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78 전체: 145,824 )
꼬리에 대한 명상
bh2000

 
꼬리에 대한 명상  
 

 

 

 

동트는 아침 
턱! 차도를 건너가는 짐승의 몸  
바퀴에 밟혀 광기는 바닥에 깔려 있다   

 

더운 피 낭자한 서늘한  전율
고개 들 수 없었던  창을 열고
파르르 움푹한 눈꺼풀 
몸을 떠는 발가락을 보고 말았다

 

퇴근 후 사고 현장 검증에 나섰다
등과 어깨 심지어 머리털까지
네 발 짐승에게 다 내어주고
달랑 남은 붓 한자루 
화폭 아래 찍을 낙관 한 점
오롯하게 남아 있다 

 

각을 세운  땡볕 아래 
벌레들 우글거리는 일만 남았다
온기 식을 때까지 오물거리고 핥다가
포란한 배 뒤집은 채
깃발 세운 벌레들의 행렬 지켜보다


    
한바탕 왁자지껄한 생을 살다가
화폭에 찍을 흔적 하나 남길 수 없는
내 생이 오버랩 되어  씁쓸하다 

 

가로등은 
일몰로 돌아온 어둠을 밝히며
여전히 붉게 서 있는데
나는 꼬리에게 묻지 못한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