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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의 목록(List of prohibited books)
kwangchul

 

중학교 3학년이었던 때 "펄벅(Pearl Buck)”의 "여인의 전당"이라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제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내용 중에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읽지 말라는 책이 있는데 그 저서명이 "금병매"이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꼭 읽고 싶었다. 그 당시에는 읽지 못하였고 고등학교 일학년 때 소공동에 소재해 있던 시립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적이 있다.

"차탈레이 부인의 연인”도 영국에서 출판이 금지된 책이라 하여 기를 쓰고 찾아서 본 기억이 있다. 책이란 책은 가리지 않고 보던 시절, 보지 말라 하니까 더 호기심이 발동하였던 것 같다. 훨씬 세월이 지난 후 그런 심리를 집요(?)하게 연구한 학자를 알게 되었다.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을 업데이트 하였다는 "라캉"(1901-1981)이다.

그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금지된 것만을 욕망한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 금지가 없다면 욕망도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신 분석학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구강기가 있어 태어나 두 살 될 때까지가 그 기간이라 한다.

"라캉"은 이 구강기 때의 유아와 엄마의 모유를 들어 설명하였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금지된 쾌락은 잃어버린 쾌락으로서 남아 있어 영원히 우리를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금지된 쾌락은 어린아이가 엄마의 젖을 물고 빨을 때 느꼈던 감정이고 그것이 젖을 뗄 단계가 되어 엄마가 더 이상 주지 않을 때에 금지된 쾌락으로 남아있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우리의 모든 욕망은 과거 금지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라캉의 결론이다. 어려운 이야기다. 왜냐하면 내가 중학교 때 금병매나 차탈레이 부인의 연인을 보고 싶었던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었지 금지된 욕망의 작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1559년, 로마 교황청은 천주교 교리에 위배 되는 과학, 철학, 문학 저서들을 금지한 적이 있었다. 그 중 4000여 권이 1996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해제되었다. 바티칸이 아니더라도, 16세기 중반 쿠텐 베르크의 금속 활자 발명 후 쏟아져 나온 책들에 대한 검열의 표적은 수를 헤아릴 수 없게 많다.

스피노자는 17세기 중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유대인 사회에서 유능한 젊은이로서 랍비가 되어 유대인의 정신적인 지도자가 되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24세 되던 1656년 "신”이 곧 자연이라고 생각한 범신론적인 그의 사상은 유대교의 유일신 사상에 정면으로 거부하게 되었고 유대인 세계에서 추방된다. 또한 그의 저서 에티카는 바티칸의 금서 목록에 포함되어 "금서"로 분류된다. 그가 에티카에서 말하려 하는 것은 과격하기보다는 희망의 윤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게 있어 코나트스는 힘이라는 의미로서 살고자 하는 욕구라 할 수 있다. 내일 죽는다 할지라도 노예의 삶이 아닌 주인의 삶을 살려는 주체적인 삶의 행위이다. 그의 사상의 주류는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이 가족, 사회, 국가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주기 위한 이웃 사랑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완전한 인격체인 신을 본받아야 한다 하였다. 금단의 열매를 먹어 "신" 영역을 침범하기보다는 "신”의 속성 안에서 완전성을 갖기 위한 노력이, 신의 영역을 침범한 "범 신론적"으로 받아들여져 배척을 받은 것이다.

스피노자의 위대성은 삶에서 만날 수 밖에 없는 타자와의 만남과 충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쁨이나 슬픈 감정을 외면하지 말고 정면 충돌하여 해결하라는 것이다. 리스트를 만들어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것만을 선택하라. 기쁨과 보람있는 일의 선택일 수 있다. 슬픔을 몰고오는 피곤한 순간들의 만남이 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슬픈 감정이 될 수 있다. 만나야 할 당신의 리스트에서 과감히 지워버려라. 스피노자의 에티카는 금서의 목록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펜 아메리칸(Pen American)이라는 출판물의 자유를 옹호하는 그룹이 있다. 그들의 보고에 의하면 2021년부터 2022년 일년간 학교의 개학기간 동안 미국의 일부 주들이 2,532 책들을 검열하여 금지된 책으로 분류하여 학생들에게 열람을 못하게 하였다 한다. 물론 그들 주의 특성에 따라 교육문제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엄격한 통제는 불필요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의 그런 움직임에 비해 캐나다는 특히 토론토 지역들은 검열에 자유의 융통성 폭이 넓은 것 같다. 북미 지역의 많은 주들에 비해 출판 자유의 폭이 훨씬 넓은 캐나다에는 그런 영향이 끼쳐 지지 않기를 바란다. 출판의 자유는 곧 인문의 자유이다.

내년이면 우리 부부가 캐나다에서 산지 50년이 된다. 결혼 50주년이기도 하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의 연속이다. 이제 그 선택의 마지막이 가까워지고 있다. 태어난 곳은 대한민국이었지만 정착지는 캐나다이다.

이 해가 가기 전에, 캐나다의 출판의 자유가 우리 부부가 조국을 떠나 캐나다에 정착한 많은 이유의 리스트 중에 하나가 더 되게 첨가시켜야겠다. (2023년 3월 12일)

 

(참고)

1. 2023년 3월 2일 토론토스타 사설 "Protecting the right to read”를 참조하였음.

2. 토론토공공도서관들과 그 Websites는 북미지역의 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에서 금지된 50여권 책들을 보관하였다고 함.

3. Freedom to read week. 2023년 2월 19일-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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