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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배경영화(II) -'5인의 해병'과 '돌아오지 않는 해병'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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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특공대가 출발하기 직전에 대대장 오 중령이 찾아와 대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는, 오 소위를 따로 불러 형 덕환은 재혼 전에 어머니가 데리고 왔던 아들임을 말해준다. 패륜아지만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처럼 자기 자식보다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떠올리는 대목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그 동안의 모든 오해를 풀게 되어 아버지를 와락 끌어안는 오 소위. 아버지는 아들에게 꼭 살아 돌아올 것을 간곡히 당부하는데…. 

 

 지금까지 1시간여에 걸쳐 참호 생활에 국한하여 분대원 개개인의 과거사에 집중하던 스토리는 마지막 30여 분에 긴장감과 전쟁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장면으로 바뀐다. 그러나 솔직히 전투 장면이 한결같이 욱! 하는 심정에 홀로 무모하게 나서다 어이없이 죽는 장면들이 용맹성을 강조하기 위해서겠지만 사실감이 없어 눈에 거슬리는 것도 사실이다.

 

 특공대 5인은 고무보트로 적진의 탄약고 근처까지 침투한다. 훈구·종국 조가 탄약고 폭파에 성공하고, 주한·영선 조는 적군과 총격전 끝에 홀로 육탄전으로 돌격한 주한이 죽는다. 그 틈을 타 오 소위는 지휘소 습격에 성공한다. 셋은 부상 당한 영선을 두고 탈출하다 영선의 주한이를 부르는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간 훈구마저 사살된다.

 

 드디어 해병대 여단의 총공격이 시작된다. 종국과 오 소위가 적진을 빠져 나오지만 총상을 입은 오 소위는 보트 위에서 "좋은 아버지였다"는 말을 남기고 절명한다. 5명의 해병 중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종국은 눈물을 머금고 오 중령에게 작전 수행 결과를 보고하며 오 소위가 탈취한 기밀문서와 그가 간직하고 있던 아버지 사진 등 유품을 전달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의 내용은 해병특공대의 영웅담을 다루기보다는 다양한 출신과 이력을 지닌 다섯 병사들의 꿈과 청춘이 전쟁으로 인해 좌절되는 비극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다음은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줄거리를 살펴본다. 배경은 앞의 '5인의 해병'에서의 인천상륙작전 시점보다 좀 뒤인 것 같다. 인해전술(人海戰術)을 앞세운 중공군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대한민국 제1해병연대 제1대대 3중대 1소대에 소속된 3개 분대 중 한 분대와 분대원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5인의 해병'에서 '후라이보이' 곽규석을 등장시킨 데 반해 여기서는 '막둥이' 구봉서를 등장시켜 자칫 심각하고 살벌한 전쟁의 분위기를 코믹하게 이끌어나가는 점이 돋보인다. 여기에 내레이션 겸 장면 전환의 역할을 위해 어린 전쟁고아 소녀를 등장시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또한 전투 장면이 소총, 기관총 등의 반동을 받는 게 역력히 보여 훨씬 더 실감 난다.

 

 한국전쟁 중 해병부대가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한다. 그 중 호랑이 분대장 강대식(장동휘)이 이끄는 분대원들은 폐허가 된 시가로 들어가 북한군과 총격전을 벌인다. 시가전 중 인민군에 의해 희생 당한 가족의 유일한 생존자인 소녀 영희(전영선)를 구출한다. [註: 당시 아역 스타로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에서 옥희 역을 비롯해서 인기 절정이던 전영선(1950~) 양이 깜찍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녀는 작곡가 전오승(본명 전봉수, 1923~2016)의 딸이며 가수 겸 배우인 나애심(본명 전봉선, 1930~2017)이 고모이다.]

 

 북한군들이 저지른 건물 안의 처참하게 학살된 양민들 속에서 죽은 여동생을 발견한 구 일병(이대엽)은 절규한다. 서울 수복 후 부대는 북진하고, 혼란스러운 국내상황을 고려하여 분대원들은 고아 소녀 영희를 군대자루 속에 넣어 다니며 몰래 키우게 되는데….

 

 어느 날 기마전 대항에서 호랑이 분대가 우승을 차지하여 포상금을 받자 분대원들은 막걸리 파티를 연다. 이때 후방에서 보충병 봉구(구봉서)와 최 일병(최무룡)이 전속돼 온다.

 

 그런데 구 일병이 최 일병을 보자마자 한방 쳐서 싸움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둘은 절친한 중학 동창이지만 빨갱이였던 최 일병 형의 밀고로 구 일병의 여동생 등 양민이 학살 당한 것에 분개하여 그를 두들겨 팼던 것이다. 여기서 이념의 갈등을 엿볼 수 있다.

