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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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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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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나이아가라 폭포에 갔다.

지난 밤 내린 눈이 폭포에서 퍼진 물안개에 젖어 주변 초목은 온통 얼음 숲이었다.

구름이 쫓겨 가는 틈사이로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밀자 숲은 순식간에 수정같이 반짝였다. 팬데믹의 탈출구를 찾아 갈급하게 고대하던 신축년. 흰 소의 발걸음은 숨 막히게 느리고 답답하였다. “이러~, 이러~ 속히 오시 옵 소 예.”

 하루에 코로나 확진자가 3천 명에 이르고 사망자가 70여명에 육박하자 온타리오주 정부는 제2차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자택 대기령을 내렸다. 또 다시 묶인 몸, 갇힌 신세가 되었다.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드라이브였다. 이나마 중단하면 운전하는 법마저 잊는 것이 아닐까. 규칙적인 생활방식을 위해서라도 드라이브는 사수해야 할 마지막 보루 같았다. 처음 팬데믹 록다운 이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차를 몰고 나갔다.

40여년 살던 온타리오 런던을 떠나 나이아가라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된 이유는 다분히 목가적분위기가 좋아서였다. 고국을 떠나 처음으로 발을 디딘 곳이 미국 뉴욕 주 버펄로, 나이아가라 블러바드, 폭포를 사이에 두고 바로 강 건너 마을이었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꽃이 지지 않는 곳, 딸기로부터 시작하여 블루베리, 체리, 자두, 복숭아, 배, 사과, 포도향이 열매 익는 순서대로 넘실대는 과수원 동네, 포도주의 집산지에다 나이아가라 단층지대를 끼고 꼬불꼬불 이어지는 언덕숲길 동네가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그 중에도 들림 다리를 건너 20여분 달리면 눈앞에 펼쳐지는 폭포의 장관과 새파란 하늘에 뜨는 칠보 색 무지개가 자석처럼 끌었다.

남편이 즐기는 재담이 있다. “겨울이 되면 낫을 준비합니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는 날엔 폭포 위에 어김없이 무지개가 뜹니다. 갑자기 추워지면 무지개가 얼어버립니다. 낫으로 언 무지개를 턱턱 잘라서 냉동고에 보관하고 아무 때나 무지개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 나이아가라 강가엔 오리가 많습니다. 겨울에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물이 얼면 오리들이 얼어붙습니다. 낫으로 오리를 잘라서 냉동고에 보관하고 일 년 내내 오리구이를 해먹을 수 있습니다. 기적은 그 다음 해 잘린 오리다리에서 오리가 싹튼다는 것입니다. (진짜로 한 겨울 기록적 추위가 있던 날 포트 달하우지 다리 밑에 서식하던 오리가 얼어서 지역 소방대원들이 오리구하기 작전을 벌인 뉴스가 지방신문을 장식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이아가라폭포를 바라보면 점점 젊어진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이야 가라!’ 이기 때문입니다.”

나이아가라폭포는 1678년 프랑스선교사 루이 헤네핀 신부가 온타리오 호수에서 천둥치는 폭포의 소리를 듣고 처음으로 발견하여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수억 년 전 생성기의 폭포는 지금보다 10km나 하류에 있었다 한다. 매년 1.4cm씩 침식을 한다니까 이사 온 후로 10여cm는 침식이 되어있을 것이다. 마스크에 검은 안경, 점퍼 후두까지 눌러쓰고 폭포 앞에 섰다.

나이아가라폭포공원은 한적하기 한이 없었다. 염소섬주변의 미국폭포나 말발굽폭포라 불리는 캐나다폭포도 맹렬하게 용트림하며 치솟다가 흰 거품을 내뿜으며 부서지고 있을 뿐이었다. 신이 노한 때문이라고 아름다운 처녀를 산 제물로 바쳤다는 슬픈 전설의 우렛소리가 천지를 뒤흔들고 있었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방향에 따라 울리는 소리색이 다르다는 폭포에 귀가 먹먹하였다.

한순간이 지나자 요란한 소리는 간 곳 없고 윙~ 자자한 울림만이 상념의 침전물을 마음바닥에 수북이 가라앉혔다. 폭포소리는 온 몸과 마음의 진동으로 듣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일생을 뜻하는 한자 생(生)은 소(牛)가 외줄 타기(一)를 하는 것이라 한다.

문득 공중곡예사 닉 왈렌다(Nicholas Wallenda 미국인)가 떠오른다. 2012년 6월 저녁, 그는 미국과 캐나다 나이아가라폭포 위 550여 미터를 외줄 타기로 건너왔다. 양안을 가득 메운 구경꾼들의 환호성이 우렛소리를 잠재우던 열광의 도가니. 인내와 극기의 인간 승리였다. 소처럼 묵묵히 걷노라면 코로나는 반드시 극복될 것이다. 기필코 승리할 약속의 무지개가 구름 속에 가려있지 않은가. 폭포를 향해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나이야 가라! 코로나야 물러가라! 참 자유여 어서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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