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hokim
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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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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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짙어 가는가 싶더니 계절은 벌써 여름에 성큼 들어섰다. 여름이 오면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그렇듯이 일이 많다. 텃밭을 일구고 잔디를 깎고 바깥에서 해야하는 일들이 많아 사람들은 무더위에 불쾌지수가 높아간다고 하지만 나는 그래도 여름은 정열적인 계절이어서 좋다. 푸르다 못해 검게 느껴지는 저 숲속의 녹음, 가로수의 찌는 듯한 햇볕 속에서 찬란히 빛나는 그 녹음의 생기. 그것은 바로 청춘의 정열이고 청춘의 꿈과 이상이며 성장의 상징이다. 그래서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가로수 잎들의 무르익은 녹색과 함께, 여름하늘은 유독히 파란 듯하다. 한줄기 빗줄기가 그친 뒤, 텅빈 골프장의 푸른 잔디를 배경으로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이 한폭의 그림처럼 떠있다. 집에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다. 이렇게 공기 맑고 숲과 산림이 울창한 아름다운 골프장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 받은 시민만이 누리는 행복이란 생각이 든다.


 어제 24절기 중 하나인 하지가 지났다. 하지는 태양 황경이 90도가 되는 때이다. 양력으로는 6월21일경인데, 북반구에서는 이 시기에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하지는 농사와 관련 가장 바쁜 시기이다. 하지 때 태양이 가장 높이 떠 낮 길이가 무려 14시간 35분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이 때 지표면에 가장 많은 열이 쌓이게 되고, 이 열이 하지 이후의 기온 상승과 이어지게 되어 무더위가 시작된다. 


 그런데, 더위가 시작되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곳은 시원한 나무 그늘이다. 특히 산이나 숲의 나무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하기도 하려니와 싱싱한 나무 냄새와 더불어 주변의 공기가 이를데 없이 상쾌하다. 요즘들어 삼림욕이란 말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나무와 가까이 접하게 되면 누구나 편안하고 안온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원시성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식물은 우리 인간에게 유익한 에너지를 내보내고 있는데, 투명한 사람만이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심신이 약할 때나 피로할 때 숲속으로 들어가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소나무에 등을 기대고 그 나무의 기운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살아 있는 생명체를 가까이해야 삶의 신비를 배우고 삶에 활기가 솟는다. 이렇게 나무와 숲은 여름에 더위를 식혀주는 단순한 기능뿐 아니라, 요즘 우리사회에서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환경오염에도 주요한 몫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무와 숲을 우리주변에 많이 심고 보전해야 한다는 까닭에 대해 재인식을 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신문 자료에 의하면, 나무는 지난날까지 목재생산과 홍수예방, 풍치 등을 목적으로 우리 주위에 심어져왔으나 오늘에 와서는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대기오염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라도 많이 심어져야겠다는 것이다. 가로수로 주로 심어지는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이 그 종류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아황산가스를 흡수하여 우리 주변의 공기를 정화시키는데 한몫을 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산소를 방출하고, 소음방지의 역할도 하고 먼지까지 흡입한다는 것이다. 여기다가 나무는, 직접적으로 주변의 불결한 냄새를 흡수하고 강열한 향기를 발산시켜 냄새를 조절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나무와 숲은 테르펜이라는 방향성 물질을 발산하기 때문에 인간들이 삼림욕으로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푸는 데도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결론이다. 나 자신도 이 같은 사실을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으나 평소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산소를 나무가 뿜어낸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요즈음 거리마다 병들거나 죽은 나무를 제거하고 새로운 나무를 심고 잔디를 가꾸는데, 이런 일은 정부에서 관리하는 일이지만 특히 신흥 개발동네의 길거리마다 가로수에 물주머니를 달고 있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 집앞 가로수도 물주머니를 달고 있는데, 자연의 신비함이 저절로 다가오는 여름날에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며 땀을 닦아내면서 자연의 고마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집 뒤뜰에는 채전 밭이 있고 초여름의 신록을 준비하는 울창한 나무들과 숲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이들이 발산하는 풍부한 산소와 맑은 공기가 우리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내가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시간나면 정성들이는 꽃밭에는 장미와 모란이 곱게 피어있다. 초여름은 장미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나는 첫여름은 무엇보다 나무의 계절이라 하겠다. 나무가 주는 기쁨과 위안이란 결코 낮춰 생각할 것이 아니다. 


 장미와 모란은 울긋불긋 곱고 다채로워 사람의 눈을 끌고 마음을 빼내는 데가 있으나, 초록 일색의 나무와 숲이 갖는 은근하고 흐뭇하고 건전한 풍취에 비하면 어딘지 얇고 야한 데가 있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나무로서 앞서 말한 꽃에 비하여 손색 있을 것이 하나도 없다.


 환경오염이 우리사회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심각한 현실로 다가와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의 터전을 깨끗하고 청결하게 가꾸어나가기 위해서는 나무를 많이 심고 가꾸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누구나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0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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