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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I 배경 영화(II)-'대열차 작전'(The Train)(5·끝)
youngho2017

 

(지난 호에 이어)

 다음날 강제노역에 동원된 철도원들이 열차의 지붕 위 페인트를 지우고 있는 사이에 공습경보가 울린다. 그런데 'Douglas A-26 Invaders' 전투기들이 공습을 하지 않고 기차 위를 그냥 지나가는 것을 본 폰 발트하임 대령은 열차 지붕의 흰 페인트 때문임을 알아챈다. 그는 즉각 '독일로 가는 보증기차표'이므로 페인트를 지우지 말라고 다시 지시하는데….

 

 이제 수송열차를 홀로 막아서야 하는 바리쉬! 그는 철로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여 열차를 날려버리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을 저지할 목적으로 기관차 맨 앞에 인질들을 세워놓았기 때문에 열차를 폭파하지 못하고 대신 철로를 폭파하는 바리쉬. 어쩌면 귀중한 미술품을 위해서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었다고 보겠다.

 

 철로 복구 때문에 약 한 시간 정도 지연되는 사이에 4, 5마일 전방을 독일군들이 경계에 나선다. 다리를 절면서 언덕을 넘어 사력을 다해 그들보다 먼저 도착한 바리쉬는 철도보수 창고를 부숴 공구를 이용해 철로 고정나사를 다 풀어놓는다. 이 철로 해체 장면도 너무 디테일 하고 사실적이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초조 긴장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즈음 저만치 3명의 독일 정찰병이 다가오는 위기일발의 순간! 그러나 그들은 기차가 출발하는 경적소리를 듣고 탑승하는 바람에 위기를 모면하는 바리쉬.

 

 이제 혹시나 하여 시속 10마일로 서행하던 기차는 그만 고정장치가 풀린 지점에서 또 탈선을 하고만다.

 

 발트하임 대령은 헤렌 소령에게 모든 탑승인원을 동원하여 열차를 후진시켜 궤도 위에 올리라고 명령하지만 크레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헤렌 소령. "불가능이란 없어! 하란 말이야!"라고 호통치지만 통하지 않는다. 명령만으로 복구가 될 수 없는 난처한 상황. 대령과 소령의 얼굴에 긴장의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때 마침 도로에 트럭 행렬이 지나가자 행렬을 정지시키고는 그림화물을 열차에서 내리라고 명령하는 대령. '꿩 잡는 게 매'라고 트럭으로 운송하려는 속셈. 그러나 인솔 책임자인 소령이 나타나 "이제 전쟁은 끝났다."며 모두 트럭에 도로 타라고 명령하는 게 아닌가.

 

 명령 불복종이라며 총을 빼려는 발트하임 대령을 저지하는 헤렌 소령. "우리는 전쟁에 졌어요. 희망이 없어요. 저 사람들 보세요. 패퇴한 군대!"라고 말하자 "졌다, 졌다고?"라며 믿기지 않는 듯 넋이 나가는 대령.

 

 트럭 인솔 소령이 트럭에 타겠냐고 제안하자 헤렌 소령은 50명의 열차 병사들에게 상자를 두고 모두 트럭에 타라고 명령한다. 그런데 "발사!"라는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기관총으로 프랑스 인질들을 모두 사살하는 게 아닌가!

 

 헤렌 소령이 탄 지프차를 세워 폰 발트하임 대령에게 탈 것을 권유하지만 "자넨 훌륭한 장교야. 잠시 후에 따라가겠어. 다른 차가 있을거야."라고 말하고 홀로 남는 대령. [註: 여기서 열차 엔지니어 헤렌 소령 역의 볼프강 프라이스(Wolfgang Preiss, 1910~2002)의 연기가 훌륭하고 용감하다. 그는 독일 뉘른베르크 출신으로 92세에 타계했다.]

 

 이 무렵 라비쉬가 열차에 접근하여 아직도 켜져있는 기관차의 엔진을 끈다. 반대쪽 언덕에 죽어있는 동료들의 시체를 발견하는 라비쉬. 이때 나타난 폰 발트하임 대령이 라비쉬에게 일장연설을 한다. "미술품은 나 같이 아름다움이란 가치를 아는 사람의 것이지, 자네같이 무식한 놈에게는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며 "자넨 무슨 일을 왜 했는지 이유를 말 할 수도 없을 거야."라고 비꼰다. [註: 여기서 폰 발트하임 대령이 미술품을 자기 소유로 만들기 위해서였는지 정말 국가에 바치기 위해서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대령의 말이 끝나자 처참하게 학살된 동료들의 시체를 본 라비쉬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발트하임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한다.

