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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남의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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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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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3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 (11)

 

 

22. 흑백 분명

 

 

 

숯 장수가 그의 친구 마전장이를 보고 같이 살기를 청하자, 마전장이가 대답하기를, “노형의 정의는 고마우나 내 생업은 검은 것을 희게 하고 노형의 생업은 흰 것을 검게 하니, 우리는 따로 살아야 의가 상하지 않을 것 같소.” 하더라.

*마전장이: 피륙을 삶거나 빨아서 표백하는 사람.

 

 

 

 엮은이의 글 

친구와의 우정, 혹은 국가간의 교류는 영원히 지속되어야 하므로, 처음에 판단을 잘 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낸 검은 까마귀는 흰 빛을 새오나니, 창파에 조히 씻은 몸 더러힐까 하노라.”고, 검은 간신의 무리를 경계하라고 남긴 포은 정몽주의 시조가 떠 오른다. 

 

윤치호 일기 

“노르웨이의 국가 변천사는 독립적인 삶을 향한 민족본능의 불굴의 끈기를 의지를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이다. 노르웨이는 칼마르(Kalmar) 조약의 결과로 1394년 덴마크에 병합되었고, 1814년까지 덴마크의 치하에 놓여 있었다. 그 뒤 노르웨이는 스웨덴에 양도되었다. 노르웨이는 스웨덴이 매우 관대하게 대우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1905년에 독립국가를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인은 조선병합에 대해 말할 때 일본인과 조선인이 같은 민족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일본인과 조선인의 관계는 노르웨이인•스웨덴인•덴마크인 관계처럼 같지 않다. 조선인이 일본인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스칸디나비아 3국의 언어는 동일한 언어의 사투리일 뿐이다. 

조선은 일본과 가까운 이웃이라고 하지만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지도를 보면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가 얼마나 밀접하게 붙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 3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관습•예절•의복에 비해 조선과 일본의 관습•예절•의복은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다. 

노르웨이가 덴마크나 스웨덴에 병합되어 살 수 없었고, 또 그럴 의사도 없었다면, 즉 400년이 넘는 오랜 기간에 노르웨이인이 덴마크인화되지 않았다면, 조선인이 일본인화될 거라고 기대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1920년7월28일.

 

나는 대략 이런 요지로 말했다. “9년 전 일본과 조선의 YMCA운동 간에 동맹협정이 체결되었을 때, 난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참석했더라도 이 협정을 지지했을 것입니다. 이 협정을 통해서 양국의 운동이 모두 이익을 볼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협정은 체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면서 이 협정이 일본의 청년과 조선의 청년들 사이의 장애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협정 조문에 협정의 정신을 희생시킬 것인가, 아니면 협정 정신에 협정 조문을 희생시킬 것인가? 저는 협정을 고수함으로써 양국 운동 간의 우정을 잃는 것보다는 형제관계를 도모하기 위해 협정을 취소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고 믿습니다.” 일본 위원회가 간단한 논의를 거친 뒤 협정을 취소하는 데 품위 있게 동의해서 우리는 놀랐지만 기분은 좋았다.-1922년5월16일.       

 

 

23. 여우와 두루미

 

  

하루는 여우가 두루미를 초대하여 저녁을 먹는데, 납작한 접시에 멀건 국물을 담아 놓은 지라. 두루미는 한 목음도 삼키지 못하는데 여우는 다 핥아먹더라. 며칠 후에 두루미가 여우를 청하여 점심대접 하는데, 목이 긴 병 속에 고기를 썰어 넣은 지라. 두루미는 그 주둥이로 잘 꺼내어 먹는데 여우는 한 점도 못 먹고 가면서, 두루미가 손님 대접 잘 못함을 책망하더라.

    

 

 

 엮은이의 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마태복음 7:12의 말씀처럼, 이웃이나 친구에게 대접을 받고 싶다면, 나부터 먼저 정중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비유이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지혜도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윤치호 일기 

“전쟁을 없애기 위해서는 단지 전쟁을 비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다른 무언가를 반드시 창안하고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전쟁에 호소하지 않고 강한 나라와 민족이 그보다 약한 나라를 공평하고 정당하게 대하도록 강제하거나, 아니면 설득하는 것이리라.

기독교의 황금률은 그렇게 할 수 있다. 만약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들이 국제관계 문제를 다룰 때 그 원리를 적용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정말 “만약” 그런다면!”- 1921년12월25일 

 

 “강한 나라와 민족이 약한 나라를 공평하고 정당하게 대하도록 강제하거나 아니면 설득하여야 한다. 황금률을 지켜야 한다.-1921년12월25일 

 

버크만 박사가 도덕 재무장운동을 시작했다. 강대국이 먼저 정의와 공정한 재분배를 실천하지 않으면 세계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1940년 3월14일 

 

“옳고 그름은 정반대이기 때문에 타협할 수 없다. 그러나 옮음과 그름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분별하는 것은 가장 쉽고,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1892년5월1일.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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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10)

 

19. 수리의 지각(知覺)

 

 

 

젊은 수리가 병이 들어 죽게 된지라. 그의 어미더러 청하기를, “어머니 이제는 할 수 없으니 명산대천(名山大川)과 절간에 가서 기도나 좀 하시면 내 병이 낫지 않을런지요.”

어미 수리가 대답하되, “어느 명산대천과 절간이라고 네나 내나 도적질 아니한 데가 있으면 모르되, 그렇지 않으면 우리 기도를 누가 들어주겠니?”하더라.

임금을 속이고 백성을 학대하여 나라를 망하게 해놓고, 불공과 산천기도로 나라 잘 되기를 비는 사람들은 이 수리 지각(知覺)만도 못하도다.

 

          

 

엮은이의 글 

 

전쟁에 대한 대비가 평화를 보장하는 최선의 보증인 것처럼, 도덕적인 양심의 무장만이 죽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 죽음을 앞두고 인생을 돌아보는 회개의 삶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윤치호 일기

“일본군이 만주에서 러시아군과 싸워서 승리하는 동안 조선의 황제는 관직을 팔아 넘기고, 장난감 같은 대궐을 짓고, 일본을 저주하며 러시아가 승리하도록 산신령과 강신령들에게 고사 지내는 데에 국고를 낭비하느라 바쁘다.” -1905년3월21일  

“파렴치한 황실의 횡포와 교활한 일본의 배신 사이에서 조선백성은 갈기갈기 찢겨 나간다.“- 1904년12월25일 

“명성왕후는 자신의 왕조를 지키기 위해서 북관왕묘를 짓는 데 수십만 원(대부분 부정하게 축재한)을 썼을 것이다. 북관왕은 황후의 왕조을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 명성황후 자신을 지키지도 못했다. 

