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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隔世)의 느낌
namsukpark

 

 움이 터 오른 나뭇가지에 연둣빛의 향연(饗宴)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공원산책길 숲속에선 제 철 만난 작은 새들의 재잘거림이 쉴 사이 없고 발걸음도 가볍게 해준다. 겨우내 봄날을 그리며 얼마나 기다렸을까싶다. 먼동이 터오는 공원산책길에 나서 자연과 벗 삼길 좋아하는 이들이 적잖다. 겨울보다 봄이 더 아름다울 테지만 체감온도는 아직도 옷깃을 여미게 한다. 여쭙지도 않고 아는 척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마스크로 가린 반쪽얼굴에 익숙해졌나 싶더니만 오랜만에 온전한 사람 얼굴이 자연스럽다. 고난과 역경(逆境)을 딛고 우리들이 경험했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은혜였음에 감사드리는 마음이다. 사람이 나이 들면 주름과 흰머리쯤이야 자연스런 것이지만, 지난 2년 사이 알게 모르게 변한 친구들의 얼굴에서 내 모습을 본다. 마스크착용에서 해방됐다지만 바이러스의 준동(蠢動)은 변이(變異)를 일으킬 것이고, 꼭짓점이 지났을 뿐 하산(下山)길이 꽤 남았다는 의견이 아무렴 설득력을 지녔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식탁 위 아귀찜을 보면 ‘사람 팔자 알 수 없다’는 말이 생각을 키워주기기도 한다. 비타민과 오메가3가 풍부해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려주는 봄철 건강식이기도 하다. 얼큰한 고춧가루 양념과 야들야들한 생선살의 조화인 ‘아귀찜’은 콩나물, 미나리 그리고 달짝지근한 향(香)이 입안에 퍼지는 미더덕이 있어야 완전체가 된다아닙니까? 지난날 호불호(好不好)의 핵심은 어쩌면 못생긴 물고기라고 어부들에게 천대받았지만, 언제부터선가 철딱서니 없던 안목이 180° 달라지고 너나없이 환호성을 지른다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을 갖기에 충분하다.

 “정치에서 충성은 과대평가된 덕목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어긋난 악덕(惡德)이라고 말할 수 있다. 권력에 취했던 이들은 권력을 잃게 되면 썩은 칼자루 붙들 듯 권병(權柄)을 쥐고 허망하게 휘둘러댄다. 그 모습이 자못 위협적이지만, 패배한 권력집단의 병적(病的)인 집착은 추레하고 덧없다. 권력의 생리상 신(新)권력은 구(舊)권력의 잘못을 파헤치고 처벌할 수밖에 없다. 구정권의 부패상이 드러날수록 신정권의 정당성이 강화되기 때문”이란다.

 ‘악의 없는 거짓말로 서로가 즐기는 날’로 여기는 만우절 청와대 앞 분수대에 “문재인 정부 대국민 반성. 문재인 정부 5년, 국민께 사과드립니다”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졌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만우절을 기회로 속마음을 고백하는 문화도 있는데, 대통령께서 너무 부끄러워서 사과를 못하셨다면 이번 만우절을 핑계 삼아 국민들에게 대대적인 반성을 해달라”고 했다. 그동안 정부가 숱한 비판들은 외면한 채 ‘K-방역’과 ‘소득주도성장’ 등에 대한 자화자찬을 이어가자 “학생들이 사과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 수 가르쳐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어 “대통령님의 사과문에는 수없이 반복된 말 바꾸기와 내로남불이 포함돼야 하고, 경제 폭망(暴亡)에 대해 사과하셔야 한다”며 “참모 탓·전임 정부 탓·야당 탓·국민 탓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가 만우절을 맞아 내걸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폭탄 대피소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곡 ‘렛 잇 고(Let It Go)’를 불러 감동을 안긴 아멜리아 안소비치(7)가 폴란드로 탈출해 자선 콘서트 ‘Together for Ukraine’에서 ♬“우크라이나의 영광과 자유는 사라지지 않으리라 형제들이여 운명은 그대에게 미소 짓고 있도다. 우리의 자유를 위하여 우리의 몸과 영혼을 희생하자”♬는 굳센 내용의 애국가를 반주(伴奏)없이 열창하여 크나큰 감동을 안겼다고 한다. 전쟁으로 말미암은 지금 이 순간 난민들이 오직 바라는 것은 전쟁이 멈추고 평화가 다시 찾아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일 테다.

“母去萱獨在 宜男空好時 北堂留故迹 寸草系吾私/世絶返魂藥 花餘?淚枝 深恩言不得 到處?題詩” - ‘어머님 돌아가시고 원추리 홀로 있는데 /그 원추리 부질없이 좋은 시절 맞이했네. /어머님 머물던 곳에 옛 자취 남아있거늘 /작은 풀이 내 사사로운 일에 얽혀드네. /세상에 죽은 이를 살려내는 약 끊겼거니 /눈물 뿌리던 나뭇가지에 꽃은 남아있네. /깊은 은혜 말로 이루 다 할 수 없이 /가는 곳마다 제화시(題畵詩)를 부탁하네.’ -[심 주(沈 周)/明代, <회훤도(懷萱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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