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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y for Turkiye & Syria
namsukpark

 

 지축(地軸)을 뒤흔든 대지진(大地震)의 피해가 상상을 초월케 한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 속에 갇혀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이고 망연자실한 이재민들의 심사(心思)를 헤아려보기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뉴스로 전해 듣고 실상(實狀)을 두서없이 전해드리기란 여간 어쭙잖지만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소망한다. “1755년 리스본(Lisbon) 부활이 2023년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도 재현(再現)되길, 무참(無慘)히 스러진 이들의 영혼이 다시 환하게 피어나기를…”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리히터규모 7.8과 7.5의 지진과 여진(餘震)으로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증가하는 가운데 지구촌사회의 지원과 구조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적대관계를 넘어선 구호의 손길은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이스라엘은 적성국가로서 대치(對峙)중인 시리아 지원을, 그리스는 ‘에게해의 앙숙(怏宿)’이던 튀르키예를 돕기로, 스웨덴•핀란드는 튀르키예의 반대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입이 좌절돼 반목(反目)중’이지만 동참키로 했다. 오스만 제국의 아르메니아 대학살(大虐殺)로 100년 넘게 갈등을 벌이며 왕래가 단절됐던 튀르키예와 아르메니아 간 국경도 빗장을 풀어 젖혔다. 이재민을 위한 긴급구호 물품을 전달해주기 위해서다.


 사망자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수습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무너진 잔해에서 죽은 아이를 직접 꺼낸 부모들은 담요로 시신을 둘둘 만 채 묻을 곳을 찾아 헤맨다. 죽은 딸아이의 손을 놓지 못한 채 곁을 지키던 아비의 모습도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이재민들은 악천후에도 정처 없이 방황하며 노숙하고 있어 2차 피해가 예상된다는 우려가 비쳐졌다. 밤낮없이 여진(餘震)은 이어지고 도탄(塗炭)에 빠져 울부짖는 참상(慘狀)은 형언(形言)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라니 더더욱 숙연(肅然)해지는 우리들이다.


 유령도시처럼 불 꺼진 아파트 단지 내에서 구조작업을 위한 조명만이 빛났고 인근의 또 다른 붕괴현장 주변에서 무너진 것은 건물이 아니라, 이재민들의 처절한 삶이다. 중장비가 붕괴된 건물 잔해(殘骸) 위로 올라가 작업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매몰현장에서 생존자를 찾아낼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는 걸 의미한다. 지진으로 송두리째 잃거나 여진(餘震)의 두려움으로 집에 못 돌아가는 이들의 임시 터전으로 대피소가 활용 중이긴 하지만, 억장(億丈)이 무너져 내린 그들의 심사를 무슨 말로 어이 위로해줄 수 있을까싶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출산 직후 숨진 어머니와 탯줄로 연결된 상태로 발견된 아기의 구조 장면은 참혹한 대재앙을 이겨 낼 희망을 전 세계에 전했다. 신생아기는 여러 상처를 입었지만 인큐베이터에서 안정적인 상태를 찾았다고 한다. “만약에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태어났다면 추위 속에서 많은 시간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며 “한 시간만 더 방치됐더라도 살지 못했을 수 있다”고 기적 같은 상황을 의사 마루프는 설명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기의 체온은 35°C였었고 산모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아기를 낳은 직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아기는 흙먼지 속에서 몇 시간을 홀로 견딘 것으로 보인다.


 “지진에 따른 생산•공급망 차질로 ‘최악의 경제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튀르키예는 지진이 발생하기 전부터 경제난이 심각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85.51% 상승해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리라화 가치도 10년 사이에 90% 넘게 폭락했다. 장기집권을 추구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실정(失政) 탓이라고 한다. 5월에 대선 및 총선을 앞두고 ‘메가톤급 악재’를 만났다. 지금 야당후보에 지지율이 밀리는 상황에서 이번 지진으로 사회혼란이 커지면 반(反)에르도안 정서가 확산할 것으로 여겨져서다.


 에르도안은 러시아와 경제•군사 협력 관계를 확대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유럽연합(EU)과 미묘한 갈등을 빚어 왔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勃發)이후 러시아와 서방 사이를 오가며 경제•외교적 실리를 챙기고,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 과정에서 계속 거부권을 행사해 ‘NATO의 이단아(異端兒)’란 평가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10년 넘는 내전(內戰)으로 국가 경제가 황폐화된 시리아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NYT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주요 피해지 북서부 일대는 460만 난민이 모여 살던 곳이다. 270만이 임시 수용시설에서 생활하는데, 이번 강진으로 상당수 난민촌이 무너졌다. 내진(耐震)설계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없던 터라 피해가 더 커졌다. 내전 장기화와 서구세계 제재 등으로 시리아 정부 재정은 오래 전부터 바닥이 난 상태다. 연료와 식량, 전기 등 기본적 인프라 공급조차 버거워하던 상황에서 지진까지 덮쳐져 정부지원이 끊긴 난민들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도주의적 위기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3만7000명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단 한 명의 사상자가 발생치 않은 것은 물론, 건물 한 채도 무너지지 않은 인구 4만2000명의 에르진(Erzin)시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르진은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10개 주 중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하타이주에 있는 에르진시에서 “불법 건축 안 된다”는 강력 방침과 주민 안전을 지켜낸 것은 불법건축을 허용치 않은 엘마소글루 시장의 결단력 덕분이었다고 한다.


 튀르키예 강진 피해 지역인 하타이주 안타키아 일대에서 활동 중인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가 현지에 급파돼 이튿날부터 인명구조(人命救助) 활동에 돌입해 생존자를 찾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긴급구호대는 같은 장소에서 시신 4구도 추가로 수습했다. 몇 시간 뒤엔 40세 남성과 2세 여아, 35세 여성, 10세 여아 등을 구출했다는 소식이 또 들려왔다. 도움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에 위험을 무릅써가며 펼치는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여러분의 의롭고 숭고한 헌신에 삼가 경의(敬意)를 전해드리고 싶다.


 UN은 앞으로 사망자 수가 지금보다 두 배 이상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이런 암울한 전망 와중에도 지진 발생 후 통상 72시간으로 여겨지는 ‘골든타임’이 두 배 넘게 흘렀지만 기적과 같은 생환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파렌틴 코카 튀르키예 보건부 장관은 “어린 소녀가 150시간 만에 구조됐다”며 “언제나 희망은 있다”고 전하며 구조되는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직접 올렸다.


 자연의 힘 앞에선 한없이 무력(無力)하지만 유한(有限)한 피조물(被造物)임을 인식하고 지켜내야 할 희망의 불꽃이 되었으면 오죽이겠다. 살아남은 이들의 절규에 가까운 오열과 울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무너진 건물 잔해로 도로와 건물의 경계는 사라졌고, 밤이 되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병원에선 의료진의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고난과 역경(逆境)이 절망의 끝이 아닌 희망의 시작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흔들리지 않고 활기찬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는 우리들이다!’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2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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