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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니(Aminie)
kwangchul

 

11월 21일, 이란과 영국간의 카타르 월드컵 1차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반 22분이란 응원석에서 "아미니"라는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미니”는 지난 9월 23일 히잡(Hijab)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를 당한 22세 여성의 이름이다. 전반 22분은 그녀의 나이를 의미하고 있었다.

22분전, 이란축구 국가 대표팀은 영국팀과의 경기 시작 전 국가가 흘러나오자 어깨동무를 한 채 굳게 입을 다물고 모두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두 달 넘게 이어지는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는 행동이었다.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자리한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았고 여성, 생명, 자유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야유를 보내며 당국에 항의하였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계기로 입헌 군주제도를 무너트리고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최고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신정정치"나라이다. 이란 국가에는 이슬람 혁명과 이슬람공화국이 영원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한 젊은 여성의 무고한 죽음은 여성 인권탄압에 대한 저항의 불씨를 지폈으며, 혁명으로 세워진 이슬람 공화국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번져가고 있다.

프로 운동선수들이 경기 전 국가 연주시 침묵을 지킨다거나 거부의 표시를 보여준 사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49 얼스 풋볼팀의 쿼터백 "케펄니크"(Kaepernick)는 트럼프 정권시절 경기시작 전 국가가 울려 퍼질 때 한쪽 무릎을 꿇음으로써 미국에서의 인종차별에 대한 무언의 저항을 표명하였다.

결국 그의 행위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나 프로 선수로서의 그의 경력은 팀에서 퇴출되며 끝나게 된다.

하지만 이란은 이슬람 혁명으로 이루어진 신권 정치국가이다. 공화국에 대한 도전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는 체제이다. 만약 북한선수들이 북한 국가가 연주될 때 단체로 항거하였다고 상상해보라. 아마도 생명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용감하였다. 경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장 "하지시피"는 대표 모든 선수단은 이번에 희생된 이들을 지지한다고 언급하였다. 이란은 2달여간 지속된 항거 운동에서 400여명 이상이 사망하고 1만6천명 가량이 체포되어 구금되었다 한다.

오죽하면 운동선수들까지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목숨을 담보로 한 대형사고로 여겨져 안타깝다. 그들 선수단이 이란으로 귀국하였을 때 받을 고초가 눈에 선하다.

히잡은 옷, 말, 행동 등 무엇이든 덥고 감추는 것으로 정의된다. 물론, 여성들 사이에서 관찰되는 히잡의 가장 시각적인 표시는 머리카락을 감추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에 끌려가 죽은 “아미니"는 운이 나쁘게도 머리카락이 히잡 밖으로 찔금 나와 구금되었다 한다.

여성이 여성의 권리를 요구하는 건 서구적인 사고방식이며, 이슬람의 가치, 문화적 전통에 위배된다고 한다. 그런 이란도 1979년 혁명 이전에는 성 분리정책이 없었다. 그러나 혁명 이후 학교에선 남녀가 서로 분리되어 생활했으며, 가족관계가 아닌 남성과 여성은 서로 함께 있다가 체포되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결혼하려면 처녀 증명서가 필요한 이란 여성들이었다.

몬도가네(Mondo Cane)다. 풀이하면 개 같은 세상이다. 1960년대 중반에서 1970 년대 한국에서는 미니 스커트, 장발이 미풍양속을 해친다 하여 단속을 하였던 적이 있었다. 유치한 정치가들의 근시안적인 저질 코미디였다. 그래도 이란 사태와 비교하면 애교 있는 희극이었다.

이와 같은 것들은 문화적 차이의 문제라기보다는 위선적인 남성 우위의 사회에서 남성적인 언어의 폭력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인 인권 문제의 도전이며 박탈이었다.

페미니즘은 남성 중심적 사회로부터 부당한 차별을 받는 여성의 삶을 폭로하여 여성들에게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02년 월드컵 때 북한팀 선수에 정대세 재일교포 출신 선수가 있었다. 한국국적, 북한국적 그리고 일본국적 모두를 가진 선수로 북한팀 대표 주력선수로 출전하였다. 브라질과의 경기 전 북한 국가가 울려 펴질 때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었다. 수령님의 하늘 같은 은혜를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자연히 눈물이 나왔다 한다.

비록 이란 국가팀의 대표선수들이 국제적으로 알려진 선수라 할지라도 인권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북한과 비슷한 수준의 정치체제를 갖고 있는 이란이라 더욱 걱정이 된다.

마산상고 합격자 김주열이 / 경찰에게 타살된 3월 / ~~ / 아무도 몰래 물에 던져진 뒤 / ~~ / ~~ / 그 주검에 매단 돌 풀어져 떠오른 뒤 / 거기서 4월혁명은 시작되었다 (고은 ‘김주열’ 중에서)

 

김주열 열사. 1960년 3월 15일 당시 15세 사춘기 소년이었던 그의 시신은 그로부터 27일 후인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 떠오르게 된다. 떠오른 시신의 오른쪽 눈에는 최루탄이 박힌 끔직한 모습이었다.

4.19혁명은 김주열 열사의 죽음이 발단이 되었고, 침묵을 지키던 교수들이 4월 25일 학생들이 흘린 피의 보답인 공동성명과 데모로 이어졌다. 그 결과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를 하게 되었다.

이란 선수단의 무언의 투쟁이 좋은 결실을 보기를 바란다. 한국 축구팀은 유독 이란에는 약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합 전까지는 내가 싫어하던 팀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이제는 대한민국, 캐나다 그리고 이란이 내가 좋아하는 팀이 되었다.

이란 축구 대표팀은 경기에서는 영국에 졌지만 그들은 더 큰 싸움에서 이겼다. 자유를 지키겠다는 그들 선수의 장래가 정치적 제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2022년 11월 23일)

 

*추신: 이란 국가 대표팀은 11월 25일(금),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두골을 넣어 2:0으로 승리하였다. 이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란 국가대표 선수단이 귀국하면 반정부 행위자로 분류돼 징역 등 각종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 되었다. 심하게는 처형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460 명이 죽었고 1160명이 다쳤다. 이란 국가 대표팀은 두 번째 경기인 웨일스와의 경기에서는 국가를 따라 불렀다. (2022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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