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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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엉겅퀴꽃 문장이 있는 작은 예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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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스코틀랜드 출신의 치셤 박사는 치셤 가문의 무늬가 든 빨간 줄무늬 넥타이에 왼편 가슴엔 보랏빛 엉겅퀴꽃(Thistle) 한 송이를 달고 교회에 나왔다. 

 “예쁘네요!” 하니까, 한 번 만져보라고 한다. 꽃은 향기를 뿜을 듯 아름다운데, 그 옆에 꽃줄기에 난 가시에 손을 대자 아얏 하고 소리치고 말았다. 그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면서, “이 가시가 스코틀랜드를 노르웨이와의 전쟁에서 이기게 했죠"하고, 그 꽃이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꽃이 된 얘기를 해주었다. 

 13세기 초 노르웨이의 하콘왕이 스코틀랜드를 침입하려고 라아그스 해안에 상륙했다. 스코틀랜드 군사들이 잠이 든 어둠을 타서 조용히 진군하려고 신발까지 벗어들고 걸어가다가, 한 병사가 해변에 질펀하게 피어있는 엉겅퀴꽃을 밟아, 나처럼 아얏 하고 소리쳤다는 것. 그 바람에 상륙작전은 들통 나고 스코틀랜드군이 승리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음엔 티슬꽃을 그려 넣은 스코틀랜드 동전도 보여주겠단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여행 중 그런 동전은 못 보았어도, 에든버러에서 세인트자일스교회 안에 있는 티슬채플(Thistle Chapel)을 경이로운 마음으로 구경했다. 

이스라엘 유다 광야에 피어있던 아름다운 보라빛 들가시나무, 엉겅퀴꽃(Thistle)이 스코틀랜드의 국화임을 이곳에 와서야 알았다. 그 엉겅퀴 티슬이 스코틀랜드 기사단의 문장으로 이 작은 예배당 천장에 나무조각 작품이 되어 하나 가득 펼쳐져있다. 

 

 

 국화과인 티슬꽃은 진달래 빛을 띤 상큼한 꽃이다. 이스라엘 유다 광야엔 보랏빛 엉겅퀴꽃(Gazelle Thistle)이 예수님의 가시면류관인 양 피어 있었다. 코더성 뜰에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였던 엉겅퀴 꽃밭. 스톤헨지 들판의 새벽 여명에 고개 들기 시작한 엉겅퀴꽃들. 이 엉겅퀴 꽃무늬들이 스코틀랜드 기사단의 문장(紋章)으로 이 작은 예배당 입구와 보꾹을 빼곡하게 치장했다.

 티슬 채플은 개신교를 탄압하던 제임스 7세가 홀리루드궁 안에 수도원을 세우고 스코틀랜드 기사에게 티슬 꽃무늬의 훈장을 수여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가 가톨릭에 복종하고 협조하는 가문들에게만 이 국가최고훈장을 주자, 이에 대한 반발로 군중들이 들고 일어나 홀리루드궁에 몰려와 궁전과 티슬채플을 산산조각 부숴버렸다. 이어 1년 후인 1689년엔 사위인 윌리엄 3세에게 왕위마저 뺏기고 만다. 

 그러나 이 티슬훈장 제도는 ‘야곱의 돌베개’ (스코틀랜드의 역대 왕들이 즉위할 때 앉았던 돌)처럼 소중한 ‘스쿤의 돌’과 함께 스코틀랜드의 문화와 역사의 상징이다. 세인트자일스교회는 그 당시 화재를 입어 폐허가 되었는데, 교회를 복원할 때 티슬채플을 새로 지어 이곳에 봉헌했다. 1911년 로버트 로리머라는 건축예술가의 손에 200년 만에 다시 재건되자 세인트자일스교회도 활력을 되찾게 됐다. 

 세인트자일스교회 안의 동남쪽 별채 같은 이 작은 예배당은 제단을 중심으로, 벽마다 기사단과 국왕, 왕족을 표시하는 24개의 문장(紋章)이 직사각형 칸막이 안에 화강암과 나무로 조각되어 있다. 

그리고 충성스럽게 국가를 위해 공헌한 기사나 귀부인의 화려한 문장 위엔 투구와 장검 등을 걸어둔다. 그 기사나 귀부인이 죽으면 그 장식품들을 모두 내린다. 그 대신 그의 이름과 가문 이름, 업적 등을 적은 유기 접시를 휘장 뒤에 영구히 붙여둔다고 한다. 생전에 붙어다니던 장식은 사라지고 이름만 남기려는 듯. 

 

 

 

안드레 성인을 그려 넣은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따라 천장을 올려다보면 밤색 나무로 조각한 티슬 조각작품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한가운데 둥근 태양 속에 펠리컨을 조각해 넣었고, 아기 천사들이 스코틀랜드의 악기인 백파이프를 부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

 이 아름다운 예술품들과 주님의 교회를 다시 살리려는 신심이 어울려 다 무너진 세인트자일스교회와 티슬채플은 다시 세워졌고 에든버러의 랜드마크로 900년을 꼿꼿하게 이 자리에 서있게 된 것이다.

 이제 토론토의 교회 친구 르노와르가 부탁한 재미슨 박사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아주 최근에 설치한 로버트 번즈의 사랑의 시를 그린 스테인인드글라스도 둘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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