만약 그 똑똑하고 이기적이었던 명성황후가 남의 나라 귀신을 헌신적으로 섬기던 것의 반이라도 자신의 백성들을 위했더라면, 황후의 왕조는 지금까지 무사히 남아 있을 것이다.”- 1920.2.11 

 

“도둑떼들에게는 지금이 좋은 세월이다. 황제, 대신, 관찰사, 수령, 조선인과 일본인을 막론하고 누구나 자신보다 약한 이웃의 재산을 가로채려고 아귀다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1905년7월4일

 

 

20. 사자의 청혼

 

산 속에 사는 사람이 일색 딸을 두었는데, 사자가 와서 청혼하거늘 감히 막지 못하고 대답하되 “대왕님 같은 사위를 두었으면 오죽이나 좋겠소만 내 딸이 어리고 약하여 겁이 많으니, 대왕의 이와 발톱을 다 빼면 혼인하겠소.” 하니, 사자가 그 색시를 탐내여 이와 발톱을 다 빼고 왔거늘, 신부 아비가 몽둥이로 때려 잡더라. 

 

 

 

 

엮은이의 글 

사랑에 눈이 멀면 인간이나 짐승이나 다를 바가 없다. 분수 없고 판단력이 실종된 민족에게 보내는 경종이다.

 

 윤치호 일기 

“우리 일본인 친구들은, 조선인이 일본인화 해야 한다고, 그것도 조선인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지난 500년 동안 영국이 아일랜드인을 앵글로 색슨인화 하는 데 성공했는가? 지난 300년 동안 보헤미아 전역을 점령했던 오스트리아가 체코슬로바키아 인을 오스트리아인화 하는 데 성공했는가? 폴란드인은 러시아와 프로이센이라는 짐승 같은 열강에게 100년 이상 병합되어 있었지만, 그 뒤 러시아와 프로이센에게 가장 힘겨운 적이 되지 않았는가? 

 

조선인은 정의. 친절한 배려. 신뢰. 공정한 대우를 받을 때, 일본을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리라. 바로 그것이 최선의 동화 방책일 터이므로.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에게 동화되는 것이 가능하다면 말이다. 

그러나 불의, 억압, 야비함은 조선을 일본의 아일랜드로 만들 것이다.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1920년 7월 19일.  

 

“영국이 아일랜드에서 악정을 펴는 동안 아일랜드사람을 이해하게 되었다(反英感情). 일본은 영국이 아일랜드에서 얻은 교훈을 거울 삼아, 조선인이 아일랜드 사람처럼 되지 않도록 현명해 졌으면 좋겠다.”-1920년2월26일.

 

21. 나무꾼과 부처님

 

 

나무꾼들이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하다가 한 아이가 도끼를 잃고 찾지 못하매, 그 근처 절에 가서 부처님께 빌고 찾아달라자 하여 여러 아이들이 그 절을 향하여 가다가 중도에 그 절의 중 몇이 내려오거늘, 나무꾼이 어디 가느냐 물으니, 중의 대답이, “어제 밤에 절에 도적이 들어 불기(佛器; 부처에게 공양할 때 쓰는 그릇)를 잃어버렸기에, 원님께 가서 찾아달라고 사정하러 간다.” 하는지라. 

도끼를 잃은 나무꾼이 말하기를, “절에서 잃어버린 그릇도 찾지 못하는 부처가 남의 도끼인들 찾아줄 수 있겠나?” 하고, 헤어져 가버리더라.

 

  

엮은이의 글 

나무꾼이 자신의 도끼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자신의 주권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다시 찾으려는 방법 또한 안일하다.

개인이나 국가나 주권을 잃고 남의 탓이나 한다고 해서 강탈당한 것을 내 손에 쥐어줄 사람은 아무 데도 없다. 세상에 믿을 것은 자주적인 능력과 믿음 외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윤치호 일기

“일전에 예종석씨가 나에게 아세아협회를 결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일본 군부와 줄이 닿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이 협회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아시아인들을 위한 아시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 조선인들이 이 조직을 결성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우리를 비웃을 것이다. ‘자기 나라도 스스로 경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슨 자격으로 아시아인들에 의한 아시아를 경영하자고 주장하는가.’하고.” -윤치호 일기1933년7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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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9)

 
16. 일부 이처(一夫兩妻)
 

 

한 사람이 아내 둘을 두었는데, 하나는 젊고 또 하나는 늙은지라. 사내 머리의 백발은 젊은 아내가 다 뽑아버리고, 검은 머리털은 늙은 아내가 뽑아버리매, 얼마 안 가서 대머리가 되었더라.
 

 

 

 엮은이의 글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일은 아무도 즐거움을 얻지 못한다는 교훈이다. 1722년, 영국 스코틀랜드의 시인 앨런 램지는 라 퐁텐의 이 우화를 "일부 이처"로 표현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이 우화가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자, 두 부인의 머리장난을 상대 정당의 지지자로 만들고, “진실은 극단적인 견해대립의 희생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윤치호 일기
“캔들러 박사가 ‘두 주인을 섬기기란 불가능하다’는 주제로 훌륭한 설교를 하였다. 길고 지루한 이 모임에 오늘밤 처음으로 예배 내내 졸지 않았다.”-  1893년 5월2일. 에모리대학
 

17. 은혜와 압제
       


 하루는 북풍과 태양이 누가 세력이 많은가 서로 다툴 쯤에, 한 행인이 솜두루마기를 입고 지나가거늘, 바람과 햇볕은 그 두루마기 벗기기 내기를 하자고 했다.
북풍이 있는 힘을 다해 불매, 행인의 두루마기가 불려날아갈듯 하더니 그 사람이 옷고름을 단단히 잡아매고 두 손으로 옷자락을 붙들매, 바람이 더 불수록 벗길 수가 없는지라.
태양이 바람을 재우고 구름을 물리치며 더운 볕을 내려 쬐이매, 행인이 더워서 두루마기를 벗어버리니, 북풍이 태양의 권력을 탄복하더라.
인심을 얻으려면 압제의 찬 바람보다 은혜로운 따뜻한 기운이 더 낫다.

 

  
             

 

엮은이의 글 
은혜와 압제는 빛과 그림자의 관계와 같다. 빛이 있기에 그림자가 있듯이, 은혜를 베푸는 이가 있으면 배신을 일삼는 악의 세력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권력은 결코 위협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햇빛과 같은 예수님의 평범한 진리가 종파 간의 갈등과 박해로 인해 인간을 손상해선 안되며, 승리의 빛으로 적의 그림자를 물리칠 수 있다는 신념을 주는 우화이다. 

