가운데).

 

▲ 지도를 완성한 로젠탈이 마레샬에게 탈출계획을 얘기하는데 그 옆에 흑인 장교 한 명이 그림을 그리고 있으나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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