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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
leed2017

 

 몇주 전 일이다. 토론토 일간 신문에 '우리 시대의 스타(star) 100인'이라는 제목 아래 요새 세상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람들, 이를테면 오바마, 벨루쉬, 잭슨, 우드, 얼마 전에 저 세상으로 간 잡스 등 정, 재계, 연예, 스포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사람 100명의 이름이 발표되었다. 100명 중 대부분이 영화배우, 음악가 등 연예인이었다. 내가 이름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은 모두 해서 열 사람이 될까 말까.


 내가 연예계에 깜깜하다는 것은 나 자신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참혹하게 깜깜할 줄이야! 요새 이름을 떨치는 스타 연예인을 모른다는 것은 젊은 세대를 알지 못한다는 말과 마찬가지-.


존 웨인이나 게리 쿠퍼, 커크 더글라스 같은 배우들은 요새 젊은이들에게는 5대 6대 할아버지에 지나지 않는 까마득한 사람들일 것이니 이들을 안다고 연예계 사람들을 안다고 할 수는 없다. 나는 한국의 대중가요 가수, 명배우 몇몇 말고는 연예계에는 도대체 흥미가 없는 사람이다.


 흥미는 자기가 어떤 활동을 하기 좋아 한다고 스스로 말로 발표한 흥미(expressed interest)와 자유시간에 무슨 활동을 자주 하는가를 행동으로 보여준 행동화된 흥미(manifested interest)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유시간에 장난감을 만드는 사람과 낚시질을 가는 사람과는 흥미뿐 아니라 성격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두 가지 흥미가 서로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많지만 서로 어긋나는 경우도 많다. 


 어느 것이 진짜 흥미일까.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골프 같은 야외 스포츠에 흥미가 있다고 말한 사람이 골프를 칠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골프에 대한 흥미를 행동으로 나타내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흥미는 어떤 활동에 대해 항상 접근(approach)이나 회피(avoidance)하려는 성향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흥미는 직업과 관계가 크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가 흥미를 느끼는 활동이 많은 분야에 직장을 얻고 싶어 한다. 금전적 유혹이나 명예 혹은 노동 조건 때문에 자기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분야에서 일할 때도 있다. 그러나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직업을 갖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나는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는 S대학교 학생지도연구소 연구조교로 일했다. 내 직무의 대부분이 12 단과대학생들에게 개인 혹은 집단으로 지능 검사나 성격 검사, 흥미.적성 검사를 실시해서 학생들에게 그 결과를 해석해 주는 일이었다. 놀랬던 것은 어느 단과대학을 가봐도 이 대학 교과 과정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다른 전공으로 바꾸고 싶다는 꿈을 가진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법대, 농대, 공대, 사대, 음대, 미대, 약대 어디를 가나 대학이 자기 흥미와 적성에 맞질 않아서 다른 전공으로 옮기고 싶다는 학생들이 절반을 훨씬 넘는다는 사실이다. 2년 전 한국을 갔을 때 물어보니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말이었다.


 흥미는 상당히 빨리 형성되어 16,17살 앞뒤에서 굳어진다. 그리고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살 때 측정한 흥미와 40년이 흘러 60살에 다시 측정해 본 흥미 간에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흥미가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발달하는지 그 시원(始源)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른다.


 흥미를 느끼는 활동이 많은 분야에 직장을 얻는 경우 직업에 대한 만족감이 높을 확률이 크다. 성직자들이 말하는 소명(召命)이 있어야 하는 직업도 있다. 그런데 이 소명이란 게 왜 꼭 신부, 목사, 판사 등 사회적으로 드러나는 직업에만 있는지 환경미화원, 떡볶이나 단팥죽을 끓여 파는 아주머니 같은 직업에는 왜 소명이 없는지 '하나님도 사람 차별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가 딴 데로 갔다. 어쨌든 이 정보시대에 살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100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이다지도 적다는 것은 좀 문제지 싶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내가 얼마나 비웃었을까. 생각해 보니 아침 신문이 오면 자동차(Wheels), 사업(Business), 연예(Entertainment)는 빼서 쓰레기통에 넣어 버린다. 이런 행동에서 사업에 관한 흥미가 솟아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 싶다.


 어릴 때 집 안에 있는 냄비란 냄비는 다 꺼내놓고 소꿉놀이를 하는 아들을 보고 부모는 '저 녀석이 공과 계통에 흥미가 있는 모양이니 커서는 엔지니어가 될 거야.' 하고 속으로 흐뭇해하는 경우도 있다. 녀석이 커서 엔지니어가 될 수도 있고, 냄비공장 사장, 냄비공장장, 용접공원, 냄비를 팔러 다니는 판매원, 라면을 끓여 파는 분식집 종업원, 아니면 엔지니어나 냄비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관광사업 같은 분야에서도 종사할 수도 있다. 그러니 어릴 때 냄비놀이가 공과 계통의 흥미나 적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화려한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 유행어가 된 '증권'이나 '주식' 같은 말이 나오는 신문은 읽지도 않고 버리다 보니 내가 일하던 대학에서 보내오는 은퇴연금에 대한 소식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깡무식이 되고 말았다. 이런 데 흥미가 없으니 이해할 능력이 줄고 능력이 없다 보니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201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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