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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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아베버리의 이발사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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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부 윌셔주의 스톤헨지에서 하짓날 떠오르는 장엄한 태양의 빛을 받은 사람에게, 같은 윌셔주 안에 스톤헨지보다 더 큰 아베버리 유적지가 있다고 말해주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으리라. 스톤헨지에서 북쪽으로 20마일 떨어진 곳에 아베버리 혹은 에이버리라는 28에이커가 넘는 벌판에도 기원전 2500년부터 2600년 사이에 세운 둥근 사센 바위의 대열이 있었다. 이 신성한 분지는 넷으로 나뉘어 원형으로 둘러싸여있고, 웅덩이 진 토담 언덕 위엔 사방으로 출입구가 나있다. 

 

 

그 넓은 들판에 스톤헨지의 선돌들보다 더 많고 우람하게 서있는 선사시대의 큰 돌들에 넋을 잃고 서 있는데 어디선가 북치는 소리와 노랫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우리 키의 두 배나 되는 큰 바위 아래 젊은이들이 편하게 둘러앉아 북을 치며 노래하는 것. 

한 젊은이가 캐나다 인디언들의 파우와우 축제에 천둥새 모자를 쓴 인디언 추장처럼 큰북을 두드리면 다른 젊은이들이 작은 북을 울려 그들의 혼을 사르듯 노래하고 있다. 바위도 함께 북을 치고 싶다는 듯 슬그머니 내려다보고 있고.

 

 그 자리를 떠나 우리는 고딕으로 세운 교회와 대처로 이엉을 얹은 정다운 초가집이 보이는 윈드밀 언덕을 향해 가다가 이곳에 오면 꼭 찾으려고 한 이발사 바위(혹은 돌팔이 의사바위)앞에 이르렀다.

 한 젊은 부부가 그 바위를 신기하게 어루만지며 얘기하고 서 있다. 그들에게 다가서며 사진을 찍어주랴 묻고, 이 바위 이름이 뭔지 아느냐니까 모른단다. 돌팔이의사 바위 혹은 이발사 바위라고 했더니 놀라서 다시 한 번 바위를 올려다본다. 그네들도 그 바위를 찾고 있었다면서 동지를 만난 듯 반가워했다.

 

 

고고학자 알렉산더 케일러는 1250년경에 어느 돌팔이 의사가 에이버리의 일꾼과 함께 어떤 이교도의 묘지를 파다가 옆에 서 있던 바위가 쓰러져 그 구덩이에 묻혀버렸다는 전설을 믿고 있었다. 

그는 1938년에 그곳을 파헤치고 쓰러진 바위를 일으켜 세웠더니, 아뿔싸, 그 바위에 그 이발사의 두개골이 찍혀 있더라는 것. 그 옆엔 가죽지갑과 가위, 프랑스 동전과 14세기 에드워드 1세 때의 2페니짜리 동전이 나왔다. 그 남자는 에이버리 마을의 양복쟁이거나 돌팔이 의사노릇도 하는 이발사로 밝혀져, 그 바위는 이발사 바위로 불린 것이란다.

 ‘돌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어느 심리학자가 말한 대로 아이오나 섬 바닷가에서 주운 울록불록한 조약돌로부터 큰 바위에 이르기까지 신비스런 모습으로 태곳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야곱이 빈들에서 베고 잔 ‘야곱의 베개’는 이스라엘 신앙의 지표로, ‘스쿤의 돌’은 스코틀랜드 왕권의 상징으로 큰 역할을 했다. 

1934년에 독일의 유명한 조각가인 막스 에른스트가 스위스의 말로야쿰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와 바위조각 작품을 만들면서 친구에게 보낸 편지는, “오랜 세월 서리와 비바람에 닦인 이 돌들은 그것만으로도 희한하게 아름다워, 기초작업은 자연의 힘에 맡기고 우리는 자신의 신비의 기호나 긁적이는 데 그쳐야 하지 않겠습니까?”하고, 돌이 지닌 생태적 예술성을 보여주었다.

