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230 전체: 219,879 )
노욕(老慾)
leed2017

 

 “…건강이 너무 많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 늙은이가 지나치게 건강하다 보면 노욕(老慾)이 생기고 노욕이 아랫배에 붙으면 노추(老醜)해지고 매사에 움켜쥐기만 하다가 끝내는 망신이나 당하고 마는 것. 이것은 사람이 사람이라는 존명(存命)의 영위에서 바라볼 때는 차라리 진작 죽기만도 못한 불건(不健)이 아니겠는가. ”

 


 위는 시인 C씨가 문우(文友) C여사에게 보낸 편지에 실렸던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올해로 아흔셋을 넘기고 있는 노(老) 시인 C씨는 건강법이란 곧 양심법(養心法), 즉 마음을 기르는 법이라며 위의 말을 했다.


 요즈음 내 컴퓨터에 오래 사는 법, 건강하게 늙어가는 법. 등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그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수 많은 정보로 몹시 붐빈다. "육식보다는 채식을!" "대식(大食)은 자살이다. 소식, 소식(小食)을!" 등의 일반적인 구호로부터 "물 마시는 가족, 건강한 가족!" "아침저녁 운동에 도망치는 뇌졸중" "현미가 살 길이다. 쌀밥이여 안녕!" 따위의 현수막 표어 같은 충고, "마늘은 암(癌) 킬러, 마늘을!" "소금은 고혈압의 원흉, 피해라." 등의 구체적 지시에 이르기까지 다 긁어모으면 800개는 넘지 싶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어겼다가는 내일 모레 당장 앰뷸런스 신세를 져야 하지 않을까 은근히 불안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 많은 훈계 중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훈계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운동을 하라"는 것이요 "둘째는 욕심을 줄이고 마음 느긋하게 먹고 생활하라"는 내용이다.


 욕심이란 무엇인가? '욕심'이란 말 속에는 자기에게만 이롭게 하려는 심보(영어로는 selfishness)도 담겨있고 무엇을 탐내는 마음, 특히 분수에 지나치게 하고자 하는 마음(영어로는 greed라 할까)도 담겨 있다.


 자기 분수에 지나치고 아니고는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피겨 스케이터(figure skater) 김연아가 "나는 세계 제1의 피겨 스케이터가 되겠다."고 했을 때 이것이 과욕인가, 야망인가? 아니면 희망, 포부인가? 다행히 김연아가 세계 제1의 꿈을 성취했으니 말이지 만약 그 꿈을 성취하지 못했더라면 세계 제1의 꿈은 허욕, 과욕, 망상, 공상이 되고 말았을 것이 아닌가. 그러니 야망, 대망, 희망, 포부는 개념상 서로 구별이 깨끗하게 되는 것이 아니요, 구별되기 위해서는 목적 달성 여부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욕심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다. 만약 있다면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사람이다. 인생의 어느 한 때 좋은 학교, 좋은 차, 좋은 집을 꿈꾸고, 이름을 날리는 가수, 배우, 백만장자가 되는 꿈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욕심의 시작은 꿈이요 희망이다. 욕심은 동기유발의 원천(原泉). 아무런 꿈도 없고 탐내는 것도 없는, 한마디로 욕심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마을을 생각해 보라. 이런 마을에서는 일년 가야 탄식소리 한 번 들리지 않고, 분한 눈물 한 방울 떨구는 이도 없는, 일 년 내내 무덤 속 같은 정적만 흐르는 마을일게다.


 노욕(老慾) 때문에 망신당한 사람들은 앞뒷집 현실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노욕이 발전 계기가 되어 '성공' 하여 노익장을 과시한 사람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니 노욕이 반드시 해롭다고만 할 수는 없다. 늙어서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하는 일에 적극적이고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장하고 존경스러워 보인다. 마음에 두고 열중하는 일이 학문일 수도 있고, 사업일 수도, 예술행위, 운동일 수도 있다. 노욕이 없다는 말은 인생을 너무 소극적으로 살아가자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사람들이 늙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노욕을 줄이기보다는 노욕 발현(發現)의 소재지를 옮겨 보기를 권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반적으로 외적 가치, 이를테면 측재(蓄財), 명예나 지위 같은 외적(外的) 가치에서 우정이나 사랑, 예술이나 학문 따위의 내적(內的) 가치로 옮기자는 것이다. 늙어서 재물이나 명예를 얻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은 노욕이 많은 사람으로 불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무용 같은 예술 활동에 빠져들거나, 자원봉사, 친목단체 같은 모임을 만들어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 사람들을 보고 노욕이 많은 사람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드물다.


 돈이나 지위, 명예 같은 외적 가치는 경쟁적 면이 많아서 내가 많이 가지면 다른 사람들이 차지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정이나 예술 행위 같은 내적 가치는 모든 사람들이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그 사회의 구성원들의 삶은 풍요롭게되고 더 행복하게 된다.


 그런데 가만 있자. 복권 한 장을 사서 백만장자의 꿈을 그려보는 것은 뭐라 해야 할까? 야망일까, 노욕일까, 아니면 공상일까? (2012. 4.)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