 

윤치호 일기
“일본이 무력으로 억압하려 하지만, 역사는 통치자 위에 주님이 계신 것을 믿는다.”- 1919년3월9일.
 
 “베를린 광장에서 외국서적들을 불태웠다. 아인슈타인은 독일시민권을 박탈 당했다. 진시황은 2300년 전에 유교서적을 불태워 만년을 누릴 줄 알았으나 곧 멸망했다.
일본이 조선의 서적들을 찢어 발기는데, 일본인을 좋아할 수가 있겠는가.”-  1933년 5월 16일.

 

잔악무도한 히틀러가 패전한 프랑스에게 강요한 평화 조건은 1919년에 클레망소와 로이드 조지 수상이 독일에게 부과했던 평화 조건처럼 보복적이고 샤일록 같이 가혹한 것이다. 히틀러의 비정함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나는 로이드 조지가 지금까지 살아서 무자비했던 베르사유조약이 한 짓을 똑똑히 보게 되어 만족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클레망소도 살아서 용서하기 위해서는 먼저 용서받아야 하고, 진정한 평화란 오직 보복이 끝나야 시작된다는 영원한 진리를 배울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1940년6월25일
“日鮮融和政策일본과조선 융화정책의 바탕은 기만이다.”-1921년5월30일   

 

 

18. 토끼와 개구리
  
 

 

하루는 토끼들이 종친회를 열고 의논하기를, “세상에 우리같이 약해서야 살 수가 있나, 음식 한 끼를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있나, 잠 한 숨 편히 자 볼까. 개 짖는 소리만 나도 놀라고, 그림자만 보아도 숨어야 하니, 이 신세를 어찌하랴. 아예 모두 물에 빠져 죽자.” 결의하고 여러 토끼들이 연못가로 나갔더니, 개구리들이 달밤에 물가에서 합창을 하다가 토끼 오는 소리를 듣고 놀라 물 속으로 다 들어가버리더라. 토끼 종친회 우두머리 문장이 여러 토끼에게 발론하되, 
“여러분 내 말 들어보시오. 우리가 약하여 살 수 없는 줄 알았더니 우리를 보고 무서워 숨는 짐승이 있군요. 그 짐승도 사는데 우리가 죽을 일이 무엇이겠소?”하고, 다 각각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더라.
 
   


 엮은이의 글
전래동화 “별주부 전”에 나오는 토끼는 약자이면서 지혜로운 동물이어서 강자도 토끼의 꾀에 넘어간다. ‘범 없는 골에 토끼가 스승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토끼의 위기 대처는 배울 만하지만 교활해지면 스스로 자기무덤을 파는 수가 있다. 세상엔 나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음을 알고 늘 베푸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따라서, 하늘의 뜻과 규례에 어긋남이 없고 자신의 소유물을 잘 관리하는 것이 약자의 지혜이다.

 

 윤치호 일기
 “일본인들은 부지런히 개발하는데 조선인은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 사이에 머물러 있다가 점점 뒷전으로 밀려 나고 있다.”- 1920년12월11일
 “타골이 인도를 진압하는 영국의 만행을 규탄했다. 인도는 종교문제로 분열된 나라다. 영국을 탓하기전에 단결하는 법을 먼저배워야 한다.”-  1919년7월30 일
“무솔리니의 파시스트가 히틀러편을 들어 이탈리아를 압박하고 있다.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 나는 한때 무솔리니가 볼세비즘을 몰아냈기 때문에 지지했었다.그의 영도력으로 동북아프리카 식민지를 포함해서 번영을 누리며 강대국이 될수 있었는데 보잘것 없는 몬테네그로, 알바니아와 에티오피아를 처들어가서 화를 자초했다.”-1943년9월10 일
“악덕은 미덕으로 오해될 때 가장 위험하다.” -1919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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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8)

 

14. 사자와 사람

 

 

하루는 사람과 사자가 만나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람은 사람의 지혜와 용맹을 자랑하고, 사자는 사자의 용맹과 지혜를 칭찬하며 서로 다투다가, 사람이 말하기를 “사자야, 저 비석을 보아라. 사람이 사자를 때려 눕힌 그림이 아니냐?”

사자가 깔깔 웃으며 대답하기를 “그게 무슨 어림 없는 소리냐. 그 비석을 사자가 세웠다면 사자가 사람 잡아먹던 그림을 새겼으리라.” 하더라.

 

  

 

엮은이의 글 

진실과 도덕은 이야기꾼의 눈에 따라 달라지는 법. 누가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아전인수격이 되어 관점마저 달라진다.

 

윤치호 일기 

“특별감사를 받고 봉고파직당했다. 그 이유는; ??백성들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은 백성들을 가혹하게 다루는 것보다 더 나쁘다(愛民太過甚於虐民太過).??는 것이다. 그런 다음, 감찰관은 백성들에게 편하고 쉬운 것을 추구하지 말 것이며 새롭고 낯선 것을 좋아하지 말라고 권고하였다.(勿趨便易勿 嗜異).이 소식을 접했을 때는 놀랐지만, 그 뒤에는 안도하였다. 나는 부끄러워할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자신의 백성을 지나치게 사랑한다는 이유로 봉고파직되는 수령이 또 있겠는가?”- 1900년12월14일 원산에서.

 

“강대국이 약소국을 집어삼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두 눈 뜨고 더러운 뇌물 때문에 나라를 통째로 넘기는 것은 썩어빠진 나라에서도 너무 지나친 일이다.”- 1904년6월8일.

 

“백인종들은 애국심을 찬양하면서 다른 나라를 억압하고 있다. 남의 땅에 들어가 자기네 땅처럼 누리고 있다.”-1919년4월14일 원산에서. 

*사지=사자

 

 

15. 사자와 생쥐

 

 

 

하루는 사자가 사냥을 하다가 피곤하여 나무 밑에서 자고 있었다. 그 사이에 생쥐 몇 마리가 사자 등에 올라가 놀았더니, 사자가 깨어나 앞발로 생쥐 한 마리를 잡아 눌러 죽이려다가 생쥐가 애걸함을 긍휼히 여겨 놓아 보냈더라. 

며칠 후에 그 사자가 사냥 그물에 걸려 죽게 된지라. 그때 전날에 살려 보내준 생쥐가 와서 그물을 쏠아 끊어버리고 사자를 살려주더라.

강한 자도 약한 자의 덕을 볼 때가 있으므로, 강함을 믿고 약함을 능멸하지 말라. 

