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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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 '솔즈베리에서 찬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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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워털루 기차역에서 택시를 내렸다. 워털루 브리지를 지날 때는 영화 ‘애수’가 떠올랐다. 그 비련의 영화는 반세기 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다시 그 50년대로 돌아갔나 싶게 역참엔 실크햇에 검은 정장의 신사들과 온갖 색깔의 야회복에 깃털 모자를 쓴 여인들이 줄지어 서 있다. 알고 보니 샌다운 파크에 있는 경마장의 연례행사에 가는 길이란다.

 우리는 캔터베리에서 솔즈베리로 그들과는 다른 방향이어서 모처럼의 고전의상 쇼를 더 볼 수 없었다. 우리가 도착한 솔즈베리 대성당에서도 희한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헨리8세 때 로마교황청에서 영국성공회로 분리한 대성당. 솔즈베리 대성당의 고딕 탑은 404 피트로 영국에서 제일 높다. 교회 앞마당엔 구경하다 지친 사람들이 음료수를 마시며 앉아있고, 발치에 큰 간판이 걸려서 들여다보았다.

“영광과 평화의 전당, 솔즈베리 대성당에서 ‘찬양을 함께 부르는 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교회 찬양대에 열심히 봉사하는 남편이 어찌 그냥 지나치겠는가. 차라리 참새더러 방앗간을 못 본 척 하라는 주문이 더 쉬울 게다. 그는 벌써 교회 문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찬양대 석엔 이미 자원성가대원 남녀와 소년 소녀 대원들이 반 이상 앉아 있다. 젊은 대머리 지휘자님이 남편을 반가이 맞아준다. 악보를 나누어 주면서 어느 파트인가 묻고 자리를 정해준다. 

 남편은 맡아놓은 자리처럼 테너 석에 가서 앉자 발성연습을 한다. 대성당에서 해마다 봄과 가을 두 번 여는 공개 찬양의 기막힌 자리에 번개 출연하게 된 것이다. 

 제단을 향해 양쪽의자에 마주 보게 앉은 찬양객(?)들은 신부님이 반주하는 파이프 오르간에 맞추어 음악감독이며 지휘자인 데이빗 홀스를 따라 헨델의 메시야 곡을 불렀다. “할렐루야!”로부터 56번의 “아멘 송”까지. 

 매일 회중석에서 설교하는 주임사제도 함께 노래하고, 어느 새 구경꾼들이 내가 사진 찍기도 힘들 정도로 몰려들었다. 하느님도 들으시도록 뜨겁고 큰 박수가 교회 천장을 울렸다.

 그 열기를 식히려고 돌아서자 서편 로즈윈도우 가까이에서 시원한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2008년에 만든 성수반인데 약 1미터 높이의 분수에서 샘같이 솟는 샘물은 사방 귀퉁이로 흘러 넘친다. 누구나 그리스도의 세례의 신비를 체험하고 싶게 만들었다. 

 로마 베드로 성당의 미켈란젤로에 버금가는 영국 최고의 현대 조각가 윌리엄 파이가 만든 푸른 쑥빛 성수반 네 가장자리엔 솔즈베리 대주교 데이빗 스텐클립이 써 넣은 이사야의 성경구절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건져 주지 않았느냐?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내 사람이다. 네가 물결을 헤치고 건너갈 때 내가 너를 보살피리니 그 강물이 너를 휩쓸어 가지 못하리라.”(이사야서43:1,2) 

 

 

솔즈베리 대성당이 더욱 유명한 것은 세계에 4개뿐인 마그나 카르타(대헌장이라는 라틴어)의 진본 하나가 이 교회의 채프터 하우스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 1215년 6월 15일 갈팡질팡하는 존 왕에 시달린 귀족들이 런던시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왕을 압박해 템스 강변에 있는 러니 메이드에서 맺은 계약서이다. 이것은 영국 의회정치의 기틀을 마련하고 국민의 권리를 더 신장시켰다. 

‘마그나 카르타 1215’는 작년에 유네스코의 문화재로 올랐다. 이 교회의 유리장 안에 잘 보관하고 있는 이 진본은 솔즈베리 대성당의 전신인 올드 사룸(Old Sarum)교회에서 보관했던 것이다. 

솔즈베리 교회는 원래 이 높은 성채 같은 솔즈베리 북부의 올드 사룸에 1092 년 경 지었는데 번개와 낙뢰로 무너져 버려서 1220년부터 지금 이 자리에 다시 지은 것이다.

 올해 올드 사룸을 배경으로 한 켄 폴릿의 대역사 서사시, “대지의 기둥”(The Pillars of the Earth) 연작이 영화로 만들어져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 교회 옛터의 서사시를 영화로 만들 때 솔즈베리 대성당은 현장 촬영에 협조했다고 한다. 

 

“태초에 신이 하늘과 땅을 창조했네. 이제 인간은 그 세상 위로 ‘대지의기둥’을 일으켜 세우리! 새 천년이 시작되는 암흑의 중세,피와 땀과 눈물로 세운 대성당의 시대가 오는도다.”로 시작되는 대 서사시가 솔즈베리 교회신앙의 주제인 ‘영광과 평화의 왕이신 하느님께 찬양!’과 함께 온 누리에 멋지게 울려 퍼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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