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338 전체: 523,552 )
호시우보(虎視牛步)
namsukpark

 

 “섬돌에 매화향기 하얗게 번지고 쟁반 꽃 촛불 받아 붉네. 모든 이 기쁨 속에 해가 바뀌니 맞이하고 보냄이 한 밤에 이루어지네.” 이세민(李世民)의 <수세(守歲·섣달그믐)>을 읊조려본다. “하늘을 원망하지 말고 사람을 탓하지도 않는다.(不怨天 不尤人)”는 논어의 글귀와 ‘호랑이와 같은 시각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소(牛)와 같은 진중(鎭重)함으로 실행하시라’는 경구(警句)는 세파(世波)를 슬기롭게 이끄는 덕목으로 삼아낼 일이다.

 미국 FDA(聯準)가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올리는 것을 넘어 시중의 돈을 거둬들이는 ‘양적 긴축(tapering)’에 나설 채비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시장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뉴스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와 빠르게 안정되는 고용을 위해 긴축정책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이유로 내세웠다. 한국의 원(\)화 가치는 엔(¥)이나 유로(€)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하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수출실적은 사상 최고, 무역수지는 적자”라는 소식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폭설과 한파를 동반한 추위가 바깥출입을 엄두조차내질 못하게 한다. 효율적이고 흠잡을 데 없었던 사회는 비효율적이고 느려터진 존재가 됐다고 투덜거리는 만성적인 버릇이 어느새 생겨났다. 누굴 탓해본들 쉽사리 해결될 일도 아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소상공인들의 무너져 내린 덧없는 심정 이해하고 남음이 있지만, 여의찮은 일반소비자들의 처지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바이러스와 동장군을 무장해제 시켜줄 봄소식 간절한 마음으로 손꼽아가며 기다려야 하겠다.

 ‘바른길에서 벗어난 이들을 두고 탄식(歎息)을 자아내게 하는 일들은 동서고금을 막론(莫論)한다. 전한(前漢)시대의 선비 원고생(轅固生)과 공손홍(公孫弘)의 고사에서 비롯된 성어(成語)로 ‘율무를 밝은 구슬로 보다’는 뜻의 ‘의이명주(薏苡明珠)’가 있다. 얼토당토않은 모욕적이고 터무니없는 혐의를 씌워 무고(誣告)나 비방함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공자께선 ‘새는 나무를 골라 깃들일 수 있지만, 나무가 어찌 새를 가릴 수 있으리오(鳥卽擇木 木豈能擇鳥)’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수출이 사상 최고 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하는 이례적 현상이라는데 상반된 수출과 무역수지의 흐름을 설명하는 요인은 ‘가격’이라고 한다. 공급망 붕괴와 수요증가에 따른 가파른 인플레이션으로 물품을 비싸게 팔 수 있게 돼 수출액이 크게 늘었지만, 동시에 원유와 가스 등 원자재와 부품과 소재 역시 비싸지다 보니 수입물가 상승률은 수출물가 상승률을 압도해 무역수지는 $5억8600만 적자를 기록했다니 “수출지표만 보고 낙관하지 말고, 글로벌 경기 흐름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위안을 삼아낼 순 없겠다.

 해마다 겪는 작심삼일(作心三日)에 관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실속 없이 번지르르한 말을 앞장세운 결심이 굳지 못함을 에둘렀음에도 변명 찾기에 급급한 나머지 겸연쩍어할 줄 모른 우리들이기도 하다.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방역패스에 유연성을 보이는 유럽이다. “이젠 독감처럼”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갈는지 모르지만… 물론 우리 몸이 아프다고 삶이 고달픈 것만은 아닐 테다.

 뉴스에 따르면 영국의 COVID-19증상 연구단체 조이(ZOE)는 다수의 오미크론 감염자들의 피부에서 발진(發疹)이 확인됐다고 한다. 현재 영국에서는 델타 변이를 누르고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됐는데 신규 확진자의 90% 이상이 오미크론 감염자다. 첫째로 땀띠처럼 울퉁불퉁하고 가려운 발진인데 주로 팔꿈치나 손, 발에서 발견된다. 둘째는 벌집 모양 돌기가 튀어나온 두드러기로, 증상은 첫 번째 유형보다 훨씬 빨리 나타났다가 빨리 사라진다. 셋째는 동상(凍傷) 증상이다. 피부 위로 튀어나온 작은 돌기는 자주색이나 붉은색을 띠고 간지럽지 않은 대신 따가운 현상은 오미크론에 감염된 젊은이들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났다고 전한다. 오미크론의 특이 증세로 ‘밤에 흘리는 식은땀’이 보고된 이후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가들의 발언들이 이어진 바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패스는 방역과 경제를 동시에 관리하기 위한 정책이다. 언론이 정부 방역당국이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예외적 사례들을 찾아내 뜻하지 않은 불편을 겪지 않게끔 사실대로 파악하고 대책을 지적하는 역할을 하는 건 마땅한 일이다. 문제는 ‘보완(補完)’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철회’를 요구하는 메시지로 잘못 전달된다는 주장이다. 미비한 부분은 개선하면 되는데, 마땅한 대안은 제시되지 않고 백신패스를 거부하게 여론을 호도하는 언론의 논조(論調)라며 타박(打撲)하기도 한다. 이에 백화점·대형마트 방역패스는 일부정지 식당·카페 등은 유지하라는 법원판결에 형평성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새해 벽두부터 ‘먹튀’ 논란이 거세다. 속 먹자는 만두요 피 먹으려는 송편이긴 하다. 평면 위의 두 꼭짓점에서 거리의 차이가 일정한 점의 궤적으로 나타나는 쌍곡선을 보면 돈 냄새를 잘 맡는 경영진들이 주식을 대량 매각한 것이 들어났다. 회사경영자로서 윤리의식이 결여됐다며 소액주주들이 원성을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 얻어들었겠지만, 새 버선을 신고 길어지는 해 그림자 밟으면 수명(壽命)이 길어진다고 믿어마지않아 이런 일을 겪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터이다.

“少年心志欲摩空 漸老卑飛悔滿悰 早悟割鷄堪飽腹 不須辛苦學屠龍”- ‘어린 시절 마음에 품은 뜻은 하늘에 닿았고 /늙어감에 낮게 날며 한껏 즐김을 뉘우쳤지 /일찍 깨닫길 닭 잡아 배불리 먹는 것이 나았지 /애써 용(龍) 잡는 재주 배울 필요 없다는 것을’ - [ 진순유(陳舜兪)/北宋, 《차운육안위명부(次韻六安魏明府)》]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월호)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