 

 

                  

 

 엮은이의 글 

 

‘강한 자도 약한 자의 덕을 볼 때가 있으므로, 강함을 믿고 약함을 능멸하지 말라’는 저자의 교훈에, 추상화가 폴 클레의 말을 덧붙이고 싶다.  

형태와 색채의 평온과 조화를 발견하려고 애쓴 폴은, “무엇보다도 악을 부정하지 말아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으며, 심지어 악조차도 승자로서의 또는 패자로서의 적이 아니라 전체 속에서 서로 협력하는 힘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람은 누구나 이웃과 친구가 필요하며, 그 이웃에게 친절을 베푸는 일은 헛된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윤치호 일기 

“미국과 유럽에서의 국제도덕이란 정글 법칙일 뿐이다. 정글의 법칙이 최상으로 지배한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의 마음속에 혼동이 일어난다. 

주님을 두려워하는 것이야말로 지혜의 시작 즉, 사람들 가운데 정의, 신뢰, 친절, 아량이 있어야 하며, 주님의 평화와 질서가 있어야 한다.”- 1933년6월12일

“서양 강대국들은 약소국을 부당하게 침략하여 세력을 굳혀왔다. 

일본이 호전성을 바탕으로 개명했다고 해서, 서양국들이 일본을 호전광이라거나 야만적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위선이다.” -1931년1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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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7)

 
12. 보호국(保護國)
 


  

 


새 매가 며칠을 두고 비둘기장 근처를 돌아다녀도 비둘기가 한 마리도 나오지 않더라. 새 매는 웃는 얼굴로 비둘기 장 앞에 와서 비둘기를 보고 꾀이면서 하는 말이, “나도 날개와 털이 있고 그대들도 날개와 털이 있으니, 우리 조상은 필경 한 조상이오, 같은 종류이며 한 마디로 말해 동포형제라. 요즘 보아하니 삵이 이 근처로 돌아다니는 게 그 놈의 흉계가 발칙해 보이는지라. 
그대들은 천성이 양순하여 잘못하면 남의 압제를 당하기 쉬우니 나하고 보호약조를 정하자. 내가 그대들을 보호하여 그대의 종가도 존엄하게 지켜주고 그대네 집도 보전하여 여러 금수 세계에 그대의 독립과 부강을 태산같이 굳게 해줄 터이니 어떠하뇨?” 하고, 좋은 쌀겨를 선사하거늘, 비둘기들이 기뻐하며 새 매를 장 속에 맞아들여 보호대감을 삼았더니, 그 이튿날부터 새 매가 비둘기의 독립과 안녕을 유지한다고 하면서 비둘기 한 마리씩 잡아먹고 다 먹은 후에는 그 비둘기 장까지 차지하더라. 
제가 제 자신 보호를 못하면서 남의 보호를 어찌 믿으리오.

 


  

 

 엮은이의 글 
정치의 도덕성은 힘의 균형과 민주적인 제도를 따르지 않는 한, 다른 누구도 도와줄 수 없음을 일깨워 준다. 나 자신 혹은 국가가 먼저 화평해야, 세상과도 화평하게 되리라는 경고이다.

<윤치호일기>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일본의 기노시다 다까오(木下隆男) 박사가 일본 외교문서에서 검색한 바로는, 
“윤치호의 <우순소리> 내용이 (1)일본통감부를 풍자한 것 (2)고종황제를 풍자한 것 (3)무능하고 부패한 조정대신을 풍자한 것 (4)무지몽매한 불의에 항거하지 못하는 조선인민을 풍자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제12화 <보호국 保護國> 내용은 일본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통감부가 발매 금지처분을 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1909년5월4일자 통감부 문서10] pp 362”고, 그의 저서 <尹致昊評傳 윤치호평전>에 기록했다.


윤치호일기 
“나는 왜 일본인을 싫어하는가? 조선인의 유일한 친구라고 공언하면서도 모든 이해 문제에 이곳의 일본 공사와 영사는 늘 일본의 이기적 목적을 위해 조선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일본 외교관)은 이전에 유럽인이 일본에서 했던 모든 야비한 행동을 조선에서 하고 있다. 일본인이 더 야비하고 쩨쩨할 뿐이다.” -1895년9월7일. 


13. 남의 머리
 


대머리 사냥꾼 한 사람이 가발로 상투 틀고 다니다가 바람이 불자, 갓이 벗겨지고 가짜 상투가 날라갔다. 동무 사냥꾼들이 조롱하자 사냥꾼이 웃으며 말했다.
“조롱할 게 무언가. 내 머리가 내 대가리에 붙어있지 아니할 제 남의 머리라고 붙어있겠나?
제 나라 정부가 제 나라 백성을 학대할 때, 남의 나라가 남의 백성을 후대할까?!

 

 

 

엮은이의 글   
자기 재산을 돌볼 수 없는 사람은 남의 재산 관리도 맡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제 구실을 못하면, 약육강식의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음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난국과 과학기술: 중소기업의 경우…이러한 문제는 정부의 산업 주무부서에 공통된 특이한 인적 구성과 관련이 있다. 고위직에서 이공계 출신이 거의 배제된 지금의 관료구조는 유교경전의 암기력 위주로 인재를 뽑던 조선조 전통의 연장으로서 국제경쟁의 현실을 헤쳐 나아갈 대표경영직에 기술자를 내세우는 국내기업들의 최근 추세와 매우 대조적이다.” (윤창구 단편집 <뱀의 발>p. 265)

윤치호 일기
“비테 재무대신이 말하기를“ 국왕 경호 문제는, 조선 왕이 자신을 지킬 만큼 충분한 의지가 없으면, 다른 나라가 어떻게 그분을 외국의 적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습니까? (옳소, 옳소!) 내가 그분의 입장이라면 대원군부터 시작해서 적들을 모두 척결할 것입니다.”-1896년6월7일.

“일본인은 한편으로는 폭정을 부추기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기 있는 선동가를 부추기면서 양쪽의 피를 빨기 위해 양쪽을 서로의 발톱이 닿지 않는 곳에 두고 있다. 파렴치한 왕실의 폭정과 파렴치한 일본의 배신 사이에서 조선인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1904년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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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6)

 

10. 꾀꼬리

  

꾀꼬리가 어느 날 수리에게 잡히자 애걸하며 말했다.

“여보, 댁 같이 크신 양반이 나같이 작은 새를 먹어봣자 한 입거리도 안 될뿐더러 내 생애가 소리뿐이니 좀 들어보시오.”

