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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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와우Pow-wow에서 울리는 영혼의 춤과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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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 둥 둥 둥 두두두두 둥둥!

영혼의 갈망 같은 고수들의 웨침 속에, 해마다 8월 첫 주 캐나다데이에 울리는 북 소리에 맞춰, 원주민 예술제인 Pow-wow파우와우 축제가 매니툴린 섬에서 열린다.

맨 발로 땅을 밟으며 장단 맞추어 전진하는 인디언 원주민들의 춤사위가 벌어지는 곳이다.

우리 부부도 이 마당에 끼어보려고 이틀 밤 잘 곳을 예약하느라 남편은 진땀을 뺐다. 터버모리에서 새벽에 떠나는 하얀 백상어리 같은 Ms Chi-Cheemaun을 타고 매니툴린에 내린 우리는, 이제 환상의 섬에 내린 이방인이었다. 캐나다 동북연안에 모여 사는 인디언 원주민들의 마음씨처럼 푸른 호수 한 가운데 떠있는 이 섬에서 ‘과거를 경험하며 현재를 즐기는’ 무리에 낀 것이다.

 

이 축제가 열리는 위키웨미콩Wikwemikong의 노천 원형극장은, 갑자기 쏟아지는 비 때문에 공회당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천막 상점들만 원형극장 주위로 빙 둘러싼 채 남겨놓고.

북미에 사는 여러 인디언들이 일년에 오늘 하루 모이는 이 Pow-wow 민속축제는, 캐나다에서 제일 오래된 ‘위키웨미콩 민속축제’이다.

1862년, 캐나다정부가 인디언 원주민 영토를 조건부로 접수하는 매니톨린 조약에, 조상의 땅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이 조약을 받아들이지 않고 남아있는 유일한 인디언 마을이 위키웨미콩이다.

 각 마을의 인디언 원로들이 매니툴린의 상징인 천둥새 thunderbird의 번뜩이는날개를 달고, 천둥새를 그려 넣은 북소리에 맞추어 입장한다. 그들의 인사가 끝난 다음, 씩씩한 무사의 모습을 한 남정네들의 춤에 이어 나비가 날아다니는 듯 환상적인 여인네들의 춤이 온 방안에 하얀 연기를 피우고, 조그마한 금빛 징글벨을 치맛자락에 잔뜩 매달고 춤추는 여인들의 춤사위는 더욱 볼만하다.

그네들이 몸을 흔들 때마다, 쟁그렁 쟁그렁 귀여운 소리가 그들이 기다리는 새 아침을 예고해주는 듯 신선하다. 그들의 뒤를 이어 줄 앙증맞은 어린 아가씨들이 춤 출 때 찰랑거리는 징글벨 소리는 아득한 옛날을, 그들의 어머니인 대지의 품을 생각나게 한다.

 

백 여 팀의 춤사위가 끝난 다음엔 그 열기에 몸과 마음이 잔뜩 달아오른 구경꾼들이 한 마당에 어우러져 춤 추는 것으로 축제가 끝난다. 그들과 어우러져 춤판에서 내 영혼의 춤을 추어보려고 한 것이 소원이었는데, 몇 백 명이 내지르는 태곳적 외침과 현란한 원초적 춤과 환상적인 너울 같은 옷차림들에 나는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고, 뭔가에 사로잡혀 바닥으로 가라앉는 느낌을 감당하기엔 너무 힘이 들었다. 달포 이상 별렀던 그 춤사위에 끼어보지도 못하고 나온 게 후회막심이 될줄 알면서도, 남편의 팔에 매달려 그곳을 빠져 나와버렸다.

위키웨미콩 원주민들이 내뿜는 불같은 열기에 데어버릴 세라, 풀빛 호수가 잠잠하게 누워있는 호숫가 셰기안다Sheguiandah를 향해 차를 달렸다. 그곳엔, 영국성공회 교리를 받아들인 원주민들이 선교와 화합을 목적으로 매니타우아닝에 두번째로 교회를 짓는 것이 보였다.

교회는 주민들의 둥근 천막집을 본 따 둥글게 지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 Round House의 얼룩진 창문으로 안을 드려다 보았다. 예산이 없어 짓다 만 안타까움이 안개가 되어, 볕이 든 허공에서부터 둥글게 깔아놓은 마루위로 성령의 비둘기가 날아드는 듯한 신비감이 서렸다.

 

하나, 둘, 하나, 둘, 뒤로 돌며 하나, 둘…스텝마다 발바닥을 땅 위에 맞대어 땅의 혼기를 온 몸에 끌어들이는 영혼의 춤사위가, 터버모리로 돌아오는 뱃전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 소리와 한데 어울려, ‘우리를 저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너희를 돌보아 주리’라는 천둥새의 멧세지와 함께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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