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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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 이야기(21)-무어인의 유산이 묻힌 칠층탑 이야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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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Yunice 윤경남 옮김 & 사진

 

(지난 호에 이어)

“재수 없는 건 너를 본 그날이야! 아니면 네 상전을 내 지붕 밑에 쉬게 해 준 일이라구!” 하면서 말이지요.

내동댕이 친 상자가 활짝 열리더니 그 속에 있던 양피지 두루마리가 펼쳐지는 거에요. 페레힐은 정신을 가다듬으며 혼자 생각했어요. “혹시 알아? 이 글이 아주 중요한 건지도. 그 무어 노인이 그렇게 조심스럽게 지니고 다닌 걸 보면.”

 

페레힐은 그 두루마리를 집어 품 안에 간직했어요. 그 다음날 아침에 골목길을 돌며 물 사려! 를 웨치고 다니다가, 사카틴에서 향수와 장신구를 파는 탕헤르 출신의 무어인 가게에 들렸어요. 그리고는 그 두루마리 속의 아랍 글자를 읽어달라고 부탁했지요.

 

그 무어인은 두루마리를 다 읽더니, 자기 턱수염을 탁 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이 글은, 마법에 걸려 드러나지 않는 보물을 찾을 때 쓰는 주문이오. 아무리 튼튼한 빗장이나 걸쇠나 쇳덩이 같은 바위라도 이 주문 앞에서 열리고야 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거요!”       

 

“에이, 여보시오! 그런게 다 나한테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나는 마술사도 아니고 숨겨 놓은 보물 따윈 알지도 못하는데.” 땅딸보 가예고는 그렇게 말하고 물통을 어깨에 지고, 두루마리는 무어인 가게에 맡겨놓은 채 물장사나 하려고 터벅터벅 걸어 나갔어요.

 

그날 해질 무렵, 그가 알함브라의 샘터에 오면 늘 그렇듯 사람들의 잡담을 듣고 있었어요. 해가 떨어지면 사람들의 화제는 의례껏 옛날 얘기와 초자연적인 전설을 들추어 내기가 일수였어요. 하나같이 가난한 동네사람들인지라 모이기만 하면 알함브라성 여기 저기에 무어인들의 마법에 걸린 보물단지에 대한 집착이 유난했어요. 특히 ‘칠층탑’ 밑에 깊숙히 묻혀 있을 굉장한 보화에 대해선 모두가 철석 같이 믿고 있었구요.

 

 

그 이야기들은 그날 따라 정직한 페레힐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주는군요.

“아무튼, 그 탑 아래 보물이 숨겨있다면, 또 만약에 그 무어 노인이 내게 남긴 그 두루마리가 그 보물을 얻게 해준다면!” 갑자기 그런 환상에 빠지자 그는 물독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 했어요. 그날 밤에 그는 머리 속의 어지러운 생각 때문에 밤새 한잠도 못 자고 뒤척였어요.

 

새벽 동이 트기가 무섭게 그는 무어인의 가게로 달려가서, 자기가 생각한 계획을 모두 들려주었어요. “당신은 아라비아 글자를 읽을 수 있으니까, 우리가 같이 그 탑에 가서 그 마력의 효과를 시험해봅시다. 실패한다 해도 밑질 건 없잖아요? 성공한다면 우리가 찾아낸 보물을 똑같이 나누면 되고요.”

 

“잠깐” 그 무어상인이 말했어요. “이 글만 가지고는 충분칠 않아요. 이것은 자정에 아주 특별한 향료가 든 초로 불을 밝히고 읽어야 하는데, 내겐 그런 재료가 없소. 그 향초가 없다면 이 두루마리는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오.”

 

“더 말하지 않아도 되요! 나한테 그런 향초가 있어요. 당장 가서 가져오리다.” 땅딸보 가예고는 큰 소리로 말하고 서둘러 집으로 뛰어가 백단향나무 상자 안에 있던 노란 초한자루를 달랑 들고 돌아 왔어요.

 

무어 상인이 그 초를 잡고 냄새를 맡았어요. “이 양초엔 아주 진귀하고 값비싼 향료가 들어 있네요. 이게 바로 그 두루마리가 말하는 향초요. 이 향초에 불이 붙어있는 동안엔 아주 튼튼한 벽이나 아주 은밀한 동굴이라도 열려 있게 된다오. 그러나 촛불이 꺼진 다음에는, ‘동굴에 남아 있는 자여 저주 받을지라!’ 그 사람은 마법에 걸려 보물과 함께 영원히 동굴 속에 남아 있게 될 터이니.”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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