수리가 대답하기를,

“소리마저 먹으면야 더 맛이 있겠지. 내 손 안에 들어온 작은 새가 내 손 밖에 있는 저 큰 새보다 낫느니라” 하더라.

압제 정치 밑에서는 말을 잘해도 소용이 없다. 

  

  

엮은이의 글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지 말라. 내 손에 들어온 작은 새가, 잡히지 않고 공중에 나는 큰 새보다 더 값지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값진 것이며, 가장 작은 것이 더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교훈이다. 

칼빈의 말처럼,‘자신에게서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어서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기 위해 성소로 달려가는 사람’의 내적 행복감을 말해준다. 

 

  윤치호 일기 

 

 “노래하는 새가 되어 천국노래로 외로운 사람을 위로 해 주고 싶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고 합니다. 심령이 가난하다는 뜻은 모르지만 그리스도가 좋다고 하셨으니 나도 그렇게 되기를 원합니다.

사치스런 생활을 거부할 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생활에 필요한 것 조차도 나누고자 합니다.

천당에 가려는 것은 내가 언제라도 푹신한 안장에 올라 앉아서 집으로 가려는 것과 같이 느낍니다. 

내가 믿음이 있으면 얼간이 같은 새도 노래를 불렀습니다. 가장 천한 텍사스 산 조랑말도 그 보다 더 나은 동물이 된 듯합니다.”- 1892년10월26일 에모리대학, 내스의 설교를 듣고.)

 

“농지를 사들여서 그 땅이 되살 수 없는 자들의 손에 넘어가는 걸 막는 사람은, 그 땅을 팔아서 독립운동 자금을 대주는 사람보다 더 현명한 애국자다.”-1920년6월5일

 

 

11. 배와 수족(手足)

  

 

하루는 손과 발과 입과 다리가 모여 회의를 했다.

“우리는 음식을 받아들이기에 밤낮으로 분주한데 배는 아무 일도 안 하고 먹고만 있으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는가. 오늘부터 우리가 손은 밥 한 술도 입에 넣지 말고, 입은 음식 한 고물도 씹지 말고, 발과 다리는 아무 데도 가지 말자.”고, 약속을 했다. 

배는 이에 대해 아무 말도 않고 저들이 하는 대로 지켜보았더니, 며칠 안 되어 배가 고파지자 손과 발은 기운이 빠지고, 입은 말할 힘조차 없고, 다리는 꼼짝할 수 없게 되었다. 

배가 그제서야 말하기를,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너희들의 일이오, 소화시키는 것은 내 일이니, 너희가 없어도 내가 못 살고, 내가 없어도 너희가 못 사는구나. 그러니 우리가 각기 맡은 일을 잘하여 서로 도와주어야지, 각기 제 몸만 생각하면 모두 끝장 나느니라.”하더라.

 

 

엮은이의 글   

국가나 단체의 한 구성원이 지도자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봉사 의무마저 철회한다면, 이것은 나라에 대한 혹은 그가 속한 조직에 대한 부정적인 반역이다. 서로 협동하므로서만 목적을 성취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윤치호는 독립협회 회장 직을 맡았을 때 회원들이 단결하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행동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나라를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며 동상이몽하는 모습을 한탄했으며, 수족이 따로 노는 듯한 독립협회도 결국 무산되었다. 

 

 윤치호 일기 

    

   

“독립협회는 마치 하나의 광대극을 보는 것 같다. 독립협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집단 같다. 독립협회 안에 이완용과 그 패거리들이 서로 이익을 챙기려고 이리저리 날뛰고 있다.  그들은 대원군파, 러시아파, 일본파, 왕당파 들이다. 각기 다른 이 악당들은 여기 저기에서, 그리고 나 같은 방관자도 자기편으로 끌어 드리려고 찾아 다니고 있다.”-1897년7월25일 독립협회 모임에 참석한 최초의 기록.

 “윤치호는, 독립협회의 실질적인 지도자인 서재필에게 독립협회를 유용한 단체로 개조할 것을 제의한다. 독립협회를 강의실, 도서관, 오락실 그리고 박물관을 갖춘 일종의 학회(General Knowledge Association)로 개조하려는 것이다. 즉 독립협회를 官人들이 모여 한담이나 하는 사교 클럽에서 민중을 계도하는 계몽단체로 전환시키고자 한 것이다.”-1897년8월29일. 독립신문1898년 7월20일 기사 

“서재필은 윤치호의 구상에 전적으로 동의(1897.8.5.)- 독립협회 모임의 개조를 강력 제의하여 일단 토론회로 개조하기로 결정을 본다. 윤치호는 권재형, 박세환과 함께 會則 基礎 3인 위원에 선임-회칙 제정- 8월15일에 독립협회 토론회 조직- 8 월 29일에는 “조선의 급선무는 국민의 교육으로 작정함”을 제목으로 독립협회 제1회 토론회가 개최된다.”-1897년8월5일, 8월29일.  

 “사회의 당면문제를 인식시키고, 회원들에게 대중연설 훈련의 기회를 주고, 민중을 독립협회 모임에 참여케 하여 독립협회가 민중계몽단체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1897년 가을까지 서울의 모든 학교에 토론회를 도입시킬 계획이다.”-윤치호 일기 1897년8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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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5)

 

8. 조심하는 쥐

  

 

고양이가 어느 날 광 속에 있는 쥐를 거의 다 잡아 먹은지라, 남아 있는 쥐들이 약속을 하고 구멍 밖에 나오지를 않자, 고양이가 꾀를 내어 뒷다리로 벽에 있는 못을 붙들고 거꾸로 달려 죽은 체 했다. 그때 늙은 쥐 한 마리가 내다보고 하는 말이 “에이구 이 흉물아! 죽은 체는 그만해라. 네 껍질 속에 짚을 넣어 놓았대도 네 옆에 가는가 봐라!”하더라.

못된 놈 옆에는 농담을 해도 가지 마라 

  

엮은이의 글  

잘 알고 있는 적의 흉계를 더 조심하라는 경고이다. 

잘 아는 사람의 간계에 두 번 다시 넘어가지 않는 것이 현명한 사람이다.

 

윤치호 일기 

“속이는 것보다 속아 넘어가는 것은 더욱 죄가 된다. 속이는 것은 인간이지만, 속아 넘어가는 것은 짐승이기 때문이다.”-  1906년 6월 15일

“밖에는 적이 있고 안에는 배신자가 있다, 무관심한 친구동료들과 적자 재정이 문제이다. 저녁 8시에 월례회가 열렸다. 정족수에 미달했다. 지금이 아마 중앙 YMCA 역사상 가장 암울한 위기 상황이리라.” - 1916년 12월 4일 

“마포는 한강 주변의 부유한 마을에 속한다. 마포 주민들은 매일 밤 강도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마을 유지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경찰한테 보호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 유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계속 보호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도 못 받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여기에 있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첫째, 경찰은 이 마을 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이 마을의 치안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둘째, 설령 경찰이 강도 한두 명을 잡아서 관청에 넘긴다고 해도 관청은 몇 가지 조사를 한다고 난리를 피운 뒤 그들을 석방할 것입니다."  나는 다시 이렇게 물었다.  

