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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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다음에 뵐게요
jakim

 

 월요일 아침 눈을 뜨고 밖을 내다보니 차 지붕 위에 눈이 하얗게 쌓여있다. 세상에, 5월 중순으로 들어가는 이때에 눈이 오다니.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상이 꺼꾸로 돌아가니까 계절마저도 꺼꾸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한 주가 지나갔다. 사실 나는 좀 게으른 편이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데 큰 문제는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쓰려니 쑥스럽기는 한데 그래도 기록은 남겨야겠지.

 

지난 금요일, 오전부터 사위가 분주하다. 어머니날이라고 부엌에서 부지런히 뭔가 자르고 있고 삶고 있고 준비하고 있다. 나는 그저 왔다 갔다 하다가 설거지나 해주면 된다. 그런데 이 설거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싱크에 반이나 찬 설거지를 해놓고 한 시간 후쯤 가보면 또 그 만큼이 쌓여있다. 사람이 여섯이나 살고 있으니 나오는 일감도 장난이 아니다.

 

아래층에서 TV를 보고 있으려니 점심 준비가 되었다고 한다. 올라가보니 접시에 햄버거가 셀러드와 함께 푸짐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빵을 들어 한입 씹는데 빵도 고기도 부드러워 무척 맛있었다. 이름하여 Chicken Breast Hamburger. 나는 한 개 반을 먹었다.

 

여기저기 오는 카톡이나 Face Book 등에 어머니를 그리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그것들을 보면서 더욱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라는 단어는 우리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하신다. 아, 어머니 그 어려운 살림 중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셨던, 내가 혹시 잘못을 하면 줄넘기로 때리기도 하셨던 어머니.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머니의 뜻을 조금이라도 깨달았고 어머니 지나가셨던 연세를 지나면서 어머니의 처지가 이해가 됐다.

 

누군가 보낸 준 카톡에 수탉은 모이를 혼자만 먹어대는데, 암탉은 병아리들 먹으라고 계속 모이를 물어 그들 앞에 놓아주는 동영상을 보았다. 그러면 병아리들이 돌아가면서 엄마가 놓아준 그 모이를 먹는 것이었다. 아빠 쪽에 있던 병아리가 하나도 얻어먹지 못하자 결국은 엄마 쪽으로 가 한 톨씩 얻어먹는 것이었다. 참 그럴 듯했다.

 

우리 집만 보더라도 내가 아이들한테 하는 것과 집사람이 아이들에게 베푸는 것이 다르다. 나는 내 위주로, 집사람은 아이들 위주로. 그래서 종종 그것 때문에 말다툼이 일어난다.

 

점심이 끝나고 오후가 되자 또 사위가 부엌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부엌에 올라가보니 재료가 잔뜩 나와있어 사위에게 좀 도와주려나 물으면 괜찮다고 한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가 시계를 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집안에 연기가 자욱해졌다. 웬일인가 위로 올라가보니 고기를 후라이팬에 구우면서 연기가 나오는 것이었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시간이 늦어지니 마음이 급했던거지.

 

우여곡절 끝에 준비가 다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올라가 보니 스테이크 디너가 와인과 곁들여 멋지게 차려졌다. 밖이 껌껌하게 어두워졌으니 더욱 디너의 분위기가 살아났다. 어머니날이니 두 어머니(집사람과 딸) 손에 물 안 묻히게 한다고 사위가 그날 하루 종일 수고 몽땅 해버렸다. 고맙다 사위야.

 

일요일 오후에 집사람하고 밖을 걷는데 동네 몇몇 집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나서 돌아다보면 Mother’s Day 라고 자손들이 찾아와 주차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정부지침을 지켜가며 어머니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고 모르긴 몰라도 집안에서 만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머니날 부모를 찾아왔는데 그런 인륜을 어찌 법으로 다스릴 수 있으랴? 주수상 Ford 도 어머니날에 나가 사는 딸들이 왔다 갔다고 실토하지 않았던가.

 

집에 돌아와 잠깐 있는데 꽃다발 하나가 배달되어왔다. 에드먼튼에 있는 아들이 엄마에게 보낸 것이다. 우리 김여사 그것 받자마자 아들에게 영상통화를 한다. 갑자기 부엌이 환해졌다. 커다란 꽃다발 두 개가 좁은 부엌에 있으니. 이제 집사람도 엄마의 엄마가 되었으니 그런 대접을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지.

 

나도 울 엄마가 보고 싶은데, 언제나 뵐 수가 있을까?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 이번 어머니날은 그냥 지나가고 팬데믹 끝나서 공동묘지 문을 열면 바로 찾아 뵐게요. (20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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