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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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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飛上)하라 엘 콘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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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 콘도르’ 김외숙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일곱 살에 잉카제국의 나라 페루에서 캐나다의 한 가정으로 입양된 입양아의 이야기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생길이 바뀌면서 온 몸으로 낯선 환경을 감당해야 하는 지난한 삶을 그려 보고 싶은 것’이 소설 시작의 동기라고 작가는 글머리에 서술하였다.

그가 행복한 길로 인생행로를 찾아가는 파란곡절은 행복과 사랑을 해석하는 작가의 심령의 높이와 깊이만큼 마음의 온도계를 넘나들며 요동친다. 힐 스 가(家)는 사랑과 평화로운 가정의 모델, 하지만 이미 한 아이를 잃고, 다섯 살 된 외아들을 유괴 당했다 찾은 악몽을 경험한 엄마는 절대 외아들 브라이언을 혼자 있게 두지 마라며 7살 페루소녀 ‘마마니’(애나)를 입양하였다. ‘애나’는 흙색피부의 딸이며 아들의 보호자, 누나로 경계선이 그어진 존재다.

생경한 땅에서 영어도 한마디 할 줄 모르던 수줍은 애나는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을 온 몸으로 감당하지만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보호자로 위로와 신뢰를 주는 친구로 자라간다.

 “부모님이 간과하신 것이 있었다. 아이들은 몸과 함께 마음도 자란다는 사실을. 몸은 저 홀로도 가능하지만 마음은 서로를 향하면서 자란다는 사실을.”(p36)

 사명의 경계선에서 갈등하는 시기, 브라이언은 집을 떠나 코리아로 갔다가 3년 만에 수옥과 결혼하여 집으로 돌아온다. 아직도 사랑의 열기가 타고 있는 애나는 자신이 집을 떠날 기회를 찾고 있다. 어린 시절 가장 많이 놀리고 괴롭히던 남자아이 마이클을 만나게 되고 변화된 그와 결혼을 하지만 9년 만에 겨우 임신한 애나는 마이클의 술주정으로 유산이 되었다.

 다시 회심한 마이클의 페루 여행계획, 그리고 놀랍게도 페루에서 아이를 입양하자고 제의한다. 아무도 없는 페루이지만, 조국에서 아이를 입양할 목적으로 여행을 가는 애나는 희망과 사랑으로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 창공에 날개치고 비상하는 한 마리 콘도르처럼.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작가의 세심하고 부드러운 이야기 전개는 차분하고 따스한 인간애와 소란스럽지 않은 사랑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언제나 말미에 아름다운 미소를 함께 머금게 한다.

그런데 소설을 읽는 내내 내 마음 속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엮어지고 있었다. 바로 애나 힐 스와 김외숙의 동일화가 일렁이는 것이다.

삼남 일녀의 자녀가 이미 있으면서 7살 코스타리카 소녀를 입양한 제임스 힐스 목사님과 영어 한마디 못하면서 생경한 땅 캐나다로 입양되어온 애나. 몇 해 전 갑자기 심장마비로 60세 갓 지난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애나’ 힐 스는 실명이며 작가가 밝힌 대로 소설의 주제는 모두 사실에서 상상을 추려냈기 때문이다.

 작가는 50대 초반에 70대 후반의 힐 스(James W. Hills)목사님과 재혼하였다. 둘 다 배우자와 사별한지 10여 년이 훨씬 지난 시점이었다. 은퇴 후의 목회로 더 바쁘던 목사님과 소설가로서의 기반을 다져가던 작가는 그의 수필집에서 이때를 포크와 나이프의 삶이라 표현할 만치 생경함에 익숙해지려 몸부림치며 매일 울면서 보냈다고 하였다.

힐 스 목사님은 울기만 하는 신부를 위로할 친구를 만들어 주려고 온타리오 서비스의 한인여직원을 찾아가고, 한인교회, 캐나다한인문인협회 등 세심한 배려와 사랑을 베풀었다.

이제 작가는 소설가로서 하늘 높이 비상하였다. 그의 로맨스 스토리는 그가 받은 사랑에서 자라고 그가 몰입한 만큼의 열정에서 싹트고, 번창한 화초로 숲으로 그리고 한 마리 새가 되어 창공으로 비상하였다.

그런데 작가는 콘도르를 본적이 없다고 하였다. 힐 스 목사님도 애나도 그리고 작품속의 애나도 아무도 콘도르를 직접 보지 못하였다. 잉카문명의 발상지라는 페루, 마추픽추도 티티카카 호수도 가 본적이 없다. 산소부족 증에 걸려 산소마스크를 하고 숨을 몰아 쉬었던 해발 4500미터의 콜 카 골짜기. 까마득한 암벽을 내려다보며 2시간 만에 드디어 날아오르던 콘도르를, 양 날개 3미터나 되는 그 새를, 그 호수를, 그 바위를 실제로 보았더라면.

상상의 판타지는 대상의 실제적 존재와 부재에 따라 세심한 주의를 기우려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픽션의 한계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콘도르는 일생에 단 한번 짝짓기를 한다고 한다. 짝이 죽으면 바람의 방향을 반대로 돌진하여 날아 끝내 암벽에 부딪혀 죽고 마는 새라고 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먹이를 주면 많이 먹고 한 순간 몸이 무거워 날지도 못하고 웅크리고 앉아 있다고 한다. 이때 가만히 가서 쉽게 잡을 수 있다. 하늘에 뜻을 둔 신비한 새는 땅엣 것을 탐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을 초월하고 자유롭게 훨훨 비상하여야 할 것이다. 끊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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