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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장례식
namsukpark

 

HER MAJESTY THE QUEEN(1926~2022)

 

 영국 역사상 최장기 군주였던 Elizabeth Ⅱ 영국 여왕이 96세를 일기로 서거(逝去)하면서 한 시대를 마감했다. 많은 영국인에게 여왕은 영국의 자존심이자, 위대함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5대양(大洋) 6대주(大洲)에서 해가 지지 않는 제국(帝國)으로 화려했던 지난날을 떠올리게 하는 ‘교량’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은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9월19일 치러졌다. Charles Ⅲ 국왕의 대관식은 수개월 뒤에 열릴 전망이다.

 지난 2월 즉위(卽位) 70년을 맞았던 여왕은 영국 역사상 최장수, 최장기간 재위(在位)한 인물이다. 1952년 왕위에 올라 70년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4개 영연방(英聯邦) 국가를 통치했다. 1926년 출생한 여왕은 애초 왕위에 오를 태생은 아니었다.

 선대(先代)의 왕위(王位)가 여왕의 아버지 George Ⅵ가 아닌 큰아버지 Edward Ⅷ 몫이었다. 할아버지 George Ⅴ가 재위할 시기만 해도 여왕은 왕위계승 서열 3위였다. 그런데 에드워드 8세가 재위 직후 미국 평민출신의 심프슨 부인과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버렸고, 1936년 아버지 George Ⅵ가 이를 승계(承繼)하게 됐다.

 본명 엘리자베스 알렉산드라 메리, 공식 호칭은 ‘영국 연방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폐하’가 70년 재위 끝에 눈을 감았다. 20세기 이후의 전 세계 군주 중에서 70년 왕좌를 지킨 국왕은 타이의 푸미폰 국왕과 함께 유이(唯二)하다. 검증 가능한 역사 기록이 남아 있는 왕 중에선 태양왕 루이 14세의 72년 재위를 첫손에 꼽는다.

 여성 왕족 가운데 평민들과 동등한 훈련을 받으며 군 복무를 한 여왕은 엘리자베스 2세가 유일하다. 2차 세계 대전 중 갓 스무 살이 된 당시 공주는 아버지 George Ⅵ를 설득, 여성 국방군에 입대한다. 전쟁 중의 그의 군번은 230873. 수송보급 장교로 복무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여 英국민들의 무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70년은 그 자신에게나 그의 조국에나 모두 영욕(榮辱)의 70년이었다. 64년을 재위하며 대영제국(大英帝國)의 영광을 누린 그의 고조모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제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지만 여왕은 어떤 위기 국면에서도 강건하게 중심을 잡고 신중한 균형을 고도로 행사하면서 왕실의 권위를 지키는 동시에 국민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말(馬) 사랑은 최근까지 비밀리에 승마를 즐길 정도로 유명하다. 지난해엔 영국 경마 챔피언스 시리즈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아버지 George Ⅵ는 심한 말더듬증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독일 나치와의 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이를 주제로 ‘킹스 스피치’가 제작되기도 했다. 선왕(先王)이었던 아버지는 1952년 여왕이 아프리카 Kenya를 방문 중 세상을 떠났다. 여왕은 예상보다 일찍 왕관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다.

 여왕은 정치인은 아니었지만, 리더십 면에서 존경을 받았다. 오랜 기간 재위(在位)하며 국내·외의 굵직한 사회, 정치적 변화를 지켜봤다. CNN은 “탈산업화, 여성 해방, 성 소수자 권리 확대 등 격동의 시대를 함께했고, 흑백텔레비전 때부터 인터넷시대, 버킹엄궁 밖에서 추모객들이 ‘셀피(selfie)’를 찍는 시대에까지 항상 존재했다”고 짚었다.

 조문객들이 관(棺) 앞에서 멈춰서 예(禮)를 표한 시간은 대개 5초. 관을 향해 방향을 틀어 고개를 숙이거나 무릎을 굽혀 인사를 하고는 바로 돌아서야 했다. 가슴에 성호를 긋고서 조문했다면 10초. 더 지체하면 연미복을 입은 안내요원이 정중하게 다가와 조용히 퇴장을 권했다.

 조문(弔問)은 몇 초에 그쳤지만 그들의 정성과 노력은 대단했다. 짧은 작별인사를 위해 새벽 추위를 견디며 12시간이 넘게 8㎞에 달하는 줄을 서서 기다렸다. 제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거나 잠시 앉은 것도 아니고 줄은 앞으로 계속 이동했기 때문이다.

 영국정부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러시아, 벨라루스, 미얀마, 베네수엘라,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6개국을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하면서 영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앞장서 비판한 만큼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벨라루스에 장례식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해설했다. 새 국왕 Charles Ⅲ도 지난 3월 러시아의 침공을 “잔혹한 침공”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지혜를 존중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장례식에 참석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벨라루스는 이번 침략에서 러시아군의 ‘전초기지(前哨基地)’ 역할을 한 맹방(盟邦)이다. 미얀마 역시 지난해 2월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뒤 영국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며 BBC 방송은 영국이 미얀마와의 외교 수준을 축소하고 있다고 전한다.

 장례식은 이날 오전 11시 정각에 시작 캔터베리 대주교가 설교하고,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성경을 봉독했다. 오전 11시 55분에는 영국 전역에서 전국민이 2분간 묵념을 하기도 했다. 이어 정오 무렵 백파이프로 연주된 영국 국가와 함께 공식 장례식은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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