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hokim
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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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성기님의 영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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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기 형, 오늘 이 순간 내가 그대와 마지막 작별을 하는 조사를 드리는 자리에 섰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질 않습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조국을 떠나와 산전수전을 다 겪고, 이제 편할 날만 남았는데 우리 곁을 떠났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요. 며칠 전만해도 서로 만나 골프를 치고 웃고 얘기하던 그대가 오늘은 손발이 싸늘한 주검으로 변했으니 그것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인명은 재천이라지만 이것이 하늘의 장난이라면 너무 심한 장난이요, 하늘의 질투와 심술이라면 너무 가혹한 심술입니다. 지금 이 순간 삶과 죽음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뼈저리게 느낍니다.

자식들은 모두 성가하여 양 어깨의 무게를 덜어주어 편안하게 살고 있는데 흐르는 세월은 안타깝게도 인생의 마지막 아름다운 설계를 하는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군요.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많은 인연을 만납니다. 내가 김형을 알게 된 것은 1965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꼭 56년 전 독일에서 힘들게 일하던 때입니다. 캐나다 이민도 같은 시기에 왔고, 토론토 시청에서의 결혼식 증인으로 서명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있습니다.

나이로 보면 나보다 5살 아래이지만 그대는 인생의 여러 면에서 단연코 나의 인생 선배였습니다. 해병대 출신답게 용감하게 도전했던 색소폰 연주, 구수한 재치와 소박한 인간미, 모든 면에서 열심히 살려는 그 건실한 생활 태도, 그대는 너무나 열심히, 착실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돌보다 강한 정신과 신체를 가졌던 사랑했던 친구여, 세상을 공포 속에 몰고 있는 코로나 유행병도 잘 참아내더니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뒤에 두고 어떻게 그리 무정하게 떠났소.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가령 부부와 부모자식 지간이라 해도 말하지 않는 이상 서로의 마음을 알 길이 없죠. 세상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한 번도 털어놓고 이야기해보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혼자 앓으면서 살다 가는가. 그렇게 건강하던 친구가 하루아침에 작별인사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나간 것인가.

 김형의 소천은 주위 친구들에게는 전혀 예상되지 않는 일이었소.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섬뜩해지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죽은자를 통해서만 나 자신의 현재를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나 자신에게 소홀하게 살아왔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은 나이 탓인지도 모르겠소.

 하느님의 크고 신비한 섭리와 지난 날의 만남, 삶과 이별 그리고 세상의 인연도 별것이 아닌바, 그리스도인들은 지상의 삶이 끝나면 하늘에서 영원한 삶이 시작된다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삶과 죽음은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성현들의 말입니다.

 김성기 형, 이승의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부디 편히 쉬소서. 그대의 명복을 빌면서. (20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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