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186 전체: 560,265 )
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완전한 사랑연습(Perfect Love in the LORD!)
knyoon

 

1961 Wedding Day, Seoul Andong Church & 2011 Golden Anniversary, St Giles Kingsway Church

 

 “여보, 우리 완전한 사랑 연습하자!” 며칠 전에 마루방 식탁에서 성가연습을 하던 남편이 나를 부르며 하는 소리다.

‘완전한 사랑 연습? 언젠 불완전한 사랑이었나?’ 나는 쿡하고 웃으며 고개를 갸웃해보았다. 그렇지, 이번 주일 교회에서 열어주는 우리 금혼식 잔치에서 ‘완전한 사랑’ 송가를 둘이서 부르기로 했지.

“알았어요, 갈게요.” 나도 목소리를 다듬고 그의 옆에 앉아 함께 연습을 했다.

완전한 사랑, 하나님의 사랑. 다 함이 없는 사랑에 겨워 둘 한 몸되어 보람있게 살자, 손 모아 주님 앞에 빕니다.”

 

 금혼식 잔치를 한 지난 주일은 스코틀랜드의 수호성인인 안드레를 기리는St. Andrew Sunday여서 스코티시 캐나디언이 많은 교회 행사와 우리 잔치가 겹쳤다. 예배 시간이 되자 짧은 타탄 치마와 검은 모자에 백파이프를 불며 선두 선 로버트 장로를 따라 찬양대가 들어서고, 체크무늬 옷을 입은 소년소녀들이 나와서 하이랜드 춤을 귀엽게 춘다.

제단엔 교인들이 내놓은 스코틀랜드 의상과 예쁜 핀과 돌십자가를 올려놓았다. 나도 스코틀랜드의 인버네스 여행 중에 치셤 상회에서 맞춘 조끼와 모자를 내놓은 것이 보인다. 목사님이 50여 클랜(씨족, 가문)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자 회중의 삼분의 이가 넘는 스코티시 캐나디언이들이 일어나서 인사하고 설교를 들었다.

예배가 끝나고 친교실로 내려가 준비한 큰 케익 두 판을 열어 한 조각씩 썰어 교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교회에서 준비한 커피와 홍차를 함께 들었다. 우리 교회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이냐시오님 부부의 모습이 반가웠고, 우리 동생 창구를 대신해서 온 친구인 석천 부부가 준 빨간 포인세티아 화분, 로즈마리와 비비나가 보내 준 자줏빛 양난과 도로시 부부가 유리병에 꽂아 놓은 장미와 흰 백합화 향기가 온 방에 가득했다.

 지난 달에 금혼식을 한 빌 램 목사님은 다음 번 차례는 유니스와 새뮤얼 민석홍이라고 광고한 덕에 우리 잔치도 재치있게 이끌어주었다. 이 분은 생명의 전화 세계총무로 한국생명의전화 세계대회 때 봉사자였던 나하고 한국에서 만난 구면의 목사님이다.

 우리는 연습해 온 송가 <완전한 사랑>을 우리나라 말로 함께 부른 다음, 교인들과 영어로 또 한번 불렀다. 우리 세 아이들이 서울 안동교회에서 결혼할 때마다 부르던 찬송가여서 부부의 사랑은 결국 하느님 안에서만 완전함을 다시금 뜨겁게 확인했다.

 남편 민석홍 장로가 우리 결혼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아슬아슬한 전후사정을 이야기해서 모두 즐겁게-남의 이야기니까-들었다. 우리가 셰익스피어의 비극처럼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뻔한 이야기다.

민문과 윤문은 이조말엽에 수구와 개혁파로 양극을 달렸고, 내 큰조부와 개인적인 원한관계로 조부님이 일찍 돌아가셨다고 아버님이 반대하는 검은돌을 던지신 것. 그때 제일 어른이시고 그리스도 신앙을 받아들이신 할머님, 유진경 권사님이 재판관의 망치로 집안의 소요를 물리치셨다.

“조상들이 잘못한 걸 가지고 젊은 애들을 탓할 작정인가? 이 아이들은 예수를 믿음으로 만난 그리스도의 자녀들이니 반대해선 안된다!”고 선고를 내리신 것.

그 명판결 덕분에 우리는 사랑의 보금자리를 틀게 되었고, 유권사님의 신앙을 우리들의 세 자녀 부부와 손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게 되었다.

 친교실 무대 위에 우리 결혼 사진과 폐백 사진, 시부모님 금혼식 사진, 친정부모님 금혼식 사진, 친정 증조부모님 회혼례 사진을 전시하고, 우리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자 손녀 12명이 각처에서 보내준 축하 카드를 칠판에 붙여놓았다.

한국의 손자 손녀가 여성 한복, 남성 한복을 오려붙인 카드에 모두 신기해 했고, 미국에서 태어난 큰 손자가 삐뚤 빼뚤로 ‘50년 동안 행복하게 살아오셔서 기분이 좋으시겠네요’라고, 우리말로 쓴 편지를 보고 모두 재미있어 했다. 토론토의 외손녀 에스더가 내 취향에 맞게 반짝이를 붙여서 만든 대형 축하카드와, 나하고 3시간 인터뷰해서 만든 Life Story와 포스터의 사진들은 여느 전시장 못지 않았다.

 두 아들과 딸의 카드에 공통점은, ‘우리 어릴 때 생일보다 결혼기념일을 유난스럽게(?) 두 분이서만 즐기신 일이 의아했는데, 그게 바로 사랑의 교육임을 깨달았다’는 것. 평범하면서 성숙한 부모님으로 여러가지 역경을 잘 이겨내면서도, 서로 희생하는 부부상이 아니라 서로를 키워주는 부부의 모습이 특징이라고 했다.

 옛날에 오리 전택부 선생님과 내가 함께 쓴 <부부의 십계명>-남편에게 주는 다섯가지 계명, 아내에게 주는 다섯가지 계명을 우리가 잘 지켜냈다고 칭찬해주었고. 며느리들은 자기 남편을 잘 키워주어 고맙다고 썼다. 우리 사위는 앞으로 60주년 75주년 잔치도 하라고 엄포(?)까지 놓았고.

 잔치가 끝난 후 딸과 사위가 사주는 저녁식사까지 즐겁게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이제부터 연습이 아닌 진짜 사랑을 해야지.’하고 벼르던 남편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침대 이불 위로 내민 오른 손이 내 왼손을 잡더니 코를 골기시작한 것이다. 어제 오늘 우리 잔치 준비에 지친모양이다.

우리가 하늘나라에 갈 때도 이렇게 손잡고 함께 간다면 정말 완전한 사랑이리라. 오늘 일들을 감사하며 나도 꿈나라에 들어갔다.

-They shall still bear fruit in old age; they shall be fresh and flourishing. Psalm92-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