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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깡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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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0년 9월부터 토론토대학교에서 진행한 저널리즘 펠로우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토론토대는 해마다 캐나다 언론인 4~5명과 해외 언론인 1~2명을 선발해 약 1년간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필자는 당시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 정책 비교’를 주제로 프로그램에 응모해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CBC 프로듀서와 글로브앤메일 기자 등이 함께 선발됐다. 매주 목요일 토론토대 매시칼리지에서 교수와 정치인, 기업가, 사회활동가 등을 초청해 점심을 함께 하면서 강연을 들었고, 토론토대 강의를 마음껏 수강할 수 있었다.

그때 토론토에 약 1년간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 가운데 하나는 근무 도중 순직한 젊은 경찰관의 장례식이었다. 정확한 사건 개요는 기억에서 희미하지만, 당시 추모 분위기는 강하게 뇌리에 남았다. 일간지 ‘토론토스타’는 이 사건을 거의 매일 2~3개 면을 할애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영결식은 생방송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기억된다. 캐나다 사회에서 경찰관, 소방관 등 제복 입은 공익근무자들에 대한 신뢰와 존경의 분위기를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응모할 당시 필자는 국제신문 등 신문기자 13년차로, 그 가운데 절반을 경찰서를 출입했다. 경찰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2. 최근 토론토경찰의 어두운 단면을 지적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백인 등 다른 인종과 비교할 때 흑인 커뮤니티에 부당한 공권력 집행이 많았다는 것이다. 토론토경찰청장이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 자체가 충격적인 것은 전혀 아니다. 북미에 살고 있다면 누구나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실제로도 공권력 집행에 차별이 존재한다는 게 경찰의 자체 통계조사를 통해 입증된 것뿐이다.

공권력이 인종에 따라 차별적으로 집행된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민생범죄에 대해 공권력이 한없이 무기력하다는 점이다.

자영업을 하다 보니 황당한 일을 겪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가게에 들어와 냉장고 문을 열고 음료수를 스스럼없이 마시고는 그냥 가버린다. CCTV를 곳곳에 설치하고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물건을 훔친다. 절도행각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몇 차례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시간만 낭비했다. ‘누가 다쳤느냐’, ‘상태가 심각하냐' 등 뻔한 질문만 반복한다. 비슷한 일을 하는 친구 가게에는 경찰에 사건신고를 한 뒤 3시간이 지나서야 순찰차가 왔다고 한다.

#3. 인류의 공동체 생활은 농경과 정착 때문에 가속화됐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씨족은 부족으로, 부족에서 도시국가로 공동체는 확장됐다. 공동체가 커지면서 힘과 부를 축적한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 사이에 차별 문제가 불거졌다. 그것은 공동체의 안정을 위협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 사회적 시스템이 발전해 왔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대신 권력은 시민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환경을 만들어주는, 이른 바 ‘계약’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이 공권력, 즉 경찰이다.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을 돌보는 것도 국가의 역할이다. 그들이 경제 사회적으로 홀로 설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납세자, 일반 시민을 보호하는 일도 똑같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공권력이 이 지경이라면 깡패와 큰 차이가 없다. 시장상인 보호를 명목으로 돈만 뜯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에서는 식당에서 맥주와 안주를 먹고 달아났던 남녀가 결국 경찰에 체포됐다. 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그것이 범죄라는 명확한 인식을 공권력이 심어주고 있고, 그것을 시민들도 공유하는 것이다.

경찰 인력이 부족하다거나 500달러 이하의 피해는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는 이유로 민생범죄를 뒷전으로 밀어두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절도범이 강도범으로 자라고, 그들을 제대로 처벌하고 교화하지 않으면 더 큰 범법자가 된다.

그런 점에서 토론토의 치안은 명백하게 실패하고 있다. 이것은 애초 국가 또는 도시 공동체의 근간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누구도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희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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