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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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사랑의 징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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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기가 가시지 않은 팔월 초, 빅밴을 탄 우리 식구 일행 일곱명이 토론토에서 뉴욕과 뉴저지를 향해 숨가쁜 여행을 했다.

웰슬리 대학을 졸업하고 Sloan-Kettler Cancer Center에 취직해서 뉴요커가 된 큰 손녀 민상희가 입사하기 전에 10주간 연수하고 있는 Democracy-Now방송국에서 우리를 기다렸다가 구경시켜주었다. 어두컴컴한 방마다 방송기기와 책들이 천장까지 쌓여있고, 매일 1시간 나가는 라디오 방송을 위해 편집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바쁜 틈에도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 해준다.

 

그곳에서 우리 부부와 딸네 식구들과 한국에서 날아온 둘째 손녀 민세희는 상희의 안내로 세계의 수도라고 자랑하는 맨해튼 섬의 유명한 아베뉴 5번가로 20분 가량 급히 걸어갔다. 반가운 '한국타운'과 브로드웨이를 지나, 하늘보고 땅보고 할 새가 없이 눈이 핑 도는 102층 건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으로 사람들에 떠밀려 들어갔다.

 길 떠나기 전에 인터넷으로 입장권을 샀기에 30분 안에 86층 전망대에 오를 수 있었다. 동서남북으로 탁 트인 원형 전망대에서 뉴욕의 마천루각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 이스트강, 서편으로 허드슨강과 뉴저지까지 연이어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와~ 와~ 탄성을 지르며 지상에서 볼 수없던 록펠러 센터 광장에 앉아있는 황금빛 헤르메스도 내려다 보았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엔 얘기거리가 많다.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만해도 ‘수퍼맨’, ‘킹콩’ 등이 있고, 지금껏 팬들의 눈물을 자아내는 ‘잊지못할 사랑An Affair to Remember’(1957년)은 1997년에 나온 ‘시애틀의 잠못이루는밤Sleepless in Seattle’(1993년)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가 있다. 케리 그란트가 데보라 커와 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전망대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그녀에게 줄 초상화를 들고 자정까지 서성대며 기다리는 모습과 운명의 힘에 끌려 만나는 마지막 장면은 ‘잠 안오는 밤의 시애틀’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눈물이 마를 날 없게한다.

크루즈 여행에서 만난 케리그란트와 데보라 커는 할머니가 사는 아름다운 섬을 함께 방문한다. 하얀 숄을 걸친 케리 그란트의 할머니가 치는 피아노 멜로디가 애잔하면서도 낭만적인 정열을 불러일으킨다. 그 곡조를 따라 허밍하는 핑크 드레스의 데보라 커의 청순한 모습은 그들이 하나로 맺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그린 한 폭의 수채화같다.

데보라 커의 사랑보다는 사랑의 표징을 읽을 줄 아는 ‘시애틀의 잠못이루는밤’의 애니가 더 매력있다. 애니는 발렌타인 데이에 약혼자와 앉아있는 식당 창밖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벽에 붉게 물드는 하트를 보고 그녀가 찾던 마술적이며 운명적인 사랑의 표징으로 받아들이고, 그 사랑을 만나기 위해 이 엠파이어 빌딩 전망대로 달려온다. 부인을 잃고 홀로 외롭게 지내던 샘과 애니를 운명적인 짝을 지어주는 역할을 한 것은 샘의 어린 아들 요나의 모험심이었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사랑의 징표는 계속 나타나리라.

 우리 일행이 이 뉴욕의 마천루에 올라오기 전부터 하늘은 잿빛이었는데 지금은 비가 쏟아지며 멀리서 번개소리마저 들린다.

 뉴욕의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 빌딩의 전망대에서 번갯불이 번쩍이는 순간에 열렬한 키스를 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때문에 이렇게 마술에 걸린 영화들이 생겨난 모양이다. 나도 기회를 놓칠세라 함께 올라온 손자와 손녀들을 얼싸안고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의 키스를 해주었다.

표 값이 비싸다고 이곳에 오르지않고 아래층에서 기다리는 남편 Sam은 좋은 기회를 놓친 셈이다. 그 때 우리 발밑이 희미하게 흔들리며 지하에서부터 오는 진동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천둥이 치면 전망대 바닥이 6미리미터 이상 흔들리는데도 지하로 5층면적의 거대한 뿌리가 박혀 있어서, 백 층이 넘는 이 건물을 안전하게 지켜준단다.

잠시 후 비와 천둥소리가 사라지자, 우리가 페리호를 타고 찾아갈 자유의 섬 한가운데 횃불을높이 든 자유의 여신상이 어서 오라는 듯 멀리서 손짓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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