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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사나이(The Third Man)" (상)
youngho2017

2015-06-05

"제3의 사나이(The Third Man)" (상)

 
대중성과 예술성의 조화로 오래된 
포도주처럼 맛 깊은 고전흑백명화

 


 

▲ 제3의 사나이(The Third Man•1949) 영화 포스터

 


 조셉 코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두 편 있다. 하나는 시민 케인(Citizen Kane)이고 다른 하나는 제3의 사나이(The Third Man)이다. 둘다 흑백 영화이지만 지금까지도 역대 영화 중 최고로 꼽히는 고전 걸작들이다. 먼저 제3의 사나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1949년 영국 라이언 영화사 및 미국 20세기 폭스사 배급. 흑백 느와르 작품. 감독 캐롤 리드. 출연 조셉 코튼, 오손 웰스, (알리나) 발리, 트레버 하워드, 버나드 리 등. 러닝타임 104분. 원작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영국 소설가 그레이엄 그린(Graham Greene, 1904~1991)의 동명 단편소설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지금은 볼 수 없는 타이틀 카드 하나가 뜬다. 영국 영화 검열국에서 발행한 검열 합격증이다. 지금 같은 영화 등급 시스템이 없던 시절의 유물이다. 그리고 오픈 크레디트가 나오는데 이 영화의 주제곡인 제3의 사나이 테마가 흘러 나온다. 이때 장면은 바로 이 주제곡을 연주한 악기인 지터(zither)의 현(弦)만을 클로스업하여 멜로디에 따라 줄이 튕기는 모양을 보여준다. 


 영화 전체를 통해 이 악기 하나로 만들어 내는 특이한 멜로디와 이국적인 분위기는 음악감독 안톤 카라스가 작곡, 직접 연주했는데, 그는 이 한 곡으로 세계적인 작곡가 반열에 올랐다. 당시 영화는 몰라도 이 주제곡은 한국의 라디오 방송 초기 시절 자주 들려주던 애청곡으로 지금도 귓가를 맴돈다.

 

 

 

▲ 비엔나에 도착한 홀리 마틴스(조셉 코튼)가 친구 해리 라임의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라임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장면은 비엔나 시내 전경과 고전음악가들의 동상 등을 보여주면서 내레이션으로 주인공이 비엔나에 오게 된 배경과 당시 비엔나의 전후 상황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 연합군이 점령하여 네 구역으로 분할돼 있는 비엔나에 미국의 2류 소설가 홀리 마틴스(조셉 코튼)가 땡전 한 푼 없이 날아든다. 그는 어렸을 적 친구 해리 라임(오손 웰스)으로부터 직장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기대감으로 들떠 있는 마틴스가 라임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이없게도 며칠 전 라임이 길을 건너다 트럭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고 그날이 장례식날 임을 알게 된다. 

 

 

▲ 해리 라임의 장례식에 참가한 홀리 마틴스는 영국 수사관 캘러웨이 대령(트레버 하워드)을 만난다.

 


 묘지를 찾은 마틴스. 그는 거기에서 영국군 소속의 수사관 캘러웨이 대령(트레버 하워드)과 마틴스 소설 팬인 페인 상사(버너드 리)를 만나게 된다. 장례식 후 술이나 한잔 하자고 마틴스에게 제의하며 같이 바에 들른 캘러웨이는 마틴스에게 대뜸 라임이 도둑이자 사기꾼에 살인자였다고 이야기하며 비엔나를 떠나라고 권고한다. 이 말에 격분한 마틴스는 망자(亡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캘러웨이를 한방 치려고 하지만 페인의 일격을 맞고 제지 당한다.


 페인의 안내로 호텔로 간 마틴스. 이때 문화 재교육 클럽 지부장을 맡고 있는 크레빈 교수(윌프리드 하이드-화이트)를 페인의 소개로 만난다. 그는 자기 클럽에서 강연을 해주면 숙박비를 지급해 주겠다고 제의한다. 성실하고 충직한 마틴스는 이를 기회로 삼고 비엔나에 남아 라임의 죽음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 라임의 친구로 사고 현장에 둘만 있었다고 거짓 증언하는 바론 쿠르츠
(에른스트 도이치). 족제비처럼 생긴 모습이 안고있는 강아지와 대조적이다.

 


 프론트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하던 마틴스는 라임의 친구라는 바론 쿠르츠(에른스트 도이치)의 뜬금없는 전화를 받고 모차르트 카페에서 만난다. 쿠르츠는 또 다른 루마니아인 친구 포페스쿠와 함께 라임의 사고 현장에 있었다며, 그가 죽기 전에 친구 마틴스와 그의 연인 안나 슈미트(발리)를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해준다. 


 라임의 죽음이 사고 때문이 아니라고 의심하기 시작한 마틴스는 안나를 만나러 간다. 그녀는 마틴스를 라임의 아파트 관리인 카를(폴 회르비거)에게 데리고 간다. 그는 라임이 즉사했기 때문에 유언 따위를 남길 수 없었다고 말한다. 또 그는 시체를 옮길 때 쿠르츠와 포페스쿠 외에 도움을 줬던 제3의 사나이가 있었다고 얘기한다. 이때 공놀이를 하던 카를의 어린 아들이 유심히 마틴스를 쳐다본다. 마틴스는 카를에게 이 사실을 경찰에 절대 얘기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떠난다.    

 

 

 

▲ 라임이 즉사했고 현장에 제3의 사나이가 있었다고 말하는 라임의 하인 카를(가운데). 그는 나중에 살해된다. 화면이 기울어져 있다.

 


 한편 안나가 아파트에 도착하니 영국 경찰이 그녀의 아파트를 수색 중이다. 경찰은 그녀의 정교하게 만든 가짜 여권과 라임의 편지 등을 발견하고 러시아 경찰 브로드스키(알렉시스 체스타코프)에게 정밀감정을 의뢰한다. 안나는 체코인으로 만약 이 여권이 없으면 러시아 구역으로 송치될 수밖에 없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라임이 여권위조 전문가에게 부탁하여 만든 것이었다. 


 마틴스는 라임의 주치의인 빈켈 박사(에리히 폰토)를 방문한다. 빈켈은 사고 현장에 앰뷸런스가 도착했을 때 라임은 이미 죽어 있었으며 다만 두 사람이 그 옆에 있었다고 말한다. 돌아오는 마틴스를 창문에서 보고 있던 관리인 카를이 알릴 정보가 있다며 저녁에 만나자고 제의한다. 그러나 안나와 함께 약속 장소에 갔으나 그는 살해된 시체로 변해 있었다. 과연 카를의 살인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가운데 카를의 어린 아들이 마틴스를 알아보고 따라가자 집 앞에 모여있던 험상궂은 구경꾼들이 적개심을 품고 마틴스와 안나 뒤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둘은 도망쳐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돌아가려 한다. 그런데 택시 기사는 마틴스만 잽싸게 태우고는 엉뚱한 곳으로 간다. 마틴스는 기사가 그를 죽이려고 하는 줄 알고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러나 기사는 그를 북클럽 앞에 내려놓는다. 그날이 강연이 있는 날임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려 지친 청중들 속에 있던 포페스쿠(지그프리드 브로이어)가 다음 출간할 책에 대해 묻는다. 마틴스는 실화에 바탕한 "제3의 사나이"라는 살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다. 이에 대해 포페스쿠는 실화보다는 픽션을 쓰는 것이 좋을 거라고 조소하듯 경고한다. 청중이 재미없어 모두 자리를 뜨는데, 이때 두 사람의 수상한 자가 금방 죽일듯 접근해 오는 것을 본 마틴스는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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