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1,130 전체: 523,179 )
희망가(希望歌)
namsukpark

 

 겨울 해는 짧아 짙어진 땅거미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늘 낮 수은주는 -8°C를 나타냈지만 24시간 이내 기온이 기록적으로 떨어질 것이란 기상청 예보다. 체감온도는 무려 -28°C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는데 덩달아 북풍한설(北風寒雪)까지 휩쓸 모양이다.


 섣부른 예단(豫斷)은 금물이지만, 아지랑이 피어오르면 종달새는 하늘을 차오르고, 꽃피는 봄이 찾아올 테다. 오늘따라 Humber 강가에서 만나는 사시사철 빨간 오리발은 왠지 측은해 뵌다. 하지만 오늘처럼 꽁꽁 얼어붙어 자맥질을 못한 날이면 마땅찮다는 듯이 꽥꽥 소리를 퉁명스럽게 들려준다.


 아침 산책은 늘 처음 걷는 길처럼 새롭고 마음은 편안하지만 세상은 요즈음 그리 만만하질 않다. 버스•지하철 안에서 누군가 기침을 하는 순간 주목의 대상이 되기 너무 쉽고 주변의 승객들이 송충이라도 본 것처럼 힐끗 쳐다본다. 미간(眉間)을 찌푸리며 자리를 멀리 옮기는 이들도 있지만, 행여 눈총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재채기를 참느라 여간 조심스러워하며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안쓰럽기 짝이 없다.

 


 ♬“이 풍진(風塵)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足)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春夢) 중에 또다시 꿈같도다.”♬ 

 


 암(癌) 투병 할아버지를 여윈 앳된 얼굴의 열세 살 소년이 세상을 초연(超然)한 듯 부른 ‘희망가(希望歌)’로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저 나이에 인생의 한(恨)을 어이 알까’ 싶지만, 절절(切切)한 노랫말과 호소력 있는 가창력은 방청객과 무대를 지켜본 대~한민국 시청자들의 가슴을 후비듯 파고든다. 


 한국인의 정서(情緖) 어딘가에는 암울했던 지난 시절의 삶일지라도 승화(昇華)시켜내는 슬기로운 배달민족에 틀림없다.


 봉쇄가 장기화되고 통행마저 제한된 우한(武漢)에서는 고통 받는 환자와 사망자의 가족은 물론 일반 주민들의 고립감과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감옥은 아니지만 가족 중 누군가라도 아프면 그 순간 일상은 산산조각이 난다. 시대(時代)의 먼지가 사람의 머리 위에 떨어지면 그게 산(山)이 된다는 말이 뼈에 새겨진다.” 역사나 지도자의 시각에서 보면 ‘작은 일’이 개인에게는 큰 충격이라는 뜻이다. 


 ‘사람 간 전염이 없고, 통제할 수 있다(人不傳人 可控可防)’는 정부의 초기 입장을 언급해가며 “이 여덟 글자가 한 도시를 피와 눈물과 한없는 슬픔과 고통으로 바뀌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 중국 전문가인 주드•블랑쉐는 “우리는 운전석에서 졸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示唆)하려는 걸로 보이지만 오히려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고 실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NYT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 공개로 당시 국가 지도부가 사태에 관해 정확히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시(習)주석이 직접 지시를 한 점이 알려졌기에 초기 대응 실패의 책임을 지역 당국자들에게 전가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내다봤다.


‘코로나바이러스19’ 확산방지에 있어 확진자가 다녀간 뒤, 일단 문(門)부터 닫고 보는 졸속대응은 사회적 불안을 키운다며 예방의학회는 업체나 기관들이 과도한 ‘보여주기’식 과잉 대응은 자제(自制)해주길 주문한다. 


 어수선한 상황을 틈탄 ‘우두마육(牛頭馬肉)’의 장광설(長廣舌)이 아니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결기로 새겨들어 마땅하겠다. 여의찮은 상황이 하루속히 진정될 수 있도록 다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아가야 할 일이다.


 학문(學文)과 서화(書畵) 그리고 음악 등에서 옛사람이 밝혀내어 전혀 새로움이 없는 것을 비유해 ‘천지만상을 마음의 찌꺼기(天地萬象 吾心之槽粕)’라 했다던가? 우리 속담에 “민심(民心)은 곧 천심(天心)”이라고 한다. 


 언감생심(焉敢生心)일지나 정곡(正鵠)을 찌르는 한 마디, 정부는 필요이상의 규제로 옥죄려들지 말고, 국민은 보다 더 경쟁력 있는 모습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만 한다는 주장에 합리적인 의심을 배재하긴 어렵지 않을는지….

 


 “小蟲心在一啄間 得失與世同輕重 丹靑妙處不可傳 輪扁?輪如此用”- ‘작은 벌레의 마음은 한 번 쪼는데 있고 /얻고 잃음은 세상과 더불어 가볍고 무거움이 같지 /붉은 빛과 푸른빛의 묘처(妙處)는 전할 수 없거니 /장인(匠人)의 수레바퀴 깎음도 이같이 작용 한다네‘ - [ 황정견(黃庭堅)/ 北宋,《윤편착륜(輪扁?輪)》]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