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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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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 해일(Tidal B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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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만의 여행이다. 뉴브런즈윅 알마(Alma)에 가는 여정이다. 팬데믹 제약을 옥죄이고, 풀어주기를 거듭하는 사이 평범하던 일상은 형체 없는 압력으로 짓눌렸다. 비대면, 거리두기, 사회생활은 자칫 절망의 정점에 몰리게 하는 것이 아닐까 염려될 만치 사람들의 내적, 외적 모습은 패잔병처럼 추레해지고 삶의 긴장감이 풀어졌다. 자유를 빼앗긴다는 것은 주권을 상실한 패자라는 의미가 부각되면서 인내심마저 안절부절 흔들렸다.

온라인 수업이 더 힘들었다는 교사인 아들이 방학하자마자 ‘펀디 만’국립공원 자동차여행을 제안했을 때 대서양 바닷바람이 이미 우리를 휩싸는 환희로 흥분하였다. 2차 백신 접종완료증과 뉴브런즈윅 여행국의 여행등록증(Department of Justice and Public Safety New Brunswick Travel Registration Office) 발급은 필수이고 개점한 호텔 식당 등 모든 여행일정은 인터넷으로 이루어졌다.

하늘은 약간 흐려 있었지만 오히려 운전하기엔 더 좋은 날씨였다. 익스프레스 하이웨이 407은 한산하였다.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희끄무레한 마을이 휙휙 지나갔다.

 펀디 만(灣)은 노바스코샤와 구분 짓는 뉴브런즈윅 동남부측면을 따라 뻗어있다. 펀디(Fundi)는 ‘깊다’(Fondo. 포르트갈어)와 폭이 좁게 ‘갈라지다’(Fendu.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다 하며 뉴브런즈윅의 지리, 경제, 역사의 중심지이다. 알마(Alma)는 펀디국립공원지역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어 우리가 보려고 하는 플라워 폿(Flower Pot)바위나 조수 해일(Tidal Bore) 등의 관광지까지 1시간 정도의 드라이브 거리에 있었다.

 280m의 이 깊은 펀디 만을 주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욕조’라 부르는데 매일 2번씩 1천 억 톤의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빠져 나간다고 한다. 세계에서 조수간만의 차이가 가장 큰 곳으로 밀물 때는 해수면이 16미터까지 상승하였다가 썰물 때는 3, 5미터까지 빠져 나가서 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리가 머문 호텔은 바로 포구에 위치하였는데 저녁에 10여 미터 아래 진흙바닥에 앉아 있던 어선들이 새벽이 되니 모두 떠올라 방파제와 거의 같은 높이로 배 안이 훤히 드려다 보였다.

호프웰 락스(Hopewell Rocks)에는 붉은 사암이 오랫동안 강한 파도에 깎여 마치 거대한 화분처럼 보이는 바위기둥이 생성되어 있었다. 아침 10시경 입장하니 해안은 플라워 폿(Flower Pot) 앞에서도 7, 8미터 물러가 있어 마른 땅으로 걸을 수 있었다. 거대한 바위에 돌문이 뚫린 플라워 폿은 한 두 개가 아니었다. 해안가 전역이 크고 작은 화분이거나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세찬 물살이 할퀴며 들락거렸기에 바위에 구멍이 생기고 사방에 조각품 같은 흔적을 남긴 것일까. 인간의 능력으로는 절대적으로 역부족인 자연의 걸작 앞에 모래알처럼 부스러지는 나를 발견하였다.

한없이 위축된 자신을 추스르며 주위를 둘러보다 그만 말문이 막혔다. 깎이고 뚫린 바위 화분에 푸른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것이었다. 흙도 없이 거친 바위 위에서 파도를 먹고 자란 나무들의 생명력이 경이롭기만 하였다. 그러나 치열한 생명력의 역동현장은 다음 관광지에서 있었다.

몽톤(Mongton)까지 1시간 넘게 달려간 우리는 3시21분 정확한 시간에 맞추어 조수 해일 조망대에 입장하였다. 높은 시멘트층계의 조망대 왼쪽은 멀리 바닷물이 굽이져 흘러드는 만(灣)이고 오른쪽은 육지에서 강물이 흘러들어 썰물 때 바닷물과 함께 흘러나가는 강물이었다. 포구 바닥은 썰물이 빠져나가 15미터의 바닥까지 보이고 오른쪽에서부터 물줄기가 졸졸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수 해일 현상에 대한 안내자의 설명이 막 끝나자 왼쪽 멀리에 갑자기 일렬로 들이닥치는 해일이 나타났다. 시뻘건 흙탕물이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몰려오는 광경은 격렬한 전장에 일렬로 종대를 이룬 천군만마기마병의 돌격처럼 보였다. 오른 쪽에서 흘러오던 강물줄기는 막강한 해일 밑에 깔려 이미 자취를 감추고 양안의 수위는 2미터, 5미터 불어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승리자의 패기로 15미터의 높이에 도달하였다.

의기충천한 전사들처럼 밀려드는 해일은 두려움으로 몸이 떨리게 하였다. 실로 장관이었다. 6시간 전에 썰물로 쫓겨 갔던 조수는 통쾌하게 설욕을 한 듯 당당하게 강 상류로 유유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인간사 삼라만상에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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