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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namsukpark

 

 미•중 패권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격화로 동북아는 전통적인 대립구도로 회귀하고 있다. 이를 틈타 중국과 러시아의 한•미•일 삼각동맹 흔들기도 노골화하고 있다. 안정적인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관리라는 청와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전작권(戰作權) 전환 원칙도 현재로선 불안감이 팽배하다. 애꿎은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일반국민에겐 앞당겨 짐작케 하는 학습효과를 갖게도 한다.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는 될수록 외면하거나 애써 숨기려드는 휘치(諱恥)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동서고금 불문(不問)에 부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안시성(安市城)전투에서 당(唐)태종 이세민(李世民)이 양만춘(楊萬春)의 화살에 눈을 맞고 퇴각한 내용을 읊은 시(詩)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정관음유림관작(貞觀吟楡林關作)>]이 전한다. “??夜擁鶴夜月 旌旗曉濕鷄林雨 謂是囊中一物耳 那知玄花落白羽(날랜 병사들은 달밤에 안시성을 에워쌌고, 깃발은 계림에 내리는 새벽 비에 젖었었지, 주머니 속에 든 물건이라 큰소리 쳤지만, 어찌 알았으랴 화살에 눈알이 빠질 줄을)”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UST)의 노환진 교수의 고언(苦言)은 관료나 정치권의 눈치코치 살피느라 자기 목소릴 못 내는 현실에서 그의 주장은 두드러진다. 정부가 부품•소재 육성과 기술독립을 독려하는데 여태껏 제대로 해오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을까? “너무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지금과 같은 자세로 한다면 제대로 된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다. 이때까지 경험으로 단순히 ‘기술 확보’만을 목표로 한 연구과제는 성공해도 확인하기 어렵고 상용화까지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입품을 대체(代替)한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추진하는 연구 과제는 성공 가능성이 크다. 성패(成敗)가 분명하면 실패하지 않으려 애쓸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지만 수긍(首肯)이 가는 대목이다.


 구로다(?田) 산케이신문 서울주재 논설위원은 자신의 칼럼에서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보기 흉하다(見苦しい)’고 표현해 논란이 되었다. “반일 불매운동의 하이라이트는 KBS 뉴스 진행자가 ‘방송 중에 제가 들고 있는 이 볼펜이 일본제품이 아니냐는 시청자의 항의 전화가 왔다.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 볼펜은 국산’이라고 방송을 마무리한 것”이라 말했다는 거다. 그는 “한국 방송계의 선동성을 실감케 한다며 TV 카메라 등 방송 기자재(機資材)가 모두 일본 제품인 것은 어떤 구실로 빠트릴 것인가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고 비꼬았다.


 또 “여당 간부가 점심에 일본 요리를 먹고 일본 술을 마신 것에 대해 야당이 추궁하자 술은 ‘국산 청주’라고 변명했다”면서 “위세 좋던 불매운동도 이제 끝난 것이냐”고 비난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G20 정상회의 때 숙소에서 니기리즈시(握り?)를 즐겼다고 외교 소식통에게 들었다”며 “국제화 시대에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라니 참으로 비열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는 뉴스다.


 “사업이란 자금은 조달비용이 가장 저렴한 곳에서 조달하고, 생산은 어떤 품목이나 상품에 대하여 정해진 시장 가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능과 효율의 정도를 말하는 가성비(價性比) 최적인 곳에서 조립하고, R&D는 창의성이 가장 높은 인재들이 밀집된 곳에서 하고, 그렇게 최적의 조합(調合)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국산화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이 핵심이다. 지금 청와대의 생각대로라면 미국은 지구촌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해야만 할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이 생산하는 것 중에 미국이 ‘기술적으로’ 못할 것이 어디 있나? 일본이 잘 만드는 것을 정치권이 저지른 외교적 불확실성 때문에 모두 다 국산화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대기업이 어떻게 중소기업의 소재나 부품을 쓸 수 있나? 그렇다면 대기업에서 내부적으로 모든 걸 자급자족해야한다는 논리가 된다. 왜? 하청업체의 노조가 파업하고 품질의 위험이 있으니 기술적으로 가능한 대기업에서 내부화하면 되는 거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카이스트(KAIST) 이병태 교수의 글에서]
 일본이 수출규제 강도를 높일 경우 미국, 유럽 등에 미칠 영향이 커 단기적으로 추가규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일본이 중•장기적 공급 통제를 통해 국내 업계의 차세대 기술, 공정 개발 등을 제한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우리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의 조기 안정과 상용화를 위해 내년부터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에선 ‘발등의 불’ 끄기에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많다. 연구개발을 마치더라도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지적을 간과한다면 ‘파리도 새(鳥)다.’는 억지소리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저마다 애국애족(愛國愛族)하는 마음과 국익(國益)을 앞세우는 충정(衷情)이 가상(嘉尙)히 여길만하다. 하오나 듣고픈 내용만 가려듣고, 하고픈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자유로움이 우러나는 사회가 되었으면 오죽이겠다. 생각이나 행동이 달라도 이유가 있겠고, 이성(理性)보다는 감성(感性)에, 진실보단 진영(陣營)의 논리로서 합리화하려드는 ‘꿀 먹은 벙어리’는 차고 넘치는 세상에 궤변(詭辯)의 사전적(辭典的)의미는 “주로 설득을 목적으로 하고, 명제(命題)를 증명할 때 실제로는 잘못된 논리 전개를 이용하는 추론(推論)이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궤변’은 잘못된 논리 전개를 고의로 이용하고, 발언자에게 형편 좋게 도출된 결론, 및 그 논리의 과정을 가리킨다.”고 일러준다.


 서로가 적의(敵意)를 품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있거나 처지에 협력해야하는 상황을 비유한 성어에 ‘오월동주(吳越同舟)’가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 해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드는 우(愚)를 저지르진 않아야 마땅할 일이다. 어쩌면 세상사는 게 묻지도 따지려들지 않는 들꽃처럼 그러려니 하질 못하는 우리네 삶이다, 악(惡)이 비록 성(盛)하여도 진리는 더욱 강(强)하다. 구상 시인의 시 ‘꽃자리’의 한 구절처럼,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이고, 살아있는 오늘이 우리 ‘생애(生涯) 가장 아름다워야 할 젊은 날’이다.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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