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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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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이야기-알함브라궁의 장미와 은빛 류트 이야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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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마침내 그들은 어둠의 장막이 드리운 큰 방에 들어갔어요. 창문은 햇빛을 기리기 위해 모두 닫았고, 은 촛대 위에 노란 양초 몇 대가, 상복을 입고 말없이 서 있는 사람들과 수심이 가득한 신하들의 모습을 희미하게 비춰주고 있군요.

장례용 침상 한 가운데에, 곧 매장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왕이 가슴 위에 두 손을 얹고 코끝만 겨우 내놓고 누워 있고요. 왕비는 조용히 그 침실로 들어가 하신타에게 어두운 방 귀퉁이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연주를 시작하라고 손짓 했어요.

하신타가 떨리는 손 끝으로 류트를 만지기 시작했어요. 차츰 자신이 생기고 활기를 찾으며 부드럽고 꿈꾸는 듯한 선율이 흘러 나왔어요. 자신이 이미 영의 세계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 왕도 이 선율이 천사의 노랫소리이거나 하늘의 음악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주제가 이어지며 악기와 더불어 음유시인의 목소리가 반주하고 있군요. 하신타는 알함브라의 옛 영화와 무어인들의 공로를 치하하는 전설적인 담시를 노래했어요. 하신타의 영혼이 그 주제에 몰입하는 듯 했어요. 알함브라의 추억은 그녀의 사랑 이야기를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지요.

그 음율은 장례식장을 생기에 차게 만들었어요. 왕의 우울한 심장에도 닿은 듯, 왕이 머리를 쳐들어 주위를 둘러보고는 일어나 앉았어요. 마침내, 왕의 눈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어요. 마루 바닥에 뛰어 내리더니, 검과 방패를 가져오라고 일렀어요.

음악의 승리, 아니 마법의 은빛 류트의 완벽한 승리라고 해야겠지요. 우울증 악령은 쫓겨나고,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 거에요. 그 방 창문들은 활짝 열리고, 히스파냐의 영광스런 눈부신 햇빛이 음울하던 방안에 쏟아져 들어왔어요.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이 사랑스런 마법사를 찾았으나, 은빛 류트는 그 마법사의 손에서 바닥에 미끄러져 떨어졌고, 그녀도 방바닥에 털썩 주저 앉는 순간, 꿈에도 그리던 루이스 데 알라콘의 품에 안겨 버리는군요.

행복한 한 쌍을 위해 성대한 결혼식이 베풀어졌어요. “그런데, 잠깐! 그렇게 얘기가 끝나버리면 어떡해요? 루이스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하신타를 내버려 두었는지 말해주어야지요.”하고 독자가 불평하는 소리가 들리네요. 아, 그건 자부심 강하고 현실적인 그의 아버지가 반대한 탓이랍니다. 하지만 정말 서로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언제고 다시 만나기만 하면 곧 이해심이 생기고 지난날의 원한 같은 건 다 묻어버리는 법이거든요.

그럼 그 자부심이 강한 늙은 아버지는 어떻게 그 혼인을 맺어 주었을까요?

아, 그건, 왕비의 한 두 마디, 특히 왕실의 총애를 받게 된 하신타에게 높은 지위와 보상을 안겨주자 금세 극복이 되었다나요. 게다가, 하신타의 은빛 류트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마력을 숨기고 있어서 가장 완고한 머리와 매정한 가슴도 녹여놓은 셈이지요.

그러면 그 마법의 은빛 류트는 어찌 되었을까요?

아, 그건 바로 가장 궁금한 오늘의 이야기의 진가를 풀어주는 대목이랍니다. 그 은빛 류트는 한동안 루이스와 하신타의 집안에 보관해오다가 어느날 도둑을 맞아 사라졌다는군요. 사람들은 틀림없이 질투에 눈이 먼 유명한 가수 파라넬리의 짓이라고 여겼어요.

그가 죽은 후에 이탈리아의 다른 누군가의 손에 넘어 갔는데 그 마법의 힘을 알지 못하던 그 사람이 은은 녹이고 줄은 낡은 크레모나 바이올린에 바꾸어 달았다는군요. 그 현은 아직도 마법의 힘이 남아있답니다. 독자님의 귀에 살짝 얘기하는데 —얘기가 퍼져나가선 안되니까요— 지금 그 바이올린은 마법으로 전 세계를 사로 잡고 있는 바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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