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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책길에
macho

 

겨울 산책길에 

 

 


 
겨울 산책길에 
구름 속에 숨어 나를 훔쳐보는 낮달 닮은 
해의 좁은 등을 보고 나도 몰래 씨익 웃어버렸다
“날 찾아봐라!”
해가 빼꼼이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가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구름 속에 숨어버렸다 
구름 사이로 가만히 보니 강아지 눈동자로 변신했것다
“내 모를 줄 알고” 하면서 손가락을 내밀어 
해의 엉덩이 쪽을 꼬옥 찌르면서 웃으니 
해는 냉큼 구름 속으로 몸을 감춰 버렸다

 


호젓한 오후 산책길 내내 나와 해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숨바꼭질 놀이를 했다
술래인 내가 애써 해를 찾는 체 하면 
장난기가 동한 해는 산토끼의 눈동자로도 
용의 눈동자로도 잘도 변신을 했것다
내 손가락을 들어 숨은 해의 정수리 근처를 
톡하고 치니 아차 싶었는지 이내 숨어버렸다

 


해와 내가 한껏 노닥이다가
웃다가 구름 속으로 아주 숨어버린 
해를 찾다가 나는 그만 집으로 돌아왔다
해는 구름이라는 어릿광대와 더불어 
잘도 하늘의 철부지 왕자로 살아간다지만
가려줄 구름 하나 없이 헐벗은 민낯인 나는 
집도 절도 없이 한 세상 떠돌이 이름 없는 김 삿갓 
기쁨 반 슬픔 반으로 변신을 하며 하냥 떠돌고 있는가 
날마다 제 길 위에 있는 해는 구름과 더불어 노닐 때 
숨어서도 편치 못한 내 물구나무서기 긴 세상 여정을 
그 뉘라서 숨바꼭질 소풍놀이라고 단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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