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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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커버린 손녀딸
jakim

 

제이미의 발이 통째로 카시트 밖으로 나와있다. 아니, 분명히 얘가 쓰던거고 딱 맞던 건데 갑자기 아이가 며칠 만에 확 커졌나, 발이 통째로 밖으로 나오니 이거 어떻게 된 것인가. 


큰 손녀가 태어나고 아기를 차에 태워 다니면 카시트가 필요하니까 엄마차와 아빠차에 각각 카시트를 설치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작은 손녀가 태어나 그 아기를 데리고 오느라 카시트 채로 아기를 집안에 들이고, 식탁 위 보료에 눕히니 큰손녀가 자기 카시트에 눕고 싶다고 해서 그녀를 그곳에 눕히니 양쪽 발이 통째로 카시트 밖으로 나온 것이다. 마치 그녀의 것이 아닌 양.


바로 좀 전에 손녀딸이 친할머니와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문의 손잡이를 돌리며 들어오는 것이 큰아이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손녀딸은 주말에 자기 친할머니네 집에 갔고, 딸과 사위는 월요일 새벽에 병원 간다고 집을 나섰다. 그날따라 쇼잉도 있고 해서 분주히 다니고 있는데 오후 두 시경 ‘띠릿’하고 문자가 온다. 딸은 침대에 누워 있고 사위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드디어 두 번째 손녀딸이 태어난 것이다.


일을 대충 끝내고 병원으로 갔다. 널찍한 병실에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있었다. 딸이 아기를 주기 전에 손을 씻으라고 한다. 병원에 들어오면서 복도에 있는 세척제로 씻었지만 다시 손을 깨끗이 씻고 아기를 안았다. 세상에 이렇게 작은 아기가 눈을 감고 입도 다문 채 코로 세록세록 숨쉬며 잠들고 있는 모습이 어찌 이렇게 예쁠 수 있는가. 
눈도 코도 입도 가지런히 놓인 것이 하나님의 아름다운 작품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내 눈에서 자꾸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아기를 안고 울고 있으니 사위가 아기를 받아간다. 


화장실에 가서 대충 얼굴을 정리하고 손을 씻은 후 아기를 다시 안았다. 아기를 받으며 아기가 너무 작으니 혹시 팔 옆으로 빠질까 조심조심 하며 아기를 주고 받는다. 아기를 바라보니 또 눈물이 나와 앞이 흐릿해진다. 며칠 전 집사람과 다투고 딸과도 언성을 높였던 일이 생각나니 더욱 눈물이 앞을 가려 아기를 사위한테 주고, 병원을 나섰다.
좀 참았어야 하는데, 내 성질대로 안되면 버럭 소리를 지르고 그러면 상대에서도 좋지 않은 반응이 나오고, 거기에 더 화가나 생각에 없는 말도 나오고 하면서 싸움이 커지는 것이다. 게다가 아들이건 딸이건 모두 자기 엄마편이지 나의 편은 아무도 없으니 그 외로움에 더욱 서러워 성질을 더 내고….


이제는 성질을 죽이고 살아야겠다. 손녀가 둘이나 되는데. 수요일 아기가 집으로 온단다. 일찍 일을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집안을 대충 청소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아폴로가 ‘컹’하면서 현관 앞으로 마중 나간다. 아기가 아빠가 들고 있는 카시트에 담겨 들어왔다. 뒤로 아기엄마가 따라 들어오고.


갑자기 텅 비었던 집안에 활기가 차기 시작했는데, 잠시 후에 또 다시 아폴로가 ‘컹’하며 현관 앞으로 다가가니 제이미가 현관 안쪽문의 손잡이를 돌리며 들어온다. 뒤로 사부인이 따라 들어 오시고. 그런데 애가 한 3-4일만에 부쩍 큰 느낌이 든다. 현관문 손잡이를 잡으려면 까치발을 했던 아이가 이제 그리 애쓰지 않아도 현관문 손잡이를 잡는 것 같고, 이제 집안이 꽉 찬 것 같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고 놀다가 제이미가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자기의 카시트에 누워보고 싶단다. 지난주까지 제이미가 쓰던 것이니 자기 거라고 하는 거겠지. 제이미를 안아서 올리려니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거뜬히 안아 카시트에 눕혔다. 딱 맞았던 그 카시트가 제이미의 양 발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제이미야, 너는 이제 롸이언의 언니가 됐단다. 언니로써 아기를 잘 데리고 놀아주렴”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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