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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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Good Samari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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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율법교사가 예수께 찾아와 어떻게 하면 영생을 얻을 수 있는가를 물었다. 그 때 예수께서 율법에 무엇이라고 적혀 있는가 반문하자 "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여 주님이신 네 하느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써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예수께서 "옳은 대답이니 그대로 실천해라. 그러면 살 수 있다"고 말하자, 그는 “그럼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하고 다시 묻는다. 그때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해주신다. 강도들에게 두들겨 맞고 쓰러져 있는 그 사람 옆으로 제사장도 레위 사람도 못 본 척하고 지나가 버렸다. 
그러나 어떤 사마리아 사람만이 그를 가엾게 여겨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매어 자기 나귀에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서 재워주고 간호해 주었다는 이야기를 하시고, 이 세 사람 중에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 준 사람은 누구인가 묻자, 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푼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예수께서는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라고 말씀하셨다(누가복음 10:25~37).
  
  

       

 

예루살렘에서 베다니를 지나, 예수님이 시험 받으신 유다 광야에 외롭게 피어있는 화관을 쓴 가시엉겅퀴 들꽃과, 와디 황야에서도 꼿꼿하게 자라는 싯딤(Shittim)나무를 지나 여리고로 계속 내려가면, 사마리아인이 강도 만나 쓰러진 사람을 데리고 간 '사마리아인의 여인숙'이 나타난다.
여리고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성읍이며 오아시스와 '엘리사의 샘'으로 인해 푸른 종려나무 숲이 우거진 마을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마리아인의 여인숙’은 여리고에 들어서기 전 외딴 언덕 위에 있다. 초라한 여인숙 뒤뜰에는 강도 만난 사람을 치료해준 올리브 기름을 내는 올리브나무가 그때 일을 증언하는 듯 서 있었다. 
 그 여관을 지키는 한 베두인이 내게 한가하게 쉬고 있는 나귀에 타보라고 권한다. 나귀를 타는 대신 사진을 찍겠다고 했더니 여관 앞으로 나귀를, 아니 낙타를 끌고 와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포즈를 취한다.
강도 만난 사람과 그를 도와 준 착한 이웃, 그를 쉬게 해준 여관, 그리고 그를 치료해준 올리브 나무의 구성은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마음 속에도 투사되어 우리를 움직이는 힘을 줄 것만 같다. 강도 만난 사람은 이 메마른 세태 속에서 언제 내게 상처를 줄 지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늘 불안한 우리의 모습이다.  
상처 입은 사람을 보면서 그대로 지나치는 직분있는 사제나 레위사람도 바로 우리의 그림자이다. 누구에게나 착한 본성이 있어서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실천하지 않는 '돌짝밭에 떨어진 씨앗'과 같을 때의 우리 모습이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이 가장 경멸하는 사마리아인이 오히려 착한 일을 했다는 것은 오늘의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올리브나무만은 변함없이 우리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영원한 생명의 나무이다. 올리브 나무는 그리스도인과 이슬람의 조상인 아브라함의 상징이다. 그리고, 올리브 잎새는 노아시대 홍수가 끝나고 비둘기가 지상의 생물을 제일 먼저 알리려고 물고 온 평화와 승리와 은총의 잎사귀였다. 또한 의술과 마법의 성스러운 도유 예식에서 시신에 바르기도 하고, 왕의 즉위식 때 머리에 붓는 성유가 되기도 하는 '야훼의 가장 귀한 선물'이다.
우리 몸과 마음의 상처 치료사인 푸근한 올리브 나무를 배경으로 서있는 사마리아 여인숙은 상처 받은 이를 낫게 해주는 교회일 수도 있고, 그런 일을 앞장 서서 하는 기관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 Good Samaritan을 본받아 Life Line 운동이 세계적으로 펼쳐진 것은 반세기도 안 된다. 호주의 Allan Walker 목사가 Life Line (생명의 전화, 윤경남 옮김, 기독교서회)이라는 책을 써서 전화상담으로 위기의 생명을 구하는 사마리안 역할을 시작했다. 전화 줄이 생명의 줄이 된 이 운동은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자살방지 센터로 활동하며, 한국, 일본,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기독교 정신으로 전화상담을 활성화하고 있다.
한국생명의 전화 창립 때부터 11년간 봉사를 한 후, 캐나다에 정착하면서 생명의전화 일은 잊고 지냈다. 그런데 우리가 집에서 가까운 St. Giles 장로교회에 참석하기 시작하자, 제일 먼저 우리에게 인사한 분이 Bill Lamb 목사였다. 생명의전화 세계총무로 한국세계대회에 몇 번 참석해서 만난 적이 있는 분이어서 더 놀랐다. 생명의 전화 줄은 끈질기게 토론토까지 따라온 셈이다. 
먼 이역에 와서도 하느님의 또 다른 계획이 있으신 모양이다. 램 목사님이 인도하는 홈 그룹에 참석하랴, 찬양대도 하랴(민장로만), 지난 해에 금혼식을 한 지나와 램 목사부부가 다음 금혼식 차례는 우리라고 광고를 하는 바람에, 얼마 후 교회에서 열린 우리 금혼식 잔치에서 “The Perfect Love of the Lord!”도 함께 노래했다. Good Samaritan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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