"만약 그렇다면, 이곳 주민들이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치안대를 조직하면 어떻겠습니까"  그 유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마을주민들은 지역 치안대를 조직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웃이 몇 만 달러를 도난 당해도 자기재산에 피해가 없다면 마을 전체를 지키기 위해서는 단 한 푼도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내가 조선에서 대의제代議制 설립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결코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없지만), 지금 당장 그 생각을 포기한다. 그토록 공공의식이 없는 사람들, 매일 밤 강도를 당하는 이웃을 돕기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국가의 중요한 안건을 맡길 수 있단 말인가?-1898년5월2일 

 

  

 

9.  개구리와 황소

 

 

개구리 새끼들이 풀밭에서 놀다가 황소를 보고 놀라서 물 속에 들어가 그들의 어미를 보고 일러바쳤다. 어미가 황소만 하게 흉내를 내자 “고게 무어에요? 어머니가 암만 흉내내기로 황소만 해지겠소?”

어미 개구리는 점점 분심이 생겨 배를 한껏 불리고 물었다.

“이래도 그 놈만 못할까?” 

“아직도 멀었어요.”

 어미개구리는 황소만해지려고 배를 한껏 불리다 못해 필경 배가 터져 죽더라.

 

강한 나라의 호칭과 예식만 흉내 내다가 망한 나라도 있다지

 

 

 엮은이의 글 

개구리가 분수없이 자신을 부풀려서 소나 황소만큼 커질 수 있다고 자랑한다. 자신을 속이는 것은 자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꿈이라는 것은 매우 취약한 것이어서 세상에 꿈 파는 이를 공격하는 것처럼 쉬운 일도 없을 것이다. 

미래에 눈뜨게 해주는 진정한 꿈은 현실의 인식과 수용에서 출발한 미래의 설계이어야 하고, 이 때문에 허황된 선동과 유혹이나 도피적 망상 또는 문외한의 즉흥적 영감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한국인 미래에 눈을 떠라’, 윤창구수필집 [뱀의 발] p.22)  

 

윤치호 일기 

 

“하와이에서 일본으로 오는 승객 중 일본인 4명 중에 세 명은 지나치게 교만하게 굴어서, 황소처럼 크게 보이려고 노력하다가 배가 터져버리는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1905년10월14일

 

 “지난 3일 동안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관복을 입은 관료들이 모두 대궐 뜰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오늘 9번째 상소를 올렸고, 전하는 그 상소를 받아들이셔야만 했고, 전국민의 간절한 소원에 응하여 자신을 황제라 칭하는 것을 허락하셨다!  양쪽 다 눈속임수이다!”-1897년10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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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4)

6.  허욕(虛慾)이 많은 개

 

 

개가 고기 한 덩이를 훔쳐 입에 물고 다리를 건너가다가, 물에 비친 제 그림자를 보고는 다른 개가 고기덩이를 물고 가는 줄 알고 빼앗으려고 짖다가 제 입에 물었던 고기마저 물에 빠쳤더라. 내 입 속에 있는 고기 한 덩이가 물 속에 있는 고기 두 덩이보다 낫다.

 

 

 엮은이의 글 

남의 것을 턱 없이 탐내면 모두 잃는다는 오래 된 격언이다. 물 속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제대로 알아차렸더라면, 입에 들어온 먹이마저 사라지고, ‘물에 빠진 강아지 신세’가 되진 않았으리라는 암시를 준다. 

심층분석심리학자인 구스타프 융이 말하는 ‘심혼이 깃든 내 그림자 원형’을 찾기까지는 어렵다고 해도, 평소에 자기 자신의 그림자의 원형을 인식할 줄 아는 내 인격의 개체화 과정이 필요함을 암시해 주는 듯하다.  

      

 윤치호 일기

“절제는 개인이나 국가의 필요한 덕목이다. 장기간 성실한 훈련을 쌓아야 한다.”- 1920년4월25일

“도덕은 ① 이기적이고, ② 변하기 쉬우며, ③ 잘난 체하거나 자만심에 빠지기 쉬울 뿐만 아니라, ④ 침착하지 못하다. 

반면에, 하느님의 영성은 ① 겸허하고, ② 남을 배려하며, ③ 조용하고, ④ 변치 않는다”고, 캔들러박사님이 설교하셨다.”-1892년10월28일

  

7. 강한 놈의 경계(警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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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늑대가 냇가에서 물을 먹다가 배가 고파졌다. 그때 어린 양 한 마리가 아래에서 물을 먹고 있는 것을 보자, 늑대가 트집하며, “이놈아, 나 먹는 물을 네가 감히 흐리느냐”

양 “영감은 내 물 위에서 자시고, 나는 아래에서 먹는데 내가 어찌 흐려놓을 수 있겠소?”

늑대 “작년 봄에 나 못 듣는 데서 네가 욕했지?”

양 “별 트집도 많소. 작년 봄엔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소.”

늑대 “그러면 네 형이 욕한 게지.”

양 “그게 무슨 망녕의 소리요 나는 형도 없고 아우도 없소.”

늑대가 할 말이 없어지자 눈을 부릅뜨고 꾸짖었다.

“내가 너희를 보호하고 너희 집안을 보전해준 덕을 모르고 내 말마다 거역하다니, 너의 행복과 부강을 속히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너를 먹어야겠다.” 하고 그 양을 먹어 버리더라. 약한 놈은 경계도 없고 공법도 소용이 없다

 

 

 엮은이의 글 

폭군은 항상 자신의 폭정을 변명할 구실을 찾기에 바쁘다는 교훈이다. 따라서 부정한 폭군은 결코 결백한 사람의 사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조선이 일본이라는 강한 호구의 밥이 될 때, 일본이 이를 정당화하면서 여러 가지 조건을 내놓았지만 결국 먹히고 말았다. 

사악한 인간들이 권력을 잡고 있는 곳에, 결백과 청렴은 반드시 박해를 받는다. 잔혹한 악의가 권력과 결합되어 있는 곳에, 폭정과 부정행위를 행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다. 

