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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
kwangchul

 

 트르먼 대통령의 한 친구가 대통령의 집무실용으로 한 작은 표지판을 보냈다. 표지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

 그와는 반대되는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표현이 있다. "패스 더 벅”(pass the buck)이다.

 트르먼 대통령은 그의 이임식에서 "대통령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The president can’t pass the buck to anybody)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캐나다 정치판은 지루하다고들 한다. 따라서 참여율, 투표율도 매우 낮은 편이다. 지난봄 고국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완전 축제 분위기의 선거판을 볼 수 있었다. 이곳 캐나다에서 50여 년을 살며 밋밋한 정치판을 보아온 내겐 활발한 정치 분위기로 느껴졌다.

 그런데 지난 2월 연방정부가 발동한 비상조치법(Emergency Act)의 정당성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면서 그 지루함을 덜어주고 있다. 청문회는 정치가들의 정책 결정 이면에 숨겨있는 진실을 끌어내어 국민에게 알려 줄 수 있는 공청회이다.

 정치가들에겐 나쁜 놈 때려잡기로 내몰려 곤혹스러울 수도 있으나 경우에 따라선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될 수 있다.

 미국은 청문회 없이는 법안이 입법되는 사례가 없다고 할만큼 모든 국민들의 알 권리로 되어있다. 그래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증인 등을 출석시켜 증언을 청취하는 것은 기본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다면 세계역사가 달라졌을지 모른다"는 말은 역사가 우연에 의하여 좌우될 수 있다는 어불성설을 청문회와 같은 공청회를 통해 바로잡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 "비상조치법"에 핵심 인물인 온타리오 포드 수상과 실비아 존스(당시 법무장관) 부수상이 증인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1월말부터 2월까지 한 달여간 이어졌던 Freedom Convoy 시위는 표면적으로는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반대 데모로 여겨질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석유산업을 포함한 친환경정책에 반대하는 계층들의 경제적 불안 요소가 주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들 중 많은 멤버들이 백인 우월주의 극우성향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의 주요 공격목표는 트뤼도 연방 정부였다.

 온타리오 주민들은 연방선거에서는 자유당인 트뤼도 정부를 지지하여 알버타주 등을 포함한 서부지역의 보수 성향 우파 파워를 꺾고 재집권하는데 한 몫을 하였다.

 하지만 주정부 선거에서는 우파 성향인 진보보수당(PC) 포드 정부를 지지하였다. 포드 수상이 비상조치법이 발생할 때 자신은 트뤼도 연방수상과 함께 총대를 매고(Shoulder to shoulder) 도와주었다고 말하였지만 막상 증언대에 서는 입장에는 거북한 심정을 느끼게 된다.

 캐나다 서부에서 시작된 소위 "프리덤 콘보이"라 일컬어지는 트럭 운전자들의 시위대는 온타리오주에 들어서면서 양적으로 더 강한 집단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들이 1월말 오타와 시내에 진입하였을 때는 오타와 경찰병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 당시 오타와 경찰국장 스로리(Sloly)와 전 오타와 시장 왓슨(Watson)의 증언에 의하면 데모대를 해산시키려면 1500명 규모의 온타리오경찰(OPP)이 필요하였으나 고작 60여명 정도의 경찰병력만이 충원되었다 한다.

 포드 온주수상의 정치 트레이드 마크는 선두에서의 진두지휘이다. 그는 항상 자랑스러이 말하여 왔다. "약속한 공약은 반드시 지킨다"(Promise made, Promise kept)는 그의 말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의 투사적인 전형적 모습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별안간 온주의 2번째 큰 도시인 오타와는 온주와 분리되어 프리덤 콘보이의 시위는 주의 관할문제가 아니라 연방정부의 문제라 한다. 설상가상으로 트럭시위대의 데모는 치안문제로 경찰의 담당이지 정치권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도 한다(Policing Matter, Not Political Matter).

 물론 경찰이 치안을 잘 해결해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선에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한 경우 그 해결책은 정치권의 몫이다. 그래서 연방정부는 비상권을 선포하게 되었고 현재 2주 가량 청문회가 진행되어 그 진위를 가리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던 주수상과 당시의 법무장관을 청문회에 출석시켜 자초지종을 듣게 되는데 그것을 거절한 것이다.

 정치권에는 그들을 따르며 지원하는 세력들이 있다. 언론계에도 마찬가지이다. 토론토스타는 좌파계열인 자유당을 지원하는 진보계열의 신문이다. 그런데 현 여당인 포드수상에 우호적이던 우파계열의 토론토 선(Toronto Sun)과 내셔널 포스트(National Post)조차도 포드수상의 청문회 불참에 쓴소리를 하며 응답하라고 조언한다. 포드로서는 사면초가이다. 그에 대한 믿음과 신뢰도는 최악의 상태로 떨어지고 있다. 국민은 알 권리가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포드 수상의 입지의 폭은 좁아지고 있다.

 최상의 선택은 청문회에 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당하다면 그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모든 책임은 수상인 내가 진다(Buck stops here). 수상인 나는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The Premiere can’t pass the buck to anybody)

 

참고: buck은 수사슴을 뜻하나 돈의 단위인 1불을 표현하는 속어(Slang)이다. (2022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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