 

 

그 신비스런 자연의 원초적인 예술작품들이 이곳 에이버리의 웨스트 케넷 아비뉴에 이삼 킬로미터 길이로 둥글게 줄지어 서있다. 원형을 이룬 윈드밀 힐 언덕위에 오르면 두 개의 원형으로 서 있는 열석을 둘러 싼 또 하나의 큰 원이 보인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뱀의 사원이라고도 부르는 신성한 장소이다. 

 

 선사시대의 고인돌들은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는데 그 중에도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있다고 한다. 지상에 4면을 판돌로 막아 탁자식 묘실을 만든 뒤 그 위에 덮개돌을 올린 형식은, 한반도 중부 이북에 많아서 북방식 고인돌이라 부르고, 바둑판식으로 맨실에 묘실을 만들어 그 위에 덮개돌을 괴는 형식은 주로 중부 이남에 많이 분포하여 남방식 고인돌이라 부른다. 고인돌보다 더 오래된 조개무덤들은 태안이나 제주 해안가에서 발견되고 있다.

 스톤헨지나 우리나라 고인돌에서 공통점은 해와 달, 산이나 강가에서 원초적인 치유의 기원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정령설, 애니미즘이다. 그리고 큰 나무나 동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고 장승을 세우는 토테미즘이나 암벽화를 남기는 페트로 아트 개념도 같다.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해준 스톤 헨지(환상열석 環狀列石)과 산자의 육신을 치유해준 우드 헨지(나무 환상열석)를 이어주는 에이본강은, 예수 그리스도가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이적처럼 우리 마음 속 치유를 위한 변환마저 요구하며 그곳에 자리잡고 있다. 

 

 

아베버리 마을 어귀에 자리잡은 왁자지껄한 ‘The Red Won’ 식당에선 아무런 기적이 일어날 것 같지 않아 물만 마시고, 바로 옆에 붙은 어두운 ‘Barn Gallery’에서 아베버리의 역사를 조용히 음미하고 나왔다. 

 우리 부부가 이곳을 다녀가고 바로 다음 달인 2010년 7월에 신석기시대의 환상열석이 또 발굴되었다. 고고학자 팀은 그곳을 뉴헨지 라고 부른다. 영국 윌셔주에 있는 스톤헨지 세계문화유산 지역에서 겨우 9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지하를 관통하는 전파탐지기와 금속탐지기로 찾아낸 것. 

도랑이 두 군데 입구에 나타나는데, 하나는 북동쪽에 또 하나는 남서쪽에 스톤헨지와 똑같은 선돌의 병렬로 서 있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숨어있는 스톤헨지 모양 찾기’라는 이 기획팀은 영국문화유산, 내셔널 트러스트, 브랫포드대학, 버밍햄대학의 고고학 연구팀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 발굴작업은 2013년이 되면 스톤헨지 반경 안에서 2D•3D지도를 만들어 맨 처음 세웠을 때의 비밀도 파헤칠 예정이란다. 3천 년 전의 땅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엄청난 기계로 사람의 마음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좋겠다. 

 

 

솔즈버리 평야는 3차원의 신비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스톤헨지의 3차원의 신비는 하지와 동짓날 이른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이 석기시대의 선돌들 사이를 비추면서 힐스톤을 넘어 고인돌의 역삼각형 사이를 뚫고 내 손바닥에 닿을 때 느끼게 된다. 

영검스런 돌들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해님에게 그리스도인들은 창조의 감사로, 드루이드 교도들은 그들의 영혼을 태양 빛에 사름으로서 화해와 치유를 기원한다.

 아베버리에 있는 선돌들은 선사시대 종교의식의 신성한 자리임을 보여주는 뱀의 사원 터를 중심으로 세 개의 원형으로 둘러싼 3차원의 세계에 몰입해 있었고.

 그곳에서 우리 숙소인 아메스버리로 돌아오는 길 우측엔 나무 말뚝만 두 줄로 둥글게 박혀 있는 우드헨지가 보인다. 버스로 그 옆을 지나가는데, 어디선가 한 소녀가 나비처럼 뛰어든다. 마치 우드헨지의 3차원의 세계 속에 뛰어드는 신비스런 원형을 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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