1900년12월에, 윤치호가 외부협판에서 삼화 감리로 좌천되고, <愛民過泰罪(애민과태죄):  -백성을 지나치게 사랑했다는 죄목>으로 봉고파직 (封庫罷職; 왕조시대 어사나 감사가 부정을 저지른 원을 파면하고 관고를 봉하여 직분을 파면시킴)당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윤치호 일기 

“일본은 조선의 왕실이 재빠르게 파멸로 치닫는 일을 조장하고 있는 것 같다. 아울러 일본 대표들은 조선의 제2의 파멸을 기다리며 관망하고 있다.”-1895년8월21일

“내가 일본인을 싫어하는 이유는; 일본이 조선을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수십 년 전에 유럽이 일본에서 농락했던 것과 똑같은 술책을 쓰기 때문이다.” -1895년9월7일

“독일인과 러시아인들이 여순항이나 만주에 대해서 강압적으로 점령한 것은 깡그리 잊은 채, 영국인이 토지를 수탈한다고 야유를 퍼붓는다. 진실은, 모든 민족은 도둑이고 거짓말쟁이고, 그 민족에 대한 비판자는 더 나쁘다는 사실이다.” -1902년 11월22일

“일본이 조선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두 차례 혈전에 대한 보상으로 조선을 병합했다. 우리는 조선이 독립하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고, 내버려두지도 않을 것이다. 조선이 독립을 원한다면 우리와 싸워서 이겨 우리를 내쫓아라. 그때까지 우리는 무력으로 조선을 차지할 것이다.” - 1920년8월14일. 서울

 “폴란드는 세 마리의 늑대들에게 물어뜯긴 양처럼 세 나라로 갈라져 있어서 가엾어 보인다. – 1896년5월18일 러시아황제 대관식에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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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3)

 

윤경남 & 민석홍 엮음

 

4. 사슴의 뿔

 

 

 

하루는 사슴이 냇가에서 물을 먹다가,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뿔 그림자를 보고 좋아서 하는 말이, “멋진 뿔이로다, 훌륭하구나. 뿔을 보면 내가 천하일색인 것이 틀림없건만, 내 다리가 장대같이 길어서 분하구나.”하고 탄식하는데, 갑자기 사냥개가 쫓아왔다. 자신이 업신여기던 긴 다리로 나는 듯 뛰어서 위급한 경지를 면했으나, 그 멋진 뿔이 나뭇가지에 걸려버려, 달아나지 못하고 잡혀버렸다.   사슴이 한숨을 쉬며 하는 말이, “외면 치례만 하면 몸을 망치고 말지!”했다.

 

겉모습만 보고 친구 사귀지 말라.

 

  

엮은이의 글  

이 우화는 1905년 을사조약을 반대하는 호소문과 상소를 고종황제에게 올린 윤치호의 상소문과 일맥 상통한다. 상소문 가운데는 물론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말하지만, 결국 나라가 일본제국주의의 손에 넘어가게 된 이유 중의 하나를 “외면치레”에 두었다.

즉, “황제 폐하께서 하찮은 소인들에게 눈이 가리어졌기 때문에, 궁실을 꾸미는 데만 힘쓰게 되니 토목 공사가 그치지 않았고, 기도하는 일에 미혹되니 무당의 술수가 번성하였고, 충실하고 어진 사람들이 벼슬을 내놓고 물러나니 아첨하는 무리들이 조정에 가득 찼고, 심지어 최근 새 조약을 강제로 청한 데 대하여 벼슬자리를 잃을까 걱정하는 무리들이 끝끝내 거절하지 않고 머리를 굽실거리며 따랐기 때문”등 임을 지적했다.

‘외면치레’가 많아질수록 태산 같은 장애물에 막힌 경우에 대한 경종이다. 지혜가 없는 사람이 요긴치 않은  겉치례는 열심히 꾸미고, 정말 중요 한 일은 돌아보지 않음을 빗댄 우화이다.

 

윤치호 일기

“조선인은 돈이 없어도 체면을 위해 화려한 옷을 입는다. 겉만 그럴 듯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조선인의 민족적 결점이다. 사촌 치소가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몇 년 전에 치소는 황우영(黃祐永)의 집을 찾아간 적이 있다. 황우영의 작은 초가집에 물이 심하게 새 온 가족이 한 방에서 옹송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황우영은 왕자의 면목을 세우기 위해 입는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어마어마한 직함, 텅 빈 주머니에 현란한 복장, 의미 없이 거창하기만 한 표현은 모두 지난 조선왕조 시대의 특징이다. 조선왕조는 영원히 사라졌지만, 그 시대의 특징들은 혐오스럽고 가증스러울 정도로 완강하게 조선 민족에 달라붙어 있다.”- 1920년 11월23일  

  

5. 강약부동(强弱不同)

 

   

 

사자와 송아지와 염소와 양 넷이 동무가 되어 동업산양을 시작했다. 넷 중에 누구던지 짐승 한 마리를 잡으면 네 동무가 고루 나누기로 약조했다. 하루는 염소가 놓은 덫에 사슴이 잡혔다.                            약속한대로 동무들을 청하자, 사자가 그 사슴을 네 몫으로 나누고 한 몫을 차지하며 말했다.

“내 이름이 사자이니 이건 내 몫이요, 내가 가장 힘이 세니 둘째 몫도 내 것이요, 내가 가장 담대하니 셋째 몫도 내 것이요, 넷째 몫도 누구던지 죽고 싶거든 건드려라.”하면서 다 먹어 버리더라.

 

강하나 의리 없는 놈과는 동업하지 말라.

 

 

 

 

 엮은이의 글 

1)1905년 치욕적인 조선의 운명이 시작되어 옴짝달싹 할 수없게 된 조선의 운명을 떠오르게 한다.

중국과 일본 사이의 시모노세키 조약, 일명 일청강화조약(1895년)에 이어서 1905년, 러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제국이 동양의 사자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일본과 미국이 한국과 필리핀이라는 지역을 상호 특수 영역으로 인정하여 장래 양국 간의 충돌을 예방하고 타협하는 일본-미국(가쓰라-태프트)협약-> 영국-일본 동맹(8•12)? 러.일 포츠머드강화조약(9•5)을 거쳐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탈취하는 ‘을사보호조약’단계에 이른 것이다.  

 2) 계약할 때는 감언이설로 공평하게 나누자고 하지만, 이익분배는 힘 많은 자에게 돌아갈 뿐임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어린이를 위해 지은 이솦의 우화, ‘동사 사냥’에는 사자, 송아지, 염소, 양 외에 여우도 등장한다. 꾀가 많은 여우는 사자의 제안이 폭군 같은 속셈임을 알아차리고, "수고는 함께 나눌 수 있지만, 그 상은 나누지 않겠다는 말이군!" 하며 먼저 떠나버린다. 우리도 여우 같은 계교와 상항 판단이 가끔은 필요하다는 교훈이다.

