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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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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요크민스터의 천문시계탑과 십자가를 진 하얀 어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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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제2의 대주교성당인 요크민스터 대성당은 영국 북부지방인 요크셔의 요크민스터에 있다. 강가에 서 있는 하얀 옛 시청건물과 그 옛날 좁은 골목도 그대로, 로마군이 쌓았던 돌담길도 그대로 남아 있다. 

 

 

7세기경에 지은 성당 건물은 화재로 여러 번 무너지고, 1220년부터 대성당의 규모로 성서적인 상징이 가득한 아름다운 건물로 계속 고쳐가고 있다. 

 ‘하하 그릴’이라는 식당 앞엔 사철나무가 몸을 비비꼬며 우리를 맞이한다. 고대영국의 정식 바비큐를 맛있게 들고 두 개의 고딕 탑이 서 있는 요크민스터 대성당으로 가는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베드로 사도가 주님에게서 받은 열쇠를 들고 하늘 문을 열어줄 듯이 높이 서 있는 정문에 들어서자, 파이프오르간 앞에 한 여학생이 바이올린을 들고 서서 모차르트의 합창곡인 아베 베럼을 켜고 있다. 오랜만에 가슴깊이 울려오는 찬트였다.

 십자가형으로 지은 이 교회 회랑의 동편 날개부분에 환한 빛을 따라 이끌려 들어간 곳은, ‘채프터 하우스’였다. 그 빛은 16미터 높이의 여덟모꼴 천장 한가운데 십자가를 지고 가는 하얀 어린양에게서 나오는 빛이었다. 

 그 원을 중심으로 돔에서 여덟 갈래로 갈라진 문양이 벽면을 타고 내려와 스테인드글라스로 360도 빙 둘러싼 눈부신 궁전이 된다. 갈래마다 피어난 흰 장미꽃은 노섬브리아 왕국 시대의 국화의 상징이었으며 요크가의 문장이다. 끝단에 열쇠 두 개를 엇갈리게 올려놓은 그림과 Y자 문양의 십자가를 짝지어 네 쌍을 그려 넣었다. 

십자를 이루는 열쇠는, 이 대성당의 원래 이름이 베드로 교회였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Y자 문양의 십자가는 영국교회의 상징으로 사용한 것과 관련이 있는듯했다. 이 팔각형의 돔에서 흘러내린 8개의 긴 스테인드글라스 밑에 쇠기둥을 박은 사이사이로 연이어 앉을 수 있는 대리석 의자를 만들어 놓았다. 

 

 

채프터 하우스는 이 대성당에 부속된 모임장소이다. 수도사들이 이곳에 모여 교회 경영을 의논하고, 수도원장의 강의나 설교를 듣던 곳. 혹은 성서를 한 장씩 읽어나간 곳이라 채프터 룸이라고도 한다. 

최근엔 교구의 총회 대의원들이 모여 회의도 한다는데, 몇 백 명은 족히 앉을 수 있겠다. 남편 민 장로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면서, ‘내가 교구장이라면 이곳에 앉았겠지?’ 한다. 팔각형 돔에 십자가를 진 어린양의 상징을 올려다보느라 현기증이 난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 당시에 여자 총대가 있었다면 여기 앉았겠죠?’ 하고, 시원한 대리석 의자 위에 털썩 주저앉아 잠시 쉬었다.

 북쪽 복도로 돌아나오는데 높다란 나무틀 속에 푸른 지구모양의 천문 시계탑이 서 있다. 맨 위에, ‘우리는 죽어가지만 지금은 살아있음을 보라’는 제목이 붙어있고, 아랫단엔 ‘그들은 겁 없이 시공을 뚫고 날아갔네./ 빛나는 별들이 그들의 아름다운 업적을 수놓아 주리’라는 비문 같은 게 적혀있다. 

 집에 돌아온 다음 텍사스대학에서 해양화학을 가르치며 천문학에도 관심이 있는 큰아들에게 내가 찍은 천문시계 사진을 보내 사연을 물어보았다. 짐작한대로 서글픈 이야기가 그 속에 담겨있었다. 

 

 

 

그 천문시계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출격했다가 희생된 영국공군 조종사들을 추모하는 기념비라는 것. 시계 전면에 간단히 표시된 천체와 방위는 공군 조종사가 하늘 위를 날을 때 조종석 전방 창문에 보이는 하늘과 땅의 모양을 본 따서 타원형 속에 원형과 계기판을 그려 넣은 것. 이 시계를 만든 이는 그린위치 천문대에서 일하던 사람으로 GMT표준시를 같이 알리고 있다. 

작은 영국 섬인데도 요크는 표준선과 한 시간 차이가 있는 것도 알려주고. 한 가지 에피소드는 연합군이 남대서양의 아프리카 전선에서 싸울 때, 공군 비행기들이 대서양을 수없이 건너다녔다. 레이더나 최신 통신장비가 없던 시절, 지도와 해와 별을 읽으며 바다를 건너다닌 것이다. 

남대서양 한가운데 ‘아센시온’이란 화산섬이 있는데, 이곳을 중간 기착지로 중간급유한 다음 바다를 건넜다. 그러나 안개로 이 섬을 찾지 못하면 연료가 바닥이 나서 길 잃은 철새들 모양으로 바다에 추락하곤 했다. 조종사들은 그래서 운율까지 맞추어가며 주고받은 말이 있단다. “우리가 아센시온 섬을 찾지 못하면 우리 마누라들이 연금을 타게 될 거라네.” 

 채프터 하우스 천장의 여덟 꼭지별 속의 어린양이 지고 가는 십자가는, 대서양에 전몰한 전사들의 영혼도 하늘나라로 끌어주었으리라. 

 요크민스터 대성당을 나서기 전에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이 대성당의 얼굴색 검은 존 센타무 대주교님. 아프리카 우간다 출신으로 독재자 이디 아민에게 핍박을 받다가 1974년에 영국으로 망명하여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공부하고, 2005년11월에 영국성공회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성직자가 된 그를 우리는 에든버러2010선교대회에서 만났다. 

그는 이곳에서 대주교 착좌식 기념잔치를 하던 날, 아프리카 대륙의 노래를 찬양할 때, 센타무 대주교는 북을 치며 화답했다고 한다. 에든버러선교대회에서 아프리카 청년들이 워십 댄스를 할 때 그는 감명 깊은 표정으로 묵묵히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 옆에 몇 번이나 센타무 대주교 옆을 맴돌다가 아예 그의 무릎에 기대어 서있는 맨발의 어린 소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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