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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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은빛인생의 보금자리 Silver Life in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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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에서 토론토 한국노인홈 “무궁화의 집”이 5월쯤 기공식을 하리라는 이야기로 많은 노인들의 마음을 부풀게 하고 있다.

우리가 노년이 되어 살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여러 해 전에, 한국의 샬롬노인문화원에서 노인복지사업에 종사하는 분들 약 40명을 모시고 일본의 세이레이 노인복지사업단 (聖隸老人福祉事業團)을 둘러보았던 일이 생각난다.
 
일본 중의원을 7번 역임하면서 1952년에 일본의 노인복지법 제정에 앞장 선 하세가와 다모쓰 장로가 설립한 세이레이복지사업단은 마치 그의 혼(魂)과 백(魄)이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승화되어 강물같이 흐르는 곳임을 느끼게 했다.
지금은 일본 전역에 130여 사업단으로 발전한 세이레이사업단의 출발지인 하마마쓰에 나는 두 번이나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첫번 ‘93년엔, 노인복지시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남편과 함께 샬롬노인문화원 복지사업을 위한 견학 겸 하세가와 장로를 방문했다.
91세인 그분을 만났을 때의 충격적인 인상으로 인해 나는 그의 자서전 두 권을 (제1권 “밤도 낮처럼 환하게 빛나리”, 제 2권 “주님, 나의 잔이 넘칩니다”) 번역해서 노인복지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 책들은 지금 절판이 되었지만 누군가가 다시 만들어 보급한다면 노인복지사업을 위한 투지와 성공의 비결을 알게 될 것이다.
 
두 번째 방문은 2000년에 샬롬노인문화원에서 ’은빛계절대학’ 학생들이 그곳을 견학했을 때였다
7년 만에 다시 찾아 간 그곳에 하세가와 장로님이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시던 음성을 들을 수 없었지만, 바쁜 우리의 교육일정 속에서도 네기 과장님은 나의 부탁대로 하세가와 장로님의 유골이 전시된 의과대학 실험실에 안내해주었다.
 
고희 생일 아침을 맞은 하세가와 장로부부가, 그들이 설립한 하마마쓰 의과대학에서 해부용 시신을 구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자신들의 사후 유체를 의과대학에 헌납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들의 유해가 의과대학에서 해부실습을 마친 후 시신을 황산에 용해하여 유골표본을 만들어 기증하면, 죽은 다음에도 그들은 쓸모 있는 헌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한 뜻을 알고 찾아 왔는 데도 하세가와 장로는 다시 한번 나를 놀라게 했다. 그의 유해는 유리표본실 안에 보통 유해처럼 가로누워 있질 않고, 씩씩하였던 하세가와 장로답게 그 큰 키가 우뚝 서서 나를 맞아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그분의 앙상한 손과 악수할 듯이 마주 대보며 인사를 했다.
“장로님, 우리 한국의 노인복지를 위해 기도해주시더니, 이제 우리 은빛학생들이 이곳을 방문했어요. 계속 기도해 주셔야 해요.”하면서 눈물대신 미소를 보여드리고 나왔다.  
 
1993년에 미우라시의 아브라쓰보 에덴원을 방문했을 때의 감동과 부러움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 7년만의 이번 방문엔 무언가가 심상찮게 달라져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보아 온 현대식 복지시설 건물과는 아주 다르게, 회색지붕과 지붕들이 정답게 잇대어 한 마을을 이루고 있는, 사업단이라기 보다는 이나사라는 동네의 ‘공원 같은 마을’, 그리고  ‘내 집 같이 느껴지는’ 이나사 아이코엔 (引佐愛光園)이었다.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노인들은 내 집 혹은 내 집같이 느껴지는 데서 노년기를 보내고 싶어한다.  아무리 최신장비와 시설을 갖춘 곳이라도 수용소 같이 느껴진다면 불행하기만 하다. 적어도 내 집 혹은 자신의 본향에 가는 터미널같이 느껴지는 시설이 필요한 시대에 이르렀음을 이나사 아이코엔 (引佐愛光園)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듯 했다.

이곳엔 완전히 입실한 분 들과, Day Care형식으로 자기집에서 매일 다니는 분들이 있다.  식사, 의료시설, 교육 프로그램 등을 무료로 제공 하고, 그 경비는 세이레이 사업단과 하마마쓰 시가 분담한다. 특히 호스피스 봉사자들의 천사 같은 미소는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죽음 뒤에 오는 다음 세상에 대한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호스피스 환자들이 원하면 가족이 옆에 머물도록 숙소도 배려하고 있다. 주위에 빼곡하게 심은 나무와 철철이 피게 마련 한 꽃들이 노후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원예치료 역할을 하며, 가는 곳마다 조용하게 흐르는 선율은 아마도 음악치료실에서 들리는 듯 지나가는 우리 나그네 마저 편안하게 해주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노인시설이라고 하는 미국 안에도 몇 군데 둘러 보았지만, 너무나 개인취향에 맞추어 화려한 것이 동양적인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았다. 이나사 아이코엔은 우리가 활용하기에 아주 알 맞는 시설이다. 일본의 노인시설이 성공하는 공통적인 이유가 한가지 있는데,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없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 유치원교육 같은 것이지만, 우리나라 노인들이 이것만 지킬 수 있다면 어떤 시설, 어느 동네에 살든지 성공적인 노후가 될 수 있고, 내 은빛인생의 행복한 보금자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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