 

 윤치호 일기

 “이 세상의 강탈자들은 자기들끼리 합의한 권리가, 보호할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한 약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이나 했을까? 한 단계 더 나아가 보자. 약육강식이라는 냉혹한 법칙을 가진 이 세상이 생겼을 때, 위대한 존재가 약자의 이익도 ‘감안’했을지 의문이다.”-1903년 1월3일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법칙아래 건전한 양심과 상식만으로는 평화를 이룩할 수없다. 이쑤시개와 면도만 가지고 아프리카 정글에 갈 수는 없기때문이다.”- 1940년3월28일 

“물에 빠져 죽게 된 아이를 구한 사람에게 당신 아들이냐고 물었더니, 아니오, 그 아이가 우리 미끼를 모두 자기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있기 때문이오! 라고 했다. 일본이 불쌍한 조선을 개혁하려고 하는 동기는 그 소년을 구한 엉클 모세만큼이나 무심해   보인다.”- 1894년12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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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2)

(지난 호에 이어)

“샤진 사가시오 우리가 잇지못할 기념물, 발매소 신한국”
이 사진은, 1909년10월26일에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토마스 애국의사의 사진엽서이다.
안중근 의사가 혈서로 대한독립(大韓獨立)이라고 쓴 태극기 네 구퉁이에, 안중근이 동의단지회(同義斷指會) 동맹에서 손가락을 자르고 혈서를 쓴 직후의 사진과 여순감옥 내의 사진 등 4장을 부쳐놓았다.
<우순소리2 외양치례>는, 나라를 빼앗긴 이 암흑시대에, 안중근 의사같이 의로운 투사가 있는가 하면, 나라를 잃고도 자신의 권세와 사치에만 눈이 먼 궁내 대신들이 있음을 한탄하며 빗댄 글이다.  
      

 

윤치호 일기 

“조선조 역사상 가장 중대한 과오를 저지른 죄인과 반역자들은 1896년부터 1904년까지 조선을 통치했거나 실정을 편 자들이다. 지금 젊은 세대 뒤에 오는 다음 세대는 민족의 구원계획을 세울 정도로 충분히 학습해야 할 것이다.”- 1905년6월20일
“호놀루루 감리교회와 영국성공회에서 교민들에게 강연했다. 강연요지는 다음과 같다.
1) 근검, 청결, 성실을 가르치시오.
2) 新朝新聞은 분쟁을 조장하지 말고 교민들의 실생활에 유익한 정보를 보도하시오.
3) 역적이란 말로 모함하지 마시오.
4) 교파문제로 싸우지 마시오.
5) 목적 없이 돈을 걷지 마시오.
6) 일본인을 비롯하여 동양인들끼리 우호를 증진하시오.”-윤치호일기1905년9월18일


3. 고양이와 원숭이
  

  
고양이와 원숭이가 한 집에 정답게 살고 있는데, 이들의 장난이 비할 데 없이 심하다. 원숭이는 보는 것마다 훔치고, 고양이는 쥐 잡기에 마음이 없고 찬장만 들락거렸다. 
하루는 화로에 밤 굽는 것을 보고, 원숭이가 고양이를 불러 말하기를, “형님, 저 군밤을 꺼내면 우리 둘이 맛있게 잘 먹겠지요? 한데, 내 손은 형님 손처럼 재빠르질 못하니 형님이 꺼내시려오?”
그 말을 듣고 고양이가 화로의 잿더미를 헤치면서 밤을 하나씩 꺼내놓자, 밤을 꺼내놓는 즉시 원숭이가 벗겨 먹어버린다. 이때 주인이 들어오자 고양이는 발만 불에 데이고 밤은 맛도 못 본 채 도망 쳐버렸다.
외국인의 심부름이나 하면서 매국賣國하는 사람들은 생각 좀 해보시오!

  

 


엮은이의 글 
 

정당하지 못한 뒷거래로, 개인의 이익만 챙기고 나라까지 팔아먹는 하수인에게 속아 넘어가는 어리석은 정치인을 빗댄 교훈이다. 
남에게 혹은 다른 나라에 바보같이 이용만 당하는 사람을 ‘고양이 앞발’ 이라고 부르는 서양의 격언이 있다.  
따라서1905년, 외교권을 뺏기고, 일본에 좋은 일만 초래한 을사조약에 서명한 대신들을 빗댄 교훈이다.
 
윤치호 일기 
“유교는 왕을 국가에 군림하는 폭군으로 만들고, 아버지를 가정에 군림하는 폭군으로 만들고, 시어머니를 며느리에게 군림하는 폭군으로 만들고, 남편을 아내에게 군림하는 폭군으로 만들고, 남성을 여성에게 군림하는 폭군으로 만들고, 주인을 하인에게 군림하는 폭군으로 만들어 가정과 국가에서 모든 자유와 기쁨의 정신을 말살했다. 유교는 폭정의 체계라고 불릴 만하다.”- 1904년 5월 27일.
 “조선인들은 너무 오랫동안 붓의 노예로 지내왔기 때문에 붓으로 강철과 물리력에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욕조와 칼이 일본 문명의 원천이라면, 붓과 한문은 조선의 정신과 희망의 무덤이다.” - 1905년11월 27일.
“최근 새 조약을 강제로 청한 데 대하여 벼슬자리를 잃을까 걱정하는 무리들이 끝끝내 거절하지 않고 머리를 굽실거리며 따랐기 때문에 조정과 재야에 울분이 끓고 상소들을 올려 누누이 호소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로 일치된 충성심과 애국심은 어두운 거리에 빛나는 해나 별과 같고, 홍수에 버티는 돌기둥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지난날의 조약을 도로 회수해 없애버릴 방도가 있다면 누가 죽기를 맹세하고 다투어 나아가지 않겠습니까마는, 지금의 내정과 지금의 외교를 보면 어찌 상심해서 통곡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만일 지금이라도 든든히 가다듬고 실심으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종묘사직과 백성들은 필경 오늘날의 위태로운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조선왕조실록 고종실록, 대한 광무 9년 양력 12월 1일자 5번째 기사.
1905년에 체결 된 을사늑약 조인에 결사반대하고, 12월 1일에 한성부 저잣거리에서 조약의 무효를 주장하고, 을사 보호 조약에 서명한 대신들을 처벌할 것을 고종황제에게 상소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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