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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간산’(走馬看山)
namsukpark

 

봄에 피는 꽃에는 온갖 벌과 나비가 날아들고 바람차고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아무도 찾질 않듯이 무상(無常)하기 짝 없는 세상인심이다. 경서(經書)에서 일러주는 오복(五福)에는 ‘수(壽, 장수), 부(富, 여유 있는 세간 살림살이), 강녕(康寧, 평안함), 유호덕(攸好德, 어진 덕(德)을 닦음), 고종명(考終命, 천수(天壽)를 누림)’을 손꼽는다.


오늘 세간(世間)의 이목은 캐나다연방선거에 모아졌다. 현 집권 자유당과 전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 여론조사는 오차범위 이내라지만 마지막에 웃음 짓는 후보가 오타와 의사당에 입성하여 보다 나은 캐나다를 건설하기 위한 정책을 이끌어갈 것이다.


미래는 정해진 게 아니고 확률(確率)분포로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고 달라질 수도 있다. 한인사회에서도 여러 후보들이 출마하여 열심히 뛰었다.


캐나다 한인사회 첫 연방 하원의원이 탄생했다는 소식이다. 10월21일 치러진 연방총선에서 BC주 포트무디-코퀴틀람 선거구에 출마한 넬리 신(윤주, 보수당)씨가 총 1만6,588표(31.3%)를 획득, 보니타 자릴로(신민당, 1만6,255표•30.7%) 후보에 333표 차이로 당선됐다. 손에 땀을 쥐게 진행되던 개표에서 박빙(薄氷)의 우위로 승리했다니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유권자들과 허물없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의정(議政)활동에 있어 건강과 가호(加護)하심이 함께하길 빈다.


‘아니면 말고’가 전제(前提)라면 모르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일 절대 쉬운 게 아니다. 과거 사례를 돌이켜봤을 때 냉철하게 판단해보면 운칠기삼(運七氣三)이 많이 작용하였음을 알게 된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여러 후보 중에 한 명이 당선되는데 누굴 지목해도 확률은 실로 대단하다. 


어두컴컴한 밤중에 문고리를 잡듯 맞추면 영험(靈驗)한 점쟁이가 된다. 세상만사 너나 할 것 없이 알게 모르게 이런 실수 너무나 많이 한다. ‘운칠기삼(運七氣三)’은 청나라 포송령(蒲松齡)이란 작가의 작품 ‘요재지이(僥齋志異)’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정치권력의 가장 심각하면서 고질적인 문제는 내부의 성찰과 고언(苦言)과 토론이 없다는 점이다. 복지부동(伏地不動)의 결과는 그 어떤 정책의 수정이나 전환도 없고, 정치적 타협이나 후퇴도 없다. 당연히 그 어떤 실수도, 잘못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자기 성찰(省察)과 토론의 부재(不在)는 스스로를 뻔뻔하게 만들고 만사에 안면몰수로 나가게 한다.


숙수(熟手)가 인절미를 만들다 보면 손에 콩고물이 묻게 마련이다. 탐관오리(貪官汚吏)들의 매관매직(賣官賣職)이 횡행(橫行)하던 시절에는 ‘평안감사도 손아래 조카 같았다’는 말이 버젓할 정도였다니 두 말하면 잔소리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일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눈치코치 없는 둔재(鈍才)에겐 쉬운 일만은 아닐 수 있다. 치아가 없으면 잇몸이 대신해서 오물거릴 수 있지만, 주어진 밥그릇이 간장종지라며 식어도 맛있다고 권해주는 희멀건 죽(粥)맛이 오죽했을까?


한국 지성의 큰 산맥인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인터뷰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네.”기사를 읽었다. “신(神)은 생명을 평등하게 만들었어요. 능력과 환경이 같아서 평등한 게 아니라, 유일무이(唯一無二)하다는 게 평등이지요. 또 하나. 살아있는 것은 공평하게 다 죽잖아. 동양에선 덧없는 것을 꿈(夢)이라 하고 서양은 판타지를 꿈(dream)이라 하지요. 자기 삶의 어두운 면이 비치는 게 꿈이에요. 깨어나면 식은땀을 흘리고 다행이다 싶지만요.” 


“죽는 것은 돌아가는 것… 내가 받고 누린 모든 게 선물이었다. 과학을 모르면 무신론자가 되지만 과학을 깊이 알면 신의 질서를 만난다.”고 했다.


자신이 영화감독이라면 마지막에 ‘END’ 마크 대신 꽃봉오리를 하나 꽂아놓을 거라고 했다. 피어있는 꽃은 시들지만, 꽃봉오리라면 영화의 시작처럼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선생은 모든 문제를 어원(語源)으로 접근해간다며 “피에로는 겉으론 웃고 속으로는 운다.”고 하셨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딱 한 가지야. 덮어놓고 살지 마세요. 그리스 사람들은 진실의 반대가 허위가 아니라 망각이라 했어요. 요즘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과거를 잊어서 그래요. 자기가 한 일을 망각의 포장으로 덮으려 드니 어리석어요. 부디 덮어놓고 살지 마세요.” [이어령(李御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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