 

 다리에 피가 나 옷에 엉겨붙은 장면이 클로스업 되고, 열차 옆에 나뒹구는 그림 상자들 그리고 죽은 동료들의 시체를 넘어 절뚝거리며 길을 따라 걸어가는 라비쉬를 카메라가 트랙백 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사람 목숨의 가치를 예술·문화의 가치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사람들은 때론 개인에게 중요하지도 않은 이유나 목적을 위해 목숨을 거는 아이러니가 얼마나 많은가? 이는 애국심과 전쟁에 대한 알레고리가 숨어있는 대목으로 볼 수 있겠다. 하여 '열차의 전쟁(battle of the rails)'을 통해 프랑스인들은 세기의 유산이며 프랑스의 자랑이자 영광인 미술품을 지켜냈던 것이다.

 

 폭 넓은 연기와 장르를 소화해내는 명배우 버트 랭카스터(Burt Lancaster, 1913~1994)와 '사계절의 사나이(1966)'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국 명배우 폴 스코필드(Paul Scofield, 1922~2008)의 연기 대결이 팽팽한 긴장과 스릴을 고조시킨다.

 

 여기에 짧지만 잔느 모로(Jeanne Moreau, 1928~2017)의 출연이 멜로드라마적 요소를 가미시켜 더 할 수 없는 수작으로 만들었지 싶다. 모로는 '현금에 손대지 마라(1954)'에서 리톤(르네 다리)과 안젤로(리노 벤추라) 사이를 오가는 조이 역으로 기억되는 프랑스 배우이다. 특히 '연인들(Les Amants·1958)'의 주인공으로 스타덤에 올랐으며 2017년 99세로 타계했다.

 

 이 작품은 원래 아서 펜 감독이 맡았으나 액션에 치중해야 한다는 제작자 버트 랭카스터의 요청으로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으로 교체됨으로서 제작비가 당초보다 배로 들었다. 하지만 흑백영화의 장점인 사실적 묘사와 트릭이나 스턴트맨 없이 랭카스터의 리얼하고 세세한 직접 연기에 힘입어 대히트를 쳤고, 그 전 해인 1963년 '들고양이(The Leopard)'의 실패를 만회했다.

 

 원래 프랑스 영화의 불문율로 프랑스 감독의 이름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럴 경우 세법상 문제가 있어 타이틀을 아예 '프랑켄하이머의 대열차작전(John Frankenheimer's The Train'으로 붙이고, 대신 페라리 자동차를 선물하는 것으로 타협했다는 후문이다. (끝)

 

▲ 전투기들이 공습을 하지 않고 기차 위를 그냥 지나가는 것을 본 폰 발트하임 대령(폴 스코필드)은 열차 지붕의 흰 페인트 때문임을 알아채고 즉각 페인트를 지우지 말라고 지시한다.
 


▲ 기관차 맨 앞에 인질들을 세워놓았기 때문에 열차를 폭파하지 못하고 대신 철로를 폭파하는 폴 바리쉬(버트 랭카스터). 이게 전화위복이 되었다.
 


▲ 인질들 때문에 열차 폭파가 어렵자 철도보수 창고를 부숴 공구를 이용해 철로 고정장치를 모두 풀어놓는 라비쉬.
 


▲ 저만치 3명의 독일 정찰병이 철로고정장치를 풀어놓은 곳으로 접근하는 위기일발의 순간! 그 뒤로 출발한 열차가 경적을 울리며 오는데…
 


▲ 도로에 퇴각하는 독일군 트럭 행렬이 지나가자 행렬을 정지시키고 열차의 그림화물을 싣고 가려고 하지만.
 


▲ 헤렌 소령(볼프강 프라이스)이 탄 지프차를 세워 폰 발트하임 대령에게 탈 것을 권유하지만 대령은 "자넨 훌륭한 장교"라고 치하하고 홀로 남는다.
 


▲ 미술품 상자들이 널려있고 기관총을 든 바리쉬의 뒷편 언덕에 집단 총살 당한 동료들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는데, 폰 발트하임 대령의 일장연설이 이어진다.
 


▲ 대령의 말이 끝나자 학살된 동료들 시체를 본 후 말없이 발트하임을 향해 드디어 기관총을 난사하는 바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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