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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Conquers ALL
namsukpark

 

 가톨릭교회가 저지른 대규모 원주민아동 학살을 사죄하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해 첫 일정으로 프란치스코(86) 교황이 앨버타주 매스쿼치스에서 20세기 초 운영된 가톨릭 기숙학교 ‘그루어드 미션’ 부지를 방문했다. 1957년까지 운영된 기숙학교 터에선 부모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학대당하다 사망, 암매장된 원주민 아동 유해 169구가 지난해 3월 쏟아져 나온 곳이다. 교황은 씻을 수 없는 과거사를 ‘악(惡·evil)’으로 규정하고, 수차례 사과했다.

 기숙학교 생존자와 유족 2000여 명이 모인 야외 행사장에서 “많은 기독교인이 원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악에 대해 겸허하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인이 원주민을 탄압한 열강의 식민화 사고방식을 지지한 것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며 “특히 교회와 종교 공동체의 많은 구성원들이 당시 정부가 고취한 문화적 파괴와 강요된 동화(同化) 정책에 협조한 것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교황은 “용서를 구하는 것이 사태의 끝이 아니다”며, 교황청 차원의 진상 조사와 가해자 처벌 등 더 강력한 조치를 원하는 이들에게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적인 과거사(過去事) 사과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으며 왜 사과하는지를 먼저 명백히 밝히고, ‘당신이 불쾌하게 느꼈다면’ ‘내가 일부러 저질렀던 것은 아닌데’ 같은 조건을 붙이지 않았다. 상대가 됐다고 할 때까지 충분히 참회의 뜻을 전하는 진정한 사과였다. 원주민(The First Indigenous Peoples) 대표단의 제안에 따라 교황은 그들이 명예롭게 여기는 전통 깃털 장식을 머리에 쓰고 환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캐나다에서는 작년 5월부터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3곳에서 1천200구 이상의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기숙학교는 19세기 초반 캐나다 정부가 원주민들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고자 설립했다. 대부분 가톨릭교회가 위탁 운영했는데 1996년까지 존속했다. 교황의 캐나다 방문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원주민 기숙학교 사태를 “집단 학살(genocide)”이라고 규정하며 재차 ‘참회’의 심경을 전했다. 정부 측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산재한 139개교에 총 15만여 명의 원주민 아동이 강제 수용된 것으로 추산된다. 현지에서는 ‘문화적 집단학살’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각종 학대와 성폭행, 영양 결핍 등에 시달렸다고 한다.

 교황의 방문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원주민들은 ‘LOVE Conquers ALL(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팻말을 들고 그를 환영했다. 교황의 연설 직후 그의 머리에 깃털 장식을 꽂아준 원주민 여성은 큰소리로 ♬“오 캐나다! 우리 조상의 땅이여, 그대 얼굴은 영광스러운 화환으로 둘러싸여 있도다.”♬로 시작하는 국가(國歌) ‘오 캐나다’를 부르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캐나다 원주민의 일부는 과거 탄압 정책에 항의하며 캐나다 정부를 자신들의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는데, 교황의 방문 기간 분노하는 원주민 사회에 여러 차례 진솔한 사과를 표시하고 용서와 화해를 구했다. ‘참회의 순례’라고 표현한 교황의 전향적 태도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들이 섣불리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못하고 경제 문제 해법을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는 보도다. 경기침체의 경우 전통적 처방인 경기부양책이 자칫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들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엇갈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까지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인상했다.

 이처럼 각국의 지도부가 경제정책을 두고 고심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상황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미 연준이 강한 긴축 신호를 보이고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는 등 경기둔화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앞지르면서 소비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도 생겼다. 각국 정부는 높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통화정책을 내면서도 고물가에 시달리는 국민을 위한 지원책도 내야 하는 상황이다.

 2020년 3월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1~1.25%포인트에서 0~0.25%포인트 수준으로 내리며 ‘제로 금리’ 시대를 열어젖혔다. 시장에 돈이 풀리자 소비 수요가 팽창하며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demand-full inflation)이 발생하는 환경이 어쩌면 스스럼없이 마련된 셈이다. COVID-19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생긴 공급망 교란이 수급 안정을 해치며 초과수요와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바닷물 맛을 알기 위해 5대양의 물을 모두 마셔볼 필요가 있을까마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대려다줄 수 있다”하고 아홉을 들어도 열을 헤아릴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면 ‘혹세무민(惑世誣民)’에 틀림이 없다.

 미국경제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逆)성장을 하면서 경기침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과 일부 전문가들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은 경기침체의 대표적 지표라고 주장하지만, 조·바이든 행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聯準)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경기가 둔화됐을 뿐 침체는 아니라고 반박한다. 지난 7월28일 미 상무부가 2분기 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0.9%라고 발표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1분기의 -1.6%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뒷걸음질 치자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R의 공포’가 현실화됐다고 주장했다. 논쟁이 치열해지면서 경기침체의 시작과 끝을 판정해온 오랜 역사를 가진 민간 연구단체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왕척직심(枉尺直尋)”은 ‘한 자(尺)를 굽혀 여덟 자(尋)를 편다’는 뜻으로 작은 희생으로 큰일을 이룸을 말한다. 진대(陳代)가 스승인 맹자에게 제후(諸侯)를 만나보지 않는 일은 썩 잘한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운(韻)을 땠다. 이제 한번 만나기만 하면 잘하면 왕이 되어 천하를 다스릴 수 있고 아무렴 패자(覇者)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맹자는 “대체로 한 자(尺)를 굽혀 여덟 자를 편다는 것도 이(利)를 가지고 한 말이니, 만일 이익(利益)만을 가지고 말한다면 여덟 자를 굽혀 한 자를 편다고 해도 또한 하겠는가?”라고 일축했다.

 자조(自嘲) 섞인 ‘내 힘들다’를 엇바꿔 생각하고 말한다면 ‘다들 힘내’가 되겠지만, 간절한 소망일수록 힘겨울 때가 훨씬 더 많다. 난처한 경우의 처지를 해결해 줄 순 없어도 들어줄 귀는 지녀야 하겠고, 세상에 자기 하고픈 일만 하고 살 수는 없겠지요. 소소한 일상에서 손님처럼 찾아든 걱정이 스르르 지워지길 바라는 일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일 테다. 사람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거둬들였던 손도 자연스레 다시 내밀게 되는 법이다.

“水中科斗長成蛙 林下桑蟲老作蛾/ 蛙跳蛾舞仰頭笑 焉用鯤鵬鱗羽多”

- ‘물 속 올챙이 자라서 개구리 되고 / 숲 속 뽕나무 애벌레 늙어 나방 되지 / 개구리 뛰고 나방 춤추며 머릴 들고 웃나니 / 어찌 곤붕(鯤鵬)을 두고 숱한 물고기와 새를 들먹이리.’ -[백거이(白居易)/唐, <금충십이장(禽蟲十二章) 其二>]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2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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