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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염원
kwangchul

 

 5월 8일, 고국의 어버이날이다. 캐나다는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구분되어 있지만 한국은 매해 이 날을 어버이날로 고정시켜 부모님을 공경하게 한다. 한국에 외서 내가 거주하는 동묘역 부근의 황학교 다리 밑 청계천 길에서 종로 쪽으로 가다 보면 종로5가 부근 평화시장 쪽으로 ‘전태일 거리’가 보인다. 전태일, 순간적으로 많이 귀에 익은 이름이라 기억을 더듬는다.

 1960년대 말 재단사 모임을 이끌며 노동기준법의 개선을 호소하다 분신자살하였던 이름이 떠올랐다. 내가 74년 캐나다로 이민하기 전 일이었다. 구글을 검색해 보았다. 48년생인 전태일은 봉제 보조사로 평화시장에서 건습받던 2년 만에 재봉사 타이틀을 얻게 되는데 이는 일반적인 승진보다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재봉 자체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며, 성격이 매우 밝고 남달리 의협심이 강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성격의 전태일에게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시들어가는 나이 어린 여공들의 비참함을 그냥 대충 넘길 수는 없었나 보다.

 그는 재단사 모임인 ‘바보회’를 조직하게 되었고, 현장에서 파악한 문제점들에 고심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1970년 11월 13일 분신자살로 세상에 마지막 절규를 던진다. 그때 그의 나이 23세였다.

 2022년 5월 8일. 내가 한때 좋아하였던 시인 김지하가 이 세상을 떠났다.

 

신새벽 뒷골목에/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내 발길은 너를 잊은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오직 한가닥 있어/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중략)-- 숨죽여 흐느끼며/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외치는 대표 저항시인이었던 그는 1991년 5월 중앙일보에 ‘죽음의 굿판 당장 걷어치워라! 환상을 갖고 누굴 선동하려 하나’의 칼럼으로 진보진영과 적대관계를 갖게 된다. 당시는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경찰에 맞아 숨지자 이에 항의하는 분신자살이 이어지고 있던 시절이다.

 고인은 생명사상을 강조하면서 목숨을 버리는 민주화 시위를 ‘저주의 굿판’에 비유하며 죽음의 찬미를 비판하였다.

 태평양 전쟁 자살특공대인 일명 ‘가미가제’ 특공대원으로 차출되어 출전명령만 기다리던 16명의 한인 학도병 출신 군인들이 있었다. 항공기로 적 군함에 충돌하여 타격하는 전술로 일본군부의 최악의 발악이자 인명경시의 역사상 최악의 전술이라 할 수 있다.

 그들 16명은 총 24만 명에 달하는 강제징병 동포들과는 달리 한국과 국민들에게 철저하게 버려진다. 왜냐하면 조선인이었다는 사실도,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져 있다는 사실도 한국인에게는 알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진실이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당시 1만8천여 명의 가미가제 특공대원 중 유일한 한국인 생존자가 있었다. 장정부씨다. 장씨는 고등학생이었던 19살 때 차출되어 마지막으로 남은 8명의 출격조로 명령을 대기하던 중 해방을 맞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된다. 가미가제, 그것은 일본군부의 광기가 저지른 저주의 ‘죽음의 굿판’이었다.

 2022년 5월 8일 김지하 시인은 81세로 고인이 되었다. ‘자살은 전염한다. 당신들은 지금 전염을 부채질하고 있다. 열사 호칭과 대규모 장례식으로 연약한 영혼에 대해 끊임없이 죽음을 유혹하는 암시를 보내고 있다’는 고인의 칼럼에 대해 10년 뒤 해명 아닌 해명을 한다. 실천문학 여름호에서 그의 칼럼과 관련해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고, 젊은이들 가슴에 아픈 상처를 준 것 같아 할 말이 없다"고 하였다.

 역사는 시간의 흐름이며 사건의 기록이다. 따라서 상승과 하향의 끊임없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모든 어머니의 눈물어린 염원이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살아생전 이 말을 되풀이 하였다. "태일이의 죽음을 따르지 말고 살아서 싸워야 한다."

 엄마에겐 자식의 살아있음이 이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효도인 것을!

 2022년 5월 8일 어버이날 고국에서, 타는 가슴속 목마름으로 이 세상 모든 어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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