 

 마침 분대장이 중대장으로부터 영희를 공식적인 해병 계급장을 단 분대원의 마스코트로 승격하게 됐다고 선포하고, 막걸리 파티와 함께 영희가 분대원 한 사람씩 모두 별명을 붙여줘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때 구봉서 특유의 엉덩이 춤 등 코믹한 장면이 연출된다.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역설적이게도 전쟁의 참혹상과 죽음과 마주한 인간의 본능을 담고자 한 감독의 의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 하겠다.

 

 다음 날 호랑이 분대장의 포복자세 훈련, 산악 행군 등이 실시된다. 산악행군 도중에 봉구가 설사가 난다며 잠깐 휴식을 취하는 중 그의 기지(機智)로 무장 간첩 두 명을 잡게 된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 드디어 분대장이 한국군 출입이 금지 돼 있는 럭키클럽으로 단체 인솔 외박을 하게 된다. 마담(강미애)이 유엔군을 위해 특별히 허가된 곳이라 안 된다고 하자 그 대가는 지불하겠다며 기물을 파괴하기 시작하는 해병분대원들. 이에 두 손 든 마담은 한 사람씩 짝을 지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하는데 갑작스런 복귀명령이 내려진다.

 

 영희의 크리스마스 편지를 읽으면서 분대장은 최후의 일전을 앞둔 대원들을 격려한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우는 영희를 구 일병이 "해병은 울지 않는다"며 달래고 대대장실에 맡긴다.

 

 장면은 바뀌어 치열한 전쟁터.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인하여 퇴각이 여의치 않게 되자 소속된 중대를 후퇴시킬 시간을 벌기 위해 한 분대만 후위부대로 남겨 두고 떠난다. 결국 호랑이 분대가 골짜기 정중앙에 참호를 파고 끝까지 항전하게 된다.

 

 봉구가 죽는다. “내가 지금 죽으면 누가 너희들을 웃기지?”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호랑이 분대장은 별명이 '언니'인 꽃미남 통신병(김운하)을 중대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전령으로 먼저 탈출시킨다. 결전을 벌이던 분대장은 최 일병과 다른 병사에게 "너희 둘만은 꼭 살아 돌아가서 증인이 돼라. 수 많은 사람이 수 많은 사람을 죽이고 죽었다고…. 인간은 반드시 전쟁이 필요한 지 물어봐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다.

 

 드디어 중공군이 후퇴한다. 모두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 되었지만 살아남은 최 일병과 호랑이 분대장의 하염없는 오열 속에 영화는 끝을 맺는다.
 권선징악과 반공 이데올로기가 주제였던 당시의 한국전쟁 영화와는 달리 실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연출, 대담한 촬영, 박력있는 연기와 음미할 만한 대사 등이 조화를 이룬 가운데, 전쟁 속에서 발휘되는 인간애와 전우애를 내용으로 담고 있는 걸작이다. (끝)

 

※ 알림: 코로나-19 사태로 5월23일 '손영호의 TMMT'는 휴강하오니 다시 뵐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시길 바랍니다.

 

▲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영화포스터.

 

▲ 막걸리 파티에서 봉구(구봉서)가 코미디쇼를 하여 영희(전영선)를 비롯한 분대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 럭키클럽에서 난동을 부린 후 결국 즐거운 시간을 갖지만…왼쪽 사진에 나애심, 오른쪽 사진에 전계현이 보인다.

 

▲ 골짜기 정중앙에 참호를 파고 끝까지 항전하는 호랑이 분대. 왼쪽부터 구 상병(이대엽), 분대원(장혁), 분대장(장동휘), 최 상병(최무룡), 통신병(김운하)

 

▲ 호랑이 분대장(장동휘·왼쪽)과 최 상병(최무룡)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가 지금 죽으면 누가 너희들을 웃기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죽는 봉구(구봉서).

 

▲ 끝까지 남은 최 상병(최무룡)과 호랑이 분대장(장동휘)은 마지막 결전을 준비하는데 중공군이 퇴각하여 살아남는다.

 

▲ 중대에 전령으로 가까스로 탈출한 통신병(김운하)이 영희(전영선)를 만나 오빠 구 일병 등의 전사 사실을 차마 알리지 못하는데…

 

▲ 중공군의 시체가 늘려있는 골짜기에서 분대원을 잃은 호랑이 분대장(장동휘)의 가슴을 저미는 오열 속에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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